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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rome의 도서관

[현대판타지]암월검문 복수기. (80)

작성자Khrome|작성시간22.11.21|조회수37 목록 댓글 3

벨라루스의 국방부장관은 대통령 대리의 직위에 있었고, 곧 시작될 대선을 앞두고 이양할 준비를 해야 했다. 그것은 그가 민주주의자나 법과 제도에 대한 존중의 신념이 있기 때문에 아니라 금제에 걸린 탓에 바실리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그는 바실리에게 앞으로 ‘알아서 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는 몇 분 뒤 바실리와 그 주변사람들이 대통령궁을 비밀리에 벗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가 말한 알아서 하라는 것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이제.. 내가 알아서 해도 상관 없다는 듯이지..!’

그에 따라 국방부장관은 자신에게 허락된 모든 권리를 무제한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무당의 늙은이에게 훈련 받는 교육생 모두 무장시켜서 대통령궁으로 집결시켜!”

그의 지시에 따라 교육생들은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그들은 애초에 무공 훈련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화기를 가질 이유가 없었기에 그들의 무장은 대통령궁 경호대의 것을 빌려야 했다. 문제는 그들이 이미 현장에 투입되어 있고 매뉴얼에 따라 무장은 탈취 및 테러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즉시 대통령궁 내부와 주변으로 운송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들은 사실상 맨몸으로 현장에 도착해야만 했다.

***

마침내 예조프는 현장에 도착했다. 저 멀리서 무장한 병력이 대통령궁 주변을 지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어느 정도 은엄폐를 했지만 그런 훈련을 받은 것은 예조프 역시 마찬가지였다. 발칸은 그의 옆으로 와서 그의 얼굴을 보았고 예조프는 조금 달아오른 얼굴로 돌격 명령을 내리고 싶은 것을 참아내야 했다. 마음 같아서는 일장연설이라도 한번 하고 싶지만, 그는 자신의 이상을 위해 현실적인 판단을 해야만 했다.

“저격수를 주의하면서 공격하라! 무장과 훈련도는 우리가 훨씬 위다! 부패하고 무능한 놈들을 밀어내고 우리의 조국을 새롭게 건설하자! 우리 민족과 국가를 위하여!”

호기롭게 외쳤지만 예조프는 저격수라는 말을 꺼내지 말았어야 했다고 자책했다. 괜히 소극적이게 만들어서 좋을 게 없는데.

“공격!! 차량을 앞세우고 대통령궁까지 밀어버려라!!”

발칸은 그의 그런 마음을 모를텐데도 더 큰 목소리로 사기를 진작시켰다. 그의 외침이 끝나자마자 트럭은 앞으로 전진했고 그에 따라 경호대의 총격이 시작됐다. 몇몇 중대원들이 총에 맞고 쓰러지거나 비명을 지르는 게 들렸음에도 예조프는 그들을 위한 명령을 내릴 수 없었다. 병력이 더 많았거나 여유가 있었다면 그들을 뒤로 물리고 야전수술이라도 받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빠르게 뚫고 가는 것이 유일한 해결방법이다. 다소간의 피해는.. 어쩔 수 없었다.

예조프와 발칸의 병력은 그들에게 응사했고 트럭 뒤에서 천천히 전진한 그들은 화단 등 적절한 엄폐물 뒤로 일제히 이동했다. 그들 역시 넓은 일자진형을 펼쳐 경호대의 공격을 분산시켰다. 대통령궁 경호대는 당연히 정예 출신이었고 그들의 전투력은 결코 밀리지 않았다. 이들은 군, 경에서 지원자를 받아 경찰 소속이 되어 대통령궁의 지휘를 받는 이들이다. 그런 이들을 아무나 뽑을 수는 없는 법이다. 뜯어먹을 이권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비리와 부패는 그들의 인선보다는 장비 쪽이기 마련이었다.

그럼에도 소총과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그들은 일개 중대 몇개에 결코 밀리지 않았고, 그 동원병력 역시 두세개 중대보다 훨씬 많았으니, 병력으로나 전투력으로나 이들이 위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궁 방어 전술에 대한 연구 역시 가장 많이 진행된 부대이기도 하고.

그러나 그들은 천천히 뒤로 후퇴하고 있었다. 이는 국방부장관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고, 그 이유는..

타다다당! 탕탕!

“왼쪽으로! 오른쪽 둘!”

200여명의 훈련생들은 한 진인에게 선택된 9명을 리더로 삼아 약 21명씩 9개 조를 구성했다. 이들의 무장은 막 대통령궁에 도착해 받은 베레스크와 AK 계열 소총, 권총 뿐이었지만 그들은 애초에 벨라루스에서 가장 뛰어난 엘리트 전투원 출신인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대통령궁 경호대보다 훨씬 뛰어난 전투력을 겸비했다. 그리고 국방부장관은 이들을 기르는 프로젝트를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고, 쿠데타를 통해 훼손된 정부의 권위를 이들의 압도적인 맹활약을 통해 뒤집을 생각이었다.

겸사겸사 무당그룹과의 관계를 진전시켜 그들과의 장기적 거래를 노려볼 수도 있고. 이미 그들은 빚이 있으니까.

3번 조를 담당한 엡카는 빠르게 엄폐물을 끼고 움직이며 3명째 사살했다. 3발로 한명씩 쓰러뜨렸고, 3발로 확인사살했다. 미약한 내력이지만 집중력을 유지시키며 꾸준히 돌렸고, 그것은 구결에 따라 유사심법의 효과를 낳았다. 더 대범해지고, 침착해지며 정확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그녀의 시야 끝에 누군가의 움직임이 잡혔다. 엡카는 즉시 고개를 숙이며 몸의 축을 이동시켰고 그녀를 사각에서 노리려던 쿠데타군의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다. 바로 뒤에서 따라오던 조원이 그 병사의 머리에 총알을 박았다.

“와우, 굉장한데.”

“진짜 굉장한 건 무공이지. 내력을 돌리고만 있는데도 불구하고 침착하고 냉정해지고 있어. 모든 상황에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그렇게 말한 그녀는 화단 위쪽으로 총만 올려서 쏘는 쿠데타군의 손등에 정확히 총알을 박아넣었다. 아주 침착하고, 정확하게. 손에는 일말의 흔들림조차 없었다.

“확실해. 무공을 익힌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모든 면에서 우월하다는 거.”

핵무기의 등장은 한국의 팽창주의를 억제하는 가장 강력한 제약이 되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한국은 중국의 패악질을 그대로 하고 있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엡카는 다시 정신을 집중하고 빠르게 조원을 이동시켰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고, 어느새 경호대는 뒤에서 구경만하고 있었으며, 그들이 투입된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모든 쿠데타군은 동료들이 어떻게 죽어가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학살당했다.

너무 빨랐고, 너무 허무했다. 아무리 경호대가 적극적으로 소탕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곤 해도, 적극적으로 싸웠더라도 그들 뿐이었다면 1시간은 걸렸을 전투일 것이다. 무난하고 최소한의 피해로. 그러나 저들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정부가 비밀리에 기르고 있던 병력들이라곤 하지만 너무 뛰어났다. 빠르고 과감한 움직임에 몇몇 인물들은 근처 사각에서 쏘려는 것조차 보지 않고 피했다. 심지어 누군가 던진 수류탄의 윗부분에 정확히 총격을 가해 허공에서 헛돌다 바닥으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날아오는 수류탄을 총격으로 맞춰 떨어뜨린 것이다. 폭발하지 않도록 윗부분만 맞춰서. 덕분에 아군의 피해는 전무하고 오히려 엄폐물 뒤에 숨어 있던 쿠데타 병력 주변에서 폭발했기에 전술적 이익을 얻기까지 했다. 그런 묘기는 한번도 본 적 없고 들어본 적도 없었다. 총알이 떨어졌는지 어느 쿠데타군은 총검을 장착하고 재장전을 하는 진압군에게 달려들었지만 그는 오히려 들고 있던 총을 내려놓고 맨손으로 덤벼오는 자를 처음보는 격투술로 때려잡아 죽였다. 멀리서도 목뼈가 부러져 흔들거리다 바닥에 내던져지는 건 충격적일 정도였다.

그렇게 쿠데타군은 너무 빠르게 죽어나갔기에 후퇴하거나 도망조차 치지 못했다. 그들은 자기 부대가 어떻게 와해되는지도 파악하기 전에 하나하나 죽어나갔다.

“말도 안 돼.”

“정부가 무인들을 기르고 있었던 건가?”

지켜보던 경호대는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기실 그들이 어쩔 수 없는 문제였지만 이 사실이 공개될 경우 어떤 소란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저놈! 저놈 체포해!”

9명 중 리더 역할에 가까운 알렉산드르의 목소리가 방금까지 총격이 가득했던 장소에 울렸고 한 남자가 그들 손에 잡혀 질질 끌려나왔다. 언제 어떻게 맞았는지 이미 피투성이인 얼굴이었다. 그는 예조프였다. 발칸은 이미 죽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개새끼들.. 이 개새끼들아! 마피아 따위에게 명령이나 받는 개새끼들! 네놈들이 누굴 위해 싸웠는 줄 알아!? 네놈들이 누굴 위해 피흘린지 아냐고! 우리가 이 나라를 구원하려는 유일한 용사들이었다! 너흰 범죄자 마피아 따위를 위해 피 흘린 거라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라면 너흰 우리와 함께 싸웠어야했어!”

퍽!!

그의 얼굴에 주먹이 날아왔고 예조프의 목이 떨어질 듯 반대쪽으로 돌아갔다. 그의 입에서 피와 함께 치아 몇개가 같이 뱉어졌다.

“일단, 우리 쪽에서 죽은 사람은 없다. 둘째, 그 마피아같은 거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머저리 같은 음모론자 새끼 같으니. 셋째, 네 망상 때문에 네놈 부하들은 다 죽었고 너만 살아남았다. 그리고 넌 전투가 아니라 재판에 넘겨질 거고, 그에 따른 처분을 받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네가 친 사고 때문에 머리 아플 사람들 많을 거다. 네 가족 역시도. 그런 걸 감수할만큼 네 망상이 현실적이었길 바란다. 끌고가!”

누가 들어도 예조프의 말은 개소리처럼 들렸을 것이다. 근거는 없고,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다.

“날.. 날 돕는 사람들이 있다.. 네놈들은 후회할 거라고.. 난.. 난 다시.. 꺼으윽..”

알렉산드르는 그를 돌아보지도 않고 조장 역할을 한 나머지 인원들을 보았다.

“돕는 사람들이 있다는군.”

“우리 일이 될까?”

“글쎄. 그럴 필요가 있을까? …아니,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군. 이참에 힘을 더 보여주겠다면서 공을 몰아줄지도 모를테니. 그럼 우릴 구성했던 이들의 입지가 비교할 수 없을만큼 강력해질테니까.”

엡카는 이제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마스터 한께서는 어디 계시지? 내일 훈련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

“뭐.. 잘 되겠지. 이런 일에 개입할 수는 없는 사람이잖나.”

그들은 아직 한주창이 살해 되었음을 알지 못했다. 그저 경찰에 의해 신원불명의 중노년의 동양인이 아주 잔혹하게 살해되었고, 그 주변에 격렬한 전투의 흔적이 있었다는 것만 보고되었으나, 당장 해치울 일이 아니었기에 관련 보고서만 누군가의 책상 위에 정리되지 않은 채 버려진듯 다른 서류에 묻혀 있을 뿐이었다.

***

흘렙은 직원들을 동원하며 쿠데타 현장을 촬영하고 있었다. 예조프가 경찰들을 쏴죽인 이후 이동하는 와중에 흘렙이 따라붙었다. 그는 최소한의 인원만을 대동하고 그들을 멀리서 촬영했다. 중간중간 이동하거나 숨으면서 끊기는 부분도, 쿠데타군은커녕 사람 얼굴도 안 보일 때도 있었지만 시청자들은 엄청난 호응을 했다.

Rittle : 죽은 사람 없음? 시체 좀 보여주셈.
RexCarTel : 총으로 쿠데타 수장 저격해서 죽이면 100만원.
MainT : 100만원이 뭐냐 1000만원은 걸어야지 ㅋㅋ
TerribleTerridle : 사람 죽이는 건데 1억을 걸어야지 뭔 1000만원 ㅋㅋㅋㅋ
Prolo_Gue : 쿠데타 막으면 상금 받는 거 아님?
Bololol : 아 호들갑 그만 좀 떨고 가까이서 좀 찍어봐라 ㅅㅂ 뭐 보이는 게 없네
PaBlov : 쟤네 총 안 쏨? 왜 안 싸움? 경찰 어딨음?
.
.
.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채팅은 읽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고 이미 쿠데타군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인 것만으로도 엄청난 후원금이 들어왔다. 그러나 흘렙은 이것이 실제 상황이라는 걸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고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다 써야 했다. 한손에는 마이크를, 낡은 양복을 입은 그는 차량의 뒤쪽에서 다시 쿠데타군이 차량을 박아대면서 움직이는 걸 촬영했다.

비싼 장비를 구할 수 없었기에 최신보다 4년은 뒤떨어진 카메라 제품에 조끼처럼 입는 옷에 막대와 마운트를 달아 카메라에 고정한 장비로 촬영 중이었다. 흘렙은 다시 카메라를 바라보고 말했다.

“지금 쿠데타군의 이동방향을 보면 대통령궁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의 목적에 대해선 알 수 없지만 고작 두개 중대 병력으로 대통령궁을 습격한다는 게 정상적인 계획일까요? 이런 쿠데타는 최소 영관, 혹은 장군 계급이나 할 것인데.. 설마 그들 중 하나가 이번 훈련을 기회로 중대를 동원하여 쿠데타를 기도하는 게 아닐까요? 일단 거리가 멀어졌으니 바로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자신의 차량으로 일정 거리 이동하고 쿠데타군의 위치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 주차한 뒤 걸어서 이동하여 촬영한 뒤 그들이 이동할 때 천천히 뒤따라온 차량에 다시 탑승하여 쫓아가는 식으로 방송을 했다.

이런 행동이 몇번 반복되자 시청자들은 싫증과 짜증,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고, 흘렙은 이런 분위기를 타개해야 한다는 생각과 그런 것에 하나하나 휘둘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중요한 건 자신의 안전과 시청률, 그리고 후원금이지 그것 이상을 추구하다 발각되기라도 한다면 아주 위험한 상황에 빠진다. 작은 실수가 큰 손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이 상황을 제대로 촬영하는 건 자신 뿐이다.

심지어 기성 언론조차 헬기는커녕 기자 하나 보내지 않고 있다. 두렵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번 쿠데타에 상당히 많은 이들이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거나..

“멈췄습니다, 미스터 흘렙.”

“조심히 촬영.. 윽!”

“억!”

차량에서 내린 뒤 흘렙과 카메라맨은 먼저 이동한 뒤 운전을 담당하는 흘렙의 매니저는 좀 더 늦게 뒤따라왔기 때문에 자리에 없었다. 그것이 그들에겐 행운이었을 것이다. 둘은 불시의 일격에 쓰러진 직후 한 남자가 카메라 밖에서 그들을 내려다봤다.

‘날파리가 꼬이는군. 하지만 내가 신경쓸 건 아닌 거 같고..’

남자는 명설이었다. 예조프군에게 접근하기 전 그들을 촬영하는 이들이 있기에 먼저 손을 쓴 것 뿐이다. 그러나 이들을 죽여야할 필요나 이유가 특별히 느껴지지 않았기에 잠시 기절만 시킨 것 뿐이다. 직후 그는 자리에서 벗어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흘렙의 매니저가 그들을 발견하고 깨울 수 있었다.

“젠장.. 다시 따라붙어! 소리 나도 괜찮으니까!”

채팅창은 물론 그들이 저격당하거나 죽은 줄 알고 난리가 났었지만 흘렙에게 중요한 건 쿠데타군에게 너무 멀어져버렸다는 점이다. 흘렙은 쿠데타군이 어떻게 될 것인지 분명하게 잡아내야 했다.

“하지만 미스터 흘렙, 그들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밟아!”

흘렙은 고함을 쳤고 흘렙을 위대한 사람으로 평가하던 매니저는 자신이 그의 일을 망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고 엑셀을 밟았다. 그의 권위를 거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동한 흘렙 일행은 매우 운이 좋았다. 아직 경찰들이 대통령궁으로 향하는 루트를 모두 막아내지 못했기 때문이고, 이제 막 교전이 발생한 시점에 대통령궁의 근처에 딱 맞춰서 도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즉시 내렸고, 매니저는 겁먹은 채 벌벌 떨면서 운전대만 잡고 상체만 굽히고 있을 뿐이었다.

“내 뒤로 와! 이쪽으로! 저들의 총알에 재수없게 맞기라도 하면 골치 아파진다! 몸 낮추고!”

“예, 예. 미스터 흘렙..”

카메라맨은 몸에 핏기가 말라갔고 실제로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음에도 흘렙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쉬지 않은 총격들이 여기저기서 발새했고 카메라맨은 유난히 큰 발포음이나 지척에 튕겨진 듯한 소리에 깜짝 깜짝 놀랐다. 그럴 때마다 채팅창은 그런 카메라맨을 조롱하기 바빴고 그런 반응들을 전혀 모른다는듯 흘렙은 구석진 곳에서 교전 현장을 등진 채 방송을 계속하고 있었다.

“현재 쿠데타군과 정부군.. 아마 대통령궁 경비대일 겁니다. 이들이 교전을 진행하고 있는데.. 숫자만 봐도 수백명이 총격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멀리서 본 것이지만 경찰특공대도 함께 쿠데타군과 교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너무 당연한 소리였다. 흘렙은 이따위 멘트나 하려고 이 자리에 이렇게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어떻게든 있어 보이는 아무 말이라도 해야 했다. 개소리라도 그럴듯하게 하면 먹히는 세상이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여러분? 대통령궁을 뚫으려는 고작 2개 중대 병력. 네, 고작 2개 중대 병력입니다. 이미 우리는 이들이 어디에서 출발했고 그 부대 규모가 얼마인지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이미 관련 정보가 언론에 나왔기 때문이다. 기성언론에서, 그리고 지역 행정기관 및 경찰서 등에서 수도방위훈련 때문에 통행에 불편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민들에게 홍보했고, 언론에서도 그 위치와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 보도했기 때문이다. 흘렙이 은유하는 것처럼 대단한 정보수집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고작 2개 중대. 약 200명 병력으로 쿠데타를 시도하는 것도 비현실적인데 그들이 대통령궁까지 도달했습니다. 우리 군은 이런 쿠데타군을 진압하지 않고 뭘 하고 있죠? 경찰들은 뭘하고 있었습니까? 이들을 제대로 저지하지도 않고 지금조차도 보십시오. 동원 가능한 경찰 병력을 모아 저들의 뒤를 치기만 해도 저들은 앞뒤로 포위 당하는 형상인데 말입니다. 이상합니다, 정말 이상한 상황이에요.”

흘렙은 말하면서도 자신의 논리가 그럴듯하다고 느꼈다. 아니, 상당히 의심해볼 법한 상황이다.

LonelyBear : 지가 군사 전문가임? 전술 훈수 오졌다리 오졌다랑어~ㅋㅋ

그런 조롱이 있었지만 흘렙은 신경쓰지도 않고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지금 경찰은 어디에 있고, 다른 군 병력은 어디에 있죠? 뭔가 이상합니다. 이 사건 자체가 누군가의 기획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됩니다.”

그렇게 한참을 떠들던 때 멀리서 다른 병력들이 신속하게, 그러나 상당히 은밀하게 움직였다. 대통령궁 양옆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예조프의 쿠데타군은 그들의 움직임을 제대로 포착하고 있지 못했지만 흘렙과 카메라맨의 각도에서는 그들의 움직임이 보였다.

“미스터, 흘렙! 저걸 보십시오!”

카메라를 바라보며 떠들던 흘렙은 그의 말에 뒤를 돌아보았고, 상대적으로 경무장한 병력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압도적인 전투력으로 쿠데타군을 한순간에 사살하고 그 책임자로 보이는 남자를 끌고왔다. 그 모든 장면은 카메라에 잡혔고 역대 최고의 대박을 터뜨렸다는 직감이 들었다. 아주 확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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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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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_Arondite_ | 작성시간 22.11.21 올ㅋ 벨라루스는 완전 개판이 됐네요 ㅋㅋㅋㅋㅋㅋ
  • 작성자_Arondite_ | 작성시간 22.11.22 근데...보다보니 좀 애매한게, 예조프 병력은 2개중대정도 아니었나요? 대대라고 적혀있네요.
  • 답댓글 작성자Khrom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11.22 아, 실수. 수정했습니다. 중대 규모라 200명 정도라 숫자는 맞는데 편제를 잘못 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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