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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행복한 베짱이 가드너의 정원

작성자초익공|작성시간23.09.06|조회수57 목록 댓글 0

사계절 행복한 베짱이 가드너의 정원

경기도 이천의 벨로티홈

벨로티홈의 야경

작은 유럽이 떠오르는 이국적인 마을, 경기도 이천 부발읍에는 사람뿐 아니라 고양이도 산책을 즐기는 아담하지만 풍성한 정원이 있다. SNS에서 ‘bellothome’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정연주 씨의 정원 벨로티홈에서 사계절 행복한 가드닝 이야기를 들어보자.

벨로티홈은 ‘아름다운’이라는 뜻을 가진 스페인어 ‘bello’와 반려묘 토모의 이름에서 따온 알파벳 ‘t’, 그리고 집을 뜻하는 ‘Home’을 합쳐 만든 단어다. 벨로티홈의 정원주 정연주 씨는 5년 전 작은 테라스 정원에서 가장 좋아하는 꽃들을 키우고 가꾸면서 가드닝의 매력에 푹 빠졌 다. 좀 더 본격적인 정원 생활을 위해 재작년 가을에 이천의 전원주택으로 보금자리를 옮겼고, 지금은 부부와 두 마리의 고양이가 벨로티홈이라는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며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다.

가족 구성원 중 누구보다 정원을 즐기는 정원주의 반려묘 토모

야외도 실내도 언제나 식물과 함께

벨로티홈의 야외정원은 외부와 경계선을 만드는 아치에서 시작한다. 아치를 지나 넓게 펼쳐진 잔디밭에 들어서면 정원 곳곳을 연결하는 디딤석이 놓여있고 그 위를 따라 걸으면 정원의 가장자리 화단에서 자라는 다양한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그중 정원주가 가장 좋아하는 식물은 장미, 수국, 국화다. 꽃의 여왕 장미, 반음지에서도 화려함을 뽐내는 수국, 강한 생명력과 순한 성격의 국화, 이 세 종의 식물만으로 정원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기 때문이다. 정원 곳곳에는 돌을 쌓아 잔디와 경계를 지어 만든 작은 화단이 보인다. 햇빛이 가장 잘 비추는 장미 화단은 반려묘들이 숨바꼭질을 하고 휴식을 취하는 명당이다. 화려하게 피어난 꽃 사이로 수려한 곡선을 뽐내며 솟은 소나무는 정원주의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식물이다. 야외정원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통로 옆 화단에는 사초와 키 높은 야생화들이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리며 방문자를 환영한다. 아기자기한 소품, 정원 곳곳을 연결하는 디딤석과 동글동글 맺힌 작은 꽃망울까지 공간 하나하나에서 그녀의 취향이 묻어난다.

실내에도 식물을 즐기기 위한 공간이 있다. 썬룸과 거실에는 화분에서 자라는 실내식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월동과 파종을 할 수 있는 온 실도 마련되어 있다. 거실과 썬룸에는 푸른 관엽식물과 아이보리색 패브릭, 라탄 소품 등이 조화를 이루며 휴양지 분위기를 자아낸다. 반면 온실은 조금 더 식물 연구실 같은 분위기가 난다. 온실 위 테이블에는 파종을 위한 육묘 트레이와 구근이 자라는 화분, 삽목한 수국과 장미 등이 있다. 유럽의 작은 정원과 닮아있는 이곳에서는 밖으로 나가기 위해 따뜻한 날씨만 기다리는 어린 식물들의 기대 어린 속삭임이 느껴지는 듯하다.

가드닝을 즐기는 방법, 절제

정연주 씨는 정원을 조성할 때 식물을 풍성하게 심고 싶은 마음을 절제하고 모종이 자라면서 필요할 만큼의 자리를 비워둔다. 식물을 너무 빡빡하게 심으면 공간 부족으로 오히려 풍성하게 자라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식물에게 성장을 위한 충분한 공간과 시간을 주는 것이다. 정원주 스스로도 모종이 자라서 한 공간을 가득 채우기까지의 시간을 즐긴다. 식물을 재촉하며 풍성하지 못함을 속상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식물들의 성장 흐름을 이해하고 넉넉하게 자랄 수 있도록 여유를 갖고 지켜본다.

집으로 이어지는 통로 화단과 뒤로 보이는 썬룸

마음을 비우고 식물의 특성을 고려하면서 정원을 조성하기 때문일까, 정연주 씨의 정원은 편안하고 여유롭다. 가드닝은 노동이 아닌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는 그녀는 예쁜 정원을 조성하기 위해 식물을 욕심내기보다는 정원의 흙과 배수 상태, 일조량 등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인지를 먼저 생각한다. 가드너의 관심만큼 식물이 자란다고 믿기에 최근 유행하거나 예쁘다는 이유로 무턱대고 식물을 데려오기 전에 책임을 질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한다. 정원주가 신경을 쓰는 식물과 그렇지 않은 식물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소홀한 관리로 한 식물에게 병충해가 생기면 그 병이 다른 식물들에게 옮겨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 보살피지 못할 것 같으면 집에 들이지 않는다. 꾸준히 아끼고 사랑하는 것, 이것이 그녀가 말하는 식물에 대한 책임감이다. 그래서 벨로티홈의 야외정원에는 월동과 내한성이 강해 주기적인 패턴으로 관리할 수 있는 다년초와 한 계절 집중해서 관리하는 일년초가 9대 1의 비율로 식재되어 있다. 자신의 성장을 기다려주는 그녀의 마음에 응답하듯 식물들도 늘 기대 이상으로 풍성하게 자라 계절마다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정원주만의 식물 연구소, 온실

정연주 씨에게 정원은 자유롭게 원하는 것을 심고 아이디어를 실행시키는 예쁜 도화지다. 좋아하는 색으로 그림을 그리듯 좋아하는 꽃으로 정원에 그림을 그린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무조건 많은 물감을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정연주 씨는 정원에 꼭 맞는 식물을 찾아낸다. 매일 새롭게 변하는 정원을 관찰하며 아름다운 점을 하나씩 찾아내고 무언가를 채우지 않아도 이대로 충분하다고 느낄 때 가드너는 비로소 정원을 즐기게 된다.

정원생활도 워라밸이 필요하다

좋은 정원은 ‘주체적인’ 가드너의 손끝에서 나온다. 아무리 작은 크기라도 스스로 식물을 키우고, 정원을 가꾼다면 그 사람은 가드너고 자신의 정원에서는 가장 전문가다. 그렇기 때문에 식물을 보살피는 일에는 가드너의 컨디션과 일정이 큰 영향을 미친다.

가드닝을 오래 즐기기 위해서는 페이스 조절이 중요하다. 관수, 정전 주기도 가드너의 일정에 맞춰야 한다. 정원에 관심은 많지만 가드닝을 간접적으로 접한 사람 중 일부는 동이 트기 전부터 해지기 전까지 일하는 매체 속 정원주의 모습에 정원을 조성해보기 전부터 겁을 먹는다. 이런 인식으로 인해 사람들은 흔히 가드닝은 고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원을 가꾸는 일에서 고됨과 부지런함은 분명 다르다. 정연주 씨는 온종일 정원에서 땅만 보고 다니는 것은 고된 일이지만 깨어있는 시간 동안 정원의 식물에게 관심과 애정을 쏟는 것은 즐길 만한 부지런함이라고 말한다. 벤치에 앉아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동시에 식물의 필요를 찾는 예리함이 바로 가드너의 부지런함인 것이다. 이처럼 정원주의 생활습관에 맞춰 정원을 돌보고 즐기는 것이 가드닝의 워라밸이다.

패브릭 쇼파와 관엽식물은 거실을 한 순간에 휴양지로 만든다

즐거움과 노동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자칫해서 가드닝이 의무가 되는 순간 지쳐버리기 쉬우니 페이스 조절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정연주 씨는 식물을 돌보는 것도 습관이라고 말한다. 물을 주고, 가지를 치는 것이 일이라고 생각된다면 고되겠지만 일상의 한 부분이라면 힘들지 않을 것이다. 가족의 표정과 목소리만으로도 현재 상태를 알아채듯 특별하게 관심을 쏟는 것이 아니라 매일 가족을 챙기듯이 일어나면 창밖으로 식물을 살피고 그에 따라 각자에게 필요한 것을 챙겨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녀의 이유 있는 게으름은 때로 정원에서의 수고를 덜어준다. 겨울이 되기 전 잎이 떨어진 식물을 함부로 베어내지 않는다. 그 식물 대가 월동을 준비하는 다른 식물들에 아주 좋은 바람막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잔뜩 떨어진 낙엽 역시 식물의 뿌리 주위에 모아서 쌓아둔다. 이 낙엽들은 겨울을 지나 봄이 왔을 때 정원의 훌륭한 퇴비가 된다.

“자신만의 정원을 가꾸고 싶다면 본인이 어떤 특성을 가진 사람인지 먼저 알아야 해요.”

스스로 부지런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매일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변화에 무던한 식물을 키우고, 부지런하다면 손이 많이 가는 식물도 상관이 없다. 정연주 씨는 자신의 특성에 맞는 식물을 키움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식물을 키우는 일이 귀찮은 짐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자연이 주는 큰 즐거움을 느끼기를 희망한다고 말한다.

현관에서 바라보는 벨로티홈

스스로를 정원을 가꾸는 사람 중 가장 게으른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마치 베짱이 가드너 같다. 베짱이의 즐거운 노랫소리처럼 정연주 씨의 정원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에 정원주 부부와 반려묘들, 이웃사촌, 사진으로 소식을 주고받는 SNS의 사람들까지 곳곳에서 정원을 즐기기 위한 존재들이 모여들고 있다. 오늘도 베짱이 가드너의 아름다운 정원에서는 행복한 노래가 흘러나온다.

 

출처 : 데일리그린 조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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