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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rome의 도서관

[현대판타지]암월검문 복수기. (68)

작성자Khrome|작성시간22.07.31|조회수27 목록 댓글 5

아침이 되자 완전무장한, 단 탄창을 삽입하지 않은 병력들이 각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드레이는 중대장으로서 병력들을 인솔했고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도로는 경찰과 군 병력에 의해 통제되며 수도로 향하기 시작했다.

‘지도를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건 달라. 휴가 때 자주 와봤다 해도 실제 지휘를 해보는 건 더욱 다르지.’

시 외곽에서 안드레이 예조프, 빅타르 니콜라예프, 발칸 악시모프 중위가 경계를 맡았다. 정확한 임무는 가상의 적군이 시 외곽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루트를 사전에 차단하고 확인하는 것. 그리고 침입시 수도까지 움직일 수 있는 가장 빠른 경로와 그것을 차단할 방법.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었다.

“각 소대장들은 작전대로 15분 내에 전개를 마치고 경계 임무에 돌입하도록!”

밤새 작성한 작전을 통해 어딜 어떻게 막아야할지 얼마나 병력을 할당할지를 정해놓았고, 그것을 숙지한 소대장들은 소대원들을 데리고 빠르게 이행했다. 감찰관 역할을 맡은 정부 내무부 소속 공무원과 총경급 경찰이 입회하였다. 본래 군 감찰관이 맡아야할 역할을 예조프 일당에겐 다른 이들이 할당된 이유는 단순히 수도 내의 일에 대한 군과 행정부의 알력다툼 문제와 군에 대한 민의 통제를 보여주기 위한 모양새이기도 하다.

일단 경찰서장급 총경의 경우 수도 내부의 치안을 담당해야하기 때문에 외부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선 관련 정보를 제공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꼈고 입회한 내무부 공무원도 군 장교 출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상황 자체가 본래라면 군이 매우 불편해해야할 일이지만 이미 바실리 패밀리에 의해, 아니. 바실리 한 사람에 의해 장악된 국정이기 때문에 별 다른 충돌 없이 이루어졌다.

 다만 매우 쉽게 받아들이긴 해도 불편함을 드러낸 건 사실이기에 행정부 쪽에서도 의아해하면서도 다소의 배려를 해준 것 뿐인데, 다른 감찰관의 경우 최대 대령급이 붙어서 지켜보지만 수도 내 치안 문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아 정리, 분석 후 각지 경찰서에 보내 매뉴얼을 제공해줘야하는 것은 경찰청급에서 하는 것이 옳고, 그런 경우 치안감급 인물이 붙어야 하지만, 이는 군의 장성급에 어느 정도 대응되는 계급이기에 군과 행정부에서 보내는 인물들의 위상이 맞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면이 있다 하더라도 관할 지역 경찰서장쯤 되는 총경이 붙어서 살펴보고 관련 정보를 수도 중앙경찰청에 보내게 된 것이다.

“아, 그쪽이 이번 작전의 선임 지휘관이라고 들었네. 젊은 사람이 능력이 좋은가 보군.”

대령 전역자로 들었지만 부대가 달라서 이 남자를 아는 사람은 사령부 내에서 별로 없었다. 알더라도 예조프와 만날 위치 역시 아니었고.

‘알고 지내자는 말이군.’

능력 있는 사람은 원래 관심을 받는 법이고 이런 저런 사람들이 붙기 마련이다. 그중에서도 필요한 사람을 잡고 라인을 타는 것이 사회에서든, 군에서든 필요한 태도. 그러나 중요한 건, 힘 있고 능력 있고 지위 있는 사람과는 알아둬서 나쁠 게 전혀 없다는 것이다.

“반갑습니다, 제2지상작전사령부 3군단 소속 안드레이 예조프 중대장입니다.”

“칼라닌 사무관이라고 부르게, 나도 반갑네. 그리고 이쪽은..”

“벨리코프 토모노프스키 서장이네, 지켜만 볼 것이니 난 신경쓰지 않아도 되네.”

반면 벨리코프 서장은 그에게 별 관심은 없는 모양이다. 물론 결과가 감명깊었다면 모르겠지만.

그들은 자신의 자리에 서서 그의 지휘를 지켜보았다. 서로 뭐라고 숙덕였지만 알 길은 없었다.

‘저들이 의원의 조력자들인가? 아니, 그런 생각하지 말자. 하나하나 의심하거나 추정하면 누구든 그렇게 보일테니.’

***

흘렙은 지금이 전성기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시청자들이 많았고 많은 후원을 통해 차를 바꾸거나 집을 옮길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이들 중 30%, 아니. 20%만 고정 시청자가 된다고 해도 자신의 영향력은 이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것이다. 시청자가 많을 수록 더 많아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 흘렙은 거의 유일하게 군 성범죄 문제를 다루는 언론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거침없고 재치있는 화법으로 범죄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군은 어째서 아동성범죄자들을 수사하지 않습니까? 어째서 그들을 처벌하지 않고, 그들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습니까? 군대는 법 위에 있습니까? 일개 병사들이 법 위에 있다는 것은 군부는 정부 위에 서있다는 것입니까? 어째서 기성언론들은 그들을 비판하지 않고 이에 대한 기사 한 줄 쓰지 않습니까? 우리가 도대체 어떤 나라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그는 사실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끝으로 갈수록 자신의 사견과 판단을 섞은 결론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의 언변과 화법은 듣는 이로 하여금 쉽게 빠져들게 했기에 선동적이었다.

채팅창은 여전히 갑론을박이 진행되었다. 누군 저게 사실이냐, 거짓이 아니냐고 비난하고 근거도 증거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그 근거로 기성언론이 아무도 이를 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이쪽이 더 합리적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언론들이 일개 병사 몇명 때문에 입을 다물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흘렙의 팬들이나 아동성범죄라는 사건에 대해 알러지 반응을 일으킨 사람들은 물론 정권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이들 역시 가세하여 공격을 감행했다. 가령 흘렙이 제시한 피해자의 경찰 신고 접수건은 실제 존재하는 증거물이었고 강력한 근거로 쓸 수 있었다.

반면, 역시 이는 접수된 것 뿐이지 드러난 사실이 아니라며 공격했고, 접수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며 수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했으나 흘렙은 경찰이 군부대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고 변론했다. 부대는 강력하게 그러한 사실이 없었다고 반박했으며 해당 병사들의 출석을 허가하지 않았다. 외출조차.

마찬가지로 군 내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로 해당 병사가 소속된 중대로 감찰관과 군 법무관이 갔다는 내부정보가 있었고, 2일이 지나기도 전에 복귀했다는 이야기로 의혹은 물론 의혹을 깍아내리는 반대 정황으로도 쓰였다. 그렇게 확실한 게 없이 여러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는 정황 덕에 이 사건은 벨라루스 인터넷에서 상당한 이슈가 되었다.

“오늘도 대단한 시청률이네요. 후원도 점점 늘어가고 있고, 이대로면 우리 규모를 늘릴 수 있겠어요. 인터넷 언론 그 이상으로요.”

“그래, 하지만 이 정도로는 안 돼. 더 확고한 위치에 서야해. 지금 시청자들은 이번 이슈가 지나가면 금방 사그라들 반짝 인기야. 남는 사람들이야 있겠지만, 그런 사람들도 꾸준히 묶어둘 수 있어야 한다고.”

흘렙은 잠시 생각한 뒤, 두가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일단 정보원을 더 고용하지. 우리 쪽에 정보와 소식들을 물어다줄 수 있는 사람들을. 기자들말이야. 그리고 말이지..”

흘렙은 잠시 고민했다.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욕심나는 아이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요?”

목걸이처럼 맨 장치로 홀로그램을 띄운 채 허공의 키보드를 두드리며 화면에 메모하던 여직원이 그를 보면 되물었다.

“내가 그 피해자.. 여자아이를 방송에 데려온다면, ..어떨까?”

여직원은 아주 조금 뜸을 들인 뒤 대답했다.

***

한주창 진인이 밤새 벌였던 일은 훈련병 사이에서 빠르게 퍼졌다. 그리고 그탓인지 아침에 간단한 지시만 내려놓고, 9명의 리더들에 의해 훈련이 진행되었다. 주로 자세를 가르쳐줬고 교정해주기도 했다. 달리기만 하면서 늦게 시작한 녀석들은 한시간 일찍 나와서 체력, 유연성 훈련을 해야 했고 말이다.

“훈련에 지장이 생길까?”

마지막으로 자세를 잡아주고 온 9명 중 하나가 그들끼리 모여 이야기했다. 그들은 남들보다 앞서나갔고, 리더 역할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모종의 책임감 역시 생긴 참이다.

“그래도 사람이 교체가 되거나 하진 않겠지. 다만 어제 같은 이벤트는 없어지겠지만.”

단체 사교활동은 없을 것이다. 그가 확신하는 바였다.

“뭐, 결국엔 우리가 얼마나 성취할 수 있느냐가 문제지. 그 사람에게 어떤 제약이 생기더라도 자기 책임인 건 부정할 수 없어.”

“그래도 우리 스승이라고 봐야할 사람인데 너무 선을 긋는 거 아니야?”

다소 온정적인 말에 여성 특수부대 저격수 출신이 나서서 반박했다.

“그도 그렇게 생각할까? 우린 계약에 의해 훈련받는 거야. 그것도 무당의 진짜배기 무공이 아니라 군인이나 경찰, 소방관이나 배우는 무공을 배우는 거고. 솔직히 다들 느꼈을 걸. 축기를 해도 그리 대단히 모이지 않아. 수십년을 축기해봐야 겨우 교관님 밭끝이나 따라갈 수 있으면 다행이지. 아마 한국의 삼류 무공 훈련소에서 배우는 축기공이 이것보단 낫지 않을까? 물론 돈 좀 써야겠지만.”

다소 냉소적인 다른 한명이 말했다.

“흥, 한국이 무공을 얼마나 편집증적으로 관리하는데. 됐고, 다시 우리 훈련이나 하자. 돌아가면서 우리 훈련하고, 다른 녀석들 자세 잡아주면서.”

이런 식으로 모여서 쑥덕거리는 것도 보기 좋지 않았고, 자기 훈련도 해야했다.

.
.
.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겁니까?”

“어허.. 늙은이 너무 몰아붙히는 거 아닌가”?

참관인은 그에게 흥분한 목소리로 책임을 물었다.

“당신이 보통 노인입니까? 혼자서 십수명을 때려눕히고 박살을 내버렸다더군요. 위쪽에서는 이에 대해 매우 불쾌해하고 있지만 일부 반대의견들 덕분에 가까스로 다른 사람으로 교체되지 않게 된 겁니다. 이 일은 무당그룹에도 전해질 것이고요.”

“끄응..”

한 진인은 앓는 소리를 냈지만 애초에 행동에 나서기도 전에 이렇게 진행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단지 늙은이 특유의 능글맞은 리액션일 뿐.

“알겠네, 알겠어. 내 조심하지. 그럼 이만 돌아가봐도 되겠나? 훈련생들만 남겨놓으니 제대로 돌아갈까 싶어서 말이야.”

참관인은 한숨을 푹 쉬며 여전히 불만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며 경고했다.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은 없어야 합니다. 당신 혼자만의 책임이 아니게 될 겁니다.”

그는 무당그룹에도 폐가 될 것이라는 것을 은유하고 싶었겠지만 사회생활을 해도 훨씬 많이, 오래 했을 한 진인에겐 이런 일을 막으라고 있는 참관인인 자신에게도 불똥이 튄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었다.

“내 조심한다니까 그러네, 그럼 이만 가자구.”

여전히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의 권한은 생각보다 대단치 않으니.

“후우.. 예, 가시죠.”

한 진인은 나서며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내공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청명한 기운이 참관인 몸속에 퍼지며 살짝 남아 있던, 그도 모르고 있던 숙취를 말끔하게 해소시켰다.

“그럼 가자고. 얼마나 엉망이 됐을지 뻔하니.”

그러면서 한 진인은 생각했다.

‘마단이 마약으로 가공되어 유통되고 있군.. 문제는 어디서 어떻게인데, 동네 양아치들이 쉽게 쓸만한 건 아니야.’

그의 머리속에 옛날에 있었던 몇몇 작전들이 떠올랐다. 브라질 갱단이 납치하여 노예로 삼고 그들에게 강제로 출처불명의 마공을 익히게 한 뒤 몸에서 강제로 마기를 뽑아내 마약으로 사용하던 사건들이 세계 각지에서 종종 있었다. 당시에는 중국이다, 러시아다, 고려 그룹이다 말이 많았지만 제대로 밝혀진 것은 전혀 없었다. 수집한 마공에선 어떤 특징도 없는, 조잡하기만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연발생한 것이라는 가설도 있었지만 여전히 확실하지 않았다. 단지 발견되면 때려부수고 체포하여 당국에 넘길 뿐..

‘조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 분명해. 이 도시 안에서 뭔가 더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지.’

말은 안 하겠다고 했지만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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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_Arondite_ | 작성시간 22.07.31 길이는 무난한데 짧게 느껴지는 건 별다른 사건이 없어서 그런거겠군요.
  • 답댓글 작성자Khrom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8.01 이거 쓰고 자기 전에 생각해보니까 스토리를 쬐끔 정도는 앞당겨도 좋을 거 같더군요.
  • 답댓글 작성자_Arondite_ | 작성시간 22.08.01 Khrome 오호라...250편이 아니라 200편으로 끊으시려는 거군요...!!
  • 답댓글 작성자Khrom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8.01 _Arondite_ 사실 이미 후반부 쯤에 진입한 거 같기도... 엔딩 자체는 예전에 이미 구상하긴 했는데 그 과정은 대충 얼개만 있다보니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네요 ㅋㅋ;
  • 답댓글 작성자_Arondite_ | 작성시간 22.08.01 Khrome ㅎㅎㅎㅎㅎ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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