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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야기

[스크랩] 베니테즈의 성격을 보여주는 리버풀 시절 일화 모음 .txt

작성자민방위 공병|작성시간18.12.11|조회수317 목록 댓글 4

Steven Gerrard talks with Rafa Benitez (left) during the unforgettable 2005 Champions League final in Istanbul


- 스티븐 제라드 


난 라파 베니테즈가 날 인간적으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내 느낌이 그랬다. 라파가 우리 어머니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런 느낌이 시작된 것 같다.


라파는 2004년 6월에 리버풀 감독으로 부임했다. 난 그때 유로 2004를 뛰고 있었다. 前 감독이었던 울리에와 우리 어머니가 같이 포르투갈에 와서 잉글랜드 vs 크로아티아 경기를 관전했다. 거기서 그들은 우연히 라파를 만났다.


울리에가 우리 어머니를 라파에게 소개했다. 라파는 악수를 하며 '안녕하세요' 라고 한 후에, 대뜸 돌직구를 날렸다. '스티븐은 돈을 좋아하나요?'


그냥 평범하게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하면 될 것을. 난 그 얘기를 듣고 무슨 그런 질문이 다 있냐고 생각했다.


난 리버풀에서 함께 했던 모든 감독들과 지금도 서슴없이 전화할 수 있지만, 라파는 유일하게 그렇게 못할 것 같다.


난 라파가 스페인어를 쓰는 선수들을 더 좋아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남미 선수들을 좋아했다. 물론 거기에 대해 불만은 없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다른 선수들을 이름으로 부르다가도 나는 꼭 '제라드'라고 성으로 불렀다. 라커룸에서도 다른 선수들은 별명으로 불렀지만 난 언제나 '제라드'였다.


물론 '스티비'라고 부르던 '제라드'라고 부르던 내 경기력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었을 것이다. 라파는 단연 내가 함께 일한 감독들 중 가장 전술적으로 명석한 감독이었기 때문에 호칭 따위에 불만을 갖지는 않았다.


FA컵 결승전에서 내가 트로피를 들어올린 후, 20분 뒤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라파는 내가 없었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고 말했다. "제라드가 없었어도 우리가 졌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가 2골을 넣고 승부차기까지 성공시켰는데 말이다. 


하지만 난 라파를 이해했다. 사람들은 라파가 나를 평가절하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라파에겐 팀이 가장 중요했다. 라파에게 8번은 리버풀이라는 기계의 한 톱니바퀴일 뿐이었다. 그의 의견을 존중한다.


우리의 관계는 극도로 프로페셔널했고, 그의 냉정함은 날 더 강하게 만들었다. 난 라파의 칭찬을 갈구했다. 한편으로는 라파에게 '너도 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우리는 불과 얼음 같은 관계였다.



- 페르난도 토레스


어떤 경기에서, 난 정말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해트트릭을 했고, 모두가 나에게 '너가 최고다' '축하한다' 같은 말들을 해줬다. 근데 라파는 나에게 '너 오늘 턴오버 8번이나 했어' 라고 말했다. 그게 그의 동기부여 방식이었다.


+ 아내가 곧 출산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렸는데, 라파는 그에 대한 언급을 거의 하지 않고 바로 토레스의 니어포스트 침투 움직임에 대한 전술적인 얘기를 함



- 크레이그 벨라미


내가 리버풀로 이적한 후 훈련장에 처음 간 날, 메디컬이 끝난 후 난 라파를 만나러 그의 사무실로 올라갔다. 라파는 아주 비즈니스적인 태도로 나를 맞이했다.


라파는 내가 화를 내며 으르렁대고 있는 표정이 커다랗게 실린 신문 기사를 내밀었다. 그 때 나는 항상 화가 나있었기 때문에 항상 그런 표정이었다.


라파가 내게 물었다. "왜 이런 표정을 짓고 있는거지?" 나는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이런 상태로 경기를 뛰면 안돼. 선수로서 이런 공격성은 좋지 않아." 나는 알겠다고 답했다. 그 사진이 찍힌 경기에서 왜 화가 났는지 기억이 돌아오고 있었지만 말하면 안 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라파가 화이트보드를 가져오더니 나에게 축구 전술 퀴즈를 내기 시작했다. 이 포메이션, 저 포메이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장단점이 뭔지, 라인 사이에서 움직이는 것의 장점이 뭔지 등등. 그리고 동료가 특정 위치에서 공을 잡고 있으면 내가 어디로 뛰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문제를 냈다. 라파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해서 물어봤다. 내가 답을 맞춰도, 또 비틀어서 다른 답을 요구했다.


"너가 톱으로 뛰고 있을 때, 이 선수가 공을 잡고 있으면 넌 어디로 가야 하지?" 마치 객관식 시험 같았다. 내가 왼쪽으로 갈 것 같다고 답하자, 라파는 "맞아, 맞는데 오른쪽으로 먼저 달렸다가 왼쪽으로 가야지." 라고 말했다. 나중에 다른 선수들에게 물어보니, 그냥 라파가 원래 그렇다고 하더라.


라파는 전술적으로 매우 뛰어난 감독이었고 난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하지만 라파는 선수들에게 일정 부분 자유도와 재량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매우 엄격한 감독이었다. 


라파는 처음 사무실에서 나눈 대화처럼, 특정 상황에서 정해진 움직임만을 원했다. 상대 수비수가 내 움직임을 읽었다는 느낌을 받아도 다른 플레이를 해서는 안됐다. 내가 그 움직임을 반복함으로써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였다.


내가 같이 일한 감독 중에 라파는 가장 선수들을 믿지 않는 감독이었다. 훈련 시간이 끝나면, 라파는 직접 공을 주워서 가방에 담았고 누구에게도 추가 훈련이 허용되지 않았다. 스트라이커들은 훈련 후에 개인적으로 슈팅 연습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라파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로테이션도 적응하기 어려웠다. 라파는 로테이션을 자주 하는 감독이었는데, 문제는 킥오프 1시간 전까지 선발 명단을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나는 선발 출전하는 날의 경우에 나만의 루틴을 갖고 있었는데, 킥오프 1시간 전까지 선발 여부를 알 수가 없으니 준비를 하기가 어려웠다. 


라파는 상대에게 라인업이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즉, 선수들이 비밀을 지킬 거라고 믿지 않기 때문에 선발 여부를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라파는 경기장 안에서도 선수들을 믿지 않았으니, 경기장 밖에서 믿지 않는 건 당연했다.



- 예지 두덱


라파는 대단한 전술가였지만,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 부족했고 굉장히 냉정하게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선수들을 다룰 때 항상 문제에 직면했다. 그는 항상 선수들과 자신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세웠다.


챔피언스 리그 우승 이후, 난 라파가 나를 공정하게 대우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라파의 방식이었다. 그는 비즈니스 마인드였기 때문에 거의 비인간적일 정도로 냉정하게 움직였다. 


새로운 골키퍼 레이나가 영입되었고, 나는 바로 라파를 찾아갔다. 라파는 레이나 영입이 나의 이적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했지만, 나는 후보로 쓸 생각이라면 이적을 허용해달라고 말했다. 라파는 진지한 오퍼를 기다려보자고 말했다.


그 후 쾰른의 관심을 받았고, 나는 이적하고 싶다고 말했다. 라파는 좋은 선택이 될 거라고 말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나의 이적을 돕겠다고 말했다.


협상이 시작되었다. 난 쾰른 측과 주기적으로 연락하고 있었는데, 쾰른 측에서는 라파가 대화를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나의 실망감은 점점 커져갔고, 이적 시장 마감일이 되자 폭발하고 말았다. 훈련이 끝나자마자 나는 장갑을 집어던지고 분노에 찬 상태로 라파에게 다가갔다. 선수들은 구경거리가 생겨서 좋아하며 우리 주위에 몰려들었다.


내 안에서 악마의 목소리가 라파에게 주먹을 날리라고 외쳤다. 난 정말로 때리는 상상까지 해봤지만, 후폭풍이 걱정되어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대신 라파가 약속을 어긴 것을 비난한 후에 라커룸으로 가버렸다.


제라드가 바로 나를 따라오면서 말했다. "너 라파 때리려고 했지? 그치? 너 정말 ㅈㄴ 때려버리고 싶었던 거 같은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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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樂 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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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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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심봉다 작성시간 18.12.11 제라드 ㅋㅋㅋ
  • 작성자귀곡유령 작성시간 18.12.11 제라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작성자날풀어줘에펨 작성시간 18.12.11 인격적을 문제가 있구만
  • 작성자핸드크림 작성시간 18.12.12 너드 스타일의 사람이네요. 분위기 파악이 늦지만 자기 과업은 철저하게 처리하는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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