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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통장의 재테크 표류기 - (8) 유년기의 끝...이 아니라 시작(완)

작성자통장|작성시간22.07.16|조회수479 목록 댓글 8
투자를 바꾸겠다 이말이다!!!!

어느덧 이 표류기를 쓰기 시작한 것도 2달을 넘어 세달을 향해 가네요. 이렇게 오래 붙들고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 라이프 사이클의 변화나 귀찮음(...)이 상당히 강했던 것 같습니다. 보신 분들이 볼만한 글이었는지 모르겠네요.
가만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언급한 것들 외에도 저작권 수익, 무한매수법하고 나락갈뻔한 이야기, 젠포트 모의투자, 베트남 등 해외 펀드 같은 소소하거나 영 재미 없는 투자들도 해본 것 같지만, 여기서 더 적으면 뇌절일 것 같기에, 자르고 가겠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지금까지의 내용과 달리 어떤 분들은 불쾌감을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고, 제가 평소 생각해온 것과 다른 면이라서 어쩌면 모순적, 이중적으로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할 이야기는 현 시점에서는 마지막 투자에 가까운, 부동산 이야기입니다.
 

지난 몇년 가장 화제가 되었던 그 물가

 
지금으로부터 한 2년 가량 된 때입니다. 당시 저는 이미 고향을 떠나 일한지 수년째, 제 일에 한해서는 베테랑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정작 중요한 재테크는 지금까지 보여드린 바와 같이(..) 그냥저냥 발버둥 치고 있었죠.
초조했습니다. 어떻게 코로나때 주식에서 입은 손해는 벗어나서 다시 이득을 보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원래 소액이었으니 인생이 바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뭔가 계기가 필요했습니다. 재테크에 전환점을 맞을 그런 기회가.
그때쯤, 제가 친하게 지내고 재테크에 대해서 조언을 받던 과장님께 어떤 권유를 받았습니다. 지난번 달러,금 때의 과장님은 아니고(...) 헷갈리니 이분은 멘토라고 칭하겠습니다.
 
통장: 이야 요즘 덥네요. 천연가스 샀을 때 이렇게 더웠어야 했는데(..) 멘토님은 요즘 어...(전화를 하시는걸 본다)
멘토: 네, 네... 아,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으심)
통장: 음? 무슨일 있으세요?
멘토: 아니, 하.. 이번에 괜찮은 아파트를 찾은 것 같은데, 돈이 나올 구멍이 없네요.
통장: 아니 ㅋㅋ 회사에서도 돈 빌려주는데 그것도 땡기셨어요?
멘토: 거기에 제휴은행 대출도 다 땡겨서 돈이 없어요 ㅎㅎ 아쉽네. 넘겨야 되나..
통장: 어휴, 아쉽네요 ㅎㅎ 어디 사려고 하셨는데요?
멘토: XX 지역인데, 여기가 요즘 개발 호재가 많더라고요. 지금 근처에 좀 싼 아파트가 나와서 사려는데.. 될줄 알았는데 안되네 ㅎㅎ
통장: 아깝네요 ㅎㅎ 얼마 있으면 사는데요?
멘토: ㅁㅁㅁㅁㅁ원이요.
통장: 어? 그럼 제가 살게요
멘토: ....???
 
네? 권유 받은게 아니라 제가 물은거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사실 제가 사겠다고 함(...)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5년 정도 전부터였을까요? 고향의 아파트가 갑자기 오르기 시작하면서부터였던 것 같네요. 물론 저는 그 가격이 거품일거라고 판단하고 내리면 사야지, 하면서 수년을 봐왔지만, 그 가격이 꺾였을 때는 이미 제가 거품이라고 생각했을 때보다 수억이 비싸졌더라고요.
이후 청약도 노리고 해봤지만 신통치 않았고, 무엇보다 무서웠습니다. 부동산을 하면 부채가 기본적으로 있어야 되는데, 부동산을 볼 때마다 덜컥 겁이 나는 겁니다.
만약 내가 이 집을 샀는데, 내가 죽는다면? 팔아도 내 빚을 못갚으면? 그러면 남겨진 사람들이 지옥을 경험하거나 아니면 상속 포기를 할 거 아닌가요. 저 혼자 망한다면 괜찮....지는 않고 당연히 기분 나쁘지만, 제가 실수해서 주변이 다치거나 하는걸 보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부동산은 취직을 한 이후로 수년간 진입을 안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돈을 모았고, 이젠 그 돈이 있었습니다. 만약 전세를 끼고 했다가 이 집이 경매로 팔리게 되더라도, 최악이어봐야 제가 전재산 털리고 끝나는게 다일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지방이라 갭이 수도권에 비하면 작기도 했고(...)
 

지금까지의 투자를 초월하겠다는 말이다!

 
멘토 분이 상당히 고마웠던게, 제가 그렇게 결심하니 여러 절차를 알려주시면서 살때의 노하우도 이리저리 귀띔해주셨습니다.
이런거 준비한다, 가면 아무 말 말고 둘러봐라, 여기선 이런걸 확인해야 된다, 집을 다 보면 뚱한 표정으로 맘에 안드는듯 하면서 깎아달라 얘기를 해라 등.
정작 들은 저는 그런거 하나도 못했지만(..) 그때 그 아파트를 사고 전세까지 맞출 때 그 분께서 계속 케어해주셨습니다. 본인 말로는 부동산은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어서 그렇다시는데, 사실 저는 부동산 재밌는지는 모르겠고 주식이 제일 재밌었지만 그냥 가만히 있었습니다(..)
상당히 기분이 묘했습니다. 불과 한달 전만 해도 저는 부채가 거의 없이 모으는 족족 투자에 날려먹는 무주택자였는데, 도장을다 찍고 보니 부채가 1억 정도 생긴 아파트 갭투자자가 되어있었거든요. 이렇게 아파트 사는게 간단하다고? 내가 진짜 아파트 주인이라고?
하지만 등기필증을 보면, 거기에는 제 이름이 있었습니다. 제 이름으로 된 아파트였습니다. 제 아파트였습니다.
제 생애 처음으로 가진 아파트였고, 아마도 제 가족, 제 친가까지 합쳐도 유일한 아파트일 거였습니다.
갭투자였지만.
 
이쯤에서 부동산 투기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사실 저는 부동산 투기에 상당히 오해를 하고 있었던 면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겪지 않으면 체감이 안되더라고요.
왜 부동산이 20% 올랐는데 다 죽을거같지? 왜 갭투자자들이 그렇게 돈을 벌지?
부동산 투기의 핵심은 레버리지입니다. 어떤 책인지, 어떤 유튜브인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누군가 말하더라고요. 주식은 변동성으로 돈을 벌고, 부동산은 변동성이 없어야 돈을 번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그렇다면 변동성이 가장 높았던 근 5년동안 왜 부자가 그렇게 많아졌나요? 강남부자들은 그러면 변동성이 없어서 돈을 버는건가요?
변동성이야말로 부동산의 핵심입니다. 부동산은 주식보다 변동성의 영향이 큽니다.
보통 부동산과 양대산맥을 이루는 투자인 주식에 대해 얘기할 때, 재테크 책 등에서 주지시키는 것은 '부채를 지지 마라'입니다. 부채를 지면 이자가 나가고, 주식으로 그만큼 수익을 봐야 이익이니 마음이 급해져서 실수한다는 뜻이죠.
그런데 부동산은 그 반대입니다.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살 경우, 부동산은 보통 부채를 50% 이상 잡고 시작합니다. 애초에 전세 자체가 집에서 살게 해주는 대신 그 돈을 무이자로 빌리는 것이니까요. 그래버리니 주식과 부동산은 수익 계산 자체가 달라집니다.
이를테면 a라는 사람이 주식으로 1억원 어치를 샀다고 쳤을 때, 이 1억을 2억으로 만들려면 a는 신의 손으로 사는 족족 주식이 올라서 100%의 수익률을 올려야됩니다. 1억원을 대담하게 투자해서 말이죠. 주식이 올라갈 확률을 계산하면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반면 b라는 사람이 부동산으로 1억원을 투자한다고 했을 때, 이사람은 전세가율((전세가)/(매매가)*100(%))에 따라 투자할 수 있는 곳이 무궁무진합니다. 대충 전세가율 66.7%인 곳에 투자했다고 하면, 이사람은 전세를 끼고 3억원짜리 집을 살 수 있습니다. 세금 같은걸 생각 안한다면, 이 3억원짜리가 4억원이 되면 이 사람은 1억으로 2억을 만든 셈이 되죠. 그리고 주식 100% 상승 보다는 부동산 33% 상승이 요 몇년간은 훨씬 많았습니다.
아무리 고생해서 주식으로 수익을 올리려 해도, 어쩌면 갭투자로 오래 집을 가지고 있는게 더 수익이 날 수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만약 전세가 나갔는데 돈이 없다? 그러면 DSR이 허용되는 한도까지는 전세금반환대출이 나오기 때문에 일단 전세가 다시 들어올 때까지 시간을 버틸수 있습니다.
정부는 전세입자를 위해 대출을 허용해 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게 집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형태인 겁니다. 이러니 부동산이 처망하질 않지.
부동산은 경기가 안좋아도 일단 눌러살 수 있어서 괜찮다, 장기투자를 하기 때문에 실수할 확률이 적다, 이런건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눌러 사는것 자체가 이미 투자가 아니라 주거를 한다는 거고, 장기투자 자체도 세금 때문이지 일시적 세금감면이 있자마자 급매에 나서는게 부동산 투기꾼들입니다. 그러다가 1가구 1주택을 하라고 하니 왜곡된 시장으로 오를거다 오를거다 말이나 하고.
왜 제가 투기꾼이 됐는데 이렇게 쓰는건진 모르지만 아무튼 부동산이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하는 이유는 여기 있습니다. 크게 들어가야 되는 자산인데, 심지어 이자도 안드는 레버리지가 가능하다?
만약 순자산 1억이 있는 사람인데 3억을 빌려서 4억으로 주식 몰빵을 한다면 미친놈이란 소리를 들을겁니다.
그런데 순자산 1억에 전세입자를 끌어들여서 4억 아파트를 사면 잘 샀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이게 재테크냐
 
반면 단점은? 레버리지 투자의 단점이 그대로 옵니다. 집 가격이 20%가 떨어졌는데 빈털털이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뿌슝뿌슝빠슝?
네, 가격이 떨어질수록 갭투자자들의 재산은 기하급수적으로 사라집니다. 당연히 본인 선택이니 뭐라 할 건 아니긴 합니다.
그리고 수십년동안 부동산 시장에 있던 사람들이 쓴 책을 보면 그런 말이 나옵니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인 때는 많지 않다고.
보통은 계속 매수자 우위의 시장인데, 간혹 오는 매도자 우위의 시장에서 워낙 가격이 많이 올라서 사람들이 잘 물린다고요.
어쩌면 지난 5년이 부동산 버블의 최고점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그래서 늘 투자에 신중하라고 하는 것같기도 하네요.
 
이리저리 주절주절대다보니 좀 삼천포로 빠졌는데, 아무튼 그렇게 해서 집을 샀고
 

내가 산 곳도 아니고 내가 산 지역도 아니고 그냥 추세만 비슷해서 가져왔지만

이런 모양 비슷하게(...) 초반에 무럭무럭 매매가가 자랐지만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자연스레 매매가가 낮아졌습니다. 내가 산 지역만 그런줄 알았는데 다른 곳들도 비슷하네요(..)
물론 그래도 이득입니다. 그냥 이득도 아니고 그동안 주식을 위시한 다른 투자수단으로 번 것보다 이번에 샀던 것 하나로 그 이상 벌었습니...다, 라고 하고 싶지만, 못팔아서 사실 모르겠네요. 일단 자산가격으로 보면 이득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순조롭게 오르다보니, 제가 하나 실수를 하게됩니다.
이젠 제 집을 갖고 싶어졌습니다.
집이 이렇게 사기 쉽다는 것을 깨닫고나니, 더이상 제 집을 미룰 필요가 없었습니다.
내가 사는 집. 임대 말고, 진짜 내가 내 집이라고 할 수 있는 집을 말입니다.
그래서 1년이 지난 뒤 제 집을 샀습니다(?) 다주택자면 취등록세가 세기 때문에, 일시적 다주택자로 해서 샀습니다.
이게 가능할 수 있던건 제가 지방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집값이 수도권만큼 비싸지 않기 때문에, 지금 대출에 추가로 대출 좀더 얻으면 가지고 있던 돈으로 어떻게 살 수 있는 집이 있었거든요. 수도권에서 내려온 뒤 처음으로 좋은 점을 발견한 기분이었습니다(..)
 

"황무지의 이 지역은 무미건조하고, 바람이 몰아치며, 척박하지만, 적어도 땅만큼은 당신 것이다."

처음으로 지금 집에 들어온 기억이 아직까지 나네요. 갭투자로 살 때는 집도 괜찮았지만, 곧 전세입자가 들어올 거라 그냥 내 집이지만 내 집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이란 개념으로 와닿지 않았죠.
하지만 이 집은, 갭투자로 산 것보다 낡았고, 저 이전에 사신 분들의 흔적이 남아있으며, 보수할 곳이 많았지만, 제 집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집을 사야 된다는 의미를 이해했습니다. 지금이야 어느정도 담담해졌지만, 처음 몇달동안은 집에 들어갈 때마다 설렐 때가 있었습니다. 이게 내 집이라니. 내! 집이라고! 하면서 혼자 좋아했으니 좀 꼴사나웠겠네요(...)
 

투자였구나

 
그런데 문제는 요즘입니다.
원래는 갭투자용을 2년만 가지고 있다 팔려고 했는데, 요즘 조짐이 심상치 않다보니 팔기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일단 내놓아도 워낙 매물들이 많아서 팔릴 것 같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살 때는 좋은 아파트인줄 알고 샀는데 알고보니 이 아파트를 투자용으로 산 사람이 그렇게 많았던 거죠(..)
그래서 요즘 고민인 것이 그냥 안팔고 전세를 계속 주면서 갭투자 포지션에서 전세 레버리지 포지션으로 변경하는 방식입니다. 뭐가 달라? 라고 하면 딱히 할말은 없습니다만...
다만 그러면 이젠 일시적 다주택자에서 그냥 다주택자가 되니 취등록세 가산세도 내야될테고, 이런저런 고민이 되는 요즘이죠.제가 선택한 길이니 불평할 생각은 없고, 맨날 집값 떨어져야 된다고 주장하던 사람이라 지금 사태가 나쁘게 생각되진 않지만, 그래서 심적으로도 상당히 묘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재테크의 표류도, 재테크인으로서 유년기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니지, 어쩌면 이제야 유년기가 시작되는 걸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는 갓난아기처럼 이것저것 입에 갖다대고 배도 아파보고 달달한걸 먹어보기도 했지만, 이젠 어느정도 틀을 잡고 그안에서 활로를 찾아보려고 하니까요.
언젠가는 재테크에 있어 거물도 되어보고 싶고, 성년기를 맞이하고 싶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네요. 그때까지는, 계속 이리저리 표류할 것 같습니다.
 
표류기는 우선 여기까지.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아래는 표류기와 별개로 제가 재테크를 하면서 느낀 개인적인 감상, 후회 같은 것이니 굳이 안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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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를 하면서, 많이 돌아보게 되는 요즘입니다.
지금보다 나이가 적을 때, 그러니까 회사에 들어왔을 무렵에는, 그저 취직한 것이 좋아서, 돈을 번다는게 좋았고,
재테크를 시작할 때는 살고 싶어서, 그리고 지금 누리는 모든 것들이 분에 넘치는 복이라고 생각해서 힘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나는 잘 살고 있는걸까?
지금 회사에 들어와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왜 그렇게 하니?"였던 것 같습니다.
"여기 들어왔는데 골프도 한번 배워봐야 나중에 승진할때 도움 될거다."
"야이, 여기 들어왔는데 체육복이 그게 뭐니. 트레이닝복 사는게 좋겠다."
"돈 벌잖아? 새 차 하나 사도 괜찮아. 좋은거 사야 연애하기도 편해."
"야, 요즘 금리가 좀 싸냐. 저축 말고 사고 싶은거 다 사서 소득공제 받는게 이득이야."
"너도 슬슬 사람 만나고 결혼해야지."
같은.
물론입니다. 살 수 있다면 저도 그렇게 살고 싶었죠.
나도 몇년 입은 헐렁한 츄리닝 입고 등산 가고 싶지 않습니다.
나도 머슬카 같은거 타고 싶지 중고차 당장 고장날 거 같은거 타고 싶지 않아요.
골프, 나도 운동 못해서 힘들긴 하지만 한번쯤은 해보고 싶죠. 
다 하고 싶습니다. 적어도 그때는 괜찮았을지 몰라도, 지금은 하고 싶습니다.
결혼도 생각하고 싶고, 아이도 키우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이 그럴 수 없었습니다.
이 직장에서 나가면 모든게 꿈처럼 사라질 것 같았고, 그러면 다시 영구임대 아파트에서 그저 게임이나 하던 그 시절로 돌아갈 것 같았거든요. 이 곳을 나가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서 돈을 아끼고, 그 돈으로 이리저리 별 짓을 다했죠.
그런데 남은 것은 자가 하나와 전세 낀 집 하나입니다.
그나마 2년전에는 부채가 없었는데, 지금은 부채가 얼마인지 인식하기 싫을 정도로 생겼죠.
그렇다고 인생이 바뀌었나? 원하는만큼 돈을 벌었나? 하면 고개를 가로젓게 됩니다.
오히려 그동안 서울에 살던 사람들은 부동산이 급등해서, 5년 전에 비해 수억씩은 순자산이 올랐습니다.
어처구니가 없는겁니다. 그래, 제가 5년동안 수도승 생활을 하진 않았고, 예전 한국 최상위 가난뱅이시절보다는 당연히 엄청 과소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주변 직장동료들보다는 엄청 덜 썼습니다. 애초에 카드 결제로 소득공제 된 적이 없다고.. 
근데 별 짓을 다하면서 모은 이 자산이 꺼무위키를 보니 상위 50%에도 못들어요. 대충 내삽하면 간신히 상위 50%대에 들어가는거 같아요. 그럼 여전히 대한민국 하위권인거잖아? 벌써 몇년이 지났는데?
웃긴게 까놓고 들어오자마자 신용대출 끌어서 고향 근처 아파트 한 채만 샀어도 이미 상위 30%는 넉넉히 확보한다는거예요. 아니 이게 말이 돼?
 
솔직히 그러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간혹 아쉬울 때가 생길때도 있었습니다. 아니 내 친구 어떤 녀석은 몇년전 집 살 때 집에서 보태줬는데 본인 돈도 들어갔으니으니 본인이 샀다고 하고 , 어떤 직장동료는 재개발에 투자한다고 가족이 돈을 지원해주고, 하다못해 어떤 놈은 가족 사업이 잘돼서 상가도 사줬다는데... 그럼 안되는데 하면서 고개를 젓다가도 참 그렇고... 참 인성이 그래요 제가 ㅎㅎ...
 
그냥 생각 없이 사람들이 사는대로 사는게 좋았을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그냥 하란거 다했으면 좀더 행복했을까?
그랬으면 지금쯤 좋은 사람을 만나서 결혼했을까? 내 자식을 볼 수 있었을까?
그랬다면...그랬다면...
그렇게 요즘 계속 상념이 꼬리를 물고 떠오릅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다시 고개를 젓습니다.
이런 말이 인터넷에 돌아다닙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나는 페라리 안에서 울고 싶다.'
저는 이 말에 일말의 진실이 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 저를 분노에 휩싸이게 했던 여러 일들을, 지금은 그냥 감정의 동요가 많이 안되게 넘길 수 있게 됐거든요. 왜냐하면 이젠 그 일들과 멀리 떨어져 있고, 굳이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돈을 쓸 수도 있기 때문일겁니다.
이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해 포기한 다른 길이었고, 그래서 지금 다른 길이라는 이유로 궁금한거지, 제가 갈 길은 아니었습니다.
 
어릴 때는 진짜 그런 상황이라서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한, 그래서 취직 후 숨통이 트인 뒤에 곰곰이 생각하는 화두가 있습니다.
'만약 내 미래가 더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안다면, 나는 무엇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늘 감사한 제 부모님을 보며, 안타까운 제 할머니를 보며, 고민을 했고, 지금도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답변을 얻진 못했습니다.
그리고 저 고민에 대한 답을 얻어야 될 날이 오질 않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사는게 맞는건지 앞으로도 확신을 못하겠지만, 아마 앞으로도 지금처럼 살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끝을 봐야할테죠. 아직 인생 남았으니.
이상, 푸념도 끝!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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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통장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7.16 투자 범위가 좀 많이 넓어서 그렇지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민하고 택하는 루트긴 하죠 흠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_Arondite_ 작성시간 22.07.16 통장 지방에 집 두채 사놓고 각종 투자경험을 가진 인물이 가까운 곳에 있어서 말이죠...흠... 그친구도 결혼을 안했는데...흐으음...
  • 답댓글 작성자통장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7.16 _Arondite_ 그런 분들이 있어서 이렇게 디테일하게 풀어도 익명성이 보장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 작성자VOCALOID 時代 작성시간 22.07.16 진짜 안해보신게 없네요 부동산도 나오나했는데 생각보다도 더 구체적이어서 놀랐습니다.

    사람들이 보면 부동산 투자에 선망도 있지만 그중 갭투자는 레버리지가 바스라지면 나도 죽고 세입자도 호되게 당하니 보통 도덕적 비판이 많아서 대충 끄적이실 줄 알았어유.

    언제한번 전편 다시 복기하면서 재테크 노하우 참고하겠습니다:)
    생생한 후기들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통장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7.17 쓰고나니 왜 이런 내용을 안썼을까 싶은게 있는데 그걸 말씀해주셨네요.
    네, 갭투자의 문제는 망할때 본인만 망하는게 아니라 전세입자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건데, 이러고도 투자라고 포장하는거 보면 참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저도 들어갔고, 가장 영향이 큰 투자를 안쓴다면 지금껏 읽으신 분들을 속이는 것 같아서 썼습니다(..)
    그동안 읽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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