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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감독 칼럼

누캄프," 챔피언스 리그 4강 토너먼트 1차전 바르샤 : 맨유."

작성자Pooh season 3.40|작성시간08.04.24|조회수372 목록 댓글 7

 바르샤의 홈 경기 누 캄프의 열기는 대단했다. 가히 유럽 최고의 대회인 챔피언스 리그 4강전이라 할 만 했다. 어제 리버풀 홈팬들의 잉글랜드 최고의 인기팀 다운 면모를 보여준 열정적인 응원 자세에 놀랐다면 오늘의 경우는 1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경기장에서 울려 퍼지는 함성 소리에 맨유 팬으로서 시종일관 주눅 들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맨유나 바르셀로나나 100% 완벽한 모습으로 임한 경기는 아니라고 본다. 챔피언스 리그 4강이 유럽의 대부분의 리그들이 시즌 막바지에 접어 들었을 때에 돌입을 하기 때문에 거의 100%의 수준에서 경기에 임하는 리그 초반하고는 차이가 있다. 주전 선수들의 부상 이탈과 핵심 선수들의 과다한 출전으로 인한 컨디션 저하 등이 그것이다.

 

 맨유의 경우에는 루니와 호날두의 경우가 그러한 데, 이들이 올 시즌 컵대회를 포함하여 출전하지 않은 경기가 손에 꼽을 정도로 이 둘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그에 따른 이 둘의 피로 누적도 다른 누구보다 더 심하다고 할 수 있다. 테베즈는 사하의 부상이탈로 1군 스쿼드에서 루니와 더불어 아주 귀중한 포워드 자원으로 가치가 올랐으며 최근 몇 경기 동안 루니의 백업으로 벤치에 대기하여 컨디션을 조절하는 데 주력했다. 이것은 갑작스런 솔샤르의 은퇴로 포워드에 공백이 생기고 사하마저 시즌 아웃이 확정되자 맨유가 시즌 막판 4-3-3 포메이션을 중용한 부수적인 요인으로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겠다. 문제는 수비에서 아주 중요한 임무를 맡아온 비디치의 결장이었는 데, 그의 공백은 앞으로도 남은 리그 일정과 챔피언스 리그 대회에서 큰 차질을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 오기를 바랄 뿐이다. 비록, 리그의 우승을 위한 가장 중요한 경기인 첼시전에서 그가 불참할 것이라는 불운한 소식이 들려 왔을 지라도 말이다.

 

 바르셀로나의 경우에는 맨유의 현 상태가 오히려 양반 소리를 들을 정도로 매우 처참하다. 작년 시즌 까지만 해도 메시와 더불어 공격의 원투 펀치였던 호나우딩요가 불분명한 부상 이탈로 훈련에 불참했고, 이번 시즌 내내 호나우딩요와 레이카르트의 관계가 불편했던 점은 결국, 바르셀로나가 원년 챔피언의 체면을 구기고 있는 올 시즌의 모습에 큰 영향을 미치는 듯 하다. 올 시즌에도 바르셀로나의 공격을 이끄는 핵심 선수로 꾸준하게 활약하고 있는 메시의 경우도 낙관적일 수만은 없었다. 부상에서 갓 회복하여 최근 두 경기 동안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한 체, 이번 누캄프에서의 빅매치에 임해야 했기 때문에 메시가 사실 100% 컨디션이 아님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었다. 여기에 앙리의 감기 증상과 푸욜의 출장 정지는 바르셀로나로서는 상당히 뼈아팠을 거라 짐작된다. 결과적으로 바르셀로나로서는 메시가 선발된다고 하더라도 공격과 수비 양 측면에서 핵심 선수를 한 명씩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려는 양팀 감독의 지력 싸움도 이 경기를 지켜 보는 하나의 재미 포인트였다. 하지만, 경기가 열리는 스타디움은 바르셀로나의 홈 누캄프였다. 그래서인지 레이카르트 감독은 평소의 포메이션과 다를 바 없는 전술을 들고 나왔고 선수들도 팀 여건이 맡는 한 최상의 전력으로 임할 수 있도록 선발했다. 이에 반해 퍼거슨은 상대팀의 홈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몇 가지 무리수와 가까워 보이는 모험을 시도하였는 데, 그 중 하나는 하그리브스의 첫 윙백 선발과 - 물론, 시즌 경기 도중 윙백으로 자리를 옮긴 적은 있을 지라도 윙백 자리에서의 선발은 맨유에서 처음- 브라운의 올시즌 첫 중앙 수비수 기용, 그리고 루니를 윙으로 활용하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포워드로 내세우는 게 그의 변칙수였다. 이것은 사실 바르셀로나로서는 당혹스러우면서도 가능성을 낮게 보고 대비를 했을 맨체스터의 전력 구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바르셀로나의 측면 공격을 막기 위해 맨유 윙 중 가장 수비 능력이 좋은 박지성의 선발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되어 왔다지만, 루니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자리를 맞바꾸리라고는 누구도 생각 못했다. 그리고 시즌 막판, 특히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 라운드에서 4-3-3을 중용해왔다는 점에서 항상 중앙 미드필더를 셋을 두는 바르셀로나를 두고 스콜스와 캐릭 만으로 중원 싸움을 할 것이라고도 다소 의외였다.

 

 축구팬들은 이를 두고 호날두보다 수비 가담이 좋은 루니를 윙으로 두고 이번 경기에서 중앙 수비수로 기용될 것이 유력했던 푸욜의 공백을 노려 일찌감치 호날두를 중앙에 포진시켜 중앙 수비수들을 괴롭힐 생각인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막상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호날두를 기왕에 중앙 포워드로 활용할 것이라면 호날두 혼자를 두는 것보다 옆에 테베즈가 있는 것이 더 나을 듯해 보였다. 물론, 수비에 충분히 가담할 수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하나 줄일 수 있을 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이번 맨유의 선발 라인업을 평가한다면 선수비 후역습이라는 수비 무게 중심의 공격적인 역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포워드 자리에 두 명의 선수를 포진시켰기 때문에 이 전술을 두고 수비에 치중하기 위해 나왔다는 말은 어불성설이었다. 물론 수비에 치중하기 위한 것이 이번 전술의 포석 중 하나라고 하더라도 퍼거슨은 분명, 맨유의 역습 전개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봤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수비에 가담할 수 있는 미드필더 자원을 포기하고 포워드에 둘을 두는 선발을 과감하게 내세우진 않았을 것이다. 또한, 퍼거슨은 이번 경기에서 비기기에 만족할 게 아니라 설사 비기더라도 점수를 내려는 작정으로 90분 내내 임했다고 본다. 그러지 않고서야 일방적으로 경기가 밀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투톱 시스템을 끝내 포기하지 않고 존오셔나 피케 등 수비가 좋은 선수들의 투입을 포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맨유의 후반 조커 선수들은 공격 가담이 좋은 나니와 긱스였다. 경기의 주도권은 빼앗기 힘들지라도 어쩌다 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포석과 같아 보였다.

 

 그리고 맨유는 킥오프 직후 결정적인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승리의 기운은 퍼거슨 쪽으로 기우는 듯 했다. 하지만, 이를 호날두가 실축함으로써 오히려 바르샤 선수에게는 전화위복이 된 셈이었고, 메시가 있는 오른쪽 방향으로의 공격 빈도가 높아지면서

'사비 or 데코 & 메시' 의 2대1 패스나 최전방에 있는 에투로의 날카로운 크로스 연결이 많이 시도되었다. 이때 맨유의 페널티 진영으로 넘어오는 날카로운 크로스 등을 퍼디난드와 브라운이 걷어내지 못했다면 맨유는 분명 한 점이고 두 점이고 바르샤에게 쉽게 헌납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만큼, 이번 경기에서 퍼디난드와 브라운의 수훈은 대단했는 데, 퍼디난드는 백패스미스를 저지르고도 양 팀 중 가장 높은 평점인 8을 부여 받았다. 비록 그것이 스카이 스포츠라는 스포츠 전문 사이트에 한 할지라도 말이다.

 

 전반전은 사실상 레이카르트의 전술적인 힘이 퍼거슨보다 더 강했다고 본다. 박지성은 활동량이 많고 움직임은 좋았으나 태클 시도 횟수에 비해 성공 횟수가 적었고, 에브라는 경기 내내 메시의 드리블을 제어하지 못했다. 심지어는 스콜스와 캐릭이 빠르게 공격에 가담하는 야야 투레와 이니에스타 등을 쉽게 끊지 못하고 위험 지역에서 프리킥을 여러 차례 내주는 상황을 연출하였는 데, 그 프리킥 지역은 맨유가 경기 통틀어 얻은 프리킥 존보다도 위협적인 슛팅이 가능한 아주 위험한 지역있다. 그래서 전반전만 보자면 사실 퍼거슨의 수비 전술이 성공했다기 보다는 퍼디난드와 브라운이 수비적 플레이에 있어서 만큼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능력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후반전 맹공세는 상당히 지루했다. 이는 스콜스와 캐릭이 전방으로 넘어서는 움직임을 최대한 자제하고 롱 볼로 공격진에 연결하는 것이 아니면 거의 후방에 위치하여 바르셀로나에게 아주 좁은 공간만을 허용하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을 풀어 나가는 레이카르트의 공격 전술은 상당히 단조로웠는 데, 후반전에도 메시를 활용한, 메시에 의한, 메시의 발을 위한 공격 루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더구나 메시의 컨디션을 염려하여 메시를 뺀 순간 부터는 앙리의 페널티 에어리어 부근 중거리슛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찬스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심지어는 전반전 내내 보여줬던 최전방 공격수에게 연결하는 위협적인 크로스조차 후반전에선 실종했다.

 

 그래서 후반전에는 스콜스와 캐릭의 움직임을 후방에 두도록 지시하고 사실상 공격 횟수가 적어 활용의 기회가 적었던 루니를 쉬게 하면서 또다른 공격수를 투입하여 마지막까지 원정에서의 최후의 운좋은 기회를 포기하지 않았던 퍼거슨 감독의 전략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것이 반코트 경기로 비춰지더라도 말이다. 전반전은 매우 효과적인 바르셀로나였지만, 후반전에는 메시마저 없는 상황에서 바르셀로나 팬들은 메시와는 다른 측면에서 공격을 풀어 나가는 호나우딩요를 그리워 했을 지도 모르겟다. 이니에스타는 위험 지역에서 반칙을 얻어낸 것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윙과는 맞지 않은 선수처럼 비춰졌다. 데코와 사비의 경우도 공격 가담이 날카롭다고 이야기 못할 정도의 활약이었다고 본다. 오히려 야야 투레의 수비 가담 능력과 공격적인 움직임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그의 공격적 움직임에 캐릭과 스콜스는 경고를 받을 수 있는 반칙까지 서슴지 않고 해야 했다.

 

 경기를 통틀어 보자면 맨유에선 퍼디난드와 브라운, 그리고 바르샤에서는 메시와 야야 투레 선수가 팬들의 많은 사랑을 확보했을 거라 생각한다. 호날두의 경우, 맨유가 역습을 전개할 때 시작점이 되는 선수였음에도 불구하고 맨유의 역습은 이 시작점이 되는 선수에서 마무리 되었다. 그 만큼 호날두의 플레이는 기대 이하였으며 결정적인 찬스에서 몸싸움에 밀리면서 허둥대는 모습과 골 찬스에서의 집중력 부재는 그가 아직 최고 수준의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단언하는 좋은 경기였다고 본다. 나는 물론 호날두의 팬이고 맨유의 팬이기도 하지만, 호날두는 아직 성장해야 하는 선수가 분명하며, EPL에서는 이미 작년과 올시즌 최고를 입증하였지만, 유럽 무대에서 인정 받기 위해서는 그가 챔피언스 리그와 다가올 유로 대회에서 최고에 걸맞는 활약을 보여 줘야 한다. 그것도 가장 중요한 경기들에서 말이다.

 

 이제 경기의 전환점으로 돌아 섰다. 퍼거슨의 역습 전략은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점에서 맨유의 어린 선수들은 상당히 자존심 상하고 자신감을 많이 잃었을 것이다. 반면에 바르샤 선수들은 후반전 이렇다할 찬스를 만들어 내지 못하며 결국, 경기만 장악하고 보답을 받지 못했을 지라도 선수들 전반적으로 맨유에 대한 자신감이 가득 찼을 거라 생각한다.

 

 결국 이렇게 보자면 퍼거슨이 얻은 보답은 퍼디난드 비디치 조합에 이은 퍼디난드 브라운이라는 또 다른 철벽 조합과 다음 경기가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다는 점 이 두 가지 뿐일 것이다. 물론, 레이카르트도 상대의 홈에서 매끄럽지 못한 공격 전개를 어떻게 가다듬을 것인 가 골머를 앓을 것이다.

 

 

 

 

P.S 오랜 공백기 끝에 다시 글을 올립니다. 글의 관점이 다소 챔스 4강전 한 경기라는 좁은 범위이지만, 그래도 이대로 방치해 두면 방 하나 차지하고 월세 밀린 사람으로 전락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어렵지 않은 시간을 내서 한 번 써봅니다. ㅅㅅ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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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세르닌 | 작성시간 08.04.24 잘 봤습니다^^ 그런데 바르셀로나가 원년 챔피언이라는건 어떤 의미이신지요..
  • 답댓글 작성자Pooh season 3.40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4.25 아 잘못 알았네요. 단어 선택도 잘못했고.. 작년 챔스 우승이 바르셀로나인 줄 알았거든요. 이 글을 읽는 분들을 헷갈리게 하려는 악의적인 의도는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ㅅㅅ ㅎㅎ
  • 작성자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 작성시간 08.04.25 그 날 경기에서 로날도 만큼 고전분투한 선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야야투레와 잠브로타의 협공도 뚫어냈고 끊겼어도 대부분 파울로 끊긴거였죠. 비록 pk 실축을 범하긴 했지만... 영감님도 인정했을만큼 거의 혼자 다 할 수밖에 없었고 동료들의 지원도 완벽하지 못한 상황에 패스 하나도 제대로 못날라오는 상황에서 그정도면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 작성자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 작성시간 08.04.25 그리고 맨유 입장에선 0-0 무승부면 솔직히 위험한감도 없지는 않네요. 1골이라도 넣었어야 하는데...
  • 답댓글 작성자Pooh season 3.40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4.25 그렇군요. 세상의 중심에...님의 의견은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호날두는 PK 의외에도 적지 않은 프리킥을 찼었고, 페널티 부근에서 수비수에 의해 떠밀리는 등 그가 가지고 있는 화려한 돌파 의외에는 별 소득없는 움직임이었다고 보여 집니다. 그리고 그에게 패스를 줄 수 있는 상황은 많지 않았습니다만, 호날두는 페널티 부근에서 볼을 받은 게 적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한 찬스를 놓치는 점에서 호날두가 높은 평가를 받기는 힘들 거라 생각합니다. ㅅ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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