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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감독 칼럼

Ryan Giggs☆ says " 안정환과 라르손 "

작성자Ryan Giggs☆|작성시간09.03.07|조회수777 목록 댓글 5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이래저래 바쁜일도 있고 하다보니 까페에 들어오는 일도 줄어들고, 전처럼 활발하게 활동하기가 조금씩 힘들어지는걸 보면 저도 이제 조금은 나이를 먹었나봅니다..-ㅁ-;; 모처럼 쓸려니 떨리네요 ㅎㅎ

 

 

 

 

 

 

○ 테리우스의 등장

 

강렬했다. 눈부셨다.

 

이것이 필자가 처음 보았던 안정환의 모습이었다. 1998년 화려하게 등장한 그는 고종수, 이동국과 함께 K리그의 부흥기를 이끌었으며 곱상한 외모와 현란한 드리블, 경쾌한 슛팅으로 단번에 팬들을 사로잡았다. 필자역시 이러한 안정환의 모습에 반해 당시 부산대우 로얄즈의 서포터를 했었으며 K리그의 진정한 팬이 되었었다.

 

1998년 그의 눈부신 활약에도 불구하고 평생 단 한번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상은 이동국에게 넘겨주었으나, 1999년 그는 K리그사상최초로 정규리그 우승팀이 아닌 팀 출신 선수가 MVP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리기도 하였다. 또한 같은해 '올해의 골' 상을 받기도 했고 이러한 그의 능력은 이듬해 그를 이탈리아 세리에A로 이끌었다.

 

경기장에서 항상 긴 머리를 휘날리며 뛰는 그를 보며 팬들은 테리우스라고 불렀다.

 

 

○ 2002년 월드컵과 시련

 

2002년 월드컵 16강 이탈리아 전. 그는 단지 골든골을 넣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더이상 페루자에서 뛰기 힘들게 되었다. 굳이 다들 아시는 내용을 상세히 적진 않겠다. 다만 그는 세리에A에서 어느정도 적응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월드컵에서의 활약으로 그의 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페루자 측의 황당무계한 태도는 그의 축구인생을 망쳤다.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안정환이 당시 활약을 바탕으로 세리에A에서의 활약 혹은 다른 팀으로의 이적이 성공적이었다면 훨씬 더 유명한 선수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곤 한다.

 

어쨌든 그는 그렇게 일본으로 이적해야 했으며 요즘은 잘 모르겠지만 얼마후 그가 유럽 재진출을 시도했을때 그가 이런 인터뷰를 했던것이 기억난다. 일본에서의 선수생활이 오히려 유럽진출의 걸림돌이었다고, 당시 유럽에서는 월드컵에서의 한국과 일본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시아 축구에 대해 그다지 좋은 평가를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에서의 활약은 유럽 재진출에 있어서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했었다.

 

뭐 어쨌든, 2002년 이후 시작된 그의 "떠돌이 스트라이커"생활은 2006년 월드컵기간까지 지속되었고, 결국 그는 K리그의 컴백을 결정한다. 그리고 그는 부산대우시절의 푸른 유니폼이 아닌 수원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 부산으로 돌아온 테리우스, 그러나...

 

수원에서 1년여의 시간을 보냈으나 별다른 활약이 없었고 그는 결국 친정팀 부산으로 돌아왔다. 그의 마음가짐은 수원에서와 달라져있었다. 팀의 훈련에도 성실히 참여하고 사실상 팀의 얼굴로서 그는 부산의 축구붐 조성을 위해 사인회나 각종 구단 행사참여를 마다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팀 동료들과 잘 어울리려 노력했다. 과거 그를 우상으로 생각했던 젊은 선수들에게 경기장 안팎에서 귀감이 되며 팀 분위기가 과거에 비해 굉장히 좋아졌었다고 한다.

 

특히 경기장에서 그의 모습은 과연 저 선수가 안정환이 맞는가 하는 낯설음을 느끼게도 했다.

 

과거의 안정환은 화려하고 본인위주의 플레이를 펼치며 그다지 열심히 뛰는 것 처럼 보이지도 않는 그런선수였다. 하지만 부산으로 돌아온 그는 부산 아이파크의 유니폼을 입고나선 첫 경기부터 경기장을 이리저리 분주히 뛰어다니며 오히려 그가 체력소진으로 인해 부상을 당하지나 않을까 하고 걱정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악착같은 수비가담은 물론이거니와 무뎌진 득점감각을 억지로 끌어올리려는 노력보다는 경기를 조율해가는 플레이메이커 역할까지 했다.

 

많은 부산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부산 아이파크는 지난해 역시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팬들은 안정환의 귀환과 황선홍 감독이라는 두 스타가 부산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했고 행복했다.

 

하지만 안정환의 부산시절은 그것이 끝이었다.

 

그는 팀을 떠나 선수생활의 마지막으로 미국진출을 노려보겠다는 뜻을 구단에 전달했고, 구단측에서는 결국 그의 뜻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는 부산 아이파크, 아니 부산을 떠났다. 부산으로 돌아온지 정확히 1년만에..돌아올때의 마음가짐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는 떠났다.

 

 

○ 안정환과 라르손

 

물론 안정환 개인적으로는 어떠한 사정이 있었는지, 구단과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어찌되었건 그가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라르손이 떠올랐다. 개인적으로는 긱스를 제외하고 가장 좋아하는 선수 중 한명이기도 한 헨릭 라르손, 스웨덴의 불세출의 스타!

 

선수생명이 끝날수도 있었던 심각한 부상에도 불구하고 복귀해서 다시 정상의 자리에 섰던 선수, 수차례 국가대표 은퇴와 복귀를 번복하며 국가를 위해 헌신했던 선수, 여전히 빅리그 빅팀 등에서 구애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친정팀으로 돌아가 조용히 은퇴를 준비하는 선수..

 

그가 바르셀로나 시절의 선수생활을 뒤로하고 스웨덴으로 복귀하겠다고 했을때, 맨유에서의 단기임대기간이 만료되었을때, 이후 매번 있는 이적시장에서 여전히 그는 많은 팀의 구애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헬싱보리를 떠나지 않겠다고 누차 밝혔고 그 약속을 지켜가고 있다.

 

안정환을 보면서 왜 라르손이 떠올랐을까...

 

안정환은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국내 선수이다. 이는 그를 처음 보았던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치않고 있다. 물론 지금 이 순간도.

 

그가 2006년 월드컵 이후 한국으로 복귀한다고 했을때, 그 복귀팀이 수원이라는 것을 알았을때도 그를 원망해본적이 없었다. 오히려 차라리 수원을 응원할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가 지난해 부산으로 복귀한다고 했을때 그 누구보다 필자역시 진심으로 기뻤고 다시금 경기장을 찾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가 올시즌 종료 후 결국 구단과의 협상이 결렬되고 미국으로의 진출을 노리겠다는 기사를 봤을때는...

 

부산팬들은 스웨덴 국민들에게 있어서의 라르손에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안정환을 사랑했고 그의 복귀를 반겼었다. 또한 그의 선수생활의 종착점은 부산이겠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언젠가 스페인 국가대표 호아킨은 이런 말을 했던적이 있다.

"나이가 들어서 내 몸이 경기에 뛰기 힘들정도로 망가져있을지라도, 베티스가 나를 받아주기만 한다면 나는 베티스를 위해 뛸 것이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진 않는다..-ㅁ-;;)

호아킨에게 있어서 베티스는 현재의 그를 만들어준 팀이기에 그가 느끼는 친청팀 베티스에 대한 사랑은 매우 각별하다.

 

 

안정환에게 있어서 부산은 어떤 의미였을까..

 

 

○ 마지막으로 그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누비는 것을 보고싶다

 

그가 부산을 떠났지만 여전히 필자는 그를 가장 좋아한다. 그 어떠한 (국내)축구선수에게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어떠한 느낌...그 느낌이 든 선수는 이제껏 안정환 외에는 없었다. 이제 그를 아마도 K리그에서는 보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국가대표로의 발탁에 대한 기회는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그는 언제나 큰 경기에서 팬들로 하여금 어떠한 기대를 갖게하는 선수였으니..

 

또한 부산을 떠나면서부터 그는 축구선수로는 너무나 힘든 과정을 겪었다. 물론 선수 본인의 의지와 욕심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수 많은 팀을 떠돌아다녔던 안정환, 이제는 그가 진심으로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잘 마무리 할 수 있는 팀에서 뛰길 바란다. 더불어 그가 붉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뛰는 것을 여전히 보고싶다.

 

언젠가 또 한번 불쑥 나타나 멋진 개인기와 골을 보여주지는 않을런지..

 

그의 앞날에 좋은 일만 가득하길, 팬의 한 사람으로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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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TheBoxer | 작성시간 09.03.08 안정환선수 세리에 시절 스탯 좀 가르쳐주실 수 있나요?
  • 작성자Ryan Giggs☆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3.09 첫시즌에 15경기 4골 1도움, 두번째시즌에 15경기 1골이었네요..음..생각보단 두번째시즌 기록이 좋진 않군요;;
  • 작성자新천마교 전파자 | 작성시간 09.03.10 으헝...ㅠㅠ안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대우로얄즈 시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작성자Zinedine Zidane | 작성시간 09.05.03 긱스옹 오랜만에 보는듯.... 잘읽었어욤~~
  • 작성자나만의 인생 | 작성시간 09.06.16 제가 알기로는 처음 시즌에도 주전 출장은 얼마 없었다고 알고있는데요 정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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