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초기에 선체 밖으로 유실됐을 지 모를 시신들을 수습하기 위해 정부가 집중 투입하고 있는 쌍끌이 저인망 어선들이 그물을 해저 밑바닥이 아닌 수면 부근으로만 휘젓고 다니고 있어 이 방식으로는 시신을 찾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
정부는 사고 해역의 바닥이 대부분 암반으로 구성돼 있어 저인망 수색 방식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통해 시신 유실을 막겠다고 공언해 온 것으로 드러나 또 하나의 ‘보여주기식 쇼’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선체 내부 수색 작업이 한창인 민관군 합동구조대 바지선
정부 “시신 유실됐다면 해저 바닥면에”… 쌍끌이 저인망 어선 대거 동원
뉴스타파는 지난 6월 25일 세월호 침몰 해역을 찾아 정부의 시신 유실 방지 대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했다. 실종자 숫자가 11명에서 멈춘 상태가 계속되면서 이미 시신이 유실됐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의 시신 유실 방지 대책의 핵심은 쌍끌이 저인망 어선을 동원한 사고 해역 주변 해저면 수색이다. 만약 사고 초기에 선체 밖으로 시신이 빠져나갔다면, 현 시점에는 해저 바닥면에 고정돼 있거나, 조류를 따라 이동하더라도 저층에서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가 동원한 쌍끌이 저인망 어선은 모두 14척으로 매일같이 바닥면을 훑어 올리며 사고 해역을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세월호 시신 유실 방지 대책에 투입된 쌍끌이 저인망 어선들
사고 해역은 암반지대…저인망 그물 바닥까지 못내리고 수심 10미터 정도만 훑어
뉴스타파 취재진은 사고 지점에서 6km 정도 떨어진 병풍도 남쪽 해상에서 유실 시신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는 쌍끌이 저인망 어선 2척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마땅히 시신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해저 바닥면을 훑고 있어야 할 저인망 그물이 수면 위까지 일부 드러나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그물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취재진이 탄 어선의 어군 탐지기를 작동시켜 봤더니 실제로 이 배들이 끌고 있는 저인망은 수면 아래 불과 10여 미터 깊이에서 물살을 가르고 있었다.
▲ 어군 탐지기에 포착된 저인망 그물의 깊이
취재 결과 저인망은 해저면이 갯벌이나 모래로 이뤄진 해역에서만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세월호가 침몰한 병풍도 인근 해역은 해저면이 거의 암반으로 구성돼 있어 원천적으로 이 이 방식을 사용할 수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바위와 자갈로 이뤄진 바닥면까지 그물을 내려 훑을 경우 그물이 걸려 끊어져 버릴 수 있어, 현장에 동원된 저인망 어선들은 그물을 수중에 ‘담근’ 상태로 끌고 다니고 있던 것이다.
현지 해저면이 암반구조로 이뤄졌기 때문에 사고 해역 주변 도서인 조도와 거차도, 관매도 등의 어민들 가운데는 저인망 어업을 하는 경우가 전무하며, 현재 시신 수색 작업에 동원된 저인망 어선들은 인천과 군산 등지에서 불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난 6월 14일 실종자 가족들과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이 헬기를 타고 저인망 어선의 수색작업을 점검한 뒤 정부에 요청한 사항은 어선 숫자를 늘려 달라는 것이었다. 이로 미뤄볼 때 지금까지 정부는 저인망 수색 작업이 이 해역에서는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가족들에게 정확히 알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사고 해역의 바닥면이 암반지대임을 설명하는 현지 어민
시신 유실 방지도 ‘늑장 대책’에 ‘보여주기식 시늉’만
이처럼 정부의 시신 유실 방지 대책이 사실상 시늉에 그칠 수밖에 없게 된 것은 사고 초기에 재대로 된 대책을 수립해 시행할 시점을 놓쳐버린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범정부대책본부가 시신 유실 문제를 처음 논의한 것은 사고 발생 엿새째인 지난 4월 21일이었고, 유실방지TF가 공식적으로 꾸려진 건 이보다도 1주일 뒤인 4월 28일이었다.
당시 유실방지TF는 사고 지점 1km 부근에 중형기선 저인망을, 조류 방향을 따라 북서쪽과 남동쪽 8km 지점에 기존 어민들의 어구인 닻자망을, 그 바깥쪽으로는 안강망과 대형기선 저인망을 배치해 유실된 시신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3중, 4중의 차단막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 정부가 배치했다는 유실 방지용 그물과 어선으로 수습한 시신은 아직 한 구도 없다.
그러나 4월 30일에 사고 지점에서 2.3km 떨어진 해상에서 50대 여성 시신이, 5월 2일에는 4.5km 떨어진 해상에서 여학생 시신이 수습된 데 이어 6월 5일에는 무려 40km나 떨어진 신안군 매물도 해상에서 40대 남성 시신이 발견되는 등 정부 대책은 전혀 효과가 없었다.
결국 세월호 침몰 이후 정부의 시신 유실 대책이 종합적으로 마련되기 전까지 13일 동안 선체 밖으로 빠져나온 시신들은 이미 사고 해역을 크게 벗어났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사고 해역 인근 어민들은 이같은 정부의 늑장 대책에 대해 아쉬움과 비판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부가 사고 초기부터 현장의 조류와 물속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주변 어민들을 동원해 광범위한 수색작업에 참여시키거나, 각종 어구들을 동원해 세월호 선체 가까운 곳에 그물망을 설치하도록 하는 등 선제적이고 효과적인 시신 유실 방지 대책을 수립해 시행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적절한 유실 방지 대책을 쓸 시기를 놓쳐버린 정부는 뒤늦게서야 시신 수색을 위해 민간 어선 400여 척을 매일같이 동원하고 있으며 이들에게는 하루 평균 2억 원 이상의 비용이 국고에서 지급되고 있다. 이 가운데, 바닥이 아닌 수면 부근만 휘젓고 있는 14척의 저인망 어선들이 받아가는 돈도 매일 5천만 원에 육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