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다 나오토시’에게 특징이 하나 있다면 시다는 토에이 애니메이션 측으로부터 상당한 배려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훌륭한 결과물을 내기 위하여 그만큼 넉넉한 시간을 부여받죠. 대표적으로 시다는 드래곤볼 Z: 신들의 전쟁에서 자신이 맡은 약 1분의 파트를 완성하는 데에 2개월의 시간이 걸렸었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는가 하면 그와는 정반대의 케이스도 있습니다. 양보다 질인 시다와는 달리 질보다 양을 요구받는 애니메이터가 있는 것인데요. 이는 바로 ‘야시마 요시타카’입니다.
야시마 요시타카는 그 이름도 찬란한 솔로 애니메이터입니다. 솔로 애니메이터란, 정말 말 그대로 애니메이션 한 회차 약 20분을 혼자 담당하는 애니메이터를 말하는데요. 야시마는 작화 감독과 단독 원화가로서 한 회차를 맡습니다. 이렇게 한 명의 애니메이터가 한 회차를 혼자서 담당하면 어떠한 일이 일어나느냐, 간단합니다. 다른 애니메이터들은 다른 회차들에 힘을 쏟을 시간을 벌게 되는 거죠. 이것은 특히 제작 스케줄이 매우 심각했던 드래곤볼 슈퍼에겐 더더욱 큰 힘이 되었습니다. 스케줄이 빡빡하게 밀려있는 상황에서 혼자서 한 회차를 맡아줄 수 있는 야시마의 존재는 다른 애니메이터들에게는 자신들의 일더미를 크게 덜어주는 천군만마와 같았죠.
야시마는 현재 60대의 나이에 업계에서 가장 빠른 애니메이터들 중 한 명으로, 이게 가능하려면 상당한 실력과 부지런함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야시마는 콘티 역할까지 소화 가능한데요. 사실 콘티 작가로서의 야시마는 꽤나 수준급입니다. 카메라 구도도 매우 다양하고 역동적이며 액션의 스케일도 살릴 줄 알죠. 특히 슈퍼 15화는 야시마가 작화 감독, 원화가, 콘티 작가까지 전부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솔로 애니메이터의 단점은 매우 명확합니다. 혼자서 20분짜리 분량을 모조리 맡아야 하기 때문에 작업의 속도를 미친 수준으로 빨리 가져가야 하고 그런 방식으로 무리를 하면 결과물의 퀄리티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인데요. 그리하여 야시마가 솔로 애니메이트한 회차들은 대체적으로 총 작화 감독과 제 2원화가들이 야시마의 그림들을 수정하며 캐릭터들의 생김새를 고쳐야 했습니다.
또한, 그렇게 시간에 쫓기다 보니 수준급의 액션은 야시마에게서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제작진은 액션이 중요한 우주 서바이벌 편에선 일부러 야시마가 혼자 담당하는 회차들엔 한두 명의 액션 애니메이터들을 원화가로 같이 붙이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야시마의 84화에서 오공과 크리링의 전투씬은 미래 트랭크스 편의 구세주였던 ‘히가시데 후토시’가, 100화에서 오공 대 케일은 우주 서바이벌 편의 MVP인 ‘니카이도 아츠시’가, 117화에서 인조인간 18호가 리브리안을 탈락시키는 클라이막스 씬은 토에이 최고의 애니메이터 중 한 명인 ‘오오니시 료’가, 그리고 125화에서 파괴신 톳포와 프리저의 싸움은 슈퍼 최고의 작화 감독이었던 ‘마나베 슈이치로’가 맡아 훌륭한 액션을 선사했습니다.
비주얼적으로 떨어지는 퀄리티를 커버하기 위해서인지 유독 야시마가 솔로 애니메이트한 회차들엔 훌륭한 감독 및 콘티 작가 한 명이 지속적으로 투입되기도 했는데요. 이 사람은 바로 ‘카라사와 카즈야’입니다. 카라사와는 슈퍼 최고의 레귤러 감독들 중 한 명이었으며 이후 드래곤볼 슈퍼 브로리의 조감독을 맡기도 했습니다. 카라사와는 계속해서 야시마와 호흡을 맞추며 야시마의 특출나지 않는 그림들을 훌륭한 카메라 구도로 커버하였습니다.
비록 야시마 요시타카는 시다 나오토시나 ‘타카하시 유야’ 등처럼 화려하고 멋진 작화 또는 액션을 보여주는 애니메이터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 대신 야시마는 미친 듯한 스피드와 작업량으로 그런 실력있는 애니메이터들이 중요한 회차들에 집중하는 데에 도움을 주며 단순히 결과물의 퀄리티만이 애니메이터의 실력을 평가하는 데에 다가 아니라는 것을 슈퍼에서 보여주었습니다. 야시마의 존재가 없었다면 슈퍼는 더욱 크게 무너졌을 것이고 이러한 야시마의 공은 크게 인정받아 마땅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제가 야시마의 결과물 비주얼을 혹평만 한 듯한 감이 있지만 야시마의 솔로 회차들은 딱히 나쁜 수준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정말 질보다 양인 애니메이터로는 대표적으로 같은 토에이 애니메이션 소속의 ‘호시노 마모루’라는 애니메이터가 있는데, 이 호시노는 야시마의 극하향 버전입니다. 빠르긴 하지만 야시마처럼 솔로 애니메이트가 가능한 것도 아니고 결과의 퀄리티는 정말 상당히 안 좋은 편이죠. 호시노는 슈퍼 못지 않게 제작 스케줄 문제로 시달린 원펀맨 2기에 투입되기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