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공
고로 박유동
내가 시골 초등학교 시절
아마 어느 여름방학 때였을까
동네 길가에서 축구공을 차고 노는데
내가 날아오는 공을 받아 찼더니
공교롭게도 한 계집아이가 맞아 넘어졌다
낮선 처녀아이는 시내서 왔는지
어깨가 으슥하도록 곱게 차려입었는데
공을 안고 주지 않으며
일부러 자기를 보고 찼다며
나와 맞서 싸우려 대들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달려들어
축구공을 빼앗아 공중에 높이 차고서
매롱! 어쩔래하고 놀려주니
날 나쁜 놈이라 욕하고 가버렸는데
그 이튼 날 부터는 다시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초등학교 졸업하고
시내 중학교로 입학했는데
그 처녀애와 한반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그는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겼고
나도 언뜻 손을 내 밀고 같이 웃었다
그녀가 부모 따라 서울 가자 연락이 두절 되었고
내가 대학재학중 군에 가 있을 때
그녀가 듯 밖에 찾아 왔으니
우리는 두 말할 것 없이 사랑의 만남이었는데
생각하면 축구공이 사랑의 인연이었다.
-202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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