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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이야기]정언명령 - 연구윤리

작성자책읽는달팽|작성시간21.11.14|조회수242 목록 댓글 2

이제 제일 중요한걸 다루고자 합니다. 연구윤리 말이죠. 사회학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연구윤리가 빡세야 합니다. 여러 이유들이 있지만, 일단 연구윤리가 안 빡세면 데이터가 망할수도 있습니다. 즉, 이제까지 저렇게 양적방법, 질적방법으로 조사해온 과학적 방법론 자체가 허물어 질수 있다는 것이죠. 두번째로는 사람들을 조사하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사생활 같은게 들어오게 되고 답이 없어지는 사례가 있게 됩니다. 물론 자연과학에서도 연구윤리가 있지만, 사회과학이나 의학만큼 빡세진 않습니다.

사회학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중에 찻집 사건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동성애를 연구하고 싶어한 영국 대학원생이 있었어요. 그 당시 동성애자는 역시 비밀리에 놀아야 했고, 대학원생은 망을 봐주면서 차번호판을 적어서 경찰에 조회를 한 후에 변장을 하고 들이닥쳐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사람이 한게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요? 사생활 침해에, 기만, 그리고 비윤리성 등등... 방법이 없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튼 아직도 불판위에서 놀고 있죠.

사회학 교과서엔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경우엔 연구윤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사람을 다룹니다. 이 사람이 연구를 하다가 미 FBI에 붙들려서 재판정까지 가게 됩니다. 그렇지만 입을 굳게 닫았어요. "내가 말하면 연구윤리를 어기는 격이 된다." 라고 말이죠. 당연히 미국 사회학 협회가 나서서 이 사람을 변호합니다. 결국은 징역을 선고받았고 감옥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연구자는 연구윤리를 팔아넘겼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대학교 사회학과 조교수로 임명됩니다. 그리고 미국 사회학 협회는 '제발 이런거 조심해서 연구헤주세요 ㅠㅠ' 라고 말했고 말이죠... (네 범죄조직 같은걸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죠...)

전 연구윤리를 어긴 박사학위를 딸려는 사람과 그 대학교인 KAIST를 연구윤리로 조진적이 있습니다. 설문지를 떡 봤는데, 이 사람이 사생활 침해겸 비인간화 혹은 비인격화(여기서 비인간화란 실제로 사람을 비인간화 하는게 아니라, 나도 모르게 데이터를 처리하는걸 말합니다. 즉, 조사한 사람이 100명으로 치면 코드를 A-1, B-1 이렇게 붙일수 있지만, 이 코드가 특정 사람을 지칭하는게 아니어야 합니다. 이 코드는 단지 편의상 분류로만 사용되어야 합니다.)를 정면에서 어기네요.

 


문제의 문항입니다. 당신의 ID는 무엇입니까? 여기서 비인간화가 깨지게 되죠. 그리고 연구윤리 위반입니다. 이걸로 남 추적할수 있다는거 생각 안해보셨나요? 사생활 침해고, 데이터를 비인간화 하지 않겠다는 연구자의 마음이 딱 드러나는 거죠...

그래서 KAIST 대학원 생명윤리 위원회에다가 이렇게 적어줬습니다. 물론 놀림조죠.

KAIST 에는 사람을 가지고 실험할때, 비인격화를 안가르치나 봅니다? 사회조사에서 제일 기본인 비인격화를 안하고 개인을 특정하는 질문을 하는 설문을 하네요. [중략] 비인격화가 안되면 어찌되는지 결과야 뻔하디 뻔자 아닙니까? 인구통계적 데이터는 필요하다고 쳐도, 개인의 온라인 ID와 더불어 커뮤니티 정보를 캐묻는건 일단 비인격화에서 꽤나 문제가 된다고 봅니다. 특히, 어느 커뮤니티의 특정인을 제대로 지목할수 있기 때문에 엄청나게 문제라고 생각하고요. 정말 이런 사람이 박사과정 설문을 이정도로 하다니, KAIST 연구윤리는 정말 답이 없군요. 네, 수준 잘 봤습니다 :)

이걸 본 제가 아는 KAIST 사람들(당시 대학원 재학중이거나 혹은 졸업한 사람들)왈 - 교수가 ㅂㅅ이네...

6일뒤, KAIST에서 매우 정중한 편지를 받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제보해 주신 내용을 바탕으로 해당 설문 내용 및 연구과제에 대해 검토하였으며,
검토 결과 개인정보 보호대책 및 연구대상자에게 제공되어야 하는 동의항목과 연구에 대한 설명 등이 미비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해당 과제는 본 기관의 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지 않고 진행된 연구로써 즉시 중단하도록 하였으며
위원회의 정식 심의를 받은 후, 승인된 내용에 한하여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조치하였습니다.
또한, 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그 동안의 수집된 데이터는 논문에 사용할 수 없으며 파기하도록 안내하였습니다.

생명윤리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메일을 보내주신 점 감사히 생각하며
추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편지를 받은 사람중엔, KAIST 대학원의 거진 최고 관리자급과 더불어 생명윤리 위원회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네, KAIST 측에서 저에게 도게자 한거죠. 그리고 엄청나게 강력한 내리갈굼과 ㅂㅅ취급을 당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교수도 ㅂㅅ취급 당했겠죠. 박사과정 학생에게 연구윤리도 제대로 안가르치고 이런거 허가했냐면서... 아마 지금도 놀림감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ㅋㅋㅋ

네, 사회학에서 연구윤리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아니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학문은 엄청나게 빡빡한 연구윤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의학도 마찬가지고 사회학도 마찬가지고 말이죠... 양적조사를 하기전에도 이 연구는 이렇게 흘러갑니다 라고 말을 해줍니다. 질적 연구는 더 빡세구요. (사람과 직접 대화하는 것이니 만큼...)

자... 여기서 한가지 사이비 종교 퇴치법을 알려드리죠. 만약 심리 검사를 한다고 하면서, 이 검사에 대한 목적을 말 안해주면 100% 사이비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것도 연구윤리인지라, 심리 검사도 목적을 다 설명해주게 되어 있습니다. 즉 설명 안해주고 심리검사 한번 받아보세요 하면 100% 사이비 종교라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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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Black Lamb 작성시간 21.11.14 마지막에 유턴 하는군요.
    언제나 잘 읽고 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책읽는달팽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11.14 맨 마지막은 유턴(사이비 종교에서 토끼는 법)과 동시에 이게 왜 연구윤리에 속하는가를 설명했죠. KAIST 대학원은 정말 미치고 팔딱이었을겁니다. 놀림조를 둘째치고, 자기네 대학원에서 연구 윤리가 깨져서 제 3자가 그걸 신고해버렸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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