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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감독 칼럼

[초의 망상동산]#3. Hero

작성자게임초[알레부천]|작성시간08.11.06|조회수378 목록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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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도 줄 3개를 긋고있는 제 등급이 마음에 걸려서.. 시간이 남을 때 한 편 쓰고갑니다.

 

혹여나 제 등급이 잘못된 것이고, 구조조정중 누락된것이라면 적당한 게시판으로 옮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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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을 위한, 놀라운 헌신!

 

 

 

 

 축구계, 널리는 스포츠계 전반을 둘러봤을때 매우 뛰어난 업적을 이룬 선수들을 전설-Legend-라 칭하는 것은 이미 당연하다. 익히 알려져있는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 펠레, 마르코 반 바스텐, 로날드 쾨만 - 비록 그가 감독으로서 낙오자의 명성을 쌓았다고 해도! -, 요한 크루이프, 가까이는 근래 은퇴한 지네딘 지단까지. 이들은 모두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전 세계 축구팬들을 사로잡았고, 매우 칭송받았으며 지금에 들어서도 항상 이야기거리가 되고있다.

 

 이와는 조금 다른 선수들을 생각해보자. 매트 르 티시에르, 안도니 수비사레타, 파올로 말디니, 앨런 시어러, 로이 킨, 올레 군나르 솔샤르, 데니스 베르캄프, 데이빗 시먼, 가브리엘 오마르 바티스투타... 개중 몇몇은 전설이라 불리는 선수들과도 그 궤를 같이하나, 몇몇은 그 정도로 알려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위의 선수들처럼 아직도 기억되고 있는것은, 이들이 한 팀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헌신의 모범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모두가 이렇게 부른다고 장담을 하지는 못하지만, 나는 이들을 '영웅' 이라고 부른다. 뉴캐슬 팬들에게 물어보라. 당신의 영웅은 누구입니까? 답은 여러가지다. 앨런 시어러, 제키 밀번, 케빈 키건, 셰이 기븐... 그러나 공통점이라면 이제 명확하다. 리버풀 팬들에게 물어보라. 당신의 영웅은 누구입니까? 스티븐 제라드, '또 다시' 케빈 키건, 제이미 케러거, 어쩌면 빌 샹클리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이런 의미에서, 영웅은 지역을 빛내고, 그 팀을 위한 놀라운 업적을 이룬 선수와 감독 모두를 지칭해도 될 것이다.

 

 

 

 

 

May the 'my' hero be with you...

 

 

 

 

 

 이제 장면을 돌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워크래프트 3'에 관해 생각해보자.(아니라면 다른 영웅이 있는 게임 모두가 허용된다. 딱히 당신이 워크래프트 3를 모른다고 하더라도, 이 칼럼을 닫으려 '뒤로가기'를 누르지는 말아줬으면 한다) 우리는 승리를 위해 일반 유닛이 아닌 '영웅' 유닛을 활용하고, 실제로 이 유닛을 살리냐, 죽이냐에 따라 전세는 크게 달라지게된다. 상대편 입장에선 반드시 잡아야 되고, 자기 입장에선 반드시 살려야 하는것이다.

 

 자, 다시 장면을 돌려 이를 축구판으로 돌려보자. 당신의 팀 - 여기선 뉴캐슬을 예로 들겠다 - 이, 다른 영웅을 '죽이지' 못해서, 결국 승패가 갈렸다고 보자. 그래, 여기선 아마 폴 스콜스, 스티븐 제라드, 라이언 긱스 정도가 적당할것이다. 06-07시즌 이후, 뉴캐슬은 더 이상 잉글랜드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으니까. 이들에 의해 승패가 갈린 후, 당신은 어떤 기분을 느끼겠는가? 글쎄, 많은 사람이 다른 생각을 할 지 모르겠지만, 나는 상대 선수에 대한 자그마한 분노와, 팀에 대한 실망감이 번진다.

 

 그렇다면, 경기가 치뤄지고, 몇년, 몇 십년이 지나 당신을 그토록 괴롭히던 적의 영웅이 은퇴한다면, 당신은 그를  그 연고팀에서 응원하던 사람들과 함께 박수를 쳐줄 수 있겠는가? 아, 물론 박수는 쳐줄 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좋아' 하게 될 수가 있는지의 여부는, 분명 별게의 문제다. 이는 딱히 은퇴한 선수라던가, 위대한 영웅이 아니더라도 허용된다. 로리 델랍에 당하고 있는 수 많은 프리미어리그 팀들의 팬들이, 만약 스토크 시티가 잔류하고 로리 델랍이 스토크의 영웅이 된다면, 그를 순수하게 좋아해줄 수 있을까? 암르 자키에게 당한 수 많은 프리미어리그 팀들의 팬들이, 그를 사랑할 수 있을까? ('우리 팀으로 이적해온다면' 같은 바보 같은 전제를 제외하고 말이다!)

 

 답은 명백히 'No'다. 그럴 수도 없을것이며, 그래서도 안된다. 간단히, 뉴캐슬의 팬인 내가 '켄와인 존스를 존경합니다. 그는 우리 뉴캐슬에 없는 것을 가지고 있어요.' 라고 말했다고 생각하면, 나를 알고 있던 모든 지인들은 잠깐 말을 않고, 고개를 저은 후, 자기가 잘 아는 정신과로 나를 데려가려고 할 것이다. 사실 직접 맞붙고 부대끼는 팀이 아닌 곳의 영웅들은 존경하기도 쉽고, 좋아하기도 쉽다. 하지만 직접 부대끼는 경우에는 매우 사정이 달라진다. 이것은 승패가 걸린 상황에서의 상대팀 선수의 모습은 모두 다 적의를 띈 행동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클것이다. 소속감에 의한 심리의 변화는, 상상 이상으로 강력하니까.

 

 이에 대한 예로, 리버풀 팬들에게(자주 들먹여서 미안하다. 사실 필자는 리버풀을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그에 비례해서 리버풀에 관한것을 많이 뒤적거리고 다닌다.) '맨유에서 좋아하는 선수가 있다면 누가 있습니까?' 라는 질문을 한 리포터가 있었다. 그가 받은 답은 간단했다. '게리 네빌, 폴 스콜스, 라이언 긱스등이 가진 팀 스피릿은 존경할만해. 그런데 좋아하는 선수가 있냐고? 기자 양반, 자네는 자네 마누라의 원수같은 년을 사랑한답시고 꽃다발을 들이대나?'

 

 

 

 

네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돌리지 말라.

 

 

 

 

 그러나 대부분의 팬들이, 이러한 상태를 축구장 바깥에선 자주 자각하지 못하는듯하다. 이는 잉글랜드 본국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인터넷이 활성화되고 또 여러 곳에서 부대끼는 특성을 가지는 대한민국에선 큰 문제가 된다. 자, 여기서도 스티븐 제라드를 예로 들어보자. '스티븐 제라드는 다이빙을 싫어한다면서 다이빙을 한다' 라는 말이 토론의 주제가 되었다고 치자. (어디까지나 '예를 들어'다. 최근 이슈화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와는 관계가 없다. 절대로!) 리버풀의 팬들은, 특히 스티븐 제라드를 '영웅'처럼 믿고 따르는 팬들은 이 말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할것이며, 다른 선수들의 예를 꺼내서 제라드를 변호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간혹 몇몇 팬들은, 이런 주제를 보고서, 자신의 영웅을 너무나 동경해 (어쩌면 아직 자제심을 가지기엔 너무 나이가 적을수도 있다) 발안자나, 이슈에 대해 반박한 글의 반박글을 한 사람들에게 인신공격을 하기도 한다. 축구는 어디까지나 축구에서 끝나야 한다. 몇 번이고 반복된 말이지만, 아직도 지켜지지는 않고있다. 생생한 예를 들어, '시어러는 영국 내에서만 활동해 검증되지 않은 스트라이커다' (몇몇 팬들에겐 놀라울지도 모르지만, 이는 실제로 논란이 되었었다!)같은 토픽이 나오면, 뉴캐슬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신나는 배틀이 펼쳐지게된다. 대충 알아보면

                     

시어러는 국제경기와 챔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펼쳤다 -> 그럼 뉴캐슬과 잉글랜드는 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나                 -> 시어러와는 관계 없지않나      ->   생각을 똑바로해라. 스트라이커 탓도 분명히 있고 시어러는 스트라이커다. 팀 내 비중을 생각하면 이는 분명하다.  -> 시어러 비난을 하다가 갑자기 나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은 무엇인가. 당신이야말로 생각 똑바로해라 -> ......

 

과 같은 패턴이 되는것이다. 과연 이 패턴을 보고, '소설같은 말이군' 이라며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You'll never live alone

 

 

   갈등과 반목을 해결하게되면, 그 자리에선 성숙과 평화가 피어난다. 그러나 인터넷의 성격상, 대부분의 경우 자기가 글을 클릭하지만 않으면 보지 않아도 되므로, 사과나 승복 없이 게시글이 밀리고 밀려 잊혀진다. 이렇게 과열되는 대립 양상을 띄다가 결국 완만한 해결 없는 패턴이 반복되면, 성숙과 평하는 고사하고 상대, 나아가 상대 팀과 선수에 대한 증오와 불만만이 가득차게 된다.

 

 

  자신의 영웅을, 남에게도 영웅으로 대접하라고 강요하지 말자. 남들이 제라드를 알아주지 않으면 어떤가? 그는 리버풀을 수 차례 위기에서 구해냈고, 훌륭한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고 있지 않은가? 세간이 폴 스콜스가 박지성에게 패스를 주지 않는다고 비난하면 어떤가? 그는 많은 중거리슛으로 맨유를 승리로 이끌지 않았는가? 이들의 활약과 당신의 그들에 대한 동경이, 타인이 비방한 몇몇 단어에 의해 흔들릴 정도로 약한 것은 아닐것이다. 논점이 생기면, 그 논제는 축구장 안에서의 문제로 해결하고, 거기서 쌓인 스트레스는 TV 브라운관에서 자기의 영웅이 뛰어다니는 것을 보면서 만족하자. 축구의 세계는 넓고, 아직 칭송받지 못한 영웅들은 많이 남아있다. 한 영웅을 평하며 허송세월을 보내기엔 생이 너무 짧을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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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눈물콧물 | 작성시간 08.11.06 잘 봤습니다! 자신의 영웅이 꼭 다른사람의 영웅이 되란 법은 없죠//
  • 작성자Paul Sernine | 작성시간 08.11.06 '켄와인 존스를 존경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답댓글 작성자Cahill | 작성시간 08.11.06 ㅋㅋㅋㅋㅋ개웃겨
  • 답댓글 작성자투명한 겨울 | 작성시간 08.11.3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작성자로이 킨 | 작성시간 08.11.06 잘 봤습니다! 자신의 영웅이 꼭 다른사람의 영웅이 되란 법은 없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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