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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머무는 집

작성자초익공|작성시간24.03.12|조회수72 목록 댓글 0

시간이 머무는 집

타샤의 정원을 꿈꾸며

 

강원도 원주혁신도시의 한 택지지구. 오랜 세월 자리한 듯 자연스러운 매력의 집을 찾았다. 수천 권의 책과 서정적인 정원을 품은, 따뜻한 집이다.

안주인이 특별히 애정을 쏟은 정원이 새집에 자연스러운 멋을 더해준다. 주차장 바닥에도 붉은 벽돌을 깔아 조경의 완성도를 높였다.

 

헤르만 헤세의 어느 에세이에서 유년시절 집을 추억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그때 처음으로 ‘아파트에 살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죠. 우리 아이들에게도 집에 관한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거든요.” 마음과 달리, 내 집을 짓는 일은 한참 후에야 실현되었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들은 이제 서서히 독립할 준비를 하는 중이다. 너무 늦었다고 말을 맺었지만, 웃음 짓는 건축주 얼굴에 오랫동안 품어온 꿈을 이룬 행복감과 설렘이 잔잔하게 어린다.

건축주 부부는 강원도 원주, 혁신도시 조성이 한창인 반곡동의 한 택지지구에 집을 지었다. 멀리 보이는 치악산 줄기, 반곡역까지 이어지는 고즈넉한 산책길이 마음에 쏙 드는 동네다. 늘 타샤 튜더의 삶을 동경해왔던 아내가 특히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정원’. 부부는 운이 좋게도 이곳에서 공원을 곁에 둔 남향의 대지를 구할 수 있었다. 택지지구에서는 마당과 프라이버시의 확보가 관건인데, 이웃한 땅에 공원이 있어 또 하나의 마당을 확보한 셈이다.

 

디딤석을 따라 현관으로 이어지는 길. 지면과 같은 높이로 조성한 데크에는 나지막한 벤치를 제작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강원도 원주시 반곡동

대지면적 : 274.60㎡(83.12평) | 건물규모 : 지상 2층

건축면적 : 91.79㎡(27.77평) | 연면적 : 159.80㎡(48.34평)

건폐율 : 33.43% | 용적률 : 58.19%

주차대수 : 2대 | 최고높이 : 8.8m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 지상 - 경량목구조

구조재 : 벽 - 2×6 구조목 / 지붕 - 2×10 구조목

지붕마감재 : 0.5㎜ 아연도 컬러강판 | 단열재 : 벽 - 23K 그라스울 + 50㎜ 비드법 단열재 / 지붕 - ‘가’급 수성연질폼

외벽마감재 : 단토 타일 | 창호재 : 앤썸 독일식 시스템창호(46㎜ 3중 유리)

에너지원 : 도시가스

설계 : 홈스타일토토 02-720-6959|www.homestyletoto.com

시공 : 제이콘 032-567-1610|www.jconhousing.com

 

주택의 정면부. 모던한 느낌의 세라믹 타일 외장재는 남편이 고른 것이다. 미장 마감재보다 때가 덜 타고 관리가 쉬운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ㄷ’자로 풀어낸 집은 마당을 포근하게 끌어안는 동시에 거주자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해준다.

 

세라믹 타일 시공 외벽 디테일

외벽 전체를 마감한 세라믹 타일(단토 타일)은 특성상 밑작업을 충실히 해야 했고 외벽 단열에 어려움이 있었다. 고심 끝에 단열과 투습, 두 가지 모두를 만족하는 외벽 디테일을 새로 고안하여 주택에 반영하였다.

열교를 최소화하기 위한 열반사단열재 시공 / CRC 보드 위 세라믹 타일 시공

외벽 디테일 단면도

 

집은 조경과 주택 외관, 프라이버시의 확보를 조화롭게 아우른 모습이다. 크지 않은 평수이지만, 건물을 ‘ㄷ’자로 두르고 마당과 응접실을 안으로 품은 형태로 디자인했다.

한창 설계가 진행되던 중 건축주분이 스마트폰에 끄적였던 스케치를 보여주셨어요. 내가 살 집과 정원을 꿈꾸며 담아낸, 순수하고 자유로운 그림이었죠.

설계를 담당한 홈스타일토토 임병훈 소장은 매주 서울에 올라와 식사 겸 미팅을 함께할 만큼 열정적인 건축주였다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부부는 각자 원하는 것이 명확했다. 아내는 계절마다 다른 꽃을 피우는 정원이 아름다운, 유럽의 어느 소박한 집을 그리곤 했다. 나무 특유의 따스함이 가득한 주방과 응접실을 꿈꿨고, 응접실에서는 마당으로 바로 나갈 수 있어야 했다. 수천 권의 장서를 지닌 남편은 산자락이 펼쳐진 풍광을 조망하며 글을 읽을 수 있는 서재가 필요했다.

 

건식 세면대로부터 응접실로 이어지는 긴 복도 공간. 1층 공간의 무게중심을 이루는 곳이다. / 아담한 거실은 소파, TV장 등 꼭 필요한 가구만 두어 단출하게 꾸몄다.

마당으로 열린 응접실. 아내의 안식처는 주방과 응접실을 지나 마당으로 나가야 비로소 완성된다.

 

INTERIOR

내벽마감재 : 신한 친환경 벽지 자연림

바닥재 : 구정마루, 포세린 타일, LG하우시스 사랑애

욕실 및 주방 타일 : 윤현상재, 민바쓰, 구스토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세비앙

주방가구 : 리바트 | 조명 : 공간조명 | 계단재 : 오크

현관문 : 성우스타게이트 | 방문 : 우딘숲도어 | 데크재 : 방킬라이

 

길게 구성한 주방을 지나면 응접실로 이어진다. 조리대와 아일랜드를 중심으로 두 개의 출입구를 내어 재미를 주었다.

응접실에서 바라본 주방의 모습 / '유년의 바다’를 콘셉트로 아기자기하게 꾸민 건식 세면대 옆으로 계단실이 자리한다.

 

아내의 꿈은 정원과 1층에, 남편의 꿈은 2층 공간에 풀어냈다. 안방과 거실, 주방, 응접실이 자리한 1층은 거실보다는 주방과 응접실이 중심이 된다. 현관으로 들어와 오른편의 거실을 지나면 긴 복도를 따라 주방과 응접실, 그리고 다시 마당으로 이어진다. 시선이 닿는 곳곳마다 마당으로 시원하게 트인 시야를 누릴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응접실은 손님 서넛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거나 아내가 홀로 차를 마시며 사색하는 공간으로 아담하고 포근하게 꾸몄다. 선반에는 아내가 그동안 모아온 아기자기한 찻잔과 여행 기념품이 가득하다.

2층에는 고등학생인 아들의 방과 남편의 서재를 두었다. 치악산 자락을 바라볼 수 있는 조망을 위해 자연스럽게 서재가 2층으로 올라간 것. 다락을 포기한 덕분에 약 3.3m의 높은 천장고를 확보할 수 있었고, 몇천 권에 달하는 서적이 자리할 책장을 제작했다. 시공을 맡은 제이콘 황소진 소장은 “어마어마한 양의 책과 책장의 하중을 거뜬히 견뎌야 했기에 구조 보강이 관건이었다”고 말한다.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 서가의 책장은 중간에 칸을 뚫어 답답하지 않게 숨통을 틔워주는 동시에 간이 테이블 역할을 하도록 했다. 서재를 지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아들 방은 아들이 출가하고 나면 손님방으로 쓸 생각이다.

 

책장의 오픈된 칸은 간이 책상의 역할을 겸한다.

치악산 자락의 풍경을 그림처럼 담아내는 서재 공간

 

PLAN - 1F (88.89㎡) / PLAN - 2F (70.91㎡)

 

박공지붕의 선을 살린 2층 아들 방

 

서적과 책장의 하중을 고려한 구조 보강

수천 권이 넘는 책이 있는 서재를 2층에 배치해 하중을 고려한 구조 보강이 필수였다. 각 책장 위치의 바닥에 공학 목재와 빌트업 빔(Built-Up Beam)을 추가하고, 1층 벽에도 빔마다 포스트(Post)를 보강해 구조에 만전을 기했다.

 

찾는 손님마다 부러움을 감추지 못한다는 이 집은 마을에서도 단연 시선을 사로잡는다. 부부는 마음에 꼭 맞춰 꼼꼼하게 지은 집이기에 더욱 만족스럽다. 첫 추위를 맞은 정원이 내년에는 더 풍성하고 아름답게 피어나기를 바라며, 아내는 지금 꽃과 나무의 이름을 외우고 식생을 공부하는 데 열심이다. 오는 봄엔 서재와 응접실 창가 외부에 달아맨 화분 받이에도 싱그러운 잎과 화사한 꽃이 만발하지 않을까.

아직 책을 모두 옮기지 못해 드문드문 비어 있는 남편의 책장도 곧 가득 채워질 테다. 부부를 닮아 1년 된 듯, 10년 된 듯 편안한 매력의 집. 이제는 시간과 계절이 집과 함께할 일만 남았다.

 

남편의 장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서가

 

취재_ 조고은 | 사진_ 변종석

출처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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