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행군

작성자스탤론|작성시간19.06.29|조회수216 목록 댓글 2

"전 중대 완전군장으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7시까지 연병장으로 집합한다"
훈련소에서 마지막훈련일수있는 행군이 시작되었다
저녁 7시에 훈련소를 출발해서 을지전망대까지 왕복 80키로를 행군한다
벌써부터 긴장과두려움속에 얼굴은 대부분 일그러져 있다
처음 훈련소에 들어왔을때와는 느낌이다르지만 한번도 해보지않은 행군에 두려움의 느낌은 또 다르다
1989년 12월 강원도의 밤은 너무도 춥고 칼바람이 철모사이로 스치면서 귀가 떨어져나갈것 같다
수통에 가득채운 물은 이미 얼어붙어 그저 입으로 핧아먹을정도이다
시간이 갈수록 몸은 천근만근 아직도 을지전망대는 까마득히 멀다
작은길을따라 걷다가 계곡을건너 산을넘고 칠흑같은 어둠속에 문득 바라본하늘은 별천지였다
" 각 중대 십분간휴식"
훈련병들은 도로 양쪽에 줄지어앉아 담배도피우고 다리도 주무르기도 한다
벌써 낙오자가있는지 의무차에 훈련병이 두세명이 타고있다
입대할때 부모님께 제대로 인사도 안하고 왔다
입대전날까지 술마시고 새벽에들어가고 부랴부랴 논산훈련소에 두시까지 정신없이 가느라
큰절도 못했다
그저 담담하게 아버지는 잘 다녀와라는 말뿐였고
어머니는 집앞까지나와 떠나는 아들에 손에 지폐를쥐어준다
나는 보지도않고 주머니에넣고선 돌아서서 버스를 타러갔다
버스안에서보니 만원짜리 세장이 꼬깃꼬깃해져있다
논산훈련소에서 하룻밤을자고 다음날저녁 다시 논산역에서 기차를타고 용산으로 다시 트럭을타고 보충대로 다시 트럭을타고 소양강으로 배를타고 강원도 인제에서내려 다시 트럭을타고 이곳 12사단훈련소에 왔다
무시무시한 분대장들이 몽둥이를들고 우리를 맞이했다
캄캄한 연병장에 전국곳곳에서 올라온 훈련병들이 트럭에서 쏟아져 나왔다
낯설은 공포가 온몸을 감싸고 있다
중대장이 집합된 훈련병들향해 연설하기 시작했다
" 여러분은 이제 사회인이아니다 대한민국군인이되기위한 첫발이 시작된것이다
이곳 훈련소에서 6주동안 군사교육을 받는다
앞에있는 분대장들의 통제에 잘 따르기 바란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훈련은 시작되었고 밤까지 이어졌다
제식훈련 총검술 각개전투 화생방 사격등등
6주동안 짜여진스케줄대로 훈련을 마쳐야하기에 그저 식사만 마치면 시작됐다
이상하게 밥먹고 돌아서면 배가 고팠다
한번은 취사반에 잡일을하러 뽑혀갔는데 그날은 통닭이 저녁 메뉴였다
식사를 마치고 취사반은 따로 밥을먹는데 취사반장이 나에게 통닭을 먹을수있는데까지 먹으라고 했다
동기랑나는 통닭을 앉은자리에서 다섯마리를 순식간에 먹어치워버렸다
그런데 취사반장은 놀라지도 않는듯 더 먹으라고 했다
하지만 배가불러 더이상 먹지 못했다
또 한번은 동네형이 면회를 왔다
그 형은 중사였는데 하사관을지원해서 갔다고 들었다
아마도 훈련병중에 면회온사람은 내가 처음이지않을까
Px에서 과자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선 먹었는데
두시간뒤에 저녁시간이었지만 배가 고팠다
훈련병시절은 그랬다
먹고 돌아서면 배가 고팠다
" 휴식 끝 출발"
다시 행군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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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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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사잇길 | 작성시간 19.06.29 그다음이 궁금해지네요~~^^
    울아들도 자대배치 받은지 이틀
    잘 갔나 몰라~~
  • 작성자페가수수 | 작성시간 19.06.30 100km 행군 천리행군 마지막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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