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창작 글방

깊어가는 가을, '인생의 길'을 묻다!

작성자恩波 안균세|작성시간23.11.02|조회수180 목록 댓글 0

11월이 열린 길목, 깊어가는 가을,

서재의 창을 통하여 비취는 가을하늘과 먼산의 단풍이 늦가을을 재촉하며 흘러가는데,

나의 “인생의 길”이 깊어가는 가을의 등을 타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보고 싶은 궁금증이,

청명한 날 오후, 집안에 방콕하고 있는 나를 꼬드겨서,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양수리의 두물머리를 찾아 묻기로 하였다

왜냐하면, 흘러가는 “인생의 길”과 “세월의 무게”를 물을 때는,

매년 이곳을 찾아 눈앞에 펼쳐지는 자연에게 꼭 물어 본다.

다름아닌, 높은 하늘에서 바람에 떠밀려가는 “구름”과 파란색이라기 보다

검푸르게 흘러가는 “강물”과 나뭇가지에서 훝날리며 땅바닥에 뒹구는 “낙엽”이다.

이것이 함께 만나 어울려 아름다운 정경을 이루는 곳이 양수리 두물머리이다.

 

두물머리 1.5km 강변 산책길을 거닐며 벤치에 앉아, 떠밀려 흘러가는 구름과

말없이 흐르는 강물, 발 밑에 굴러 떨어진 낙엽, 화려함을 자랑하는 늦 단풍,

강가에 흐드러진 억새풀, 손잡고 거니는 아베크 족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저 흐르는 세월 속의 자연은 내년에도 똑 같은 모습으로 다시 피어남이

창조의 질서요 섭리일진데, 인생의 길”만은 가는 길에서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아련한 회한의 상념이, 젊었을 때는 강렬하게 느끼거나 알지 못했던 사색의

세계 속에서 우리의 “인생의 길”은 어디로 뻗어 있는가 하는 물음을 펼친다. 

 

땅에 떨어진 낙엽을 주워 손바닥에 얹어 놓고 유심히 들어다 보니,

그 안에는 시간을 타고 흘러간 “세월의 무게”와 ‘생명의 궤적’이 뚜렷이 보인다.

봄에는 연녹색의 새순을 보이다가, 여름에는 녹음 짙은 푸르름을 자랑하고,

가을에는 화려한 단풍을 뽐내다가 겨울이 오면 이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낙엽에게서, 모진 삭풍과 추위를 이기고 내년에

다시 새순으로 싹틈을 기약하며 내 손안에서 부서지는, 한치의 오차도 없는

신비한 창조의 그 섭리 소리가, 생명이 끝나는 마지막 절규인양 섬뜩함을 넘어,

잠깐 어디 다녀 오겠다고 인사하는 영원을 잇는 부르짖음의 메아리로 들렸다.

 

나도 낙엽이 되어 이 세상을 떠나는 날, 저 낙엽은 봄에는 새싹의 희망을,

여름에는 푸르름의 누림을, 가을에는 화려한 정취의 절정을,

겨울에는 이 모든 것을 낙엽에 안고 미련 없이 떠나는 삶의 의미를 인간에게

가르치고 선물로 남기지만, 나는 오늘까지 인생을 살아 온,

수 없는 세월 속에서 계절의 변화를 보내면서도, 남에게 무슨 의미를 주었으며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주었던가?---하는 물음이
그 낙엽 부셔지는 소리에 반추되어 아프게 들려 온다

흘러가는 “구름”은 왜 가을에는 저렇게 높은 하늘에서,

뭉게구름이 아닌 조각구름으로 차가운 바람에 떠밀려 모양을 변화시키면서

저 산 넘어 어디로 흘러가는가…..

넘실거림을 잃어버리고 잔잔한 물결을 이루며 흐르는 저 “강물”은

봄에 보이던 파란색은 어디로 가 버리고 세상의 온갖 물질을 머금은 듯

검푸르다 못해 짙푸른 색깔에 저렇게 무거운 느낌을 주며

삼라만상의 온갖 영욕을 안고 어디로 흘러가고 있단 말인가…..

 

비록 육체는 점점 사그라지지만, 정신은 맑고 사유가 넓어지며,

마음은 따뜻하고 여유로우며, 가슴은 뜨겁고 깊어지는, 인생의 깊은 내면의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계절의 변화를 싣고 온 세월의 흐름을 바라 보면서

삶과 함께 나이 듦을 아련히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아름다운 사람아!

그 이름은--나이 듦”이란 명제가. 가슴에 늦가을바람과 함께 스며든다.

 

나는, 오늘 내 손안에서 부서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나의 묘비명에는 어떤 글을 써야, 나의 삶을 가장 진실되게 농축한 말이 될까?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과 같이 “나 하늘로 돌아 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이렇게 서정적으로 쓰여질까?
아니면, 버너드 쇼처럼,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I knew if I stayed

ara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고,

지금 이순간의 나의 심경을 가장 잘 표현한 글이 쓰여질 까봐 걱정이다.
“나는 창조주의 심부름으로 이 세상에 왔다가, 이제 창조주의 심부름 다 마치고,

창조주께 돌아 갑니다”---이렇게 농축된 묘비명을 쓸 수 있는,

보람 있는 인생이 되었으면, 그 얼마나 좋을까……하는 바램이 밀려온다.

청명한 가을 오후, 세월의 무게와 삶의 질곡과 세상 고뇌의 먼지를 내려놓으려고,
단풍과 낙엽과 강물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자연의 절경 두물머리를 찾았다가,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 게 하는 낙엽을 통하여,

오히려 인생의 무게와 지난 삶의 후회와 남은 생애의 각오를 심각히 두터이 하고,

손안의 부서진 낙엽을 털고, 이 시간 단풍과 낙엽의 정취에만 젖어 즐기던 나에게,

자연세계를 통하여 삶의 의미와 방향을 재발견케 하고 “인생의 길”을 가르치시는

창조의 섭리를 보게 함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기쁜 맘으로 당감 한 자루 사서,

서산의 노을이 서서히 땅거미로 비취는 강물을 바라보며 집으로 돌아왔다.

 

두물머리에서 '인생의 길'을 묻는 나에게,

인생은 한번 흘러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숙명이지만

이것 또한 가슴을 따뜻하게 덥히는 아름다운 인간들의 이야기이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