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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장관이 업무 관련 협회와 이익단체의 정례적 행사에 부지런히 참석해 축사를 한다. 집무실에 잠깐 들어오면 직원들이 결재판을 들고 줄을 선다. 다음 행사 때문에 장관이 나가면 줄을 서서 기다렸던 직원들은 한숨을 쉬면서 돌아선다. 장관한테 야단맞을 이유가 있는 보고나 결재는 이럴 때 얼른 해치운다. 장관은 시간이 없다는 수행비서의 독촉을 받는 와중에 대충 훑어보고 사인을 한다. "이거 이렇게 하면 문제가 없지?" 이런 하나 마나 한 질문을 하면서 말이다. 장관 대면보고 시간과 순서를 잡아주는 장관실 비서관의 권력이 극대화된다.

    2.장관이 아침 일찍 일어나 신문을 보고 부처 관련 보도가 있으면 곧바로 해당 국장에게 전화를 해 궁금한 것을 물어본다. 국장도 아직 파악하고 있지 못한 때는 담당 과장과 서기관, 사무관, 주무관까지 식전부터 비상이 걸린다. 그런데 그게 아무 것도 아닌 일로 밝혀진다.

    3.오후 6시 30분이 지나도 장관이 왕왕 집무실에 머물러 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밤늦게까지 집무실을 떠나지 않고 일한다. 실장, 국장에서 사무관까지, 산하기관 임원들까지 덩달아 퇴근하지 못한 채 장관이 언제 퇴청하는지 눈치를 살핀다.
    작성자 Khrome 작성시간 23.12.13
  • 답글 4.다른 부처와 또는 부내에서 실국 사이에 이견이 있는 문제를 보고받을 때 장관이 이렇게 말한다. "잘 협의해서 좋은 방안을 가지고 오세요."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하염없이 뒤로 미루어진다.

    5.장관이 국회 답변 자료를 완벽하게 써주기를 요구하고 현장에서 그대로 읽는다. 공무원들은 장관 국회 답변 자료를 밤새워 쓴다. 국회가 열리면 만약에 나올지도 모를 돌발 질문에 대비하느라고 회의장 밖 복도에 진을 쳐야 하기 때문에 민원인을 만나지 못하고 정책 기획을 할 시간도 없다. 공무원들이 자기 부처 장관을 좋아하거나 존경하지 않는다.

    6.부처 간 이견이 심각한 정책 때문에 관계장관회의가 열렸을 때 장관이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엉뚱한 이야기를 하거나 입을 다물어 버린다.

    7.능력 있는 공무원들은 해외연수나 교육연수 기회를 열심히 찾는다. 잘못 가는 정책에 자기 이름을 올리지 않기 위해서다.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지도 않으며 잘못된 정책을 혁신하자는 건의도 하지 않는다. 장관이, 또는 청와대나 총리실에서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일만 한다. 시간이 남으면 책을 읽거나 영어 공부를 하는 데 쓴다.

    - 유시민, 후불제 민주주의.
    작성자 Khrome 작성자 본인 여부작성자 작성시간 2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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