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반응 중독 사회에서 살아가기

작성자아빠나무|작성시간21.02.06|조회수449 목록 댓글 21

안녕하세요 아빠나무입니다. 

 

이사를 준비하면서 많은 것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중에, 이전에 정보를 얻으려고 가입했던 모바일 게임 공식 카페들을 천천히 돌아볼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탈퇴하기에는 예전에 했던 추억도 있어서 글들을 찬찬히 읽어보았습니다. 

 

그런데 공통적으로 모든 카페에 '운영진의 대응이 느리다.'라는 글들이 올라오더군요. 

 

모든 모바일 게임의 모든 운영진이 대응이 느리다는 반응을 받는다는 것이 신기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요즘은 정치도, 행정도, 유튜브에서도 반응이 느리다는 내용을 많이 봤던 것 같아요. 

 

 

 

그리고 반응이 없다는 것도 견디지를 못하는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요새 한창 인기 있는 유튜버인 슈카 월드라는 유튜버의 라이브 방송을 본 적이 있는데, 거기 몇 만 명의 사람이 와서 시청을 하더군요. 

 

그런데 누가 10만 원 정도를 도네이션을 했는데, 슈카 월드가 반응을 해주지 않았다고 많은 사람들이 한마음이 되어서 알려주려고 하더군요.

 

심지어 반응을 안 해주거나, 놓치거나 느렸다고 비난을 하는 분도 있었어요. 

 

좀 당황스러웠어요. 

 

제가 시스템을 잘 몰라서 그런 것 같기는 하지만, 몇 만 명이 채팅을 하니까 채팅창이 너무 빨리 올라가서 읽을 수가 없는 수준인데 그것을 보면서 반응을 하면서 자기가 준비한 발표를 하는 것이 인간이 가능한 영역인지...

 

여하튼 사람들이 반응을 원하고, 요즘은 더 빠르고 강한 반응을 원한다는 것이 현재의 추세라는 것은 느껴지더군요. 

 

 

 

인간에게는 보상 체계라는 것이 있습니다. 

 

뭔가 엄청 복잡해 보이죠?

 

사실 생긴 것은 중요한 게 아니고, 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인간은 뭔가 했을 때 보상을 받으면 그 행동을 반복합니다. 

 

꼬맹이들이 어른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져서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게 되죠. 

 

이것이 보상 체계의 기본 작용인 '행동 강화'입니다. 

 

 

 

그런데 이 녀석의 다른 이름은 중독 체계입니다.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계속 술을 마시니까 중독이 되지요. 

 

행동에 대한 보상이 강렬할수록 중독이 되지요. 

 

마약은 정말 엄청나게 큰 보상을 화학물질의 형태로 뇌에 직접적으로 꽂아줘 버리죠. 

 

그래서 한 번만 하고도 그 큰 보상을 잊지 못해서 계속해서 하게 됩니다. 중독이지요. 

 

 

 

사람이 어떤 것에 중독이 되면 여러 가지 반응이 나타나는데, 그중에 중요한 것이 

 

점차 더 강한 보상을 원해서 물질을 더 많이 원한다, 보상이 없어지면 견디기가 힘들어지니까 그 물질을 계속 받으려고 한다, 그 보상이 간절해지니까 그 물질을 찾아 헤맨다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반응에 중독되어버렸어요. 

 

우리는 반응을 계속해서 찾고, 더 많고 빠른 반응을 원하고, 더 간절히 반응을 찾게 되었습니다. 

 

 

 

사실 예전에도 이런 사람은 있었습니다. 

 

공연을 하는 예술인들 중에 이런 사람들이 특히 많았지요. 

 

사람들의 열광적인 호응, 인기 등등에 중독되어 버리는 것이죠. (보헤미안 랩소디의 프레디 머큐리가 떠오르네요.)

 

그렇지만 매우 적은 숫자였고, 그 직업의 특징 정도로만 인식되었습니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휴대전화를 통해 언제든지 반응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 소규모 방송이 제공하는 양방향이라는 특성, 24시간 온라인일 수 있는 SNS 시스템 등이 아주 많은 사람을 '반응'에 몰두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사실 다른 사람의 반응은 생각보다 상당히 큰 보상으로 인간에게 작용합니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반응에 따라 기분도 변화할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이 그 증거이죠. 

 

악플에 연예인들이 자살하는 것도, 인간이 이 반응이라는 것에 아주 예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현대에는 이 반응을 너무 자주, 빠르게, 많이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 완성되어버렸고, 사회 현상으로 이름 붙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 반응에 중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수준으로 집착하게 되었다는 것이죠. 

 

 

 

이제는 대중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반응을 강하게 원하게 되었습니다. 

 

내용보다 반응이 중요해지는, 변곡점을 이미 넘어버렸습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깊은 내용보다는 쉽게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얕은 내용이 더 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길이 되어버렸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이 반응은 돈이 될 가능성까지 품어버립니다. 

 

유튜브 조회수가, 페이스북 좋아요 숫자가, 리트윗 숫자가 돈으로 연결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글에 사람들이 반응하기를 극단적으로 갈구합니다. 

 

그래서 반응을 얻기 위한 극단적 방법들이 튀어나옵니다. 

 

 

 

내용과 내실 없이 지속적으로 사람들에게 반응을 얻기 위해서는, 갈수록 자극적인 행동을 해야 합니다. 

 

자신을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재미라는 보상을 줘야 하는데, 재미를 이끌어 낼 자신의 내실이 없으면, 그 사람의 말초를 자극하는 수밖에 없거든요. 

 

자신의 주체성이 뚜렷하지 않으면 대중들의 요구에 반응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어지겠죠.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반응이고, 자신이 원하는 것도 반응이면 결국 끝까지 가게 됩니다. 

 

막말 유튜버, 민폐가 콘텐츠, 매우 성적인 옷차림 등등.

 

시간이 흐르고 나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사라지겠죠. 

 

극단적인 반응을 얻던 사람이 자극이 사라지면? 대부분 공허해지고, 자살을 생각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반응에 목매다 생을 마감했을지, 그리고 앞으로 하게 될지 걱정입니다. 

 

 

 

이런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나는 반응에 얼마나 민감한가, 나는 어느 정도의 반응까지 견딜 수 있는가, 나는 반응을 얻기 위해 어디까지 나아가버리는가 등등.

 

그리고 절제력을 길러야 해요. 

 

지금 당장의 반응보다, 자신의 내실을 다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더해서, 만약 자신이 어디에서건 반응을 강렬하게 원하고 있는 것 같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멈추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세상에는 반응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거든요. 

 

 

 

 

(사실 어제 쓴 아이유 글이 좀 잘되는 것 같으니까 흥분해서 인터넷 여기저기 돌아보다가 잠을 못 자는 저를 보고 쓴 글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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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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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구이 | 작성시간 21.02.08 디지털 디톡스가 떠오르는 글이네요.
  • 답댓글 작성자아빠나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2.11 디지털이 반응을 너무 빠르게 받게 하니까 ㅎㅎ 비슷하네요
  • 작성자눈사람no.2 | 작성시간 21.02.08 제가 하는 게임은 본진인 일본서버는 보상도 빵빵, 피드백도 빠르지만 글로벌서버는 온갖 국가의 플레이어들이 난리쳐도 느릿느릿... 그나마 요즘은 유력 유튜버가 힘 좀 쓰니 반응속도가 많이 빨라지긴 했더군요
  • 답댓글 작성자아빠나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2.11 기업에게 반응이란 것은 결국 필요에 따른 것이니... 돈이 되는 곳에만 반응이 나오나보군요 ㅎㅎ
  • 답댓글 작성자눈사람no.2 | 작성시간 21.02.11 아빠나무 정작 매출은 글로벌이 일본 추월한지 1년 넘었지요 ㅠㅠㅠㅠ 흙흙 3~4주년때는 유저 수만 일본이 1.5배나 많았는데 요즘 협동 캠페인같은거 보면 글로벌이 역으로 30% 더 많은... 거기다 유럽 친구들이 코로나로 못나가니 그냥 과금에 올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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