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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궁이야기.

작성자드라구노프|작성시간04.12.31|조회수885 목록 댓글 4
 

이번에는 석궁에 대해서 한번 써 보겠습니다.


만약에 미국에서 시판되는 컴파운드 석궁이나 다양한 리커브 석궁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하셨다면 그냥 뒤로 가기 누르는 게 편할 듯···· 드라구노프는 현대의 수렵용 석궁에 대해서는 개뿔도 모릅니다.-_-


드라구노프는 다니는 학과가 사학과다 보니까 전쟁과 무기의 역사에 관심이 좀 있습니다. 그래서 전투용 무기는 시대를 막론하고 좋아하는데 레저 스포츠 및 사냥용으로 쓰이는 무기들에 대해서는 지식이 뷁뷁뷁뷁이죠. 그래서 사냥용 컴파운드 보우에 대해서도 실은 잘 모릅니다.


이 카페가 ‘스포츠용 활’을 전문으로 다루는 카페라는 걸 생각하면 드라구노프는 추방대상 1호일지도···· -_-


->드라구노프는 이런거나 가지고 놀아야 될지도 모릅니다.-_-


그런 고로, 이제부터 이야기하는 석궁들도 사냥용과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제가 다률려는 넘들은 유럽과 아시아의 군인들이 고대부터 장구한 세월에 걸쳐서 적군을 죽이는 데 사용했던 석궁들이고, 이 녀석들은 현대의 컴파운드 석궁과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


인류가 활을 사용하게 된 건 석기시대인 28,000년쯤 전이라고 합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썼다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죠. 가장 오래된 활 관련 유물은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석제 화살촉인데, 이게 28,000년 정도 된 겁니다.


이처럼  활의 역사가 수만 년에 달하는 것에 비해, 석궁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세계 최초의 석궁이 개발된 것은 BC 500년 정도인데, 최초의 석궁은 바로 중국에서 개발되었죠.


->진시황릉에서 출토된 석궁수 조각상의 사진


-> 거기서 같이 딸려나온 석궁.


->그 석궁에 쓰이는 화살들.

석궁 하면 흔히 유럽의 것들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석궁을 유럽에 전해준 것은 중국이었습니다. 유럽에서는 석궁의 역사가 로마시대부터지만 아시아는 그보다 수백년 전인 춘추전국시대부터였죠. 


중국은 춘추전국시대에 혹독한 전란을 거치면서 다양한 종류의 석궁들을 개발합니다. 그리고 이후 수많은 왕조에서 사용되었습니다. 심지어는 소총이 등장하던 청 왕조때에도 석궁병의 명맥은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중국은 고대나 중세를 통틀어서 석궁을 사용한 전술에서는 세계 최고였습니다. 편제도 전문 석궁병을 따로 편성하고 운용했는데, 당 왕조 때에는 석궁병의 비율이 전체병력의 5분의 1정도였다고 합니다.


-> 중국 진 왕조때의 전투대열. 저 대열의 제일 뒷줄에는 석궁수를 비롯한 궁수들이 배치되어서 전투 시작 전에 화살을 우박처럼 퍼부었다고 합니다. 


그럼 중국 석궁의 위력은 어느 정도였을까? 


많은 분들이 놀라실지도 모르겠는데, 중국의 석궁은 이미 전국시대에 800미터까지 화살을 날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당 왕조의 궁수 훈련 기준으로는 300미터 거리에서도 사람 크기 표적을 맞출 수 있어야 했으며 150미터 거리에서는 무조건 명중시켜야 했죠.


이 카페의 분들 대부분이 활의 고수니까 잘 알 겁니다. 300미터에서 활로 사람을 맞춘다는 게 얼마나 구라인지를 말이죠. 특히 드라구노프는 저격총을 쥐어도 못할 짓입니다. 그런데 중국의 석궁수들은 그 거리에서도 사람을 맞출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중국 석궁의 파워는 얼마나 될지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작해야 화살 쏘는 석궁주제에 지가 무슨 저격총이라고 30미터도 아닌 300미터에서 사람을 맞추고 자시고 하냐고. 이건 드라구노프도 대단히 오랫동안 가진 의문이죠.


 

-> 300미터가 장난인감? 저격총으로 쏴야되는 거리인데.


그런데 놀라지 마시길, 한왕조대의 전투용 석궁의 장력(드로우 웨이트)은 무려 160kg 이었다고 합니다. 파운드로 환산하면 자그마치 350파운드죠. 이것도 끝이 아니고 고대 중국 최강의 석궁들 중에는 200kg이 넘는 것도 있었다고 하니 그저 입만 떡 벌어질 뿐입니다.


-> 참고로, 오늘날의 컴파운드 석궁 중에서 장력이 세계 최고인 것도 200파운드임··· 사진은 CB295 Horton BlackHawk


장력이 70파운드만 해도 맷돼지가 즉사하고 100파운드쯤 되면 화살이 강철판을 관통합니다. 350파운드 활이라··· 그걸 도대체 뭐에 쓰려고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엄청난 무기인 건 틀림없습니다. 중국의 석궁수들은 중장기병의 철갑옷 정도는 150미터 거리에서도 종잇장처럼 뚫었다고 하죠.      


과연 저 괴물 같은 위력이 진짜인지는 상당히 의심이 가지만, 아무튼 기록에는 그렇다고 나와 있습니다. 중국 당왕조대의 문헌인 무경총요(武經蔥擾)에 기록된 내용입니다.


-> 바로 그 괴물 석궁이랩니다.


각설하고 중국의 석궁은 사정거리와 위력 하나는 정말 확실했습니다. 150미터 거리에서 갑옷을 관통할 정도라면 말 다 한거죠.


하지만 장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엄청 긴 것은 치명적인 단점이었습니다. 중국의 석궁들은 무거운 장력을 견디기 위해서 도르레를 썼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1분에 고작 한발 정도를 쏠 수 있었죠.


->중국 석궁도 이런 식으로 장전했을 겁니다. 그림은 이탈리아의 석궁수.


아무튼 중국에서는 3000년에 걸쳐서 다양한 종류의 석궁을 개발하고 사용합니다. 그 종류와 형태는 엄청 다양하고 역사도 깊죠.


중국이 이토록 석궁에 집착한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위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훈련기간이 짧은 석궁의 특성 때문이었습니다. 일반 활을 전투에서 사용하려면 최소한 3~4년은 연습을 해야되는데, 역대의 중국 왕조들 중 어느 왕조도 농민병들에게 그런 훈련을 시킬 만한 돈이 없었죠.


중국은 역사적으로 군사력의 중추를 농민징집병이 담당했습니다. 한마디로 무기라고는 만져본적도 없는 무지랭이들이 군병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죠.


이처럼 무식한 농민들을 정예 군인으로 바꿀려면 석궁이 최고의 무기였습니다..


석궁은 쏘는 사람의 실력보다는 기계장치에 의존하는 무기입니다.

예를 들어서,

활로 100미터 앞의 사람을 맞추려면 몇 달 가까이 연습을 해야 합니다. (약골 드라구노프라면 평생가도 불가능-_-). 하지만 석궁은 아무리 훈련이 안된 약골이라도 일주일만 연습하면 100미터 거리의 사람크기 표적 맞추는 것을 수월하게 할 수 있죠.


중국의 농민병들도 별 무리 없이 사격에 숙달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중국 왕조는 군대의 주력 병기로 석궁을 사용했죠.


->심지어, 장애인도 석궁을 쏠 수 있슴다. 이렇게···-_-


나중에 중세 유럽에서도 석궁의 이러한 장점은 크게 부각되어서 기사들을 몰락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농사짓던 무지랭이 농노도 석궁 한자루만 쥐여주면 수십년동안 전투만 치러온 기사를 죽일 수 있었는데, 그 때문에 유럽의 기사들에게 석궁은 공포의 무기였죠. 


하여간 중국이 사용한 석궁을 다 들먹이면 백 가지가 넘는데, 그걸 전부 소개하는 건 불가능하니 그만 여기서 접기로 하겠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드라구노프한테는 그 방대한 자료를 다 정리해서 올릴 수 있는 능력도 시간도 없습니다.(특히 능력이 없습니다.-_-)


나중에 언제 글을 또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음 번에는 유럽의 석궁에 대해 한번 다뤄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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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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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로빈훗 | 작성시간 04.12.31 오우! 정말 대단하네요. 회원님이 사학과였구만요. 탐구, 연구정신이 뛰어난 우수한 학생회원님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활이 총이 발견되기 전까지 막강한 전쟁무기였다는 사실은 모두가 아는 예기이지요. 전혀 무관하지 않으니 힘내시고 좋은 자료 많이 올려주세요.1
  • 작성자순신이 | 작성시간 04.12.31 역시 재밌어요 -_-ㅋㅋ 다음 글도 기대해 보겠습니다
  • 작성자붕어 | 작성시간 04.12.31 굿!~~
  • 작성자자연인 | 작성시간 04.12.31 역시 사학도 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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