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인자 니뿐이다
금지옥엽 키운 자식들 결혼하니 동족일뿐
미국유학 보냈더니 해외동포 되어 버렸고
호랑이가 된 마누라 돌아누우니 남남일세
장롱속의 비상금도 안 쓰니 내 돈 아니고
싹싹고 예쁜 그녀 내 사람 아닌지 오래고
내 것이라곤 하나도없는 하숙집일 뿐이네
늙으면 마누라와 친구뿐이란 말은 있지만
내 마음도 세월 따라 변해 가고만 있는데
남의 마음인들 왜 안 변할 리가 있겠는가
내 탓이로다 내 탓이로다 자책을 해보지만
이미 해는 서산에 걸리고 남은세월 한줌뿐
그래도 의지할만한 사람은 친구 니 뿐이야
어제 만난자리서 술기운에 한마디 했던 말
내 본심이 아니니 마음에 새겨두지 말게나
내말이나 자네말이나 다 맞고도 틀린 것을
친구야 날 풀리면 비상금 들고 꽃구경가세
니도 한잔 나도 한잔 꽃잎으로 산 놔 가며
궁디 큰 주모와 눈물의 한 곡조 뽑아 보세
친구야 인생 그거 별것 아니여, 살아봤잖아
남은 인생 짧으면 삼년, 길어봤자 오년이고
들이쉰 숨 못내 뱉으면 그걸로 그만인 것을
친구야, 우리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사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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