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정신과 의사가 5개월 육아 후, 직장인 아빠가 대한민국에서 육아하며 느낀점

작성자아빠나무|작성시간22.03.11|조회수661 목록 댓글 13

2021년 9월 25일 출생한 여아의 아빠이자, 정신과 의사로 정신과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아빠나무입니다. 

 

오랜만에 글 쓰네요. 

 

오늘은 가볍게 회고하면서 그냥 느낀 점만 쓰고, 본격적으로 정신과적 관점에서 육아를 바라보는 글을 써보겠습니다. 

 

 

 

1. 육아는 빡세다. 

 

대한민국 평균 가정에 비하여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엄청나게 많은 집인데도 불구하고, 육아는 힘듭니다. 

 

수많은 갈등과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이는 자원을 많이 투입한다고 끝나지 않습니다. 

 

또한 육아는 몇 년을 해야 하는 것이므로 지속 가능해야 합니다. 자원을 일순간 쏟아부을 수도 없습니다. 

 

이전까지 저는 '애는 밥만 먹여주면 알아서 크는 것이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 의미에서 준비가 안 되었다면 임신을 미루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2. 그래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육아는 꼭 해보는 것이 좋겠다.

 

많은 학자들이 사람의 인생에 대하여 시기를 나누고 분류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에 해내야 하는 중요한 과업, 행동 등을 milestone이라고 이름 붙였지요. 

 

학생이라면 수능을 준비하는 과정이, 남자에게는 군대가 대표적인 milestone이 될 것입니다. 

 

이 milestone을 어떻게 해결하고 보내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인생이 상당히 변화하게 되지요.  

 

육아는 아주 예전부터 모두가 milestone으로 생각했던 것인데, 경험해보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더군요. 


본인이 온전히 한 생명을 책임져야하는 그 느낌은 겪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변화를 주네요. 

 

임신과 출산, 육아라는 경험은 꼭 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3. 육아를 편하게 하는 것은 많은 자원도 있지만, 훨씬 중요한 것은 부부 사이의 효율적인 의사소통과 적절한 역할 분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일 중요한 자원은 돈이죠. 

 

돈을 팡팡 쓰면 육아가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육아를 전담해 줄 입주 이모님을 고용하였지요. 

 

적지 않은 돈이지만, 육아를 전문으로 한다는 분이 애를 한 1년 봐주고 나면 그때부터는 저희가 키울 생각이었죠. 

 

힘든 시기를 돈으로 넘겨보자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로 3명의 입주 이모님을 2주 만에 갈아 치우게 되더군요.

 

결국은 장모님이 낮시간에 도움을 주시고, 저희가 육아를 담당하기로 했지요. 

 

이모님들을 모두 내보내고 저희 부부가 육아를 위한 노동을 분배하니까, 이전에 있었던 많은 문제들이 해결이 되었습니다. 

 

이건 본편에서 자세하게 풀겠습니다. 

 

여하튼 육아는 돈으로 해결 안 되는 영역이 많은 것 같습니다. 

 

 

 

4. 몇몇 도구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일상을 최적화하는 집의 구조와 동선이다. 

 

육아 꿀템이라는 것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됩니다. 수유쿠션, 분유 제조기 등은 그 순간 엄청나게 편하다고 느껴집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런 꿀템들이 나의 노동과 피로를 줄여준다고 생각해서 이것저것 구매를 했었습니다. 

 

그런데도 피곤은 계속되더라고요. 

 

동선과 물건의 배치는, 이게 정말 엄청나게 불편한 수준이 아니면 불편함을 그냥 감수하고 유지하게 됩니다. 

 

좀 큰 일인 것 같거든요. 

 

하다못해 쓰레기통의 위치를 바꾸는 것, 빨래수거함의 위치를 바꾸는 것 같은 작아 보이는 집의 구조 및 동선 변경도 잘 안 하게 됩니다. 

 

그 길어진 동선과 효율적이지 않은 배치에 의한 문제들은 노동력과 시간을 야금야금 잡아먹으면서 스트레스를 늘리지요. 

 

모든 일에 그렇겠지만, 육아는 특히 규칙적인 일상의 반복이 중요하니까 이 구조를 어떻게 배치하느냐, 동선을 어떻게 짜느냐가 더욱 중요합니다. 

 

내가 일하는 위치, 아기가 놀 위치, 그 주변에 어떤 물건이 어떻게 배치되어 있을지 등을 잘 고민해봐야 합니다. 

 

게다가 아이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 위치를 그때 그 때 바꿔줘야 하니까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5. 아이템은 질보다 양

 

육아를 위해 필요한 다양한 도구들이 있습니다. 

 

보통 '아이한테는 좋은 것을 써줘야지'라는 생각에 좋고 비싼 것을 구매하게 됩니다. 

 

가령 비싼 가재 수건을 샀다고 해 봅시다. 

 

그런데 아이가 이상한 것을 묻혀. 

 

그러면 가재 수건으로 닦아야 하는데 비싼 것이라서 얼룩지면 안 될 것 같아서 망설여. 

 

닦아는 주는데 비싼 것 사느라고 수건의 개수를 줄였더니 빨래를 자주 해야 해.

 

피곤이 쌓여. 

 

더 심한 경우에는, 아이를 위한 도구인데 그 도구가 상전이 되어버리는 경우까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특히 빨래가 필요하거나, 세척이 필요한 것은 정말 질이 나빠서 아이에게 해가 되는 수준이 아니라면 질보다는 양인 것 같습니다. 

 

젖병도 넉넉하게, 수건은 더 넉넉하게, 옷은 하루에 5번 갈아입어도 남아돌 정도로.

 

물론 하나 딱 놔두면 주야장천 쓰는 분유 제조기 같은 것이나, 가사노동을 줄여주는 건조기 같은 것은 좋은 것 사는 것도 방법이기는 하겠습니다. 

 

 

 

6. 수면교육은 꼭 필요하다. 

 

이제 5개월 차인 저희 아이는, 저녁 6시 30분에 잠이 들어서 다음날 아침 6시에 일어나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너무 좋아요. 

 

아이를 낳으신다면, 꼭 수면교육을 하셔서 빠른 육아 퇴근 후 자신을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이것만 되어도 육아가 엄청나게 편해집니다. 

 

육아를 위한 노동은 육체적으로 엄청나게 힘들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자기 시간 부족, 기존에 발달시킨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수행할 수 없게 변화되는 일상, 아이는 갈수록 커가는 게 눈에 보이는데 자신은 발전 없이 있는 모습 등 심리적인 압박이 더 크다고 보입니다.

 

일찍 육퇴 하고 쉬면서 자기 할 것 조금씩 하시면 진짜 마음의 여유가 달라집니다. 

 

아기에게도 더 잘하게 되니까 아기에게도 좋은 것 같아요. 

 

신생아 수면교육은 다음에 본편에서 자세히 서술하겠습니다. 

 

 

 

뭔가 쓸 내용은 엄청 많은데 막상 쓰려니 글로 전달하기 진짜 어렵네요 ㅎㅎ

 

그럼 이제 곧 연재가 시작될 '정신과 의사 아빠의 육아일기' 많이 읽어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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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shin 작성시간 22.03.11 첫애 수면 교육은 항상 의지 부족으로 실패하고 둘째부터는 성공할 확율이 높죠...
  • 답댓글 작성자_Arondite_ 작성시간 22.03.11 그렇죠 ㅋㅋㅋㅋㅋ 첫애기는 수면교육한다고 끙끙대다가 애기가 자지러지게 울면 엄마가 마음약해져서 애기를 냅다 뺏어서 꼬옥 품어버리기 땜시...
  • 작성자모다피 작성시간 22.03.11 한동안 소식이없으셔서 육아 한창이시겟구나 생각했습니다. 돌아오셔서 반갑습니다!
  • 작성자통장 작성시간 22.03.11 오랜만입니다! 확실히 아이들이 크기 전에는 다 힘들다 하더라고요.. 해봐야 알긴 할텐데...
  • 작성자styner 작성시간 22.10.31 선생님. 실례지만 갑자기 궁금해져서 그런데요.

    남의 자식이 다친 것보다 자기 자식이 다친 게 더 슬프고 괴롭고.
    내 친구가 다친 것이 일면식 모르는 타인이 다친 것보다 슬프고 신경 쓰이고.
    이런 인간적 관계 거리에 따른 이 인과 측은지심이 달라지는 현상을 심리학 단어로 뭐라고 하죠...?

    동양에서 견우미견양의 고사에서 나오는 그런 걸. 제가 들었는데.
    혹시 그 단어가 뭔지 아시나요? 꼭 단어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문장? 그런 거라도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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