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에어콘

작성자녹림처사|작성시간23.08.20|조회수908 목록 댓글 2

 먹는 에어콘 

 

입추도 말복도 지났건만 세상은 찜통이지요

식을 줄을 몰라요

내일 일기예보는 보나마나 오늘과 비슷할 것이지요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 중이네요

해가 져도 더위가 가라앉지 않는 열대야가 나타나겠지요

낮에 야외 활동은 삼가는 것이 좋겠어요….

여름휴가도 다 끝났는데 날씨는 무덥고 바람은 후텁지근하지요

맴맴맴 요란하게 매미가 울어 재키고 있어요

 

에어컨 빵빵한 곳으로 피신하면 더위가 좀 가시려나.

공연장과 영화관, 서점에는 스릴러가 쏟아져 나오지요

납량 특집이라는 말처럼 여름과 공포는 공생 관계인데

공포물을 보면 위험을 감지하는 교감신경이 활성화하고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지요

그럼 혈관이 수축해 피부 온도가 내려가고 심장 박동은 빨라지지요

정신적 쾌감과 서늘한 기운이 동시에 밀려오지요

 

얼마 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연극 ‘2시 22분’을 보았어요

새로 이사온 집에서 날마다 같은 시간에

무섭고 이상한 소음이 들리면서 펼쳐지는 스릴러.

새벽 2시 22분까지 기다리면 그 사건의 목격자가 될 수 있지요

연극을 보는 동안 등골이 여러 번 오싹했어요

시원한 130분이었지요

하지만 극장 밖은 여전히 끈끈한 열대야였어요

 

이럴 때는 ‘먹는 에어컨’이 최고이지요

무슨 소리냐고요?

재료와 레시피(요리법)를 소개할께요

돌기를 제거하고 일정한 두께로 가늘게 썬 오이 1개,

울고 싶을 때 까도 좋은 양파 1/2개,

이글이글 태양보다 빨간 홍고추 1/2개,

신혼 가정에는 흔하다지만 나는 구매해야 하는 깨 한 숟가락.

오이는 소금에 살짝 절여 물기를 빼지요

 

집밥 백 선생은 6:4:1:6이라는 비율로 국물을 만든다고 하는데

식초 6숟가락, 설탕 4숟가락, 소금 1숟가락, 물 600ml를 섞는다는 뜻.

하지만 이런 날씨에는 만사가 귀찮아요

미리 사둔 냉면 육수를 꺼내지요

식초, 설탕, 소금을 적당히 넣고 간을 보지요

맛의 일관성? 더운데 묻지 맙시다.

따지지 맙시다.

고추가 없으면 고춧가루,

설탕 대신 매실청을 넣어도 좋아요

 

마침내 에어컨을 먹을 차례.

준비한 재료에 국물을 붓지요

냉장고 안에서 맛이 어우러지며

더 시원해질 시간을 주기에는 심신이 급하지요

한 숟가락 뜨기 직전엔 그렇지요

영하 19도 냉동실에서 꺼낸 얼음 몇 조각을 동동 띄우고

입에 넣으면 앗 차가워,

이것이 ‘먹는 에어컨’이지요

안에서 밖으로 무더위를 몰아내지요

아삭아삭 새콤달콤한, 오이냉국!

한번 드셔보실래요?

 

허지만 멀지 않았어요

몇일있으면 조석으로 참바람이 분다는 처서(23일)이지요

아무리 타는 폭염도 절기앞에서는 맥 못추지요

고추잠자리가 비행하는걸 보니

가을도 멀지 않았어요

 

-* 언제나 변함없는 녹림처사(一松)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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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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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자두나무 | 작성시간 23.08.21 올 여름처럼 무더운 여름은 먹는 에어콘이
    최고로 시원하죠
    먹는 즐거움도 최고고요
    눈으로만 봐도
    시원 하네요
    오늘도 시원한 하루
    보네시기를 빌어요 ~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녹림처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8.28 그래요 맞아요
    정말 시원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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