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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독서 공유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정재찬 (2020.05.14)

작성자제천대성(한남규)|작성시간20.05.14|조회수25 목록 댓글 0

행.미.꿈 카톡방에 아침마다 올리는 글인데, 다른분들도 읽을 수 있게 공유하면 좋을거 같다는 의견이 있으셔서

카페에도 글 올려봅니다^^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정재찬


한양대학교 국어학과 교수신 정재찬 교수님이 시 강의를 하며 나눴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오늘 가져온 이야기의 키워드는 <업, 삶의 목적, 자녀, 교육> 정도가 되겠네요.
저는 한국어교사를 준비하다 보니 업, 교육쪽이 많이 와 닿았는데, 여러분은 어떠실지 모르겠네요.
행미꿈에 다양한 분이 계시니 아래 이야기 중 하나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p28 <나도 살고 당신도 살리는 업>
그래서 우리는 일에서 보람을 찾고 보람이 있는 일을 찾습니다. 아무리 밥벌이라 하더라도 그냥 밥만 벌어다주는 것이 아니라 그 일에서 가치를 느끼게 되면 그만큼 행복한 일도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길일수록 힘이 듭니다. 위험합니다. 더럽습니다. 이른바 흙길입니다. 하지만 모든 꽃길은 그 밑에 흙을 깔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됩니다. 흙길이 아니면 꽃을 피울 수 없습니다. 흙길이 곧 꽃길입니다.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 그가 쓴 <골든아워> 서문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자신이 기록한 것은 '업業의 본질을 지키며 살아가고자,발버둥 치다 깨져나가는 바보 같은 사람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흔적'이라고. 자신이 도덕적으로 우월한 존재여서라거나, 각별히 책임감이 강해서가 아니라, 이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직업의 본질이 요구하는 것을 지키는 것뿐이며, 그러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p51<죽은 시인의 사회>(1989)에 나오는 키팅 선생의 말, "의술, 법률, 사업, 기술, 이 모두가 고귀한 일이고 생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일이지만, 시, 아름다움, 낭만, 사랑, 이런 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라는 대사를 즐겨 읽어주는 까닥이 거기에 있습니다.


인생의 목표가 젊은 날 그렇게 일찍 이루어지거나 혹은 그렇게 일찍부터 목표 달성을 포기해야 한다면, 남은 긴 여생은 도대체 무얼 하며 살아야 하는 겁니까. 우리의 꿈은 명사가 아니라 형용사이어야 할지 모릅니다. 우리는 누구나 '무엇인가'가 되고 싶어 합니다. 그 무엇은 명사겠지요. 의사, 교사, 공무원, 회사원 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 가령 명사 '교사'는 정말 이삼십 대 안에 되든지 안 되든지가 결정이 납니다. 하지만 가령 형용사 '존경스러운'교사는 정년까지도, 아니 평생토록 이루기 힘듭니다. 생의 목표는 그런게 되어야 하지 않을는지요. 어쩌면 '존경스러운' 사람이 되는게 내 인생의 꿈이고, '교사'나 '의사'따위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들일지도 모릅니다. '의사'가 되었어도 환자나 주변으로 부터 평생 존경을 얻지 못했다면 그 인생을 어찌 성공한 인생이라 하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라면 시 같은, 아름다운, 낭만적인, 사랑이 넘치는 삶을 사는 것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목표여야 하지 않을까요?


<잉태의 축복, 육아의 고통>
자녀를 위해 부모가 존재하는 것 같지만, 어쩌면 부모를 위해 자녀가 존재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평생 부모에게 줄 행복을 자녀는 어린 시절에 이미 다 준 셈이고, 부모가 남은 생에 그 빚을 갚는 것이라고 볼수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이렇게만 말하면 부모들은 억울할 겁니다. 어마어마한 희생을 치렀으니까요. 엄청난 시간과 노고와 근심과 걱정, 그리고 자본을 들이지 않았습니까. 대부분은 아무도 과잉투자라 여길지도 모릅니다. 적정한 시점에서, 가령 사춘기쯤 해서, 손절매를 했어야 옳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자녀가 태어났을 때, 아니 뱃속에 들어왔을 때로 돌아가봐야 합니다. 우리가 그 아이를 얼마나 간절히 원하고 기다렸는지 말입니다.


<입춘> 김선우 (내 혀가 입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창비, 2000)


아이를 갖고 싶어
새로이 숨쉬는 법을 배워가는
바다풀 같은 어린 생명을 위해
숨을 나누어갖는
둥근 배를 갖고 싶어


내 몸속에 자라는 또 한 생명을 위해
밥과 국물을 나누어먹고
넘치지 않을 만큼 쉬며
말을 나누고
말로 다 못하면 몸으로 나누면서


속살 하얀 자갈들
두런두런 몸 부대끼며 자라는 마을 입구
우물 속 어룽지는 별빛을 모아
치마폭에 감싸안은 태몽의 한낮이면
먼 들판 지천으로 퍼지는
애기똥풀 냄새


애기똥풀! 서양에서는 그 꽃말을 '엄마의 사랑과 정성'이라고 한답니다.


p78 미래의 교사가 되길 꿈꾸는 제자들에게 제가 해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교육자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신념이 뭔지 아느냐고. 사람은 변한다는 믿음이다. 그걸 믿지 못하면서 사람을 가르치려드는 것은 위선이거나 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동시에 교육자가 꼭 갖고 있어야 할 지혜가 있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교육은 훈육이 되기 일쑤다. 잘 변하지 않는 사람을 변하게 만들어야 하기에 교육은 힘들고 위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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