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고로 박유동
언젠가 뒷동산 바위 밑에서
앞집 처녀와 남 몰래 만났었네
한창 이팔청춘 열정에 불타던 시절
우리의 뜨거운 키스의 입김으로
찬 공기를 달구었다네
그 때 그 바람이더냐
따뜻한 봄바람은
내 목을 간지럽히고
내 팔소매 옷자락도 부여잡고
나와 훨훨 춤추며 놀자하네
아 우리의 뜨거운 키스로 달군 봄바람아
너는 어찌하여 이모구비 형체도 없느냐
너는 이 세상을 날아다니면서
나와 수없이 부딪혔으련만
너를 한 번도 못 알아본단 말이냐
그녀를 먼 이국으로 떠나 보네고
여적 소식 한 장 없느냐
오늘 같이 따뜻한 봄바람에
뒷동산 바위 밑이 올라 와서
애타는 이 늙은이 가슴에 눈물이 흐르네.
-20230519
창작노트
매일 같이 투석으로 생명을 연명하는 처지라 시를 안 쓴지도 오래다. 더러는 날 죽은 줄 알 것이다. 하기야 시인이 시를 못 쓰면 죽은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오랜만에 시를 한번 써 보니 귀감이 새롭다.
몇 년 전 내가 교통사고로 3M 높이서 땅에 거꾸로 처박혔을 때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 가면서 나의 두뇌가 아직 시를 쓸 수 있겠는지 뇌진탕에 걸리지 않았는지 자기진단오로 내가 암송했던 시를 낭송 헤 보니 낭송 할 수 있어 안심하였는데 지금은 기억에 남지 않아 낭송을 못 하는 형편이다.
앞으로 또 시를 몇 편 더 쓰게 될는지 모르나 오늘의 이 시 한편은 아직 이 시인이 살아 있음을 알리는 샘이다.
문우 여러분 모두 건강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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