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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글방

남한산성에서 ‘흰 눈’과 ‘나무’를 만나다!

작성자恩波 안균세|작성시간24.02.23|조회수274 목록 댓글 0

2024년, 갑진년(甲辰年)의 입춘(立春)이 보름도 지나고

봄을 향한 2월 하순의 길목에 눈 내리는 오늘 오후,

전국적으로 폭설이 내려 동해안은 70cm, 수도권도10cm이상의

적설을 보인, 최저 영하의 기온을 보인 이상 기후이다.

 

거실 창 밖으로 보이는 설경(雪景)이 너무 아름다워,

저런 자연풍광을 시야와 가슴에 품어 봐야겠다는 유혹에 못이겨,

두터운 털 잠바에 모자와 목도리를 걸치고 등산화에

무작정 차를 몰아 남한산성에 올랐다.

등산길 가까운 곳에 주차하고,

미끄러운 눈 덮인 길을 조심스러이 걸으며 수어장대를 향했다.

 

남한산성에 오면 늘 자주 찾았던 수어장대에 오르는 눈익은 오솔길 옆,

잎 하나 없이 흰 눈을 덮어서고 있는 앙상한 ‘나무’를 만났다.

한참 서서 바라보니,

이제 곧 봄을 맞으려 나뭇가지에 잎을 움 틔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얼어붙은 땅속 뿌리로부터 수분과 영양분을

빨아 올리려는 영차 영차 고함이 귓전에 들리는듯하며,

그 나무가 품고 있는 생명력의 향기가 쳐다보는 얼굴을 덮는다.

 

조선 중기의 문신인 신흥의 수필 중 야언(野言)에 실린,

나무를 만났을 때 몇 구절이 생각이 난다

 

     ‘동청년노항장곡((桐千年老恒藏曲)’

      오동은 천 년을 늙어도 가락을 품고 있고

     ‘류경백별우신지(柳經百別又新枝)’

      버들은 백 번을 꺾여도 새 가지가 나오고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

      매화는 한 평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신흥---

 

또 남한산성 북쪽 길을 따라 산등성을 바라보며 우측을 바라보니

등성을 하얗게 덮고 있는 ‘흰 눈’을 만났다.

남이 밟지 않은 나무 밑 옆길을 통해

산등성에 오르려고 첫발을 딛는 순간,

서산대사의 ‘눈길을 함부로 걷지 마라’는

음성이 들리는 듯하여 움칠하였다.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불수호난생(不須胡亂行)’

     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눈 덮인 들녘을 걸을 적에

     모름지기 제멋대로 걷지 마라

     오늘 남겨둔 내 발자국은

     반드시 뒤따라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됨이니. ---서산대사---

 

오늘 남한산성 꼭대기에서 ‘나무’와 ‘흰 눈’을 만나면서

자연의 섭리와 인간의 삶의 자세를 깊이 생각하며

인생이 한 평생 살아가면서 지녀야 할 덕목을 다시금 깨달았다.

 

또한 인생의 길목에서

누굴 만나느냐, 무엇을 만나느냐, 어떻게 만나느냐,

어떤 환경을 만나느냐, 언제 만나느냐, 어디서 만나느냐가

참으로 중요함을 다시금 되새기며 하산의 발걸음을 옮겼다.

 

하얀 눈이 얹혀 있는 앙상한 가지 사이로 뿌연 하늘을 바라보며

눈 덮인 언덕에 서서,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오니,

 

하나님이여! 도우소서!

 

80의 인생 언덕에 오른 긴 삶의 여정을 살아오면서

세월의 무게와 삶의 질곡, 상황의 변화로 넘어지고 쓰러졌던

힘들고 어려운 인생의 길에서,

창조주의 사랑과 은혜로 새 힘을 얻어 오늘 이 시간 여기까지

건강하게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아 왔음을 감사하오며,

남은 세월도 끝까지 동행하사 따뜻한 섭리 속에

여생을 아름답게 살아가게 하소서!

 

또한, 수년간에 걸친, 끝 모르는 코로나 팬데믹과

오늘날 이름도 낯 설은 각종 독감과 질병으로 인한

인류의 전염병 확산과 죽음의 공포, 

러-우크라이나 및 하마스-이스라엘의 전쟁으로 인한 살육과 파괴,

미중을 비롯한 국제 강대국의 첨예한 대치상황과

특히 북핵과 전쟁의 불안,

전례 없는 국내 경기침체와 이념과 진영으로 갈라진

극심한 사회적 갈등으로

새해는 열렸으나 총선을 앞두고 역사의 중대한 기로에 서서

갈 바를 알지 못하고 어두운 길을 헤매는

우리나라, 나의 조국 대한민국을 사랑하사

금년은 평화와 번영, 화합을 이루어

국민이 안심하고 행복하게 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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