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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좀 웃고 시작해야겠다. 정말 실소를 금할 수 없는, 황당무게하고 창피한 일이 벌어지고야 만 것이다. 해외팀의 방한 경기를 K-리그 올스타가 상대한다! 우리의 프로축구연맹이 또 한 번 개그실력을 발휘하는데 어찌 웃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땐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기사를 눈으로 확인한 후에는 한동안 멍한 상태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고 잠시 후엔 웃음이 터져나오고야 말았다. 그리고 K-리그 커뮤니티에서 이 경기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글은 한 번 더 나의 실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필자는 해외팀들의 방한 자체에 부정적이라는 것부터 밝혀둔다. 해외 유수의 유명 클럽들은 세계 각지의 축구팬들에게 질 높은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번드르르한 명분으로 해외 투어를 하지만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은 돈이다. 그들은 아시아의 축구팬들을 축구팬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시장'으로 바라볼 뿐이다. 여기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글이 길어지니 다시 바르셀로나의 방한 건으로 돌아오자.
바르셀로나는 몇 달 전부터 방한을 결정짓고 방한 경기를 추진했다. 하지만 바르샤가 방한하겠다는 날은 리그가 한창 진행되던 날짜였다. 바르샤는 서울에서 경기 하기를 원했으나 서울은 제주와 홈경기가 있는 날이었으며 이미 작년 맨유와의 경기를 위해 리그 일정을 변경한 것을 두고 서울 서포터즈들의 보이콧을 불러일으키는 등 축구팬들의 집중포화를 맞은 서울로서는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바르샤는 어디 믿는 구석이 있는지 "서울에서 경기할 예정"이라고 공식 홈페이지에 떡하니 글을 올려놓았다. 서울팬들은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이에 대해 항의글을 올렸으나 서울 구단 측은 "그런 이야기는 들은 바가 없고 서울은 바르샤와 친선 경기를 갖지 않는다"라고 밝혔고 축구팬들은 혼란에 휩싸였다. 이렇게 바르샤의 방한 경기가 미궁속으로 빠져들던 때에 연맹이 축구팬들의 궁금증을 화끈하게(?) 풀어주었다. K리그 올스타, 바르셀로나와 상대!
아시아 대륙컵에서 최다 우승팀을 배출한 아시아 최고 리그의 자존심은 이렇게 스스로에 의해 짓뭉개졌다. 사실 해외팀들이 해외 투어를 돌 때 해당 국가의 리그 올스타와 경기하는 일이 드문 일은 아니다. 홍콩,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쪽의 리그 인프라와 실력이 아직 많이 발달하지 못한 국가들은 종종 올스타팀을 구성하여 해외팀을 상대하기도 한다. 이건 아직 리그 수준이 낮고 인프라가 뒤쳐지는 나라의 이야기다. 아시아 최고 리그라고 자부하는 K리그에서 해외팀이 방한하신다해서 올스타 팀을 구성해서 들러리를 서준다? 이건 K리그의 망신이 아니다. 아시아 축구의 망신이다.
개인적으로 경기 자체가 너무나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에 경기 결과에는 큰 관심이 없다. 어차피 친선 경기이기에 결과는 별로 중요하지 않지 않은가. 하지만 한국 축구팬들의 특성상, 그리고 세계의 언론에도 보도될 것이기에 결과에도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는데, 급조된 올스타팀은 아무리 잘하는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도 조직력이 꽝이기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이런 오합지졸의 팀이 실력과 조직력이 짜임새있게 조화된 해외의 빅클럽을 상대한다? 차라리 K리그 중위권 팀이 상대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아무튼 K-리그에서 제일 잘한 선수들을 모아놓았다는 올스타팀이 바르샤를 상대해서 조직력 붕괴로 쪽도 못쓰고 패했다고 가정해보자. 사실 이럴 가능성이 제일 높다. 국내 (자칭) 축구팬들의 비웃음 당할 것임은 당연하고, 이 경기 결과를 접한 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에는 어떻게 보일 것인가. "저 리그는 아시아 최고 리그인데도 유럽에 비하면 수준이 매우 뒤쳐져서 바르샤를 리그의 올스타팀을 꾸려서 상대했는데 그럼에도 못이겼네.".
혹자들은 말한다. 그저 이벤트성 매치로 받아들이면 되는거 아니냐고. 이 경기로 K리그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켜 리그 흥행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냐고. 경기의 특성을 떠나서 이건 리그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애초에 한 클럽을 상대하는데 한 국가의 최상위리그가 올스타팀을 추려서 맞선다는게 말이 되는가? 아시아 최고의 리그를 스스로가 홍콩, 인도네시아 리그 수준으로 깍아내는 연맹의 생각없음에 창피해서 고개를 못들지경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흥행에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 해외 유명팀들의 방한 경기는 많았다. 이 경기들이 K리그 흥행에 얼마나 도움이 됐었나? 수원이 바르샤를 격침했을 때, 서울이 맨유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을 때 K리그 흥행에 도움이 되었나? 리그 전체의 흥행은 커녕 바로 다음 경기에도 흥행이고 뭐고 그런 조짐은 보이지도 않았다. 필자는 맨유와 2번 경기했던 팀의 지지자이지만 그 경기들 이후에 어떤 흥행의 조짐도 피부로 느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친선 경기인데 죽기살기로 하냐" "맨유 선수들이 살살했으니 그 정도 결과가 나온거다" 라는 해외축구팬들의 댓글에 팔아프게 반박했던 기억밖에 없다. 아직도 해외팀들의 방한 경기가 K리그의 흥행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몇몇 K-리그 팬들은 해외 유명 클럽의 방한 경기의 상대팀이 되면 사람들이 해당 K-리그 클럽에도 관심을 가져줄거라는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언론에게도, 대다수의 축구팬들에게도 초점은 방한하는 해외팀에 맞춰져 있지 상대하는 팀에 맞춰져있지 않다. "욕이나 안먹으면 다행이지."
2009년 맨유가 인도네시아 리그 올스타 팀을 상대했던 것을 보면서 '뭐 인도네시아 리그는 아직 수준이 낮은 편이니까'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K리그도 이런 짓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건 대한민국의 망신 뿐만 아니라 아시아 축구 전체의 망신이다. 아시아 최강 리그가 한 클럽을 상대로 올스타팀을 구성하여 맞서다니! K리그 클럽들이 세계무대에서 이뤄놓은 위대한 업적들은 K리그와 아시아 축구의 수준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연맹의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팔아먹은 듯한 처사로 높아진 우리의 자존심은 한순간에 뭉개지고 말았다.
P.S - 이 글을 쓰면서 너무 창피하고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글을 두서없이 적은 것 같습니다. 댓글로 반박글 등이 올라오면 재반박하는 형태로 다시 주장을 전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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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모따군(구라) 작성시간 10.05.20 맞는말......이건뭐 무릎으로 설설기는것도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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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Gary Alexander Neville 작성시간 10.05.20 그간 바르셀로나 첼시랑 방한 경기를 가졌던 삼성이나 맨유와 경기를 가졌던 GS. 상대팀들이 얼마나 집중해 경기를 했었는가를 회상해본다면 차이가 있나 싶습니다. 상대는 이른바 '산책축구', '쇼 비즈니스'를 보여주었지 '진검승부'를 펼치지는 않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클월에서 진검승부를 펼치는 모습이 보고 싶었지만 두번 다 희망에 그쳐버려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상대는 산책하듯이 뛰는데, 이쪽이 전력질주한다고해서 그것에 따른 결과가 과연 만족스러울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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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Gary Alexander Neville 작성시간 10.05.20 클럽팀이랑 붙건, 올스타팀이랑 붙건 차이는 없을 듯 합니다. 차라리 올스타팀으로 대적하는게 리그중 한 개 팀에 가중되는 부담을 줄일 수 있으니 낫겠다 싶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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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Gary Alexander Neville 작성시간 10.05.20 어찌보면 비용문제도 얘기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맨유가 GS와 경기하기전 삼성과 먼저 접촉했으나 경기장 정원과 입장료 대비 수익문제(거기에 첼시의 저주까지!)삼성에서 거절하고, 맨유는 더 큰 경기장을 홈으로 쓰고 있는 GS하고만 경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GS도 과연 얼마만한 실제적 경제이득을 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리그 중 전력누수까지 감안한다면 이익이 크지 않거나 손해 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만, 개인적인 사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