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마즙주스’의 마는 산에서 나는 약 (허브에세이)

작성자초익공|작성시간24.02.26|조회수38 목록 댓글 0

‘마즙주스’의 마는 산에서 나는 약 (허브에세이)

 

약재를 공부할 때 이름이 단순해 신기했던 것이 있다. 산에서 나는 약, ‘산약(山藥)’이다. 우유를 넣고 갈아서 꿀과 함께 마시는 ‘마즙주스’의 마가 바로 산약이다. 종종 일식당에서 회처럼 차가운 음식을 먹기 전에 속을 먼저 풀라며 마죽을 식전 요리로 내놓는다.

산약(山藥)에 꿀과 대추를 넣어 만든 산약차. 소화 기능이 약하고 입맛을 잃은 사람이 마시면 생기를 얻고 식욕이 증진된다./경향신문 자료사진

 

산약은 마과에 속한 다년생 덩굴식물인 마와 참마의 뿌리를 건조한 것이다. <동의보감>에는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 만성피로와 노쇠함으로 야윈 것을 보한다. 오장을 채워주며, 기력을 더해주고 살을 찌우며,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한다. 또한 심혈관의 순환을 원활히 하여 정신을 안정시키고 의지를 강하게 한다”고 되어 있다.

 

한의원에서는 산약을 다음과 같은 분들께 주로 처방을 한다. ‘위내시경부터, 하라는 검사를 모두 받아도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정작 본인은 늘 속이 불편하고 식사를 못 한다는 비쩍 마른 어르신’, ‘시험이나 발표처럼 긴장된 상황에서 가스가 그득 차오르고 배가 아파 결국 화장실로 뛰어간다는 과민성대장증후군 남성’, ‘허리뼈가 텅 빈 것 같고 골반과 무릎이 시린 산후풍으로 고생하는 산모’, ‘무뚝뚝한 남편, 질투 많은 시어머니와 함께 사느라 밥 한 끼 제대로 못 먹고 늘 마음 졸이며 살다가 신경쇠약증이 걸린 갱년기 여성’.

 

모두 정신과 체력을 과도하게 소모하는 상황을 오랜 기간 버티다 만성질환을 앓게 된 분들이다. 스트레스는 심리적인 압박과 육체 피로가 함께 누적된 것이다. 이로 인해 자율신경계 균형이 깨지고, 교감신경이 예민해져 위장관 내의 긴장도가 높아진 상태라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힘을 느끼지 못한다. 배는 늘 더부룩하고 얹힌 느낌이며, 식사량은 줄어들다가 허기짐이 심하게 오면 허겁지겁 먹게 된다. 소장·대장에는 가스가 차 대변이 묽어진다. 이런 과정이 오래 계속되면 오장육부의 혈기가 약해지고, 근육은 풀어지고, 뼛속을 채우는 골수마저 고갈된다.

 

이럴 때는 체질에 맞는 처방에 산약을 넣어준다. 산약을 검색하면 대부분 정력제로 나온다. 한의학은 간장·신장·비장의 기능이 무너지면 노화가 급속도로 진행된다고 본다. 이 세 개의 장기는 당뇨·혈압·고지혈증 같은 성인병과 관련이 깊다. 최근 연구는 산약의 항산화 및 혈당조절 능력을 밝혀냈고, 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응용한다. 또한 혈장 성분을 회복시켜 위궤양으로부터 위장기능을 개선하는 효능이 입증됐다.

 

<동의보감>은 마를 다루는 방법을 상세히 소개한다. 우리나라 각지에 분포하고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는 생것을 말린 것이 좋으니 이것을 약으로 쓴다. 말리지 않은 생것은 진액이 있어 미끌미끌한데, 이것은 종기만을 없앨 뿐이고 약에 넣을 수 없다. 익힌 것도 먹을 수 있지만 체할 수 있다”고 나온다. 산약은 보익작용, 즉 더하는 작용이 강하다보니 몸에 습기가 많은 사람이나 살이 찐 사람, 종기가 있는 사람에게는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 마즙주스도 매일 먹거나 몸이 무거운 이에게 권하면 안 된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출처 주간경향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