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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rome의 도서관

[판타지]경남에서 온 며느리

작성자Khrome|작성시간24.03.21|조회수192 목록 댓글 3

당선혜는 떨리는 마음으로 식사를 준비했다.

 

그녀는 미국에서 유학 후 그곳에서 만난 남자친구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 처음으로 만나는 시댁 식구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는데, 이국적인 해외 문화를 좋아하는 시아버지가 한식을 하시는데 집안 식구 중 비건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선혜는 한식 하면 나물 음식의 다양성이라며 오히려 자신감을 드러내었지만 막상 때가 되니 긴장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괜찮아, 자기. 자기는 잘 할 수 있을 거야."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어.."

 

선혜의 걱정에 남자친구인 딜런은 그녀를 슬쩍 안아주며 말했다.

 

"자기 음식은 내가 먹어본 것들 중 최고인걸? 모두 좋아할 거야. 내가 장담해."

 

그의 다정한 말에 선혜는 미소지을 수밖에 없었다.

 

 

모두 자리에 앉고 약간의 인사, 소개, 잡담이 있은 후 드디어 맛을 보는 시간.

 

"음.. 고소한 향이 좋구나. 이건 어떤 소스를 사용했지?"

 

"참기름을 썼어요. 제가 아는 분을 통해 고향에서 직접 가져온 거예요."

 

아마 그게 어떤 의미인지 시아버지는 모를 것이다.

 

"음.. 이건.. Sesame가 맞나?"

 

주로 햄버거 빵 위에 뿌려진 그것과 같은 것이다.

 

"맞아요. 한국에선 깨가 들어간 음식이 많죠."

 

시아버지인 매튜는 만족스럽게 다양한 나물 음식을 맛보았다. 고소한 것도, 상큼한 것도 있었고, 소스 때문에 조금 매운 것도 있었지만 익숙치 않은 매운맛을 줄여 적절한 자극으로 느낄 수 있는 재미였다.

 

그러나 시어머니은 헬렌은 조금 먹기를 저어했다.

 

"이거 맛있구나. 이건 뭘로 만든 거니?"

 

"아, 그건 고사리로 만든 거에요. 고사리에 간장을 넣고 볶은 거죠."

 

매튜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입 더 했지만 헬렌은 작게 말했다.

 

"그거 독 있는데.."

 

"..."

 

"...."

 

"...."

 

"어.. 어린 순엔 독이 없어서 괜찮아요."

 

"어린 게.. 아닌 거 같은데..?.."

 

"데.. 데치고 물에 불려 먹으면 되요!!"

 

매튜는 이미 목구멍을 넘긴 걸 다시 뱉을 수 없어 물을 한 모금 마시고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다시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다른 음식을 집었다.

 

"이건 어떤 재료지?"

 

"아, 그건 쑥이라는 나물이에요. 떡으로 만들어봤.."

 

"그것도 독 있는데.."

 

"자.. 자라기 전에 먹으면 괜찮아요..!!"

 

매튜는 괜히 더 뻘쭘해졌다.

 

"그.. 그럼 이건.."

 

"팥으로.."

 

"그것도 독.."

 

"이.. 이건....;;;;"

 

"두릅.."

 

"독 있는 거.."

 

"이건.."

 

"피나물.."

 

"독.."

 

";;;;"

 

";;;;"

 

"호.. 혹시 이건.."

 

"쐐기풀로 만든.."

 

"그것도..."

 

"...."

 

"...."

 

식사 자리는 금세 얼어붙었고 누구 하나 입을 열기 어려웠다.

 

"그... 저.. 며늘아가, 요리는 누구에게 배웠는가?...그리고 그.. 고향이 어디라고?..."

 

이런 독초들로만 음식을 구성하다니. 이런 지역이 있었단 말인가.

 

그러나 선혜는 주눅들지 않고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그에게 요리를 가르쳐준 어머니와 집안 어른들께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줄 순 없었다.

 

"대한민국. 경남 사천, 당씨 가문입니다."

 

 

이것 참 불길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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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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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_Arondite_ 작성시간 24.03.22 ??? 독 다 뻬고 먹는건데 뭐가 문제지??
  • 답댓글 작성자양웬리제독 작성시간 24.03.22 사천당문
  • 작성자디아나 작성시간 24.03.23 저는 한식부페에서 토란대 들깨무침 먹었다가 토란대의 독을 다 제거하지 않은 걸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알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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