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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rome의 도서관

[SF]잿빛 클로버 (9)

작성자Khrome|작성시간24.01.09|조회수33 목록 댓글 1

-가기 전에 미리 말한다. 그 누구도 믿지 마라.

베론은 가장 앞에서 그렇게 말하고 되돌아 앞서 나갔다. 그 뒤를 마스크, 헬멧을 쓴 남자들이 따랐다.

광장이라 해도 좋을 만한 넓은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물론 각 그룹마다 분리되어 뭉쳐 있었고, 안면이 있거나 용무가 있는 이들이 조금씩 떨어져 나와 서로 대화를 하거나 협상 중이었다. 광장의 분위기를 읽는 와중에 한 남자가 찾아왔다.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베른하르트 공동체.

남자는 리하르트가 들고 있는 방탄방패를 흘겨보더니 손에 든 서류철에 볼펜으로 무언가 체크하고 적은 후 일행을 안내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이 막사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한스는 막사를 보더니 질문했다.

-이 막사는 누가 제공하는 겁니까?

-베를린 경찰청.

한스는 베론을 돌아보았다. 헬멧에 가려져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질문할 거리가 늘어났다는 건 알았다.

막사 내부엔 작은 테이블 하나와 의자 4개 정도가 있었다. 그리고 의자로 쓸 수 있을 법한 빈 상자 몇개 정도. 그 상자에는 비스켓 몇개와 500ml짜리 물병 하나가 있었다. 이건 모두 베를린 경찰청 쪽에서 제공하는 것이라 했다.

-베를린 경찰청이라는 건 뭡니까? 정부가 무너진지 꽤 됐을텐데요.

-나도 놈들의 실체는 정확히 모른다. 다만 정부의 역할을 하고 싶어하는 무력 집단이라는 건 알고 있지. 뭐, 듣기로는 썩 나쁜 놈들은 아니야. 나름의 질서를 추구하고 지역을 빠르게 규합하고 있는 놈인 건 알지.

빅커스가 물었다.

-왜 이제 말합니까?

-이렇게까지 빠르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줄은 몰랐거든. 기껏해야 여러 집단 중 한 조직으로 참여하는 줄 알았네. 아예 자기 소관인 것처럼 조직하고 있을 줄은 몰랐네.

-좀 더 말해주십시오.

베론은 헬멧을 조금 바로 잡고는 말을 이었다.

-놈들의 이름이 들린 건 2년 전인가.. 3년 전인가 그럴 걸세.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이상한 놈들 중 하나인 줄 알았지. 무슨 산소 교단이니 메탄 농장 같은 거 말이야. 사실 옛 정부가 있던 시절을 그리워하거나 하는 자들은 꽤 많네. 심지어 자기가 겪어 보지도 못한 시절의 이야기라고 해도 말이야. 강력하고 안전하며 평화롭던 시절에 대한 정서적 향수랄까. 베를린 경찰청도 그런 것 중 하나라고 생각했네. 그냥 총 좀 쥐고 자리세나 걷는 뭐 그런 놈들 말이지.

대외 활동을 대표하는 베론은 많은 걸 알고 있지만 모든 걸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게 별 의미가 없기도 하기 때문이지만 불필요한 정보를 차단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어떤 정보를 듣고 공동체의 이익이나 전략보다는 개인의 신념 내지는 이익을 우선시하며 개별 활동 하는 자들이 몇 있었기 때문이다. 공명심이든, 영웅심이든.

-놈들의 확장이 이렇게 빠르다는 것도 여기 와서야 알았네. 아니, 빠르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지는 몰랐다는 거야.

-규모가 크고 무력이 강하다는 겁니까?

-그럴 것으로 보인다네. 아니면 모두가 동의할만한 대의라도 걸고 있거나. 하지만 대의는 어디까지나 대의일 뿐 사람을 움직이는 건 이득이지. 어떤 식으로든 자원이 있고 그걸 적절하게 분배하고 있지 않나 싶으이…

한스는 머리를 긁고 싶은 욕구를 느끼며 헬멧에 머리를 대었다.

-그럼 이 작전도 베를린 경찰청이 주관하는 겁니까? 그들이 그렇게 강하다면 혼자서도 독식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빅커스의 말에 대답한 건 한스였다.

-힘자랑이겠지. 자기 세력이 이만큼 크고 강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걸 거야. 물론 리스크 분산도 있고.. 전리품이 공정하게 배분 된다면 영향력도 확보할 수 있을 거라는 목적이 보여.

빅커스와 일행은 고개를 끄덕였고 베론 역시 그렇게 하면서 그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견제하기 어려울 듯 합니다만.

어지간하면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 볼커조차 그렇게 말했다. 상황의 주도권이 저쪽에 있다는 게 느껴졌다. 베론은 우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물자를 여기 내려놓고, 볼커와 미하일이 지킨다. 나머지는 날 따라오도록. 바깥 상황을 좀 봐야겠어.

그들은 나가기 전 공기통을 교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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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보고 이야기하는 건 오랜만이군, 뮬러.

-얼굴은 무슨. 헬멧에 마스크지. 우리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서로 모를 걸세.

그러면서 서로 악수를 하는 것을 보면 사이가 나쁜 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여기 상황이 어떤지 알 수 있겠는가?

베론 영감은 품에서 종이에 쌓인 무언가를 그에게 건내며 물었다. 뮬러라 불린 남자는 능숙하게 품속에 집어넣고 대답했다.

-알다시피 이 모임은 모두의 필요와 욕심이 일치한 결과일세. 여러 공동체, 조직들이 루스키들에 경계심이 커지는 가운데 막대한 물자를 손에 넣는다니 가만히 둘 순 없었지.

-그래, 내가 가질 수 없더라도 남에게 다 차지하는 건 막아야할 일이지.

뮬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베를린 경찰청이라는 놈들이 많은 인력과 무장, 장비와 물자를 가지고 진을 치더라는 걸세. 마치 자기들이 상전이고 주무 관리처라도 되는 것처럼. 불만은 있지만 놈들이 제공하는 게 썩 나쁘지만은 않아. 의외일지는 몰라도 그들은 이번 싸움에서 3할 정도만 요구하고 있어. 규모와 무력 수준에 비하면, 그리고 제공하는 물자들에 비하면 꽤 적게 가져가는 편이지.

그들은 막사와 비스킷 조금, 앉을 의자 정도를 제공했지만 아무 이유도 없이 제공하는 자가 없고 그들이 특별히 아쉬울 것도 없다는 점에서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나도 알아. 의심스럽다는 거. 하지만 지인들끼리 모여서 잠깐 이야기해봤는데, 아마 놈들은 지역 영향력을 노리는 거 같아.

-행정력과 치안 복구 같은 거겠지?

-그래, 복고주의자랄까.

국가가 있던 시절을 그리워 하는 자들, 혹은 그러한 것의 필요성을 추구하는 자들.

-단순 힘과 주도권을 차지하고 싶어하는 권력지향적 조직일 수도 있네.

그저 남들 위에 서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하는 자들. 그들의 목적은 힘과 그것의 유지일 뿐 비전과 발전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들이 그것에 관심을 둘 때에는 권력을 유지하고 강화시키기 위함일 뿐 다수의 행복을 위함이 아니다. 그렇기에..

-흠. 그들이 권위를 한번 찔러보면 어떨까 싶은데. 나 좀 지지해줄 수 있겠는가?

그런 자들은 권위에 대한 도전을 용납하지 않는다. 민감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권력 감각은 사소한 도전조차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네가?

베론은 앞서 있었던 공격 작전에 대해 이야기했다.

-호오.. 그런 일이 있었군. 우리 쪽에서도 할베르트에게 물자를 공급 받으려고 했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아 물론 자네를 의심하는 건 아니네만, 어쨌든 그들에게 물어봐 사실인지 확인할 수 있겠어. 할베르트라면 이런 정보를 꽁꽁 싸매지는 않을 터이고 다른 공동체도 알 수 있게끔 준비를 하겠지.

즉, 관련 사실을 모르는 자들을 심부름꾼으로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뮬러는 잠시 헬멧의 턱을 괴고 생각한 뒤 말했다.

-그 정도 공이라면 분명히 인정 받을만한 업적이라고 보네. 나와 같이 움직이는 이들이 있으니 자네에게 힘을 실어줄 수도 있을 거고. 베를린 녀석들의 꿍꿍이를 알지 못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위협적인 무력을 가진 건 사실이니 생존을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견제의 필요성은 있어. 협력도 대등할 때나 가능한 거지.

말은 그렇게 하지만 베른하르트 공동체를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의미와 같다. 문제가 생기면 꼬리 자르며 멀어질 것이고 잘되면 입지를 다툴 것이다. 결국 모든 리스크는 베른하르트 공동체가 지는 셈. 베론은 능숙하게 자신을 등 떠밀며 위험 앞에 내세우는 것이 아니꼬왔지만 베를린 경찰청이라는 자들과 협력이 가능한 건 그들만이 아니다. 실패했을 때 뮬러와 동지들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겠지만, 베론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럼 소개 좀 시켜주게.

-그러지.

뮬러는 상업지구장으로서 자신과 함께 온 경호원 몇 사람을 시켜 뜻을 함께하는 자, 일시적이나 입장을 같이 하는 자들 몇을 모았다. 5명의 남녀들이 들어왔고, 그들이 데려온 인력을 합치면 30여명, 정확히는 31명이 되었다.

-이곳의 모든 인원 수 다 합치면 200명 쯤 될 걸세. 이 중에서 31명이 모이면 무시할 정도는 못 되는 게지.

-아만 30분이 안 되어서 다 모일 자리가 생길 거야. 거기서 베론 자네의 공을 먼저 공개하자고. 마침 방금 전 할베르트 쪽에서 사람을 보냈으니.

할베르트의 검증을 전달 받은 이들은 한두 명은 아니었던 모양이었고, 베론은 생각보다 할베르트가 이곳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았다. 단순 물자를 보내거나 정보를 얻는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어떤 상황을 만들고 싶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할베르트 이 양반이 베를린 경찰청에 관해 더 아는 게 있는 걸까? 좀 알아봐야겠군.’

베론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뮬러를 포함해 4명은 안면이 있었지만 2명은 처음 본 이들이었다. 이들에 관해서도 알아볼 필요가 생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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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성이라는 면에서 한스는 빅커스보다 나을 게 없었다. 그래서 한스는 빅커스를 따라다니며 그가 여기저기서 정보를 구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다들 어디에서 오셨나?

-…피어드라이 호텔에서 왔다. 너는 누구지?

네명 정도 몰려 있는 무리에 다가가 말을 건 빅커스는 누구인지를 묻는 키 큰 남자의 경계심 어린 말에 주눅 들거나 경계를 보이지 않고 대답했다. 한스는 빅커스의 능청스럽기까지 한 자연스러운 태도를 보며 자신은 저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베른하르트 공동체.

-아까 봤어. 루스크 놈들의 방탄방패를 가지고 있던데. 놈들이 너희에겐 팔던가?

키는 조금 작았지만 빅커스와 비슷한 높이의 남자였다.

-그럴리가. 전리품이지.

-흥, 전리품이라. 놈들이 그걸 아무데서나 쓰고 다니지 않는다는 건 알텐데?

방탄방패는 나름 구하기 어려운 물건이다. 만들려면 못 만들 것도 없지만 그렇게 되면 개인이 들고 다니기 지나치게 무거운 경우가 많고, 대개의 경우 충분한 방탄 성능을 보장 받을만한 철판을 구하고 그것을 가공하는 것부터가 어려운 편이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철판은 화기의 방호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졌고, 일부 산업용 기기의 경우 그만한 내구력과 강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방탄이 되는 것 뿐 그것을 의도하고 만든 게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방탄방패는 나름 루스키들의 전략 자산에 가깝고, 그것을 사용하기 위한 최소 병력이 존재한다. 가령, 방탄방패를 하나 이상 사용할 때 최소 15명 이상의 병력이 꾸려지고, 그 정도 병력이라면 어지간한 타격대, 정찰대의 3~4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방탄방패를 사용하는 경우 필연적으로 방어력을 믿고 고화력을 쏟을 수 있기에 경기관총이나 유탄발사기까지 대동한 녀석이 한명 쯤 속해 있는 경우 역시 드물지 않아 루스키 무리를 몰아내거나 상당한 피해를 내게 만든다 해도 방탄 방패를 탈취하기란 쉽지 않다.

-불가능한 건 아니지. 조만간 알게 될 거다. 그나저나 피어드라이 호텔이라, 요즘 한창 소문이 돌던데.

물론 빅커스는 그런 소문 모른다. 다만 자신이 알지 못하는 소문이라면 그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을 것이고, 알고 있는 소문이라면 어떻게든 반응을 하기 마련이다. 이 경우엔 후자였다.

-헛소문이지. 그런 헛소문들이야 하나 둘인 것도 아니고.

키 큰 남자가 바로 일축시켰다. 빅커스는 이 남자가 곧바로 소문과 관계된 이야기, 혹은 정보의 발설을 틀어 막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나저나 우리 통성명도 못했군. 난 빅커스다. 빅커스 알베르트.

-콘라트. 이쪽은 가른, 만, 리히터다.

-콘라트? 무슨 콘라트. 여기 콘라트가 한 사람일 리가 없잖나.

기싸움.

-그냥 콘라트라고 부르면 된다. 그리고 이곳에 콘라트는 나밖에 없으니 콘라트라 부르면 날 부르는 거지.

이 녀석은 이곳의 인원 구성에 대해 알고 있거나, 허풍을 떠는 중이다. 빅커스는 머리속에 그렇게 메모를 한 뒤 말을 이었다. 다음 질문으로 무엇을 던져야 무난할지 짧게 스쳐지나갔고 입으로 뱉었다.

-좋아. 그럼 그렇게 알고 있지. 여기 총 몇명이나 있는지 아나? 좀 어수선해 보이는데. 이거 큰일을 앞두고 이래서 좋을지 모르겠어.

퉁명스럽게 말하던 남자, 가른이라 불리던 사내가 대답해다.

-그거야 알기 어려운 것도 아니지. 200여명 쯤 된다. 저쪽 순경놈에게 물어보면 좆같이 대답해주긴 하더군.

경찰청이라.

-저 녀석들이 여기 대장인가? 왜 저놈들이 관리하지? 저런 놈들이 대장 노릇 한다는 건 못 들어봤는데.

-흥, 대장은 무슨. 그냥 대장놀이 하고 싶은 놈들이지. 우리야 가오 좀 살려주고 받을 거 받고 헤어지면 그만이야. 앞으로 얼마나 볼 거라고 깊은 교분을 나누나. 놈들이 제공해주는 거 받아 삼키고 귀찮은 일 대신 맡기고 일 끝나면 서로 등 돌리고 헤어지는 거지.

그 대답에 콘라트는 그의 팔을 어깨로 툭 하고 쳤다.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그의 지적에 순간 뭔가 느꼈는지 황급히 입을 다물고 침묵을 지켰다. 빅커스는 그 말에서 경찰청 병력과 자원이 상당한 편이라는 걸 알아냈다. 가른이라는 사내는 경찰청 쪽이 영향력과 힘을 보여주기 위해 무리해서라도 자원을 투입하면서도 그게 실질적으로 장기적 영향력으로 작동하지 않을 거라는. 즉, 일단 주변 사람에게 선물과 식사를 뿌리며 인망을 형성하려 하지만 정작 필요할 땐 다들 입을 씻고 모르는 척할 것이라 자기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런가? 그렇지만 여기까지 와서 저렇게 물자를 뿌리는데 당연히 뽕 뽑으려 하지 않겠나?

빅커스의 말에 대답한 건 콘라트였다.

-그거야 놈들 사정이지. 우리야 놈들의 입김에 휘둘리지만 않으면 돼.

-그 말은 대응할 수 있을만한 연합이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콘라트는 빅커스의 날카로운 통찰에 긴장했지만 그것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오늘 처음 본 녀석들 투성이인데 그런 게 그리 빨리 만들어질 수 있겠나?

질문에는 질문이라. 빅커스는 그의 말이 대답이 아니라는 점을 흥미롭게 여겼다.

-모를 일이지. 혹시 작전에 대해 아는 거 있나?

떠볼 필요는 없어졌고, 직설적인 질문으로 넘어갔다. 이런 질문이 의중을 숨긴 질문보다 날선 긴장을 누그러뜨릴 것이다. 머리가 복잡해질 것 없고 단순하며 목적이 정확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어렵게 질문하면 경계심과 긴장은 더 커진다. 그리고 다시 마주하기 꺼리게 되는 부담감 내지는 거부감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니 차라리 그런 판단을 풀어내며 긴장도를 낮추는 게 다음에 만날 때 무시할 순 없지만 피할 필요까진 없게 만들 것이다.

-우리 같은 말단이 알 턱이 있나.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다 알게 될 것이고.. …경찰청 놈들이 선봉에 설 거라는 추측은 있지. 뭐, 모를 일이지만.

-선봉이라. 피를 흘린 만큼 전리품 비중을 높게 받으려는 건가? 제 살 깍아먹기처럼 보이는데.

빅커스의 말에 콘라트는 답하지 않았다. 빅커스는 마스크 뒤쪽의 눈을 슬쩍 빛내며 떡밥을 던졌다.

-인원이 많은 거 같은데, 앞뒤로 붙으면 좀 불편하겠는걸. 뭐, 그래. 일단 알겠어. 이야기 즐거웠다. 이만 가보지.

빅커스는 그렇게 인사하며 뒤돌아 걸음을 옮겼다. 한스는 뒤에서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고, 빅커스의 수완에 놀라움을 표했다.

-대단한데, 빅커스. 능수능란해.

-프하하.. 능수능란하긴. 저쪽이 멀대처럼 뻗대니 나 혼자 하고 싶은 거 한 거지. 떠들기 좋아하는 바보 녀석이 하나 붙어 있어서 얻은 게 꽤 있군.

그렇게 몇 무리를 더 만나고 난 뒤 막사에 들어오고난 뒤 곧이어 베른 역시 막사에 복귀했다. 빅커스는 먼저 베론 영감에게 자신이 들었던 말과 자기가 던진 떡밥, 그리고 자신의 판단을 짧게 정리해서 이야기했고 베론은 적당히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군. 그럼 나도 간단하게 전달해주마.

베론은 자신이 다른 무리의 장들과 했던 합의과 계획을 전달했고, 그게 거짓이거나 뒤통수일 경우에 대한 대비 역시 간단하게 논하며 몇가지 계획을 전달했다. 리하르트는 배신 당하면 어떡하냐고 불만을 표했고 위험하다고 여겼지만 베론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내가 만난 녀석들 중 피어드라이 호텔 소속은 은 없었어. 즉, 놈들은 놈들 나름대로 손을 잡은 녀석들이 있을 거라는 말일세. 나를 지지하는 녀석들 중 놈들과도 중복되어 연결된 놈들이 있을지 모를 일이다마는, 그렇다 해도 해볼만하다. 어차피 우린 우리의 공을 요구해야해.

이야기는 계속 진행되었지만 결국 베론의 뜻대로 될 수밖에 없었다. 수직적 위계에 있어 베론은 권위의 확보와 권력의 활용에 매우 능숙했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고, 논의는 외부의 개입으로 중단되었다.

-모두 모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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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_Arondite_ 작성시간 24.01.09 슬슬 본격적으로 사건이 벌어지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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