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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감독 칼럼

이란전, 실점하기 전에 전술에 변화를 줘야 했다

작성자NoMore_Victim|작성시간12.10.17|조회수11,182 목록 댓글 3



 한국 시간 2012년 10월 17일 1시 30분에 열린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최종 예선 이란과의 원정 경기. 네쿠남의 지옥 발언과 손흥민의 발탁, 대한민국 대표팀의 이란 원정 무승 등으로 일찌감치 화제가 된 경기였기 때문에 여느 때보다 기대가 큰 경기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은 위협적인 장면을 많이 만들지 못한채 1명이 퇴장당한 이란에 패했고 A조에서 멀찌감치 달아날 수 있는 찬스를 놓치고 이란과 승점이 동률이 되는 결과를 낳았다.


 당초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강희 감독은 박주영을 원톱에 세우고 손흥민을 쉐도우로 두는 전술을 염두해 두고 훈련에 임하였다. 하지만 훈련 후 생각의 변화가 있었는지 울산에서 ACL과 리그에 걸쳐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신욱을 기용하는 방향으로 전술을 수정하였다. 곽태휘와 짝을 맞출 수비수로는 정인환이 출전하였고 궁금증을 자아냈던 레프트 백 자리엔 윤석영이 자리하였다. 이란의 중앙 수비수로 출전한 호세이니와 몬타세리는 모두 180cm 중반의 신장으로, 김신욱에 비하면 10cm 가량 작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김신욱의 고공 플레이는 전반전에 빛을 발했고 이근호의 휘저어 주는 움직임과 함께 위협적인 장면을 몇차례 만들어 내었다. 하지만 슈팅으로 가져가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고 오히려 기성용의 날 선 킥을 앞세운 세트피스에서 골문을 위협하는 슈팅이 여러 차례 나왔다. 골대를 2번 맞추는 불운 속에 전반전을 끝낸 대한민국은 후반전 일찍이 손흥민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이에 이란의 에이스 중 한 명인 쇼자에이가 퇴장을 당하며 승기를 잡는 듯 싶었으나 전반전과 마찬가지로 김신욱의 헤딩 떨궈주기만 빛을 발했을 뿐 정작 이를 슈팅으로 가져가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세트피스 상황에서 네쿠남에 득점을 허용하고 패배하였따.


 개인적으로 최강희 감독을 좋게 평가하는 사람이지만 오늘의 패인은 전술적인 문제였다. 물론 김신욱을 선발로 내세운 구상 자체는 매우 날카로운 것이었다. 뻥축구라고 할 수 없는 '준비된 롱볼 축구'였다. 이란은 김신욱의 선발 출전에 대한 대비는 충분히 하지 못한듯 김신욱에게 공간과 제공권을 내주기 일쑤였다. 이근호 특유의 상대 수비진을 흔드는 움직임에도 고전했다. 박주영과 김보경은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하였으나 기성용이 세트피스에서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어내는 등 대한민국은 여러 루트를 통하여 이란 수비진을 괴롭혔고 거의 득점에 가까운 장면도 있었다. 전반전에는 부정적인 요소보다는 긍정적으로 볼 만한 요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대에서 치러지는 이란 원정 경기에서 전반전에서의 우위는 대한민국이 가져갔다. 이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성과였고 김신욱을 받쳐주는 박주영과 김보경, 이근호가 단 한두 번의 찬스만 잘 살려낸다면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길 수 있을 것 같이 보였다. 


 하지만 후반전 이란은 김신욱의 고공 플레이에 단단한 대비를 하고 나왔다. 김신욱 자체에 대한 방어보다는(어차피 김신욱을 제공권에서 이길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 김신욱이 흘려주는 볼들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였고 김보경과 이근호가 나간 후 들어온 이청용과 손흥민 역시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손흥민은 몇 차례 좋은 돌파를 성공시켰으나 단점으로 지적되는 연계 플레이에서 발전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며 더 좋은 찬스로 만들 수 있는 상황을 무산시켰고 이청용은 부상의 악령에서 완벽히 빠져나오지 못하였는지 돌파와 크로스가 계속 수비 발에 막히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박주영은 주변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를 통해서 골을 만들거나 본인이 직접 타겟터가 되는 플레이에 능한 선수이지만 타겟터를 활용하는 전술에서 이를 받쳐주는 데는 어울리는 선수가 아니었다. 중원을 거쳐 박주영의 발밑으로 와야할 공이 계속 김신욱의 머리를 향하니 박주영의 활약도는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 롱볼 축구에서는 보통 타겟터의 부진으로 팀 전체의 경기력이 살아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롱볼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인 타겟터 김신욱은 정작 평균 이상을 해주었음에도 팀이 슈팅 찬스를 가져가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온 것이다. 정작 잘해주고 있는 김신욱을 교체 아웃 시켜야 했다는 것이 역설적이긴 하지만 이 상황에서 실점하기 전에 최강희 감독은 전술적인 변화를 가져갔어야 하는 게 결과론적인 아쉬움이다. 


 실점한 후에 김신욱을 이용한 롱볼 축구를 계속 가져간 것은 맞는 판단이었다고 본다. 이란이 공격수 한 두명만 남긴 채 미드필더 라인을 완전히 내리고 수비에 치중하며 침대 축구를 구사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이를 제일 효율적으로 뚫어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고공 플레이이다. 그렇기에 실점 이후 김신욱의 머리를 노려서 세컨볼을 골로 연결 시키려 시도한 것은 좋은 판단이었다. 하지만 실점 이전에 김신욱의 머리 대신 다른 대안을 찾았어야 했다. 박주영 원톱에 윙포워드를 두고 하대성이나 이승기를 투입 후 중원을 강화하여 중원을 생략한 축구에서 중원에서 기점이 되는 전술도 있었고 당초 구상했던 것 처럼 박주영 원톱에 손흥민을 쉐도우로 두는 전술도 있었다. 아무튼 모두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전술 변화를 가져가지 않은 것은 패인이 되고 말았다.




 패배에도 이란전에서 긍정적인 측면은 존재했다. 정인환의 기용은 성공적이었다. 이정수, 김진규, 김영권, 조성환 등 많은 선수들이 곽태휘의 파트너로 시험 무대에 올랐으나 합격점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인천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대표팀에 승선한 정인환은 지금까지 다른 경기들에 비해 비교적 단단한 수비라인을 구축하였다. 비록 세트피스에서 실점을 내주긴 했지만 이외의 상황에서 이란의 역습을 효과적으로 막아내었다. 김신욱에게도 미래를 보았다. 김신욱은 키는 크지만 머리보다 발 밑이 좋은 선수로 알려져 있지만 날이 갈수록 제공권에서 헤딩으로 다른 선수에게 찬스를 연결하는 능력이 성장하고 있다. 키카 큰 선수가 발과 머리 둘 다 잘쓰는 것 만큼 위협적인 것도 없다. 김신욱을 이용한 전술이 문제였지만 김신욱이 문제였던 것은 아니었기에 이후 대표팀에서 큰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윤석영은 완벽한 모습을 보이진 못하여 레프트 백의 무한 경쟁은 계속될 것임을 암시했다.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 이란전은 역시 험난한 경기였다. 이란은 입국하자마자 유치할 정도로 홈 텃세를 부렸고 선수단은 물론 스탭, 심지어 중계진에게까지 석연치 않은 이유로 푸대접을 일삼았다. 체력 소모가 빠른 고지대의 특성과 페르세폴리스와 에스테그랄의 더비전의 열기가 그대로 전해진 듯한 아자디 스타디움의 분위기 역시 대한민국 선수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러나 전반전에 좋은 모습을 보였기에 더욱 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은 대한민국은 지옥의 일정을 치르고도 아직 A조 1위이고 남은 4경기 중 3경기를 홈에서 치른다는 점이다. 아직 이란과의 홈 경기가 남았다. 치졸한 방법으로 어드벤티지를 가져가려한 그들에게 우리의 홈 경기에서는 이란 선수단에 특급 호텔과 최고급 훈련장을 배정한 뒤 본 경기에서 경기력으로 압도하여 대승을 거두어 실력으로 대한민국의 진가를 마음껏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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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Mark Noble | 작성시간 12.10.23 잘 보고갑니다~
  • 작성자바닐라(노모빅팀) | 작성시간 13.02.28 뭐야 조회수 왜이리 쩔어
  • 관리자에 의해 규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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