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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rome의 도서관

[SF]잿빛 클로버 (4)

작성자Khrome|작성시간23.10.21|조회수22 목록 댓글 1

주변을 경계하며 접근했지만 위협은 없었다. 그들은 토제아가 말했던 방공호의 입구를 찾는데 성공했다.

-’치지직… 여기는 브람스, 건물 4층에서 살펴보는 중. 현재까지 이상 무. 오버.’

-’여기는 헬무트, 진입 중이다. 보이나? 오버.’

-’여기는 브람스, 여기서 잘 보인다. 글라우버는 어떤가. 오버.’

-’여기는 글라우버, 내 위치에서 입구는 벽에 가려져 있어서 보이지 않는다. 들어가는 건 확인했고 엄폐 유지하며 거리를 지켜보겠다. 오버.’

헬무트와 일행은 지하철로 내려갔다. 이제는 다니지 않는 철도로 내려갔다. 이런 지하라도 먼지는 쌓이기 마련이다. 오래된 발자국들이 여기저기 있었고, 이제는 새로운 발자국을 기록할 시간이 된 것 뿐이다.

-이건 토제아의 발자국인 모양이군. 이걸 따라가자고.

헬무트는 새롭게 찍힌 발자국을 보며 방향을 잡았다. 어차피 토제아의 말대로 따라가면 나오는 곳이니 어려울 건 없다. 그들은 선로를 따라 쭉 이동했다. 그리고 벽에 붙어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무언가 적혀 있었는데 훼손 되어 있었다. 들어가보니 전기 설비들이 설치되어 있었고 여러 사람들이 약탈해간 흔적이 있었다. 설비의 덮개는 뜯어져 있었고 내부의 장치와 전선은 죄다 뽑혀나가 있었다.

-토제아의 말에 따르면.. 이거군.

설비실 내부의 벽은 직사각형의 내열성 내장재들로 마감되어 있었다. 벽 자체는 깔끔해 보였지만 각 내장재 사이에 홈이 파여 있었다. 그리고 토제아의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있는 지점으로 갔다. 그의 말에 따르면 고철 덩어리라도 뜯어가려고 설비를 하나 넘어뜨렸는데 벽이 들썩이며 뒤로 밀렸고 그 뒤로 통로가 보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까이서 살펴보니 작은 틈 뒤로 통로가 보였다.

헬무트는 자신의 손전등으로 그 공간을 살펴보려 했지만 잘 보이지 않았다.

-한스.

한스는 묵묵히 앞으로 나섰고 다른 사람들은 아직도 넘어진 채 벽을 밀고 있는 설비를 치워냈다. 한스는 먼저 크로우바를 이용해 문을 열어내려 했다. 문 틈에 끼워넣고 벽에 달을 낸 채 온 힘을 다해 잡아 당겼다. 그걸로 문이 열리지는 않았지만 약간 휘어내는데에는 성공했다. 훨씬 넓어진 틈으로 내부를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잠금장치가 되어 있었다. 방식은 막대형 미닫이 방식의 잠금쇠였다. 직사각형의 크고 두꺼운 금속막대를 밀어서 반대편 홈에 끼우는 것이다.

-열 수 있겠나?

헬무트의 말에 한스는 손전등으로 잠금쇠를 자세히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쇠지렛대를 슬쩍 틈에 끼워넣은 뒤 잠금 막대를 슬슬 밀어내기 시작했다. 길이의 문제가 있다보니 조금 낑낑 거리며 밀어내는데 성공하자 오랜 시간이 무색하게 매끄럽게 열렸다.

-방공호치고 허술한데.

-잘 숨겨져 있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었나보지. 그리고 진짜 문은 저쪽이야.

빅커스가 손전등을 비추자 두꺼운 철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퀴 손잡이(wheel handle)로 이루어진 문은 무식할 정도로 아주 튼튼해보였다. 헬무트는 한스에게 눈칫했고 볼커를 바라보았다. 설비실 입구를 맡으며 경계하고 있던 볼커 또한 내부를 신경쓰고 있었다보니 그의 시선을 의식하고 문제 없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스는 가까이 다가가 손잡이를 돌려보았다. 방공호인 것이 무색하게 문은 어렵지 않게 열렸다. 조금 녹이라도 슬었는지 끼익 거리긴 했지만 한바퀴 돌고 나선 문제 없이 열렸다.

-괜히 이것저것 가져왔군요.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지. 브란트.

-예.

브란트는 볼커에게 손짓했지만 보지 못했고, 가까이 다가가 그의 어깨를 툭 치는 것으로 신호했다. 볼커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 그들을 따라갔다.

문 뒤로는 가슴 높이까지 올라오는 깨끗한 타일벽이 있었고, 천장까지는 바래긴 했어도 하얀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다. 다만 오래된 만큼 삭아서 떨어진 부분들이 많았다. 꽤 잘 만들어진 시설 같았는데, 무언가를 보관하기보다 거주 목적으로 보일 정도였다.

-조심히, 그리고 조용히 이동한다.

벙커 내부의 문은 평범했다. 그들이 들어온 통로는 오른쪽이 바로 막혀 있었고 왼쪽으로만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갈 곳은 하나 뿐이었다. 그리고 통로의 끝 문을 열자 그곳은 침수된 화장실이었다. 그냥 화장실인 건 아니고 소변기, 대변기, 심지어 샤워실 등이 있는 곳이라 거주 목적의 방공호인 게 확실해졌다.

-아무래도 고위층 전용 벙커였나보네요.

-그래, 뭔가 물자가 더 있는지 확인해보자고.

널찍한 화장실의 한켠에 일반적인 쇠문이 있었다. 안쪽에서 잠기는 문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잠겨 있었다. 어차피 화장실 내부에서 잠기는 문이니 잠금장치를 돌리고 문을 열자 정사각형 타일로 벽과 천장을 마감한 통로가 보였다. 통로의 왼쪽에는 중간중간 금속 문으로 열리는 문들이 몇개 있었지만 당장 열리지는 않았다.

-열쇠가 있어야 할 거 같아.

-강제로 열 수는 없나?

헬무트의 말에 한스는 문을 유심히 살펴보곤 고개를 저었다.

-꽤 튼튼하게 만들어졌습니다. 뭔가 휘두르기엔 복도가 너무 좁기도 하고요.

-나중에 열어보자고.

헬무트는 뒷편의 볼커를 한번 바라보고는 별 문제 없는듯 하여 계속 나아갔다. 그리고 맞은 편 문을 열기 전, 반대쪽. 꽤 멀게 느껴지는 곳에서 웃음소리와 환호성이 들려왔고, 헬무트가 주먹으로 정지를 요구하기도 전에 모두 행동을 멈췄다. 손가락은 언제든 총구를 당길 준비를 했고, 근육은 긴장했으며, 호흡을 신경쓰게 되었다. 헬무트는 아주 조심스럽게 문에 작은 금속컵이 실로 연결된 장비를 대었다. 그리고 반대쪽 컵을 귀쪽에 댔는데, 그의 마스크 귀 부분은 둥그런 금속으로 둘러져 있고 귓구멍 쪽에 집어 넣을 수 있는 2cm 가량의 요철이 있었기에 컵을 누르며 그 요철부를 잘 맞추어 자신의 귀에 집어넣었다.

-’이거면 몇달 동안 먹고 사는데 문제 없겠는데.’

-’물은 좀 상한 거 같아. 하지만 끓여서 다시 모으면 문제될 건 없겠지.

-’이야, 이 옷 좀 보게. 이거 봐, 난 장관이다! 하하하하!’

-’이봐! 이쪽으로 와봐! 군용 장비들인 거 같은데!?’

신호를 주지는 않았지만, 모두 입을 다물었다. 이제부턴 수신호와 눈치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들키기 전까지는. 헬무트는 살짝 뒤를 돌아서 간단한 의미가 담긴 수신호를 전달했다.

‘러시아어, 최소 4명 이상, 무장 가능성’

헬무트가 러시아어를 아는 것도 아니고 빅커스 정도가 무역상과 자주 이야기하며 러시아어 단어 몇개를 아는 정도에 불과했기에 그들이 무어라 말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한스는 헬무트에게 수신호를 보였다.

‘어떻게 할 겁니까?’

‘충돌은 최소화.’

헬무트는 그렇게 전했다. 물자에 관해 잠시 아쉽다는 눈빛이 마스크 너머로 보였지만 빠르게 단념했다. 그는 젊은 청년들을 이끌어야하며 그들이 안전하게 돌아가게 할 책임 역시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브란트는 생각이 달랐다. 빅커스 역시.

‘싸웁시다.’

‘안 된다.’

‘싸웁시다.’

빅커스 역시 그렇게 의사를 표현하자 헬무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빅커스를 노려봤다. 빅커스는 그 눈빛을 피하지 않고 마주보며 수신호를 전했다.

‘사수할 것.’

지키자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아마 말로 전하자면 저들이 너무 많은 걸 얻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어서 한번 더 손을 움직였다.

‘기습으로.’

헬무트는 안 된다고 하기 전에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한스를 비롯하여, 심지어 볼커마저도 한번 싸워보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헬무트는 생각했다. 여기서 안 된다고 한다면 그들은 헬무트의 의견에 따르긴 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불만을 가질 것이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루스키놈들이 대규모의 물자를 얻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들이 환호하는 걸 들었으니 상당한 물자일 것으로는 예상되었다. 지금도 당장 무언가를 쓸어 담고 주책 없이 쿵쿵 거리는 발소리가 복도를 타고 울렸으니 말이다.

한스는 잠시 눈치를 보다 수신호를 보냈다.

‘소리가 큼. 기습으로.’

저들의 소리가 크니 그 소리를 틈 타 기습을 가한다면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의미였다. 설령 그들을 몰아내거나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단 한번의 기습으로 피해를 입힌 뒤 성공적으로 후퇴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익이 될 것이다. 이는 놈들이 물자를 얻는다 해도 다소간의 피해를 입혀 손해 역시 가져가게끔 해야 한다는 입장하에서의 전략이다.

헬무트의 고민이 깊어지자 한스는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고 육성으로 말했다.

-우리가 가질 수 없더라도, 상대가 모든 걸 가져가게 두지는 말아야 합니다.

내가 가지지 못하는 것과 상대가 모든 걸 차지하는 건 별개의 문제이다. 내게 쓸모가 없거나 필요가 없더라도 그걸 필요로 하는 경쟁자가 그것을 자산으로 삼도록 두는 것은 장기적인 위험을 야기한다. 심지어 당장의 직접적인 경쟁자가 아니더라도 그러할 때가 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일 때가 있는 법이다.

헬무트는 한스의 말에 나직이 한숨을 쉰 뒤 공기통의 잔량을 확인했다. 1시간은 너끈히 버틸 수 있다. 전투 상황이나 도주 상황에서의 소모량을 고려하면 최대 절반이라 계산한다 쳐도 성공적으로 빠져나올 수만 있다면 공기는 걱정할 게 못 된다.

-시발..

‘전투 준비.’

헬무트는 작은 소리로 욕을 씹으며 수신호를 건냈다. 그의 예측이 맞다면 문을 열고 또 하나의 문이 있을 것이다. 아마 왼쪽에 있을 것이니 문을 살짝 열고 슬쩍 본 뒤 곧바로 판단해야 한다.

달깍. 헬무트는 정말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잡고 돌렸다. 끼익 하는 소리가 나자마자 헬무트는 열던 것을 멈췄다. 그리고 문 너머에서 누군가 농담을 했는지 한바탕 웃음소리가 들릴 때 확 열었다. 끽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운이 좋았는지, 놈들이 제정신이 아닌지 반응은 없었다. 예상대로 좌우로 이어지는 3m 폭 정도의 복도와 맞은편 벽 왼쪽에 붙어 있는 문에서 말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또 무언가를 쓸어담고 있는지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금속성 소리인 것을 고려하면 통조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아주 조심스럽게 발소리를 죽여가며 문의 양쪽에 섰다. 경첩을 확인하니 복도 쪽으로 열리는 문이다. 빠르게 총알을 쏟아붓고 빠져야하기 때문에 왼쪽에 3명이 열리는 방향으로 1자로 섰다. 문 바로 양옆엔 헬무트와 브란트가 섰고, 헬무트의 옆에는 빅커스, 한스가 섰다. 서있는 헬무트, 몸을 기울여 헬무트의 팔 아래에서 사격할 빅커스, 빅커스 뒤에 앉은 채 몸을 기울여 쏠 한스, 그리고 문을 열 브란트, 닫는 것도 그의 역할이다. 볼커는 그들이 들어온 문에 서서 주변을 보고 있었다. 필요하다면 그들을 엄호하며 후퇴 시 마지막으로 문을 닫는 역할을 할 것이다.

헬무트는 오른손으로는 총을 들고 왼손가락으로 숫자를 셌다.

3.

2.

.
.
.

-’이걸로 마을 하나는 통째로 살 수 있겠군!’

-’이봐, 사샤. 이런 세상에서 마을을 사서 뭐하게. 중세 영주 놀이라도 하게?’

-’뭘 모르는구만, 볼코프. 난 계집애들만 살 거야.’

-’털 안 난 년들로 꽉 채워서?’

-’빌어먹을 체코프! 넌 대학이라도 나왔나보구나!’

-’푸하하하하하!!’

-’하하하하!’

1!

덜컹!!

타다다당! 타다다다다당! 따다당! 따당! 따다다다당!

-아악! 쑤카!!

-으어억!!

-어억! 으아아!!

문을 열자마자 쏟아부은 총탄에 루스키인 대여섯명이 한꺼번에 쓰러졌다. 자동으로 놓고 가장 무식하게 총알을 쏟아부은 헬무트는 잠시 몸을 엄폐하며 탄창을 교체했고, 두번째로 많은 탄을 쓴 빅커스 역시 그랬다. 한스는 절반 정도는 남아 있는 것을 계산했기에 당장은 복도에 총구를 향하고 있었고, 둘이 재장전을 할 동안 브란트가 몸을 꺼내 한스와 함께 총구를 겨눴다.

-’뭐야! 시발! 어떤 새끼야!’

-’모여! 적이다!’

-’밑에 씹새끼들이 있다!!’

이제 목소리를 아낄 이유가 없어졌다.

-발소리.. 4.. 아니, 5명은 훨씬 넘어. 7명 이상이라고 간주하도록.

헬무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10명 정도라 예상하기로 했다.

-이제 뺍니까?

헬무트가 다시 복도를 바라보니 왼쪽에는 꽤 넓은 유리 미닫이 문으로 통로의 2/3을 차지하고 있었고, 보이는 반대편 끝에는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그의 생각에 놈들이 생각 없이 내려온다면 충분히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한번만 더 쏘고 바로 빠진다.

-그냥 계속 교전하죠?

-베론 영감 말 기억 안 나나?

베론 영감과 헬무트의 권위를 존중한다면 헬무트의 판단에 따라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헬무트는 이 기회를 이렇게 소극적으로 날리는 게 맞는지 자문했다. 위쪽에선 발소리가 들려왔지만 어느새 멈추는 소리도 들렸다. 놈들도 바보가 아니라면 이쪽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면 함부로 계단으로 내려오지 않는 게 정상이다. 그는 잠시 눈을 내려 바닥에 떨어진 것들을 보았다. 놈들의 개인 소지품, 총기, 탄약, 그리고 아마 물자를 꽉 담은 채 잠겨진 상자와 천 자루에서 쏟아진 물자들. 예상대로 통조림들이었다. 그리고 Emergency Drinking Water. 비상식수였다.

‘확실히 아깝긴 하군.’

-한스, 반대쪽으로 움직여라. 다음은 빅커스 너다.

-진짜 포기합니까?

-그래, 움직여. 한스.

빅커스는 아쉽다는듯 입맛을 다셨지만 한스는 신중한 편이었다. 즉시 브란트 쪽으로 움직였고, 브란트와 함께 엄호했다. 그리고 빅커스가 움직일 때 저쪽에서 뭔가 웅성거리더니 무언가 벽과 바닥에 부딪히며 튕겨 올랐다.

-수류탄!

뻐엉! 삐이이이…

정확히는 섬광탄이었다. 복도 바깥의 통로에 있었고 즉시 몸을 돌렸음에도 굉음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갑작스러운 충격은 머리를 흔들었고 균형을 잡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아마 놈들은 내려오고 있을 것이고, 아주 멀리서 달려오는 소리와 고함 소리가 들렸다. 헬무트는 머리를 크게 흔들고는 보지도 않고 복도 쪽으로 총만 향한 채 방아쇠를 당겼다.

한스 역시 흔들리는 시야를 회복하지도 못한 채 헬무트처럼 총만 꺾어서 총알을 난사했다.

타다다다다다다당! 따다다다다당!

타당! 타당타당! 탕탕탕탕!

눈을 찡그린 채 어떻게든 제대로 보려고 했고 그것은 효과가 있었다. 다만 그것이 날아오는 총알이 입구 벽을 때리는 것 뿐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공포심이 머리를 잠식하려 했다.

퍽, 퍽!

입구의 모서리에 총알이 맞자 금속으로 된 문틀에 불꽃이 튕기며 구멍이 나거나 찢어졌고, 그 주변 타일이 깨져나갔다.

헬무트를 비롯한 누구도 복도 안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다. 그렇기 때문에 볼커의 행동은 아주 적절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는 한스와 브란트의 등줄기를 잡고 뒤로 던졌고, 곧바로 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양손으로 잡고 던지듯이 닫아버린 것이라 꽝! 하는 소리가 통로를 울렸고, 그 소리에 오히려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릴 정도였다. 아니, 실은 또 한번 머리를 흔들었지만 바닥에 누워서 올려다 보는 광경이 더 잘 보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쿵! 발로 차는 소리였다. 그리고 문이 한차례 들썩이며 헬무트는 그 틈 사이로 어느 루스키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헬무트는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고, 그들이 방탄 방패를 들고 있다는 것 역시 보게 되었다. 그는 즉시 총을 들고 쏘려 했으나 이미 탄을 다 소비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빌어먹을!

헬무트는 잠시라도 시간을 벌기 위해 몸을 던져 철문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일반적인 건물의 철문은, 심지어 고급 방공호라 해도 입구를 제외한 내부 보안에 크게 신경쓰지 않은 이 비밀 방공호에 사용된 일반적인 철문은 소총탄을 막아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따다다당!

-끄아악!!

-헬무트!!

보이지 않는 것에 의해 그의 몸에 구멍이 뚫고 나오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곳을 통해 공기가 빠져나가는 것 역시. 그의 생명이 두가지 물질로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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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_Arondite_ 작성시간 23.10.23 어익후...예상보다 강한 충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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