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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부활 제4주간 수요일 -성령의 불씨

작성자본당신부|작성시간24.04.24|조회수30 목록 댓글 2

더 밝게 더 기쁘게

 

오늘 독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더욱 자라면서 널리 퍼져 나갔다.” 갑자기 이런 말이 나오니까 조금 생뚱 맞지요? 이 바로 앞구절은 헤로데 죽음에 대한 구절입니다. 여기서 헤로데는 예수님 태어났을 때의 헤로데가 당연히 아니겠지요? 그때는 헤로데 대왕이고, 예수님께서 돌아가실 때에는 그 대왕의 아들 헤로데 안티파스, 그리고 지금은 또 그 아들 헤로데 아그리빠입니다.

 

사도행전 1223, “그러자 즉시 주님의 천사가 헤로데를 내리쳤다. 그가 그 영광을 하느님께 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는 벌레들에게 먹혀 숨을 거두었다.” 정말 기생충 때문에 죽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다음 구절 24, “하느님의 말씀은 더욱 자라면서 널리 퍼져 나갔다.” 그러니까 헤로데의 죽음과 대비되어서 하느님의 말씀이 더욱더 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겁니다.

 

우리 천안봉명동 성당에서도 하느님의 말씀이 마치 어떠한 생명체처럼 살아 성장하길 빕니다. 외적인 성장보다는, 마치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난 후, 길에서 성경을 설명해 주셨을 때에 가슴 뜨겁게 타오르는 그 감동처럼 내적으로 성장하길 빕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세속화된 환락가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꼽습니다. 엄청난 쇼핑센터와 더불어 길거리 커피숍 곳곳에서 젊은이들이 마리화나를 버젓이 피고 다니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홍등가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매년 3월 주교님이 미사를 한 뒤에 몇백명이 조를 짜서 시간을 달리해 이 환락의 거리를 침묵으로 천천히 걷습니다.

원래 이곳은 700여년 전 성체의 기적 사건이 있던 곳이었습니다. 13453월 한 부인이 남편의 임종이 다가오니 병자성사를 위해 본당신부님을 모셔옵니다. 남편은 성체를 영했지만 그만 토하고 숨을 거둡니다. 신부는 규정대로 토사물 범벅이 된 성체를 불 속에 넣고 태웁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놀랍게도 성체가 잿더미 속에서 온전한 모습으로 발견되고 칼베르 거리에 있는 그 집은 얼마 뒤 경당으로 꾸며집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퍼져 나가고 유럽 각지에서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듭니다. 작은 어촌에 불과하던 암스테르담이 그렇게 주요 순례지가 되고 숙박업, 무역업, 항만업이 빠르게 발전하게 되면서 부유한 도시가 됩니다. 매년 3월이 되면 거대한 성체행렬, 성체거동 행사를 했지만 종교개혁으로 도시가 루터교로 넘어가게 되고 이 행사는 금지령이 내려집니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해제된 행렬이지만 침묵 속에서 조용히 걷는 방식으로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에 주님의 뜻은 침묵 속에서 더 빛을 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화려한 성체거동보다 더 의미있고 가슴깊이 파고드는 행사일 것 같습니다.

 

주님의 말씀이 외적으로 자라고 성장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불씨를 간직하는 것입니다. 바오로가 활동했던 많은 곳들이 지금 외형적으로 볼 때는 많이 쇠퇴하게 되어서 그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된 곳들이 대부분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그리고 종교 자체의 내부 문제로 인하여 쇠퇴하게 되기는 하지만 그 불씨가 우리에게 번져와 또 다른 형식으로 타오르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이 불씨를 간직하고 있는 것입니다. 활활 타오르다가 쉽게 사그라드는 불꽃이 아니라 언제나 타오를 수 있는 불씨를 간직하는 것이 훨씬 더 의미있는 신앙입니다. 꺼지지 않는 불꽃, 사도들도 그 성령을 받았고 우리도 같은 성령을 받았습니다. 여러분 가슴 안에 있는 성령께 인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주님. 저와 함께 살아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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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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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상민미카엘 작성시간 24.04.24 제 가슴 안에 있는 성령께 인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주님. 저와 함께 살아주셔서... 아멘...
  • 작성자신혜원 글라라 작성시간 24.04.25 암스테르담의 이야기를 보고나니 정말 외적인것도 필요할때가 있지만 내적인것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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