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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기록


[스크랩] 정탁 <신구차>전문 (번역)

작성자字香 오민석|작성시간08.05.12|조회수507 목록 댓글 0
우의정 정탁은 엎드려 아룁니다. 이모[李某:이순신]는 몸소 큰 죄를 지어 죄명조차 무겁건마는 성상(聖上)께서는 얼른 극형을 내리시지 않으시고 두남두어 문초하시다가 그 뒤에야 엄격히 추궁하도록 허락하시니, 이는 다만 감옥 일을 다스리는 체모와 순서만으로 그러심이 아니라 실상은 성상께서 인(仁)을 베푸시는 한 가닥 생각으로 기어이 그 진상을 밝힘으로써 혹시나 살릴 수 있는 길을 찾으시고자 바라심에서 하심이라, 성상의 호생(好生)하시는 뜻이 자못 죄를 짓고 죽을 자리에 놓인 자에게까지 미치시므로 신은 이에 감격함을 이길 길이 없습니다.
신이 일찍 벼슬을 받아 죄수를 문초해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얼추 죄인들이 한번 심문을 거치고는 그대로 상하여 쓰러져 버리고 마는 자가 많아 설사 좀 더 밝혀 줄만한 마음을 가진 경우가 있더라도 이미 목숨이 끊어진 뒤라 어찌할 길이 없으므로 신은 적이 이를 늘 민망스레 여겨왔습니다.
이제 이모가 이미 한번 형벌을 겪었는데, 만일 또 형벌을 하게되면, 무서운 문초로 목숨을 보전하지 못하여 혹시 성상의 호생(好生)하시는 본의를 상하게 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바입니다.
저 임진년에 왜적선이 바다를 덮어 적세가 하늘을 찌르던 그 날에 국토를 지키던 신하들로서 성을 버린 자가 많고, 국방을 맡은 장수들도 군사를 그대로 보전한 자가 적었으며, 또 조정의 명령조차 사방에 거의 미치지 못할 적에 이모는 일어나 수군을 거느리고 원균과 더불어 적의 예봉(銳鋒)을 꺾음으로써 나라 안 민심이 겨우 얼마쯤 생기를 얻게 되고, 의사(義士)들도 기운을 돋우고 적에게 붙었던 자들도 마음을 돌렸으니, 그의 공로야말로 참으로 컸습니다. 조정에서는 이를 아름답게 여기고 높은 작위를 주면서 통제사의 이름까지 내렸던 것이 실로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군사를 이끌고 나가 적을 무찌르던 첫 무렵에 뛰쳐나가 앞장서는 용기로는 원균에게 미치지 못했으므로 사람들이 더러 의심하기도 한 바는 그렇다고 하겠으나, 원균이 거느린 배들은 마침 그 때에 조정의 지휘를 그릇 되이 받들어 많이 침몰된 것이니만큼, 만일 이모의 온전한 군사가 없었더라면 장한 형세를 갖추어 공로를 세울 길이 없었을 것입니다.
이모는 대장이라 나갈만함을 보고서야 비로소 시기를 잃지 않고 수군의 이름을 크게 떨쳤던 것입니다.
그러니 전쟁에 임하여 피하지 않은 용기는 원균이 가진 바라 하겠지만, 끝내 적세를 꺾어버린 공로로는 원균에게 양보할 것이 많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때에 원균에게도 그만한 큰 공로가 없지 않았는데, 조정의 은전은 온통 이모에게만 미치고 있으니 참으로 애석한 일입니다.
원균은 수군을 다루는 재주에 장점이 있고, 천성이 충실하며, 일에 달아나 피하지 않고, 마구 찌르기를 잘하는 만큼, 두 장군이 힘을 합치기만 하면 적을 물리치기에 어렵지 않을 것이라 신이 매양 어전에서 이런 말씀을 올렸던 것입니다. 그러나 조정에서는 두 장군이 서로 맞지 않기 때문에 원균을 다시 쓰지 않고, 오로지 이모만 머물러 두어 수군을 맡아보게 하였습니다.
이모는 과연 적을 방어하는 일에 능란하여 휘하 용사들이 모두 즐겁게 쓰이므로 군사들을 잃지 않고 그 당당한 위세가 옛날과 같으므로, 왜적들이 우리 수군을 겁내는 까닭도 혹시 거기에 있지 않나 하거니와, 그가 변방을 진압함에 공로가 있음이 대강 이와 같습니다.
어떤 이는 이모가 한번 공로를 세운 뒤에 다시는 내세울만한 공로가 별로 없다고 하여 대수로이 여기지 않는 이도 있으나, 신은 적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너댓해 안에 명나라 장수들은 화친을 주장하고, 일본을 신하국으로 봉하려는 일까지 생기어 우리나라 장수들은 그 틈에서 어찌할 길이 없으므로 이모가 다시 더 힘쓰지 못한 것도 실상은 그의 죄가 아니었습니다.
요즘 왜적들이 또 다시 쳐들어옴에 있어 이모가 미처 손쓰지 못한 것도 무슨 그럴만한 사연이 있을 것입니다.
대개 변방의 장수들이 한번 움직이려고 하면 반드시 조정의 명령을 기다려야 되고, 장군 스스로선 제 마음대로 못하는 바, 왜적들이 바다를 건너오기 전에 조정에서 비밀히 내린 분부가 그 때 전해졌는지 아닌지도 모를 일이며, 또 바다의 풍세가 좋았는지 아닌지, 뱃길도 편했는지 어쨌는지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수군들이 각기 담당한 구역이 있어 어쩔 수 없었던 사정은 이미 도체찰사의 장계에도 밝혀진 바도 있거니와 군사들이 힘을 쓰지 못했던 것도 사정이 또한 그랬던 것인 만큼 모든 책임을 이모에게만 돌릴 수는 없습니다.
지난 장계 가운데 쓰인 사실이 허망함에 가까우므로 괴상하기는 하지만, 아마 그것은 아랫사람들의 과장한 말을 얻어들은 것 같으며, 그 속에 정확하지 못한 것들이 들어있지나 않은가 여기며,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이모가 정신병자가 아닌 이상 감히 그럴 수 있으리라고 신은 자못 풀어 볼 길이 없습니다.
만약에 난리가 일어났던 첫 무렵에 공로를 적어 올린 장계가 낱낱이 사실대로 쓰지 않고 남의 공로를 탐내서 제 공로로 만들어 속였기 때문에 그로써 죄를 다스린다 하면 이모인들 또한 무슨 변명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세상에 완전무결한 사람을 빼고는 저와 남이 상대할 적에 남보다 높고자 하는 마음을 품지 않은 자가 적고, 어름어름하는 동안에 잘못되는 일이 많으므로, 윗사람이 그 저지른 일의 크고 작음을 자세히 살펴서 경중을 따져 처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개 장수된 자는 군사와 백성들의 운명을 맡은이와, 국가의 안위에 관계된 사람이라, 그들의 소중함이 이와 같으므로 예로부터 제왕들이 국방 책임을 맡기고 은전과 성의를 특별히 보여 큰 무엇이 있지 않으면 간곡히 보호하고 안전케하여 그 임무를 다하게 하니, 큰 뜻이 거기에 있습니다.
무릇 인재란 것은 나라의 보배이므로 비록 저 통역관이나 주판질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라도 재주와 기술이 있기만 하면 모두 다 마땅히 사랑하고 아껴야 합니다. 하물며 장수의 재질을 가진 자로서 적을 막아내는 것과 가장 관계가 깊은 사람을 오직 법률에만 맡기고 조금도 용서못함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이모는 참으로 장수의 재질이 있으며, 수륙전에도 못하는 일이 없으므로 이런 인물은 과연 쉽게 얻지 못할 뿐더러, 이는 변방 백성들의 촉망하는 바요, 왜적들이 무서워하고 있는데, 만일 죄명이 엄중하다는 이유로 조금도 용서해 줄 수가 없다 하고, 공로와 죄를 비겨볼 것도 묻지도 않고, 또 능력이 있고 없음도 생각지 않고, 게다가 사리를 살펴 줄 겨를도 없이 끝내 큰 벌을 내리기까지 한다면 공이 있는 자도 스스로 더 내키지 않을 것이요, 능력이 있는 자도 스스로 더 애쓰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비록 저 감정을 품은 원균 같은 사람까지도 편안하지 못할 것이며, 안팎의 인심이 이로 말미암아 해이해질까 봐 그게 실상 걱정스럽고 위태한 일이며, 부질없이 적들만 다행스럽게 여기게 될 것입니다.
일개 이모의 죽음은 실로 아깝지 않으나, 나라에 관계되는 것은 가볍지 않은 만큼 어찌 걱정할만한 중대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므로 옛날에도 장수는 갈지 않고 마침내 큰 공을 세우게 했던 바, 진나라 목공(穆公)이 맹명장군에게 한 일과 같은 것이 실로 한둘이 아니거니와, 신은 구태여 먼데 사실을 따오고자 아니하고 다만 성상께서 하신 가까운 사실로써 말할지라도, 박명실이 한때의 명장인데 일찍 국법에 위촉되었으나 조정에서 특별히 그 죄를 용서해 주었더니, 얼마 안되어 충청도에 사변이 일어나 기축년 때보다 더한 바 있었는데, 명실이 나가 큰 변을 평정시켜 나라에 공로를 세운 것이야말로 허물을 용서하고 일을 할 수 있게 한 보람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제 이모는 사형을 받을 중죄를 지었으므로 죄명조차 극히 엄중함은 진실로 성상의 말씀과 같습니다. 이모도 또한 공론이 지극히 엄중하고 형벌 또한 무서워 생명을 보전할 가망이 없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바라옵건대 은혜로운 하명으로써 문초를 덜어주셔서 그로 하여금 공로를 세워 스스로 보람있게 하시면, 성상의 은혜를 천지부모와 같이 받들어 목숨을 걸고 갚으려는 마음이 반드시 저 명실 장군만 못지 않을 것입니다.
성상 앞에서 나라를 다시 일으켜 공신각에 초상이 걸릴만한 일을 하는 신하들이 어찌 죄수 속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하겠습니까.
그러므로 성상께서 장수를 거느리고 인재를 쓰는 길과 공로와 재능을 헤아려보는 법제와 허물을 고쳐 스스로 새로워지는 길을 열어 주심이 한꺼번에 이루어진다면, 성상의 난리를 평정하는 정치에 도움됨이 어찌 옅다고만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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