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관계]"멈춰!" 캠페인이 위험한 진짜 이유

작성자아빠나무|작성시간21.03.16|조회수1,561 목록 댓글 33

학교폭력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멈춰!"라고 말하는 캠페인을 정부가 제시하여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혈제진님의 제보로 2014년도에 제작되었던 동영상이 2021년에 와서 밈화 되었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내용 자체에는 큰 변화가 필요없다고 생각되어서 글은 그대로 두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멈춰!"를 이야기하는 방법은 대인관계 조절을 위하여 간헐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입니다. 

 

예를 들어서 부부가 있다고 해 봅시다. 

 

남편이 자극을 많이 받으면 분노가 폭발해버리는 성격이라고 해 봅시다. 

 

그리고 주된 자극이 아내에게서 온다고 해 봅시다.

 

가끔 남편의 자존심을 긁는 발언을 하는데 남편이 이런 말에 강한 반응을 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남편에게 교육을 합니다.

 

아내에게서 오는 자극이 강해지려고 한다면, 손을 들어서 시각적인 경고와 함께 "멈춰!"라고 이야기해서 본인의 감정 폭발이 일어나지 않고 일단 휴전상태로 들어가도록 말이죠. 

 

그리고 아내와는 약속을 합니다. 

 

남편이 손바닥 들어서 보이면서 "멈춰!"라고 한다면 일단 한번 말을 멈추고 둘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여 감정을 식히고 나중에 다시 대화를 이어가기로요.

 

이 기술은 실제로 부부관계나 가족관계에서 의외로 효과적인 기술입니다. 

 

 

 

그런데 이 기술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제가 필요합니다. 

 

먼저 지금 위기 상태인 대인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양쪽 모두가 노력하려는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이전까지 하던 대로 방식이 아닌, 변화를 주는 것은 결과적으로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이를 감당할 자세가 되어야 합니다. 

 

이 자세가 갖춰지지 않다면 "멈춰!"라고 해도 변화가 없겠죠. 

 

두 번째는 둘의 관계가 서로가 최소한의 견제가 가능한, 그러니까 한 명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더 나빠질 것을 '걱정'하는 상태여야 한다는 것이죠. 

 

이미 아내는 이혼할 마음이 가득인 상태라면,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겠죠. 오히려 남편이 더 화를 내서 이혼 사유를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자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멈춰!" 기술이 학교폭력을 예방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죠. 

 

학교폭력을 휘두르는 아이는 관계를 개선할 마음도 없고, 관계가 나빠지는 것을 걱정하지 않죠. 

 

이건 대인관계가 아니고 착취일 뿐이니까요. 

 

"멈춰!"라는 말은 오히려 학교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를 자극할 가능성마저 있습니다. 

 

 

 

이제 더 큰 문제는 이 캠페인이 어떻게 나왔냐입니다. 

 

만약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대인관계 기술 책 읽던 공무원 하나가 "이러면 어떨까요?" 했는데 다른 아이디어 안 나와서 어쩌다 보니 되었다. 

 

이러면 정부는 학교 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능력이 없는 것이니 문제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공무원들이 일 대충 한다고 해도 우리나라가 이러지는 않겠죠. 

 

그러나 반대면 더 무섭습니다.

 

연구팀 동원해서 여러 가지 검토를 한 끝에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은, 정책을 결정하는 윗선이 학교 폭력을 서로 '대등한 아이들'의 '다툼'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죠. 

 

학교 폭력은 착취 관계입니다. 정상적인 대인관계가 아니죠. 다툼도 아니에요. 일방적인 공격이죠. 

 

이렇게 문제의 근본에 해당하는 영역을 완전히 반대로 알고 접근하고 있다면, 앞으로 나올 대책도 문제가 많겠죠.

 

문제의 원인은 잘 알고 있는데, 아주 잠깐 착각해서 이런 정책이 나왔던 것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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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아빠나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3.17 혈제진님 정보 감사합니다 ㅎ 수정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통장 | 작성시간 21.03.17 혈제진 아니 세상에 진짜인가요? 그러면 이것도 요즘 무야호 밈마냥 발굴된 것일 수도 있겠네요. 찾아봐야겠네.
  • 답댓글 작성자자유공룡당원 티렉스 | 작성시간 21.03.17 통장 넹 뉴스가 6년 전이고, 그 학교가 이젠 안한다는 증언들이 많이 나와 무야호처럼 발굴된 거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 작성자모룬 | 작성시간 21.03.17 근데 이런 사회 문제는 거의 안풀리거 같긴 합니다.
    애초에 사람이라는 게 폭력이라는 것이 본능이고 사회 자체가 서로를 착취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는데, 아무리 좋은 정책 낸다 해도 우리 사회의 전체 문제를 고치는 건 거의 힘들단 말입니다.
    어찌보면 변화 물결이 이루어 질려면
    아에 질서를 없애거나 강력한 질서가 이루어졌을 때 사람들 모두가 따르게 되는데, 어중간한 질서가 역효과 인것 갔습니다.
    마치 교통 법규를 우습게 아는 사람이
    대규모 추돌 사고를 겪거나 막대한 벌금을 당한 다음에 정신을 차리는 것 처럼, 안좋은 소리이긴 한데
    맞아야 정신차린 다는 게 지금은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영화 아키라 에서도 망나니 주인공이
    군부와 테츠오 라는 대조된 존재 속에서
    오히려 정신적 변화를 겪는 것처럼
    우리도 그런 정신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 답댓글 작성자아빠나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3.20 저는 정신과를 하다보니, 사람의 정신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너무 어려운 일이다 보니, 시스템에서 이런 영역을 조절해주는 것이 훨씬 싸고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다만 그 시스템을 정말 잘 만들어야 하는데,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거나, 있어도 그런 사람은 또 권력이 없는 느낌... 참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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