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이종족 면담기 - 엘프(Elf)편

작성자아빠나무|작성시간21.01.16|조회수618 목록 댓글 24

본 면담기는 정신건강의학적인 문제로 방문한 42명의 엘프와 면담 후, 전체적인 내용을 종합하여 기술하는 바이다. 

 

 

 

엘프의 정신건강의학적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채식 위주 식단, 활동량 부족, 폐쇄적 집단 사회, 지나치게 긴 수명>

일반적으로 인간은 엘프의 아름다운 외모와 뾰족한 귀를 특징으로 여긴다.

 

인간들이 '나는 오크보다 잘 생겼으니 됐다!'라고 하지 않듯이, 엘프들도 인간보다 미형인 것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였다. 

 

자존감이 낮아져 방문한 엘프들 중 상당수는 자신의 외모를 주변 엘프들과 비교하며 힘들어하였다. 

 

 


엘프가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게 되는 질환은 크게 분류하였을 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우울 장애. 급성 우울보다는 만성 우울에 해당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일단 원인을 점검해보았다.

 

 

 

채식 위주의 식단은 단백질과 지방의 섭취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높고, 이는 전체적인 활력의 저하를 가져왔을 것이다. 

농업이 발달하지 않았고, 주로 채취에 의존하였기에 과일을 섭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체적으로 식단을 점검하였을 때, 영양 불균형은 심각한 편이었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채식주의자가 육식을 하는 사람에 비하여 우울증의 빈도가 2배 이상 높았다.

 

엘프는 종족 전체에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육류의 섭취를 권유하였으나 매우 거부적인 태도를 보였다.

 

해산물, 특히 조개류가 마지노선으로 판단되었으나 대부분 내륙지방의 숲에서 거주하는 엘프의 특성상 해산물을 구하기는 어려웠다.

 



다음으로 운동량이 많지 않은 것 역시 위험요소였다. 

사실 이 부분은 우울이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는 긴 기간 동안 앓았기에 우울의 원인인지, 결과인지도 파악하기 어려웠다. 

식단이 중요 원인이라고 판단된다. 

 

불균형 식단으로 인한 활력 저하가 운동을 안 하게 만들었고, 활동량이 적어지면서 채집도 국한되면서 식단 불균형이 더 악화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되고 있었다. 

 

보통 인간들이 생각하는 여유있고 움직임이 적은 엘프의 모습은, 수명이 길어서라기 보다는 만성 우울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면담을 통해 확인되었다. 

 

인간과 같이 24시간의 일주기 리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엘프가 유독 행동이 느리다는 것은 질병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거주지역 역시 문제라고 판단되었다. 

 

엘프가 거주하는 숲은 엘프들의 보살핌으로 인해 나무가 매우 빽빽해지고 있었다. 

 

거의 감벌을 하지 않는 엘프들의 숲 보전법으로 인해 장기간 거주한 지역은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엘프들의 피부가 매우 하얀 것은 일조량 부족에 의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야외활동을 많이 하는 엘프라고 하더라도 항상 나무 그늘 밑에 있기에 비타민D 합성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폐쇄된 집단에서는 그 내부에 강한 규칙이 형성되기 시작하고, 보수적인 상태가 되기 쉽다. 

 

이런 보수적인 집단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제한하게 된다. 

엘프들은 극히 보수적인 사회를 형성하였고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엄격하였다. 

 

자신을 표현하는 대부분의 수단이 제한되었기에 아주 가끔 노래를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없었다.

 

 

이런 위험 요소들에 대하여 면담을 통해 엘프에게 특화된 정신건강 증진법을 개발할 수 있었다.

 

단백질이 풍부한 콩류, 지방이 풍부한 견과류 등을 조합하여 영양 균형을 맞춘 식단을 개발하였다. 

 

견과류는 이전에도 소량은 섭취하는 엘프들이 있었으나 콩류는 거의 섭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콩류는 대부분 인간세계에서 들여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해산물보다는 가격이 싸서 감당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햇볕을 쬐면서 운동을 하기 위해서 처음 제안한 것은 거주지역에 공터를 만들어 운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무를 베어내야 한다는 사실에 발작적으로 거부를 하였다. 

 

이에 집락 근처 수원지의 취수하는 곳 아래쪽을 적당히 파서 수영장을 만들게 하였다. 

 

고무나무에서 채취한 가벼운 공을 만들어 수구와 비슷한 운동을 하도록 하였다.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악기 연주, 미술 등을 권장하였다.

 

악기 연주가 나름 인기가 있었으나 미술은 재료를 구하기 어려워 고위층만이 할 수 있었다. 

 

종이를 사용하는 회화가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였으나, 죽은 나무를 사용하여 아름답게 꾸며내는 목공을 제일 좋아하였다.

가능하면 물가에서 연습과 작업을 하도록 유도하여 햇볕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도록 하였다. 

 

 

 

 

다음으로 문제되는 질환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였다. 

 

집락을 떠나지 않은 엘프들은 거의 PTSD를 앓지 않으나, 모험을 떠나는 부류가 문제였다.

 

보수적인 엘프 사회에서 모험을 떠나는 엘프는 호승심도 강하고 자존감도 매우 높았다. 

 

자신이 특출나다고 믿는 등, 자기애적인 경향이 강하기에 보수적인 사회에 반항하는 의미로 모험가가 되었던 것이다. 

 

특히 모험 초기에 본인들의 강력한 마법 능력과 인간 세계에서 떠받들어주는 외모로 인해 이런 경향은 강화되었다. 

이렇게 자기애적인 사람은 외상적 사건, Trauma가 발생하면 굉장히 무너져내리는 경향이 있다. 

트라우마를 자신이 소중하게 지키는 어떤 것이 무너져버리는 것이라고 했을 때, 그 탑이 높을수록 피해는 더 심각한다. 

모험을 떠나는 부류의 엘프는 엄청나게 높은 탑을 쌓아 놓았고, 그 탑이 무너질 정도의 트라우마가 발생하면 아주 큰 정신적 피해를 받았다. 



대부분의 엘프 PTSD환자는 극심한 부정적 감정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시도하였고, 지인에 의해 강제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였다. 

 

당연하게도 치료에 거부적이었고, 인간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믿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엘프는 많은 경우 인간 모험가들과 같이 모험을 떠난다. 

 

그런 모험이 실패를 하거나, 파티에게 배신을 당하게 되면서 PTSD를 겪게 된다. 

 

동료가 문제였다는 생각으로 발전하고, 결국 모든 잘못은 인간이라는 종족을 향하게 되는 것이었다. 

 

환자 - 의사 관계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졌으나, 자존감이 워낙 높은 환자들인지라 자신의 환자 역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치료는 매우 어려워 사실 자살을 시도하지 않는 정도로 안정시키는 것도 힘이 들었다. 

 

과거 엘프 PTSD 치료법 중, 엘프들의 마법을 이용한 기억 소거법이 가장 효과가 좋았다는 기록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기억력이 매우 좋다보니 노출 치료(외상을 떠올리고 처리해나가는 기법)의 자극이 너무 강해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조금이나마 외상에 대하여 받아들이고 새로운 목표를 찾아내면 긴 기간을 살면서 조금씩 상처를 막아내는 것으로 보였다. 

 

 

 

 

인간과 매우 유사한 체격을 가진 엘프가 매우 긴 기간을 살아가는데 치매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신기한 일이었다. 

 

대사량이 거의 비슷하다는 것을 섭취하는 음식의 열량으로 파악하였다. 

 

즉 전체 산화 반응이 비슷하다는 말이고, 이는 뇌에 산화물이 쌓이게 되는 원인이 될 것이다. 

 

치매가 발생하기 매우 좋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엘프 사회 전체를 통틀어 치매 환자가 없다는 것은 연구의 가치가 있었다. 

 

 

첫 번째 가설은 엘프의 낮은 활동성과 매우 제한된 식이가 원인일 가능성이었다. 

 

활동량이 낮고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물질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 방향으로 엘프가 진화해 온 것이라면 엘프들의 만성 우울은 치매를 예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개발한 정신건강 증진방법이 오히려 치매를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겠다. 

 

이는 전혀 연구되지 않은 분야라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활동량이 인간과 거의 비슷해지는 모험가 엘프도 치매에 걸리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어 이 가설은 타당하지 않다고 보인다. 

 

 

두 번째 가설은 노화 유전자의 극단적 변이다. 

 

유전자는 Telomere라는 보호체계를 가지고 있다.

 

복제 시에 이 telomere가 조금씩 잘려나가는데 모두 잘려나가면 유전자가 손상되면서 노화가 일어난다.

 

엘프는 이 telomere가 매우 길어서 장기간 성년기를 유지하고, 죽기 직전에 노화가 진행되어 치매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다만 엘프들은 혈액 채취를 병적으로 싫어하여 충분한 수의 Sample을 확인하지 못하여 분석을 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가설은 워낙 높은 지능과 능력으로 인해 치매가 진행이 되어도 여분의 능력으로 충분히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가설이다. 

 

고학력자, 어릴 때부터 높은 지능, 건강한 신체를 가진 사람은 뇌 자체는 손상을 입는 치매가 진행이 되어도 겉에서 보이는 모습은 전혀 치매환자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이를 '인지 예비능'이라고 표현한다. 

 

엘프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이런 인지 예비능이 충분히 놓고, 신체의 노화가 노년기에 급격히 진행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인지기능 손상 전에 사망한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노년기에 접어든 엘프를 면담할 기회가 없어 이에 대한 정보는 확인할 수 없었다. 

 

 

 

전반적으로 엘프들은 만성 우울을 제외하고는 정신 질환의 유병률이 높지 않았다. 

 

이는 높은 지능으로 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조현/조울 증상을 보이는 엘프는 없었다.

 

있다고 하더라도 조기에 사망하거나 보수적인 집단에서 도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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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아빠나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1.16 마약쟁이 엘프라니... 참신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군요 ㅋㅋㅋ

    내일은 드워프 편입니다만, 말씀하신 내용은 호흡기 내과 쪽 내용이라서 별로 없습니다 ㅠ

    그런데 생각해보면 광부분들 기대 수명도 굉장히 짧았어서 그것과 유사하지 않으려나요?
  • 작성자노스아스터 | 작성시간 21.01.16 드래곤편도 적어주실수있나요?드래곤은 양판소에서는 동굴(레어로 개조하죠)에서 지내는걸로 나와서요.
  • 답댓글 작성자아빠나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1.16 드래곤은 3편입니다!ㅎㅎ
  • 작성자리비도 | 작성시간 21.01.31 이렇게 재미있고 흥미로운 글을 지금에야 봤네요.
    아빠나무님 게시물 천천히 다 읽어봐야겠어요~^^
  • 답댓글 작성자아빠나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2.02 아이디부터 강력하게 정신분석의 향이 나시는 분이군요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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