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작성자파람|작성시간19.07.12|조회수1,160 목록 댓글 13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성철스님의 말씀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말씀을 인용하거나 패러디하기를 좋아하죠. 하지만 주변에 물어보면 이 말씀을 끝까지 알고 계신 분은 의외로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성철스님의 말씀을 한번 끝까지 적어보겠습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니로다.

산은 물이요. 물은 산이로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지극히 당연했던 말이 왠지 심오하게 느껴집니다. 사실 이 말씀은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색은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은 색과 다르지 않다)’이라는 반야심경의 교리를 산과 물에 비유해 표현 것입니다. 바로 대승불교의 핵심사상이죠.


한 때 불교철학에 관심이 생겨 책을 몇 권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얻은 알량한 지식에 기반해 대승불교의 핵심사상을 물방울에 비유를 해 보면 이렇습니다. 


하나의 물방울이 다른 물방울과 자신을 구분하여 스스로를 내세우면 한낱 물방울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버린다면 물방울은 개천이 되고, 큰 강이 되며, 바다도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바다가 되어서도 물방울은 물방울입니다. 그러나 스스로를 내세우던 물방울과 바다가 된 물방울은 차원이 다른 물방울이 되는 것입니다. 그 차이는 마치 세속에 찌든 중생과 해탈한 부처와 같이 크게 됩니다. 이처럼 대승불교는 해탈에 이르는 과정을 색즉시공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성철스님의 첫 번째 말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는 자신을 내세우는 물방울입니다. 두 번째 말씀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니로다”는 물방울이 자신을 버리는 과정이죠. 그리고 “산은 물이요, 물은 산이로다”는 다른 물방울과 일체가 되어 바다가 된 물방울을 이야기하며, 마지막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는 만물과 일체가 되어 다시 물방울로 돌아온 해탈의 경지를 의미합니다.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를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 번째 단계의 물방울에 불과할 것입니다. 하지만 거기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는 것 같습니다. 원만하게 사시는 분들이 계신 반면, 유별나게 남과 자신을 구분하고 편 가르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딥딘의 소설 <죽은 못>에서 베네치아 민족주의 선동가는 “진정한 적수가 없으면 진정한 동지도 없다. 우리 아닌 것을 미워하지 않는다면 우리 것을 사랑할 수 없다. 이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자신의 가족, 정신적 유산, 문화, 타고난 권리, 스스로를 부정하는 셈이다”고 말합니다.


어찌 보면 그 선동가의 말이 성철스님의 말씀보다 더 현실적으로 와 닿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성철스님의 말씀을 훨씬 더 좋아하죠. 벌써 금요일입니다. 내일의 산행을 기대하며, 일하기 싫은 마음에 몇 자 쓸 데 없이 긁적여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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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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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성우 | 작성시간 19.07.12 물리학에선 E= mc ^2 ^^
    에둘러 말하는 것이 부드럽긴 한데... 난세에 답답함만 느는군요.
    힘냅시다!
  • 답댓글 작성자파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7.12 성우님..
    언제 한 번 뵙고 소주 한잔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 답댓글 작성자코지 | 작성시간 19.07.12 파람 성우님은 술 못드시는걸로 앎
  • 작성자재즈 | 작성시간 19.07.13 물방울 속에서 산을 봅니다~^^
  • 답댓글 작성자파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7.13 재즈님
    경지에 오르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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