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창작 글방

'어버이날'---아, 어머니가 보고싶다!

작성자恩波 안균세|작성시간24.05.15|조회수76 목록 댓글 3

어버이 날을 보내는 늦은 밤에

서재의 창 밖 어두운 산등성 저 너머를 물끄러미 바라보니,
지난 세월의 그립고 아름다운 추억들이, 이 시간 가슴 여미게 파고 든다.

그래서 늦은 밤시간이지만, 서가에 꽂혀 있는 먼지묻은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지음)를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읽기 시작했다
시골서 올라 온 엄마가 서울역에서 어이없이 실종됨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마치 추리소설과 같은 긴장감을 유지하며 책을 놓지 못하게 하며,

딸 아들 남편 등으로 관점을 바꾸면서 한 장 한 장 펼쳐질 때마다

평생을 자신들을 위해 헌신해 온 어머니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서,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되 살아나,

조용히 눈시울을 붉히며 단숨에 가슴으로 다 읽었다.

쉰둥이 막내로 태어난 나는, 다 큰 중고시절에도 어찌다 엄마가 그리우면, 

어머니 품에 안겨 빈 젖을 만지며 잠 들었던, 그때가 생각난다. 

시골 재래시장에 어머니 손잡고 따라가, 

빈 병 주고 엿 바꿔 줄줄 빨면서 행복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놀다가 집에 들어오면, 밥 안 먹으면 속 버린다고

아래 구들목 이불 속에 넣어 두었던 따끈한 밥으로 밥상을 차려 주시던

어머니의 얼굴이 생각난다.

잘못으로 아버지께서 회초리를 들면, 손으로 막으며 치마뒤편으로 숨겨 주시던,

어머니의 따뜻한 체온이 생각난다. 

어느 땐가, 시골집 우리 과수원 앞마당에 멍석 깔고 어머니 무릎 배고 누워,

같이 밤하늘의 별을 세며 북두칠성을 찾던 어머니의 얼굴이 생각난다. 

시골에서 대구 명문학교에 합격하던 날, 기뻐 눈물을 훔치시던,

어머니의 깡마른 손이 생각난다.

20대 중반 때, 1년 차이로 아버지를 따라 세상을 떠나신, 우리 어머니!
금년, 어린이 날과 어버이 날을 보내면서

손자 손녀들의 재롱과 자녀들의 효도를 받고 보니,

더욱 우리 어머니가 생각나고, 이 밤에 보고 싶어 눈물 훔치며,

더 더욱 한번도 진심 어린 사랑과 효도를 살아 생전 해 드리지 못한 불효가,

가슴을 아프게 찌른다.

밤은 새벽으로 달리지만 잠이 오지 않아,

아픈 마음을 위로 받고 평안을 찾아야 하겠다고 생각하며, 

옆에 같이 꽂혀 있는 책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평화신문 엮음)을 펴니,

공교롭게도 제일 먼저 눈이 띄는 글이 "황혼 들녘에 서서"이다.

                              황혼 들녘에 서서

            "인생을 하루에 비하면 난 지금 해거름에 와 있다
             정상에서 내려와 황혼 들녘에 서 있는 기분이다.
             예나 지금이나 붉게 물들어 가는 저녁 하늘을 바라보면 마음이 편해 진다.
             고향 풍경과 어머니 품이 느껴진다.
             어릴 때 저녁이 가까워 오면 신작로에 서성거리며 행상 나간 어머니를 기다렸다
             어머니는 산등성이로 기우는 석양을 등지고 돌아 오실 때가 많았다
             하느님 곁으로 한 발짝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하늘나라에 가면 보고 싶은 어머니도 만날 수 있으리란 기대를 품어 본다"

나 보다 한 세대를 먼저 살았고,

신앙심과 인생의 깊이를 나로서는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는 

한국의 가장 존경과 사랑을 받은 어른과 성직자로 추앙을 받고 있는 김수환 추기경도,

살아 생전에 90을 바라보는 저 나이에 어린애와 같이 저렇게도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했구나 하고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하고,

80대 초반을 살아가는 나도, 이 시간 위로 받기는커녕

오히려 우리 어머니가 그렇게 그렇게 보고 싶어지고 그리워, 

주체하기 어려운 눈물이 나도 모르게 가슴에 눈에 흘러 내린다.

 

나이 좀 먹으니, 이 밤에 이렇게 마음이 여리어지고 감성적이 되었나? 거~ 참~.

그리움의 눈물로 이 글을 뚜드리는데 동녘이 서서히 밝아 오는 것을 보니,

밤을 꼬박 새우며 책과 추억 속에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찾아 헤매었나 보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소로 | 작성시간 24.05.15 나이가드니 부모님그리워 질때가 빈번히 찾아온다는것
    공감 하며 글읽습니다

    이제 부모님연세가 되어가는 나이인데도

    그리워지는 마음
  • 작성자소로 | 작성시간 24.05.15 부모님계실적 풍요롭던 우리집마당

    펌프 수돗가
    가마솥 김오른 음식들

    추억들이어제처럼밀려오며 고소한 냄새가
    김오른가마솥 장작불 풍경들이 우르르 몰려오는군요
  • 작성자소로 | 작성시간 24.05.15 사랑하는부모님 모습
    꿈에라도한번만 뵈었으면 ~~~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