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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사순 제3주간 화요일 -부서진 영, 겸손한 정신, 마음으로부터의 용서

작성자본당신부|작성시간24.03.05|조회수57 목록 댓글 3

더 밝게 더 기쁘게

 

간만에 강론을 합니다. 그동안 직무유기로 보시는 분들도 있을테고 오히려 강론 없으니까 좋았다고 생각하신 분들도 있으셨을 겁니다. 저는 그저 저 나름대로 침묵의 시간이 필요했었고 여러분들이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늘 독서는 다니엘 예언서의 아자르야 기도입니다. 그냥 평상시의 기도가 아니라 죽음을 앞에 두고 불 한가운데에 우뚝 서서 바치는 기도입니다. 그 기도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당신의 이름을 생각하시어 저희를 끝까지 저버리지 마시고 당신의 계약을 폐기하지 마소서.” 처음부터 이름이 나옵니다. 주님의 이름... 우리는 이름을 소개할 때나 자신의 존재성을 두고 어떤 일을 하게 될 때 언급합니다. 예를 들어 계약을 하게 될 때, 싸인을 하든지 도장을 찍던지 하지요. 그 도장은 이름이 찍혀 있습니다. 내 이름을 걸고가 아니라, 내 존재를 걸고 약속한다는 의미입니다. 또는 내 것이라는 의미로 도장을 찍기도 하지요.

 

이스라엘은 무너지고 바빌론으로 유배를 가서 서러운 타향살이를 하지만 아자르야는 기댈 곳이 하느님 밖에 없기에 주님께서 당신 이름을 걸고 약속하신 계약을 잊지 말아 달라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중간에 보면 이런 기도문이 나옵니다. “주님, 저희는 모든 민족들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민족이 되었습니다. 저희의 죄 때문에 저희는 오늘 온 세상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백성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 저희에게는 제후도 예언자도 지도자도 없고 번제물도 희생 제물도 예물도 분향도 없으며 당신께 제물을 바쳐 자비를 얻을 곳도 없습니다.”

 

이렇게 집도 절도 없고 바칠 제물도 없으니 그럼 무엇을 바치는가... 무엇이 보증이 되고 사람은 무엇을 약속하는가... 애초에 하느님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이렇게 파탄난 신세에 무엇을 걸 수 있는가... 아자르야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그렇지만 저희의 부서진 영혼과 겸손해진 정신을 보시어 저희를 숫양과 황소의 번제물로, 수만 마리의 살진 양으로 받아 주소서. 이것이 오늘 저희가 당신께 바치는 희생 제물이 되어 당신을 온전히 따를 수 있게 하소서.”

 

부서진 영혼과 겸손해진 정신을 제물로 바치는 겁니다. “이것이 오늘 저희가 당신께 바치는 희생 제물이 되어...” 자신을 바치는 것이지요. 불 위에서 얹어지게 되어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자신을 번제물로 바친다는 의미가 아니라 부서진 영, 겸손한 정신자신에게 남은 이것을 바치는 겁니다.

 

오늘 복음에 베드로가 형제의 죄를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라는 질문에 예수님께서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말씀하시지요. 그리고 무자비한 종의 비유를 들려주고 난 후 다시 용서에 대한 말씀을 하십니다. “너희가 저마다 자기 형제를 마음으로부터 용서하지 않으면, 하늘의 내 아버지께서도 너희에게 그와 같이 하실 것이다.”

 

베드로는 몇 번이나 용서해주어야 하는지 횟수에 대한 질문을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일흔일곱번이라도 해야한다고 말씀하셨지만, 실상 비유 뒤에 하시고 싶은 말씀은 횟수가 아닙니다. 횟수는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마음으로부터 용서했는지... 자신이 용서받은 것을 생각하면서 용서하는 마음인지... 예수님께는 그것이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부서진 영, 겸손한 정신, 마음으로부터의 용서... 오늘 말씀 전례를 돌아보면서 나의 영과 정신, 마음은 어떠한지 돌아보고 이 미사를 통해 주님께 진정한 나를 봉헌할 수 있도록 묵상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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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김상민미카엘 | 작성시간 24.03.05 마음으로부터 용서했는지... 자신이 용서받은 것을 생각하면서 용서하는 마음인지... 아멘...
  • 작성자신혜원 글라라 | 작성시간 24.03.06 아자르야는 기댈곳이
    하느님밖에 없기에...
  • 작성자최미숙 미카엘라 | 작성시간 24.03.06 아멘!

    "저희의 부서진 영혼과 겸손해진 정신을 보시어 저희를 숫양과 황소의 번제물로, 수만 마리의 살진 양으로 받아 주소서. 이것이 오늘 저희가 당신께 바치는 희생 제물이 되어 당신을 온전히 따를 수 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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