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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 TVA 작화

슈퍼 드래곤볼 히어로즈 13화 작화 분석

작성자다다단|작성시간19.07.12|조회수2,367 목록 댓글 6



13화의 콘티는 ‘카라사와 카즈야’가 맡았습니다. 카라사와는 ‘미츠카 마사토’와 함께 슈퍼 애니팀 최고의 감독 겸 콘티 작가 중 한 명으로 그냥 편하게 믿고 봐도 될 정도인데요. 미츠카와 함께 드래곤볼 슈퍼 브로리의 콘티 작가로 참여하여 ‘나가미네 타츠야’ 감독을 도왔고 특히 카라사와는 브로리의 조감독을 맡아 베지터 대 브로리의 전투씬 콘티를 담당했습니다. 사실 카라사와는 지난 히어로즈 12화에도 참여해 콘티를 맡아 좋은 활약을 보여줬는데 솔직히 이번에도 참여할 줄은 몰랐습니다.
이번 화의 작화 감독은 슈퍼 총 작화 감독이었던 ‘츠지 미야코’였습니다. 츠지는 12화에 원화가로 참여함으로서 히어로즈 애니에 처음 투입되었고 아예 이번 화에는 작화 감독 역할을 맡았습니다. 원화가는 ‘키타노 유키히로,’ ‘시다 나오토시,’ 그리고 츠지 셋이었습니다. 한편 히어로즈의 중추적인 인물인 ‘야마무로 타다요시’는 이번 화에선 그냥 총 작화 감독으로서 수정만 몇몇개 했을 뿐, 그 이상은 없었습니다. 평소엔 작화 감독은 물론, 콘티까지 혼자 담당하는 걸 생각하면 제법 흥미롭네요. 히어로즈 애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야마무로의 지분이 적었던 회차였습니다.

일단 모든 걸 제쳐두고 츠지 미야코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저번에 슈퍼 총 작화 감독들이었던 츠지와 ‘이데 타케오’에 대한 글을 쓰며 언급했지만 츠지는 분명 슈퍼 애니에서 캐릭터들의 얼굴을 크게 그리는 스타일(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츠지가 이 히어로즈 13화에서 보여준 것(하)은 정말 엄청난 반전이었는데요. 캐릭터들의 얼굴형은 상당히 슬림하고 코를 그리는 방법도 바뀌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슈퍼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였던 ‘마나베 슈이치로’와 스타일이 꽤나 유사해졌습니다. 츠지는 사실 브로리 극장판이 나온 후 브로리의 캐릭터 디자이너 ‘신타니 나오히로’의 디자인을 받아들였는데 거기에 그치지 않고 계속 변화 중인 모습입니다. 또한 야마무로 디자인 특유의 플라스틱 모형스러운 딱딱한 머리카락에서 벗어나, 이젠 캐릭터들의 액션에 따라 캐릭터들의 머리카락도 바람을 타며 움직입니다. 이런 츠지가 작화 감독을 맡은 결과, 이번 회차에선 츠지의 스타일이 아주 많고 진하게 나타나죠.

초반부는 적어도 히어로즈에서만큼은 핵심 애니메이터인 키타노 유키히로의 파트입니다. 키타노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드리자면, 키타노는 드래곤볼 슈퍼 최악의 애니메이터였고 원래는 작화 감독이었으나 96화 후부터는 원화가 역할로 내려가 다시는 작화 감독을 맡을 일이 없었으며, 슈퍼 종영 다음엔 브로리 극장판은 커녕 그냥 히어로즈 애니에 매 화 원화가로 참여 중입니다. 다만 히어로즈에선 늘 야마무로에게 수정을 받아 키타노 특유의 괴랄한 작화가 나오지 않고 그것은 이번 13화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수정은 원화가의 아쉬운 작화체는 고칠 수 있지만 아쉬운 액션까진 고칠 수 없죠. 초반부에 나오는 액션의 퀄리티는 키타노답게 매우 단순하고 부실합니다. 사실 어떤 애니메이터의 작화체가 어떤 애니 시리즈와 맞지 않는 것은 충분히 많이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거기서 만약 액션의 질이 떨어진다면 큰 문제가 되는 거죠. 스케줄링 문제가 상당하던 슈퍼 때엔 그렇다 쳐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은 히어로즈에서까지 이러면 더더욱이요. 당장 드래곤볼 Z 당시 악명이 높던 ‘에비사와 유키오’도 종종 보여준 액션 자체는 제법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에 나오는 오공이 하츠의 기탄을 뚫고 달려들었다가 건물로 날려지는 장면은 츠지 미야코가 직접 원화를 제공했습니다. 츠지는 슈퍼 총 작화 감독이었던 만큼 원화가들의 원화를 수정하는 게 일이었으나 정작 본인이 직접 원화를 담당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액션 스타일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그럼에도 츠지가 이 컷을 담당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키타노라고 하기엔 너무 뛰어나고 잘 만들었으니까요. 솔직히 그동안 츠지가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 못했었는데 보면서 정말 놀랐습니다. 또한 오공이 건물로 날려지는 씬은 카라사와의 콘티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다음은 대체 왜 히어로즈에 참여하는 걸까 싶은 시다 나오토시의 차례입니다. 시다는 저번 11화에서 베지터의 파이널플래시 장면을 짧게 담당하기도 했고 그후 자신의 트위터에 또 참여할 예정이라는 말을 했었기 때문에 이번 화에 나올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했었지만 놀란 건 시다의 분량입니다. 무려 1분 11초나 맡을 줄은 몰랐으니까요. 시다가 슈퍼 애니에서 가장 길었던 분량이 56초였다는 걸 생각하면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죠. 물론 시다의 정형화된 스타일과 패턴은 이번에도 꽤 보였고 제가 가끔 이걸로 시다에 대해 아쉽다고 하기도 하지만, 고작 히어로즈에서 시다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고 사치스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여기서까지 시다를 비판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시다 다음엔 다시 키타노가 등장하여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물론 츠지와 야마무로에게 사실상 전부 수정됐고요. 이런 작은 프로젝트에서 이런 식으로 쓰이는 게 드래곤볼에서의 키타노에겐 제일 딱인 것 같아 살짝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래도 다른 애니의 총 작화 감독 겸 캐릭터 디자이너 경험까지 있는 애니메이터인데 말이죠. 그냥 드래곤볼이랑은 애초에 안 맞는 것 같네요.

설마 제가 히어로즈를 보고 작화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예전에 특별히 했던 1화 글도 쓸 건 거의 없었거든요. 그리고 전부터 느꼈던 거지만 히어로즈 애니의 음악 담당인 모리 유야는 정말 뛰어난 인재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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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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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십칠호 | 작성시간 19.07.12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작성자XeRoS | 작성시간 19.07.12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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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갓DB | 작성시간 19.07.12 와 대단하십니다
  • 작성자타이거익 | 작성시간 19.07.17 이번글에도 다다단님의 안목에 감탄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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