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히어로즈 애니 1화가 드디어 나왔습니다. 잠에서 일찍 깨서 그냥 짤막한 리뷰글 하나 써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더군요.
우선 공개된 1화 스태프 명단입니다. 해당 회차의 감독을 맡은 ‘난바 료’는 슈퍼 애니판의 조연출로서 활약한 인물로 이번 작은 프로젝트의 스타트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름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죠. 히어로즈 1화는 전체적으로 너무 급하게 스토리를 한 번에 빼야 하다보니 무리하고 부족한 전개를 보였지만 난바 료에게 딱히 뭐라 할 수는 없겠습니다. 누구나 이렇게 해야 했을 테니까요.
1화의 작화감독을 맡은 이는 슈퍼 극장판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히어로즈 애니의 캐릭터 디자니어를 맡게 된 ‘야마무로 타다요시’입니다. 야마무로는 꽤나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는 재능 있는 원화가들의 그림들을 전부 자기 취향으로 마음대로 수정해버리기로 유명하고 이걸로 상당한 비판을 받는 사람입니다. 대표적으로 슈퍼 131화에선 ‘타카하시 유야’의 원화를 손봐 팬들의 뒷목을 잡게 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만약 야마무로의 수정 버전이 원화가의 본래 버전보다 더 낫다면 얘기는 다르겠죠?
이번 1화의 상당 부분은 ‘키타노 유키히로’의 담당이었습니다. 키타노는 정말 드래곤볼 슈퍼 최악의 애니메이터였는데요. 물론 빡빡한 스케줄 문제가 있었다고는 하나 그의 슈퍼 작화가로서의 활약은 바닥 수준이었죠. 작화감독인 야마무로는 원화들을 대폭적으로 수정해가며 키타노의 부족한 능력을 커버했습니다. 야마무로의 감이 떨어졌다고는 해도 그는 여전히 안전빵 수준인 애니메이터이죠. 야마무로가 이번 회차에서 내내 나서준 결과, 1화의 작화는 이질감 하나 없이 일정하고 꾸준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뻣뻣한 동화 움직임으로 악명 높은 키타노와 야마무로의 조합은 상당히 어색하고 퀄리티 낮은 액션씬을 낳게 했습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도 히어로즈에서 계속 보게 될 것 같네요.
키타노 말고도 투입된 또 하나의 원화가는 ‘이나바 진’입니다. 이나바는 슈퍼 애니판에도 참여했던 꽤나 준수한 애니메이터입니다. 대표적으로 121화에서 나온 인조인간 17호가 아니라자를 격파해내는 파트를 담당했었죠. 멋진 이펙트는 그의 장기인데요. 이번 히어로즈 1화 막판에 나온 악의 사이어인, 칸바에게서 이나바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위에서 야마무로를 칭찬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작화의 일정함 얘기이고, 그 외적 문제로는 할 말이 좀 있습니다. 작화감독만이 아니라 콘티 담당까지 맡게 된 야마무로의 콘티 결과물은 초라했는데요. 마치 부활의 F를 다시 보는 듯 했습니다. 이번 히어로즈 애니와 마찬가지로 부활의 F의 콘티를 담당했던 것도 야마무로였으니 이상할 게 없죠. 프레임의 모습이나 구도적으로 너무나도 유사한 부분들이 많았거든요. 대표적으로 위처럼 이렇다던가,
이렇다던가,
이렇다던가요. 야마무로는 캐릭터들을 프레임의 측면 쪽에 서있게 한다던지, 손을 살짝 들게 한다던지, 캐릭터들의 다리 사이로 카메라 구도를 잡는 걸 유독 좋아하더군요. 이건 야마무로가 콘티 측면에서 발전이 없었다는 걸 보여주는 거겠죠.
가장 기대를 모은 손오공 미러전은 짧았으나 그것까지는 괜찮습니다. 그 짧은 시간 내에 어떠한 임팩트를 남기느냐가 문제죠. 슈퍼 오공과 제노 오공의 에네르기파 대결의 스케일은 정말 최악입니다. 야마무로의 미숙한 콘티로 인해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던 이 부분은 정말 해당 회차 워스트 파트였다고 해도 좋겠네요.
물론 제가 위처럼 얘기를 했으나 그렇다고 딱히 문제화시키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홍보용 애니일 뿐이고 사실 홍보용치고는 꽤 괜찮은 편이라고 보거든요.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듯한 컨텐츠이고 초사이어인4를 오랜만에 애니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드래곤볼이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