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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rome의 도서관

[SF]네가 본 가장 이상한 행성은 어디야?

작성자Khrome|작성시간22.12.01|조회수148 목록 댓글 4

요근 베레츠크는 평화로운 행성 출신의 용병이었다. 원래는 용병이나 군사 영역에서 일할 생각은 없었지만, 이래저래 어쩌다보니 결국 용병으로 10년 넘게 구르고 겨우 고향에 도착했다.

 

"쩝쩝.. 10년만에 찾아와서 처음하는 말이 밥사줘가 뭐냐?"

 

베레츠크는 가금류 동물을 가공한 뒤 마늘향을 입힌 음식을 입에 밀어넣으며 용케도 대답했다. 예전의 허옇고 비실한 녀석은 없고 무심한 정도로 담대한 성격이 드러나는 눈빛과 근육과 흉터로 뒤덮힌 덩치만 보면 요근을 아는 사람 중 그를 제대로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정쟁터에성 이엉 거 몽머엉."

 

"마시고 얘기해. 마시고."

 

친구인 아크리파 도뇌합스크가 탄산음료를 밀어주며 질문했다.

 

"썰 좀 풀어주라. 용병일 10년이면 많을 거 아니야."

 

죽음과 절망, 공포와 비탄이 가득한 전쟁터를 겪어온 이에게 그러한 질문은 무례할 수 있겠지만, 평화로운 세계에서 살아가던 도뇌합스크의 감수성은 그것을 상상할 경험이 없었다. 그러나 그 정도 무례는 심심찮게 겪었던 베레츠크는 입에 담긴 것들을 꿀꺽 삼키고 역시 무심하게 대답했다.

 

"꺼윽. 음. 어디보자.. 아, 그래. 이상한 경험이 한번 있긴 했었지."

 

"이상한 경험?"

 

"어. 이상했어."

 

그가 이동형 전술방패라는 별명에서 벗어날 때쯤의 일이었다. 용병은 하는 일이 많았지만, 그가 당시에 맡았던 일은 어느 행성에 숨어든 기술 도둑놈 하나를 잡아오라는 의뢰였다. 전쟁이 한창이던 행성에서 복무기간을 다 채우고 이젠 좀 잔잔한 일을 하고 싶었던 베레츠크와 몇몇 이들이 그대로 이전에 전역한 선배들이 만든 용병단을 소개 받고 그곳에서 의뢰를 배정 받은 것이다.

 

행성 이름은  올스가리즘-96.

 

특이한 점은, A.I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라는 것이다.

 

"그런 행성은 많지. 그게 이상한 건 아니지 않나?"

 

기계나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사회는 꽤 흔한 편이다. 외부로부터의 접근만 없다면 상당히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으니까. 물론 얼마나 합리적이고 얼마나 좋은 조건인지에 따라 다를 뿐이다.

 

"이상한 건 아니지. 이상한 건 그 행성 인공지능이 인간을 어떻게 다루고 있느냐야."

 

다시 음식을 손에 쥐고 입에 집어넣은 그는 그러면서도 열심히 말했다.

 

"모든 인간 대가리에 칩을 박고 행동을 조종하고 제한하는.. 그 뭐야. 포스트 아포칼립스 같은 기술독재 사회였거든. 거기서 개인의 자유나 권리 같은 건 없어. 아니다. 하나 있긴 한데, 아무튼 모든 인간은 대가리에 칩박고 죽지도 못하고 평생 효율적인 노동만 하다 죽어야 한다는 거지."

 

"어.. 그런 곳도.."

 

"최대한 오랫동안 기술과 약물로 건강을 유지하되, 효율이 저하되어 죽는 건 개체를 유지시키는 것보다 더 경제적이라는 판정이 내려지는 사회라는 거야. 나이 들어서 건강을 유지시키기 위해 투입되는 자원보다 그냥 죽는 게 나으면 그냥 죽여버리고 재활용하는 사회였지."

 

도뇌합스크는 자유로운 사회를 살아가는 주권자였기에 그런 사회에 대한 본능적 거부감이 들었지만 역시 그 정도까진 특이할 게 못 됐다. 하지만 이어지는 친구의 말에 표정을 관리하기 어려워졌다.

 

"근데 그 대가리에 박힌 칩이 무한 절정 멀티 오르가즘을 느끼게 해준다는 거야. 몸은 기술적으로 자동화되어 움직이는 감옥이지만 정신만큼은 천국을 보여주는 거지."

 

"어..음..."

 

"근데 그렇다고 해서 딱히 수술적인 방식으로 인체에 대한 침해는 최소화한다는 조건 때문에 고환이나 전립선 같은 걸 절제하지도 않는다는 게 진짜 이상한 일이야."

 

"잉?"

 

"뭔 소리냐면, 거기서 무한 절정을 느끼면서 질질 싸대는 인간의 정액을 그대로 모아서 그냥 버린다는 거지. 재활용을 하긴 하는데, 그런 것보다 버리는 게 더 많아. 그 정도로 필요하진 않은가봐."

 

";;;;"

 

"그 정액들은 그대로 강을 타고 내려가고 바다로 모여들어. 그런 사회가 얼마나 오래 됐고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질질 싸고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이미 바다 전체가 정액으로 꽉꽉 차버렸더라지. 저 깊은 바닷속 밑바닥 구석구석까지 인간 정액으로..."

 

그에 대해선 독재A.I가 알려줬다. 그것은 외부인에게도 그러한 사회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거나 요구를 받을 정도로 힘 없고 빽 없는 소수의 여행객을 비자발적으로 참여시키기도 한다.

 

"으음..;;;"

 

"근데 더 이상한 건, 그런 정액바다에서도 살아가는 생물이 있다는 거야. 근데, 야. 한번 생각해봐. 그 생물은 정액 바다에서 살아가잖아. 그럼 그거 인간 정액에서 태어난 거 아니냐? 그 도둑놈 잡는 건 오래 걸리는 일이 아니라 금방 잡아와서 그거까지 알아보진 못했는데, 난 아직도 그게 궁금해."

 

"...."

 

도뇌합스크는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반응을 보여야할지 몰라서 대충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표현해냈다.

 

"거.. 쩝.. 세상 참 희한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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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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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그녀가가잖아-_- | 작성시간 22.12.02 정액으로 가득 찬 바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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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유기체말살시스템 합성체 | 작성시간 22.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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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_Arondite_ | 작성시간 22.12.02 아니 도대체 무슨 야동을 보고 쓰신 겁니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작성자dolto | 작성시간 22.12.02 대체 무슨 상상력이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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