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 가시죠...

작성자빛들™|작성시간19.07.07|조회수264 목록 댓글 2

저희 어머니의

담백 소소한 글 한편 올립니다

인간은 논쟁보다 애잔함과 사랑의 완전체인듯

쉬어가시죠...

 

 

자연을 신비롭게 느꼈을때


바람의 언덕엔 아인 트리가 있다

                                                                      

 

마치 봄날처럼 포근했던 겨울 나는 사랑하는 가족과 작별을 했다

저 입구로 들어가면 언제볼지 모르는데....

울컥,울컥 설움이 치받아도 발길을 옮기다, 돌아보다, 또 돌아보다를 거듭하며 야멸차게 돌어섰던 날이 떠오른다

~하니 집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를 타고 창가에 앉았다


그리고 공항을 다시 돌아보았다. 맞이하고 떠나는 이들로 24시간 깨어있는 이곳이 오늘은 왜 이별의 장소로만 각인될까. 아마 이 겨울같은 가슴아린 이별은, 아니 어떤 이별도 더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돌아섰었다


캐나다 이민을 마치 나드리 떠나듯 떠난 딸내외, 손자 손녀가 눈만 감으면 떠오르더니 하루하루 꾹꾹 누르며 지내고 나니 이젠 가물가물 해온다. 못본 사이 막내는 얼마나 자랐을까!

아이들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까, 무시로 찾아드는 걱정에 잠을 설칠 때면 화상 통화벨이 울린다

네 식구들 모두 웃음띤 얼굴을 보고나면 그제서야 쳇증이 뚫리듯 마음이 편해온다.

손녀 딸 아인이 와는 유독 추억이 많다


늘 시간을 쪼개어 쓰는 엄마 아빠 <뮤지컬 배우>의 손길보다 할머니품에서 할머니 음식에 길들여지고, 할머니 취미생활까지 함께 하였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사랑둥이다

박물관 관람이나 , 고궁, 영화관, 문학강의실에도 늘 함께하여 최연소 회원으로 위촉 받았다.

미술교실에서는 할머니 학생보다 데생을 잘하여 미술교실 비타민 이라고 사랑을 듬뿍 받았다.

식구들이 영주권이 나오면 바로 떠나야 하기 때문에 그 사이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아인이와 서울 숲을 찾은때는 늦여름 이라도 아직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였다.

6학년 여름방학을 보내고 나면 아마도 고국에서 할머니와 나들이도 마지막이 되지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앞선다

우리는 김밥을 말며 어찌 그리도 즐거웠던지....


김밥틀에 대고 튼튼하게 말아 썰어보라고 내어주면 칼질이 서툴러 옆구리 터지는게 더 많았고 할머니는 힘드는데 아인이는 그리도 재밌던지 연실 웃음을 터트려 댔다

소풍은 등에 맨 짐이 무거워도 즐겁다

요것 조것 먹거리를 챙겨 떠난 서울숲 소풍길은 지금 기억해도 손녀와 할머니의 아름다운 비밀 정원 이었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쭉뻗어 잘생긴 나무들이며 아직 힌 머리채가 피어나지 않은 갈대숲엔 여린 바람이 잠시 쉬었다 가기도 했다.

바람의 언덕은 서울 숲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다.

한강에서 항상 바람이 불어와 바람의 언덕이 되었다.

바람결에 일렁이는 갈대도 볼 수 있고 방사된 고라니, 꽃사슴도 관찰할수 있고 한강도 내려다 볼 수 있다


마치 우산처럼 깨끗하게 전지된 가문비 나무아래 자리를 깔았다.

나비 체험장이며, 꽃사슴 먹이주느라 시간을 소비해 어느새 오후가 되었다.

이별을 예고하지도 않았건만 시간은 그렇게 이별처럼 흐르고 있었다


김밥을 마냥 먹으며 스케치북에 데생을 하는 아인이 오후의 석양을 받아 마치 르누아르 그림속의 여인처럼 아름다웠다.


할머니는 왜 갈대가 좋아..?” 

아인이 질문에 한동안 궁색해져있다

 아인이는 왜 가문비 나무가 좋아하며 궁색으로 되받았다

나는 캐나다 가서 크리스마스 오면 트리 걸을려고, 할머니 얼굴 그리고 아까 본 꽃사슴과 나비들도 그려서 장식하면 참 멋지겠지..”

떠난 아인이는 캐나다에서 자주 문자를 보낸다.

동생얼굴이며 특히 나무그림을 여러번 보내왔다.

나무들, 그것도 서울 숲 나무들이라 이름 붙여 날릴 때 마다 나는 서울 숲의 푸른나무와 아인이와 데생을 하던 그날의 하늘빛을 화폭에 그린다.

난 아인이 에게 이렇게 문자를 보낸다


서울숲은 알고 있었던 거야.. 봄이 되면 꽃을 피워야 하고,

여름이면 갈대꽃을 피워야 하고, 가을이면 나뭇잎을 떨어트려 겨울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을 ....

 

그날 바람의 언덕에서 너와 데생을 한 할머니 갈대가 푸른 하늘을 이고 은빛으로 캔버스에서 피어나고 있어.....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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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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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코지 | 작성시간 19.07.07 이렇게 아름다운 글을 읽으면서
    문득....
    클래식 지기님은 참 좋으시겠단 생각이 드네요.
    소중한 회원들이라고 말씀하신게 이런거구나...

    날 더워요. 시원하게^^
  • 답댓글 작성자빛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7.07 모두 반짝이는 회원님들 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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