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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시 모음

작성자**일송˚♣˚|작성시간15.06.30|조회수3,661 목록 댓글 8

 

- 7월의 시 모음 -

 

   

청포도

(이육사)

 

내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계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 주절이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 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7월

<이외수>

 

그대는

오늘도 부재중인가

정오의 햇빛 속에서

공허한 전화벨 소리처럼

매미들이 울고 있다

나는

세상을 등지고

원고지 속으로

망명한다

텅 빈 백색의 거리

모든 문들이

닫혀 있다

인생이 깊어지면

어쩔 수 없이

그리움도 깊어진다

나는

인간이라는 단어를

방마다 입주시키고

빈혈을 앓으며 쓰러진다

끊임없이 목이 마르다

 

 

 

7월

<목필균>

 

한 해의 허리가 접힌 채

돌아 선 반환점에

무리지어 핀 개망초

 

한 해의 궤도를 순환하는

레일에 깔린 절반의 날들

시간의 음소까지 조각난 눈물

장대비로 내린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폭염 속으로 무성하게

피어난 잎새도 기울면

중년의 머리카락처럼

단풍 들겠지

 

무성한 잎새로도

견딜 수 없는 햇살

굵게 접힌 마음 한 자락

폭우 속으로 쓸려간다

 

 

 

7월

<오세영>

 

바다는 무녀

휘말리는 치마폭

 

바다는 광녀

산발한 머리칼

 

바다는 처녀

푸르른 이마

 

바다는 희녀

꿈꾸는 눈

 

7월이 오면 바다로 가고 싶어라

바다에 가서

 

미친 여인의 설레는 가슴에

안기고 싶어라

 

바다는 짐승

눈에 비친 푸른 그림자

 

 

칠월

<이오덕>

 

앵두나무 밑에 모이던 아이들이

살구나무 그늘로 옮겨 가면

누우렇던 보리들이 다 거둬지고

모내기도 끝나 다시 젊어지는 산과 들

진초록 땅 위에 태양은 타오르고

물씬물씬 숨을 쉬며 푸나무는 자란다

 

뻐꾸기야, 네 소리에도 싫증이 났다

수다스런 꾀꼬리야 , 너도 멀리 가거라

봇도랑 물소리 따라 우리들 김매기 노래

구슬프게 또 우렁차게 울려라

길솟는 담배밭 옥수수밭에 땀을 뿌려라

 

아, 칠월은 버드나무 그늘에서 찐 감자를 먹는,

복숭아를 따며 하늘을 쳐다보는

칠월은 다시 목이 타는 가뭄과 싸우고

지루한 장마를 견디고 태풍과 홍수를 이겨 내어야 하는

칠월은 우리들 땀과 노래 속에 흘러가라

칠월은 싱싱한 열매와 푸르름 속에 살아가라

 

 

 

칠월에 거두는 시

<김영은 >

 

유월의 달력을 찢고

칠월의 숫자들 속으로

바다 내음 풍기는 추억의

아름다움을 주우러 가자

 

지나간 세월의

아픔일랑은 흐르는

강물 속에 던져 버리고

젊음을 주우러 가자

 

유월의 지루함 일랑은

시간의 울타리 속에 가두어 두고

칠월의 숫자들 속으로

태양을 주우러 가자

 

팔월을 기다리는

시간일랑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같은 정열은 열정의

열린 가슴에 담아두고

 

우리 칠월의 구르는

숫자 속으로 타오르는

사랑을 주우러가자

 

단풍잎 물드는 구월엔

칠월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낙엽 지는 시월엔 또다시

사랑을 주우러가자

 

 

 

7월의 노래

<엄기원>

 

여름은 화안한 웃음인가 봐?

여름은 새파란 마음인가 봐?

풀도 나무도 웃음이 가득

온통 세상이 파란 빛이야

 

숲에서 들린다, 여름의 노래

들판에 보인다 여름의 빛깔

시원한 바람은 어디서 올까?

정말 7월은 요술쟁이야

 

 

7월의 편지

<박두진>

 

7월의 태양에서는 사자 새끼 냄새가 난다

7월의 태양에서는 장미꽃 냄새가 난다

 

그 태양을 쟁반만큼씩

목에다 따다가 걸고 싶다

그 수레에 초원을 달리며

심장을 싱싱히 그슬리고 싶다

 

그리고 바람

바다가 밀며 오는

소금 냄새의 깃발, 콩밭 냄새의 깃발

아스팔트 냄새의, 그 잉크빛 냄새의

바람에 펄럭이는 절규 ㅡ

 

7월의 바다의 저 출렁거리는 파면(波面)

 

새파랗고 싱그러운

아침의 해안선의

조국의 포옹

 

7월의 바다에서는,

내일의 소년들의 축제 소리가 온다

내일의 소녀들의 꽃비둘기 날리는 소리가

온다

 

 

 

7월

<홍윤숙>

 

보리 이삭 누렇게 탄 밭둑을

콩밭에 김매고 돌아오는 저녁

청포묵 쑤는 함실 아궁이에선

청솔가지 튀는 소리 청청했다

후득후득 수수알 흩뿌리듯

지나가는 저녁비, 서둘러

호박잎 따서 머리에 쓰고

뜀박질로 달려가던 텃밭의 빗방울은

베적삼 등골까지 서늘했다

뒷산 마가목나무숲은 제철 만나

푸르게 무성한데

울타리 상사초 지친 잎들은

누렇게 병들어 시들었고

상추밭은 하마 쇠어서 장다리가 섰다

아래 윗방 낮은 보꾹에

파아란 모기장이

고깃배 그물처럼 내걸릴 무렵

여름은 성큼 등성을 넘었다

 

 

 

7월의 바다

<황금찬 >

 

아침 바다엔

밤새 물새가 그려 놓고 간

발자국이 바다 이슬에 젖어 있다.

 

나는 그 발자국 소리를 밟으며

싸늘한 소라껍질을 주워

손바닥 위에 놓아 본다.

 

소라의 천 년

바다의 꿈이

호수처럼 고독하다.

 

돛을 달고, 두세 척

만선의 꿈이 떠 있을 바다는

뱃머리를 열고 있다.

 

물을 떠난 배는

문득 나비가 되어

바다 위를 날고 있다.

 

푸른 잔디밭을 마구 달려

나비를 쫓아간다.

어느새 나는 물새가 되어 있었다.

 

 

7월의

<박우복>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밀려드는 너와

흔적 없는 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너의 외침이 가슴을 때릴 때

나를 묶고 있던 온갖 기억들은

하얀 포말이 되어 흩어져 버렸다

슬퍼하지 말자

기뻐하지 말자

밀려드는 파도도 거부하지 말자

 

7월의 바다는

나의 마음을 먼저 알고

아픈 추억을 만들지 않는다

단 둘이만 있을지라도 !

 

 

 

7월의 정경

<운 가레띠>

 

그대 여기에 몸을 던질 때

슬픈 장미 빛으로

아름다운 나뭇잎이 된다.

 

급류를 녹여 강을 마시며

암초를 깨뜨려 빛을 발한다.

격노에 고집하며 굴하지 않고

공간을 흐트려 조준을 가린다.

 

여름이다. 기나긴 세월을 따라

석화석처럼 굳어진 그 눈으로

지구의 골격을 할퀴며

나아간다.

 

 

 

7월의 고백

<김경주>

 

여린 태를 벗은 초목들의 뿌리는 힘차게 물을 빨아들이고

햇빛에 반짝이는 잎들은 왕성한 화학작용을 하며

대기는 신선한 공기들로 가득 찹니다.

그 나무의 꽃과 열매와 잎을 먹으며

애벌레와 곤충과 새들이 자라고 번성할 때

대지는 소란하고 풍성해집니다.

 

주님께서 지으신 세상은

풀 한 포기에서 우주 끝까지

탄생부터 그 소멸에 이르기까지

계획되지 않은 것,

아름답지 않은 것

완벽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 속에 앉아

주님 계획대로 아름답게, 완벽하게 지어진

나를 어루만지며 가만히 속삭입니다.

나를 사랑합니다.

나를 사랑합니다.

나를 이루는 너를 사랑합니다.

그 안에 온통 주님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멘.

 

 

 

7월 14일 밤

<유금> (1741-1788)

 

큰비 뒤에 밝은 달 보니

오래 못 만난 벗을 만난 듯

쓸쓸히 사방의 하늘을 보니

달빛이 환하게 허공을 비추네

벌레는 곳곳에서 찍찍찍 울고

담 모롱이에는 서늘함이 가득하여라

방을 내고 뜨락에 못을 만들어

물 채우니 올챙이 생겨났어라

이슬 젖은 꽃에 거미줄 있어

큰 거미가 노인처럼 잠을 자누나

맑은 날씨 다시 돌아오니까

아내가 참외를 보냈군 그래

 

 

 

7월, 아침밥상에 열무김치가 올랐다

<김종해>

흙은 원고지가 아니다.

한자 한자 촘촘히 심은 내 텃밭의 열무씨와 알타무씨들

원고지의 언어들은 자라지 않지만

내 텃밭의 열무와 알타리무는 이레 만에 싹을 낸다

간밤의 원고지 위에 쌓인 건방진 고뇌가

얼마나 헛되고 헛된 것인가를

텃밭에서 호미를 쥐어보면 안다

땀을 흘려보면 안다 물기 있는 흙은 정직하다

그 얼굴 하나 하나마다 햇살을 담고 사랑을 튀운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내 텃밭에 와서 일일이 이름을 불러낸다

 

칠월, 아침밥상에 열무김치가 올랐다

텃밭에서 내가 가꾼 나의 언어들

하늘이여, 땅이여, 정말 고맙다

 

 

7월의 시

<김태은>

 

산이나 들이나 모두

초록빛 연가를 부르고 있습니다

보일 듯 보일 듯 임의 얼굴 환시를 보는 것도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한적하고 쓸쓸한 노을 지는 창가에서

눈물을 견디고 슬픔을 견디는 것은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나무의 눅눅한 그림자까지

초록빛으로 스며드는 7월의 녹음

나무는 나무끼리 바람은 바람끼리 모여사는데

홀로 있어 외롭지 않음은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깊은 산 속 작은 옹달샘을 찾아

애절히 불타는 이 가슴을 식혀볼까,

6월도 저물어 한 해의 반 나절이 잦아드는데

노을빛 가슴을 숨기고

애연히 그리움으로 흐르는 것은

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백일홍

<원종구>

 

누가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정한이 사무치면

저 또한 아닌 것을

 

님 향한 그리움인가

타향살이 설움인가

칠월 무더위에

백 날을 지고 피고

 

풍년을 바라오면

이팝꽃을 피울 것을

흉중에 서린 한

붉게도 피고 지고

 

무슨 사연

저리도 서러워

7월 무서리에

감은 눈 다시 뜨는 가

 

 

 

개망초

<박준영>

 

6,7월 망초꽃

지천으로 피어있다

 

그냥

잡풀이었지

내 눈에 들기 전에

이름도 몰랐으니

 

복판은 한사코 마다하고

길섶에만 피어 있어

눈부시지도 않고

향기롭지도 않고

무엇 하나 내노라 할 게 없이

그냥 서 있는 거다

 

희멀겋게 뽑아 올린 줄기에

너더댓 가지 뻗고

다시 잔가지 서너 개 나뉘더니

가지마다 대여섯 작은 흰 꽃 피운다

 

외로운 건 참을 수 없어

무리로 무리로

종소리 듣고 타고 내린 달빛처럼

허옇게 또 허옇게

내려앉고 내려앉아

잡초마냥 민초마냥

이 강산 여기저기

이렇게도 뒤덮는다

 

이제

그 이름 물어물어

개망초로 알았지만

마음에 있어야 보인다고

50평생 살아 처음 보는 꽃의

눈부시지 않은 그 찬란이

알아주지 않는 그 영광이

날 이다지도 뒤흔들어 놓는다

 

6, 7월 개망초꽃

지천으로 피어 있다.

 

 

 

사랑은 큰일이 아닐 겁니다

<박철>

 

사랑은 큰일이 아닐겁니다

사랑은 작은 일입니다

7월의 느티나무 아래에 앉아

한낮의 더위를 피해 바람을 불어주는 일

자동차 클랙슨 소리에 잠을 깬 이에게

맑은 물 한 잔 건네는 일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손등을 한 번 만져보는 일

 

여름이 되어도 우리는

지난 봄 여름 가을 겨울

작은 일에 가슴 조여 기뻐했듯이

작은 사랑을 나눕니다

큰 사랑은 모릅니다

태양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이라는

지구에서 큰 사랑은

필요치 않습니다

해 지는 저녁 들판을 걸으며

어깨에 어깨를 걸어보면

그게 저 바다에 흘러넘치는

수평선이 됩니다

 

7월의 이 여름날

우리들의 사랑은

그렇게 작고, 끝없는

잊혀지지 않는 힘입니다

 

 

 

능수화는 피어나는데

<신영자>

 

능수화 꽃피움을 기다린 당신인데

꽃 향기 가슴져려 타는 꽃잎 눈물이네.

그윽한 주홍빛 향기는 애절한 눈길인가.

 

님 떠난 빈자리에 철없이 피운 꽃잎

한나절 여린가슴 서러움이 맴을 노네

창가에 시름없는 바람은 목소리의 울림인가.

 

-옮겨 왔습니다-

 

 

 

 

 

  

 

 

 

방문하신 감사 립니

'우리 모두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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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일송˚♣˚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6.30 고운 향기 주셔서, 감사 합니다
    늘~건강 하시고, 행복 하세요~~~^^빵긋
  • 작성자박서연 작성시간 15.06.30 예쁜 이미지에 칠월의 시
    좋은 글에 잠시 쉬었다 갑니다 일송님~^^

    빗님이 오시려나 자연의 하늘은
    새까맣게 옷을 입었습니다

    아들이 휴가를 나와서 바쁩니다

    늘 좋은 글 행복한 글에
    정성스러운 지기님의 감사하신 고운 마음에
    느낀점 배울점이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기님^^

    지기님의 글에 댓글 자주 못 달더라도
    이해 바랍니다
    올리신 글 읽기는
    자주 읽는답니다ㅎㅎ
    사랑합니다 지기님^^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일송˚♣˚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7.01 에궁~ 감사 합니다
    고운 향기 주셔서, 감사 합니다
    늘~건강 하시고, 행복 가득 하세요~~~^^빵긋
  • 작성자고원호 작성시간 15.06.30 7월에 관한 시가 이렇게 많네요
    좋은글 잘 감상 했습니다
    감사 합니다
    7월에도 늘 건강 하세요~~^^
  • 답댓글 작성자**일송˚♣˚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7.01 고운 향기 주셔서, 감사 합니다
    늘~건강 하시고, 행복 가득 하세요~~~^^빵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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