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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부활 제3주간 목요일 -필리포스와 이디오피아 내시 =>순종

작성자본당신부|작성시간24.04.18|조회수24 목록 댓글 3

더 밝게 더 기쁘게

 

오늘 독서는 사도행전에서 꽤 유명한 구절입니다. 필리포스 부제가 이디오피아 내시를 만나 세례를 주게 된 내용입니다. 그 만나게 되는 과정이 상당히 인상적이지요. 필리포스는 사마리아 지역에서 선교활동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복음으로 기쁘게 하였습니다. 이렇게 성공적인 선교활동을 크게 했으니 이제 더 큰 교회로 가야 하겠지요?

 

아닙니다. 그건 사람들의 생각입니다. 하느님의 생각은 인간의 생각과 같지 않습니다. 천사는 필리포스에게 예루살렘에서 가자로 내려가는 남쪽 길로 가라 합니다. 이 길은 외딴 길이고, 버려진 지역이라 불리는 광야였습니다. 따가운 햇볕 아래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 거기서 단 한 사람을 만납니다. 이디오피아 내시, 이 한 사람을 위해서 파견되는 것입니다.

 

이 이디오피아 내시는 수레에 앉아 이사야 예언서를 읽고 있습니다. 그때에 성령께서 필리포스에게 수레에 바싹 다가서라고 하시지요. 제가 해야 될 역할이 바로 이렇게 여러분들 곁에 바싹 다가서는 일이 아닐까 싶은데... 부담스럽지요? 마음은 그렇다는 겁니다.

 

필리포스는 이사야 예언서를 읽는 이디오피아 내시에게 지금 읽으시는 것을 알아듣습니까?”하고 물으니 내시는 누가 나를 이끌어주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알아들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설명을 청합니다. 내시가 읽고 있던 부분은 고난 받는 주님의 종 노래였습니다. 우리가 성주간 미사 때에 독서로 읽게 되는 구절이지요.

 

필리포스는 예언되어 오셨고 말씀을 이루신, 메시아 예수님을 설명합니다. 그렇게 설명을 듣고 가는 길에 물가에 이르니 내시는 여기에 물이 있습니다. 내가 세례를 받는 데에 무슨 장애가 있겠습니까?” 하고 세례를 청합니다. 필리포스는 세례를 주고 성령께서는 또 필리포스는 잡아채듯 다른 곳으로 데려가십니다.

 

저는 매년마다 이 구절을 두고 강론을 할 때마다 성령께 초점을 맞추어서 강론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필리포스가 유독 돋보여집니다. 필리포스의 다름아닌 순종의 모습이 돋보여집니다. 맨처음 천사가 말한 것을 동사만 보면 두 개입니다. “일어나, 가거라둘 다 명령형으로 쓰여졌는데 시제가 다릅니다. 일어나라는 동사는 부정 과거로 쓰여졌고, 가라는 동사는 형재형으로 쓰여졌습니다. 그러니까 일어나라는 시간적으로 볼 때 일시적인 것이고, 가거라는 계속 여행하는 것, 즉 지속적인 일입니다. 복음선포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성령의 인도에 따라 쉼없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어진 구절에 동사 두 개가 나옵니다. “필리포스는 일어나 길을 가다가주님의 명령에 주저함이 없습니다. 군소리 없습니다. 어떤 말도 첨부되지 않습니다. 일어나 가라 하시니 일어나 가는 겁니다. 제가 사마리아에서 많은 이들에게 선교를 했는데요... 왜 이런 불모지로 보내십니까... 더 큰 교회로 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안식년, 좀 쉬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저만한 실력에 한명한테 파견보내시고... 이거 너무 하시는거 아니냐고요~~~ 따져 묻는 거 일체 없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무엇을 청하는지, 원하시는지, 명령을 하시는지... 우리는 일단 주님의 음성을 듣지도 못합니다. 세상 살기 바쁘고 할 일 많고 정신 없습니다. 머릿속은 복잡하고 시끄럽고 여유 없습니다. 일단 제대로 듣지도 못합니다. 설령 말씀하신다 해도 제가 할 일 아닌 거 같습니다. 저 없이도 성당 돌아가고 아무 문제 없는데, 왜 하필이면 신부님이 저한테 일을 시키시는지 원망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런데 나 없이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는 너 없이 구원하지 않으십니다. 하느님의 일을 하는데 너나 할 것 없이, 따질 것 없이, 한사람이 되었든 수천명이 되었든 가라 하시니 가고 살라 하시니 사는 겁니다. 그렇게 말씀대로 살 때 하느님의 일을 기적처럼 이룹니다. 우리 모두 그렇게 주님의 뜻을 찾고 귀 기울이고 순명하고 기쁨으로 그 뜻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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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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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순정 유체칠리아 작성시간 24.04.18 아멘!
  • 작성자김상민미카엘 작성시간 24.04.19 주님께서 저에게 무엇을 청하시는지, 원하시는지, 명령을 하시는지... 저도 주님의 음성을 듣도록 귀 기울여... 아멘...
  • 작성자신혜원 글라라 작성시간 24.04.20 가라하시니 가고
    살라하시니 사는것...
    하느님의 생각은 인간의 생각과 다르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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