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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은 간다.

작성자원민|작성시간14.08.14|조회수34 목록 댓글 0

처서가 지나고 가을의 문턱인가 싶더니, 어느듯 팔월이 마지막 기지개를 켜고 있고, 결실에 아름다움을 안겨 주면서 할일을 다 한듯  마지막 차비를 차리고 있다. 구름이 약간 끼어있는 날씨지만 오늘은 서늘한 바람이 아침부터 불어댄다.

어저깨는 심은지 4년이 된 나의 과수원에서 아오리(여름사과)가 첫 출하되어 , 서울 사람들의 까다로운 입속을 향해 가고있다. 가을의 오향인 과일들이 무럭 익어가고, 온 여름 내내 녹색으로 으시대던 나뭇잎들이 형형색색으로 옷을 갈아입을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렇게 뜨거운 열기로 농부가 된 나를 괴롭히던 팔월도 이젠 제 풀에껶여 내 앞에 고개를 숙이는가.... 변화 무쌍한 자연의 심비한 섭리는 그 이치를 어기지 않고 순리에 잘도 따른다.

 

우리네 인간들도 자연의 섭리 같이만 산다면 무엇하나 걱정 할 것이 없는데, 사리사욕에 잡혀 욕심을 부리다가 자연으로 부터 재앙을 받는다. 가뭄과 장맛비,국지성 소나기 등이, 모두가 인간이 저지른 재해에 의하여 환경파괴의 원인이 되고 있으니, 언제까지 인간들이 이렇게 영악한채 하면서 야만스럽게 자기 도취에만 빠져 살것인지 두려운 생각이 든다.

 

과수원 앞 내 논들에는 벼가 탐스럽게 패었다. 밤과 낮의 기온차이에 탱글탱글하게 익어가는 벼만 보아도 배가부른 것같다.내가 힘겨워가며 만들어 놓은 과수원에는 사과, 복숭아,대추,자두 등이 가뭄 때문에 흉작이 들거라는 이웃의 말들도 있지만, 나름데로 이를 대비해 관수시설을 해 놓은 터라 큰 염려는 하지않아도 될것 같다.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식물들은 스스로 끈질긴 자생력을 가진 탓으로 부지런한 농사군에게 실망을 안기지 않으리라는 자연의 섭리를 믿고싶다.

 

어느 때는 덜익은 과일을 추석이란 미명아래 일찍 출하시켜 제 맛을 제대로 못내어 민망스런 때도 있었지만 올 추석은 제대로 익은 과일을 조상들의 제사상에 올릴 수 있어 한 숨돌린다. 어느듯 수수대 위에는 고추잠자리들의 맴도는 모습이 보이고, 요즘은 농약의 남용으로 보기힘든 메뚜기들이 연한 갈색 등빛을 뽐내며 팔월의 마지막 풋풋한 오곡 백과에 향기를 만끽하면서 가는 팔월에 마지막 아쉬운 인사를 하는 것 같다. 내년에는 더욱 영악하고 생각없는 인간을 사랑해 달라면서......(2010년 8월31일 농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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