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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부활 팔일 축제 화요일 -삼천명의 세례

작성자본당신부|작성시간24.04.02|조회수35 목록 댓글 3

더 밝게 더 기쁘게

 

주님께서 부활하신 이 기쁨이 하루로 모자르기 때문에 팔일동안 같은 날처럼 기뻐하게 되는 부활 팔부축제 3일째입니다. 오늘 독서는 오순절에, 그러니까 교회에서는 성령강림 대축일이지요. 빠스카 축제일로부터 50일 뒤라서 오순절이라고 합니다.

 

이날 성령께서 사도들에게 불혀 모양으로 임하십니다. 사도들은 성령을 받고 나서 더 이상 숨어서 기도하지 않습니다.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서 복음을 전하게 됩니다. 불혀 모양의 성령이어서인지 뜨거운 불길을 입에서 내뿜듯이 베드로 사도는 기가 막히게 설교를 합니다. 그래서 이날 삼천명이 세례를 받게 됩니다.

 

베드로의 설교 마지막 부분이 오늘 독서의 시작입니다. “이스라엘 온 집안은 분명히 알아 두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이 십자가에 못 박은 이 예수님을 주님과 메시아로 삼으셨습니다.”

 

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마음이 꿰찔리듯 아파했다고 합니다. 어찌보면 힘으로 누르는 것보다 온화한 것이 더 아프게 찌르기도 합니다. 단단한 굳은 살은 찔러도 별 자극이 없지만, 굳은 살을 무르게 부드럽게 만들면 살짝 찌르기만 해도 단박에 아픔을 느낍니다.

 

베드로의 오순절 설교를 보면 먼저 부드럽게 풀어 줍니다. 분노도, 격렬한 규탄도, 비난도 없이 온화하게 말합니다. 먼저 하느님의 선물에 대해, 그리고 은총에 대해 말하면서 그들이 저지른 무도한 짓을 온화하게 상기시킵니다. 그리고 스승을 못 박은 사람들에게 다정한 스승처럼, 또는 아버지처럼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은 단순히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 감동 받았다거나 감복해서 설복당한 것으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단죄합니다. “듣다 보니까 너무 아픈데... 내가 왜 이렇게 죄를 지었지?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른거야... 너무 잘못했네...”

 

베다 성인은 이를 두고 기가 막히게 말씀하십니다. “성령의 불이 내리자, 회한의 김이 서렸습니다.” 상온보다 갑자기 차갑거나 뜨거우면 김이 서리지요. 연기는 눈물이 흐르게 합니다. 성령이 뜨거운 기운에 비웃던 자들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합니다. 자기들의 가슴을 치면서 말이지요. 수난복음에서처럼 자기들과 자기 자손들이 그 피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하더니 이제는 구원받을 사람으로서 그 피를 맛보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기도를 제물로 바치고 있습니다.

베드로가 사람들에게 처방해 준 것은 총 네가지입니다. “회개할 것, 예수의 이름으로 세례 받을 것, 죄를 용서받을 것, 성령을 받을 것.”

 

여기에서는 생각이나 말이 더 이상 필요가 없습니다. 네 가지 모두 행위로 입증해야 할 것들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말을 듣자마자 세례를 받았다는 겁니다. 세례에 앞서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듣고서도 왜 그래야 하냐고 묻는다던가, 미심쩍어 한다던가, 냉랭한 반응을 한다던가, 구실을 대며 미룬다던가 하지 않았습니다. 망설이지 않고 따릅니다. 행동으로 자신의 기꺼운 뜻을 내보입니다. 회개하고 예수의 이름으로 세례받고, 죄를 용서받고, 성령을 받습니다.

 

베드로가 만약에 세 번이나 배반하는 죄를 짓지 않았다면 베드로 성격에 이렇게 말했을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베드로나 이 사람들이나 다 같은 죄인입니다. 다 같이 용서받는 사람입니다. 다 같이 회개할 똑같은 사람이고 성령을 받게 될 사람들입니다. 저는 보통 베드로에게 초점을 맞추어서 묵상하곤 했는데, 오늘은 지체없이 세례받는 사람들이 더 대단해 보입니다. 물론 온화하게 찌르는 베드로도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사도들 시대에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도 이렇게 행동으로 회개를 입증하는 모습들이 이어져야 합니다. 우리도 주님께 세례받은 사람들, 감복받은 사람들, 용서받은 사람들, 성령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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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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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상민미카엘 | 작성시간 24.04.02 저도 주님께 세례받은 사람, 감복받은 사람, 용서받은 사람, 성령을 받은 사람인것을... 아멘...
  • 작성자최미숙 미카엘라 | 작성시간 24.04.03 아멘!

    어찌보면 힘으로 누르는 것보다 온화한 것이 더 아프게 찌르기도 합니다.
  • 작성자신혜원 글라라 | 작성시간 24.04.03 내가 못 박은....?
    내가 단죄한....?
    내가 몰아세운...?
    내가 낙인찍은....?
    ...
    내가 저지른 잘못을 돌아보오니 용서하소서.
    나로인해 당해버린 그사람의 상처를 낫게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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