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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 농가] 오이 양액재배하는 김인남 씨

작성자초익공|작성시간24.02.15|조회수46 목록 댓글 0

[선도 농가] 오이 양액재배하는 김인남 씨

 

경북 상주에서 43년째 오이를 재배하는 김인남 씨는 지난해 농촌진흥청 채소 부문 최고농업기술명인으로 선정됐다. 일찍이 정밀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한 그는 시설채소 연작장해 경감 기술을 개발하고, 여러 단계에 거쳐 시설을 현대화했다. 특히 배지 주변과 양액의 온도를 높게 관리하는 방법으로 생산 비용을 절감하면서 품질 좋은 오이를 생산·출하하고 있다. 

 

배지·양액 온도 정밀 관리하며 명품 오이 생산

[배지 주변 양액 난방으로 양분 흡수율 높여] 경북 상주시 함창읍의 김인남 씨(69)는 1980년대 초부터 오이만 재배해왔다. 그는 단동형 비닐하우스에서 토경재배 방식으로 오이 농사를 시작했다. 이후 시설과 재배 환경 보완에 힘쓰면서 지금은 3300 제곱미터(1000평) 연동형 비닐하우스에서 베드 양액재배로 오이를 기른다.

무려 43년간 한 우물만 판 그의 농사 노하우는 얼핏봐서는 알아채기 힘들다. 양액과 배지에도 그의 기술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 수출용 오이를 재배하고 있을 때였어요. 일본 전문가로부터 온도 1도씨 차이가 농산물 품질에 큰영향을 준다는 얘기를 들었죠. 오이 시설재배는 냉난방정도만 신경을 쓰면 될 줄 알았는데 작물의 뿌리에 직접 닿는 배지와 양액 온도를 정밀하게 관리하는 방법까지 설명하더군요. 그때부터 3년간 매일 작물을 만져보며 차이를 깨달았지요. 정밀농업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낀건 1990년대 후반입니다. 영농조합을 결성해 시설 지? 을 받으면서 네덜란드의 관수자재 회사에 견학을 갔는데, 시설만 좋은 게 아니라 철저한 이론 교육과 더불어 데이터를 수시로 측정하는 정밀농업 수준이 대단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렇게 시작한 것이 배지와 양액의 온수난방이다. 이론은 간단하다. 사람이 너무 춥거나 더우면 입맛을 잃듯, 작물의 뿌리가 편안히 뻗을 수 있도록 배지를 적당히 데우고 양분 흡수가 원활하도록 양액 온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는 배지 주변에 두께가 얇은 호스를 두 줄 깔고 이를 통해 온수를 공급한다. 적정 지온 20~25 도씨 가 되도록 배지 주변을 데우는 것이다. 오이 뿌리 활착을 위해서는 21~23 도씨 가 적당하고, 여기에 적절한 습도와 광이 더해져야 한다. 그는 이 같은 조건에 맞춰 관리하면서 광량이 지나쳐 작물이 웃자라지 않도록 세심히 살핀다고 한다.

난방을 많이 할 필요는 없어요. 양액 온도 관리도 마찬가지예요. 처음에 물을 30 도씨 정도로 데워서 흘려보내면 양액과 섞여서 작물에 공급될 때는 20~25 도씨가 돼요. 이렇게 하면서 아주심기 직후인 생육 초기에 물과 양액을 적게 공급합니다. 그러면 더디게 크는 것처럼 보여도 작기를 마칠 때까지 작물이 튼튼해요.

[연 2회 토양분석...연작장해는 볏짚으로 예방] 농가에서 토양과 배지의 양분 균형을 파악하는 방법으로는 토양분석이 있는데, 해마다 이를 하는 것만으로도 신경 써서 관리하는 농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김씨는 작기당 두 번씩 토양분석을 한다. 토양이 망가진 다음에 개선하기보다는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다. 이는 그가 농사의 핵심으로 꼽는 정밀농업의 한 부분이다.

작기가 끝나자마자 토양검사를 해 지난 작기 비배 관리가 어땠는지 확인합니다. 결과에 따라 여름내 배지를 개선한 후 다음 작기를 시작하기 직전에 한 번 더 토양검사를 해서 개선된 걸 확인해요. 그렇게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연작장해와 양분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지요.

그는 연장장해 예방에도 일가견이 있다. 재배 초반에는 토양을 물로 씻어내고 사료작물을 재배하는 등 여러 방법을 동원했다. 그러다 정착한 게 볏짚 활용이다. 볏짚의 탄소와 질소 비율(탄질률 C/N율)은 60~70:1로 일반적인 유기질 퇴비의 10~15:1보다 탄질률이 높다. 따라서 전기전도도(EC) 개선에 이만한 게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에 그는 작기를 마칠 때마다 볏짚을 잘게 ?라 배지를 덮어주고 있다. 토경재배 때부터 양액재배하는 지금까지 활용하는 방법이다.

오이 모종 아주심기는 시장가격 등에 상관없이 10월 20일 이후에 한다. 상주 지역에선 10월 20일이 지나야 외부 기온이 12 도씨 이하로 내려간다. 이때가 되면 서리가 올 정도로 기온이 낮아 해충이 월동에 들어가서 작물에 해를 가하지 않는다. 시설 내부 관리만 잘하면 해충 유입은 걱정할 필요 없다는 것.

이쯤 돼서 심어야 작물을 키우고 환경 관리하는 데 비용이 적게 들어요. 단 며칠이라도 남보다 먼저 심어서 일찍 출하하려는 농가도 있는데, 초반에만 출하하고 말 게 아니잖아요. 늦더라도 준비를 잘해서 안전할 때 심어야 합니다. 또 아주심기 직후에 작물이 빨리 자라는 건 의미 없어요. 처음부터 작물 속을 단단하게 키워야 냉해와 고온, 과습과 일조량 부족 환경에서도 상품과 비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착과 수는 적게, 수확은 품온 낮은 새벽에 해] 김씨의 오이농장은 같은 규모의 다른 농장에 견줘 착과 수가 적다. 꽃과 열매가 달린 자리가 줄을 맞춘 듯 일정한 것도 이곳만의 풍경이다. 작물의 세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불필요한 작업을 줄인 덕분이다. 오이는 아무리 잘 키워도 정상과 비율이 70 퍼센트 정도예요. 많이 착과시킬 필요 없이 상품만 키우는 게 낫습니다. 과감하게 열매솎기하는 것도 그 때문이죠. 저는 농림축산식품부 1기 농업마이스터로 선정된 이후 10년째 농가 교육을 하면서 이 부분을 강조합니다. 착과 수가 적다고 해서 오이 수확량이 크게 적은 건 아니다. 지난해 기준 3300 제곱미터 에서 수확한 오이는 100여 톤으로 이 중 85 퍼센트 이상을 출하했다. 수확은 작물의 품온이 가장 낮은 새벽에 한다. 이때 수확한 오이가 저장성과 신선도 면에서 좋고, 유통기한도 최대한 길게 유지 ? 수 있어서다. 수확한 오이는 인근 10곳의 농가와 함께 삼삼원예영농조합법인 이름으로 농협 하나로마트와 이마트 등에 공동 출하하고 있다. 올해는 예년보다 더 품질 좋은 오이를 출하할 예정이다. 그간 영농법인의 오래된 선별장을 활용했는데, 현재 함창농협이 정부의 밭작물 브랜드 육성사업 지원을 받아 오이 공동선별장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선별장이 완공되면 최신 저장 선별 포장 시설을 활용해 기존보다 상품성이 좋은 오이를 출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부터는 오이 베드재배를 시작했다. 오이 베드재배는 상?시 농업발전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그를 포함해 농가 4곳이 시설을 갖추고 참여하고 있다. 상주시는 올해까지 베드재배 효과를 확인한 후 활용 농가가 정립한 재배법을 지역에 보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오이 베드재배 성공 사례가 드물어 베테랑 농업인인 그도 신중하게 지켜보는 중이다. 재배 경력이 길면 작물에 변수가 생겼을 때 잘 대처할 수 있지만, 기본 없이 경험만으로 농사지으면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시작하는 농가 또한 인터넷이나 유튜브만 믿지 말고 기본부터 배워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고요. 오이는 예민한 작물이라 농가의 노력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요. 하지만 충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밀농업을 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봐요. 43년 오이 농사에서 얻은 교훈입니다.

출처 농민신문 글 김산들 | 사진 남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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