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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 - 챕터 2][대사집] 아나이스 델 카릴 - Episode 2 Chapter 2. Stray

작성자[담임]TheDeath|작성시간13.07.09|조회수1,584 목록 댓글 0

 

 


 

 




 

아나벨 : 우웅~ 추워~ 내 곰돌이가 꽁꽁 얼어버릴 것 같은걸!

이런 곳까지 왜 와야 되는 거야아~ 훌쩍. 곰돌이도 울고 있어, 봐봐~!!

 

이자크 듀카스텔 : 아나벨, 추위 많이 타는 구나.

 

아나벨 : 이게 안 추워?! 난 괴력 아저씨가 아니라구~ 연약한 숙녀야!!

…근데 어디서 달콤한 냄새가 나는 거 같은데…?

 

이자크 듀카스텔 : (음… 그 초록머리 소녀를 찾아서 이 마석을 어서 돌려주어야겠지?

도둑으로 오해를 받는 것도 곤란하고. …돌려주는 김에 폰티나 공작 영애에 대해서도 물어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나벨 : 바보 아저씨!! 얼어버린 거야?! 빨리 오라구!! 

 

이자크 듀카스텔 : 그래, 간다 가.

 

 

 

아나벨 : 아저씨, 어디에 가서 초록머리 언니를 찾아 볼거야?

 

이자크 듀카스텔 : 그건….

 

아나벨 : 역시~ 아무 생각도 없구나~ 아저씨는 이것저것 찾는 게 많은데, 결국 아무 것도 못 찾는 거 같아. 헤헷.

 

이자크 듀카스텔 : …부, 부정할 순 없지만…. 으음….

 

아나벨 : 왜 그래? 나쁜 일 한 사람처럼.

 

이자크 듀카스텔 : 그런 게 아니라…. 사실 나는 렘므하고는 옛날에 좀 안 좋은 일이 있었거든?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곤란할 수도 있어.

음… 그러니 일단 몸 조심하면서, 그 초록머리 숙녀를 찾아봐야겠다. 예를 들어….

 

아나벨 : 뭐야~ 아무도 못 알아 보는데? 이자크 혼자 생각 아니야?

훗훗훗…. 누가 서커스 괴력 아저씨 같은 걸 기억하겠어?

 

아나벨 : 앗! 저기, 저기에 가서 물어보자!!

 

이자크 듀카스텔 : 아나벨!! 자꾸 혼자서 달려가지 말라고! 

 

 



 

겔다 :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법 따뜻하죠? 계속 이런 날씨라면 외투를 벗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아나벨 : 뭐?! 이게 따뜻한 날씨라고? 아나벨은 손이 꽁꽁 얼었다고!

 

이자크 듀카스텔 : 저기, 미안하다. 우린 여기 처음 왔거든.

 

겔다 : 아하~ 여행자시군요! 요즘 엘티보에는 여행 오시는 분들이 아주 많아요. 에헤헤.

곧 축제가 있어서… 아차! 그러고보니 제 소개도 안 했군요. 전 겔다예요.

 

이자크 듀카스텔 : 나는 이자크라고 해. 이쪽의 꼬마는 아나벨.

 

겔다 : 그렇군요. 만나서 반가워요! 엘티보에서 즐겁게 놀다 가셨으면 좋겠어요.

 

이자크 듀카스텔 : (정말 귀여운 꼬마 아가씨인걸? 예의도 바르고. 우리 제니하고 약간 닮은 것 같기도 해.

물론, 우리 제니만큼 사랑스러운 아이는 없지만. …제니, 잘 있을까? 감기는 걸리지 않았을까?)

 

아나벨 : 이자크~ 무슨 생각하는 거야? 아나벨, 춥고 배고파~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돼?

우우… 이게 다 그 파란 마녀 때문이잖아. 이렇게 넓은 데서 파란 마녀를 찾다간 아나벨, 배가 고파서 쓰러지고 말 거야.

 

이자크 듀카스텔 : 모처럼 귀여운 제니를 떠올리고 있었는데…. 어휴.

저, 겔다 양. 혹시 초록색의 짧은 머리에 커다란 리본을 단 아이를 본 적이 있니?

 

겔다 : 으음~ 잘 모르겠어요. 요즘 여행오는 분들이 부쩍 늘었거든요. 그렇지만 여기에 온 게 확실하다면, 틀림없이 금세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이자크 듀카스텔 : 고마워. 겔다 양은 참 친절하구나. 역시 우리 제니처럼 귀여운 아이들은 다 착하다니까. 응. 응.

 

겔다 : …제니?

 

이자크 듀카스텔 : 제니는 말이야~ 내 딸이란다. 세상에서 제일 착한 아이지! 여기 어디 우리 제니가 보낸 편지가 있을텐데, 글씨도 얼마나 잘 쓰는지 몰라. 그러니까…

 

아나벨 : 달콤한 냄새!! 찾았다! 저쪽이다!!

 

이자크 듀카스텔 : 이… 이런! 그 사이 어디로 가 버린 거지?

아나벨 이 녀석, 아무튼 눈만 떼면 금방 이렇다니까.

 

겔다 :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으음~ 좀전에 달콤한 냄새가 난다고 했으니까, 분명 에리히 오빠네 집으로 갔을 거예요. 헤헤.

 

이자크 듀카스텔 : 에리히 오빠?

 

겔다 : 네. 과자점 헨젤과 그레텔인데요, 맛있는 과자를 잔뜩 팔거든요. 어서 그리로 가 보세요. 아저씨.

 

이자크 듀카스텔 : (나는 아저씨고 그쪽은 오빠… 라는 거 보니까 아주 어린 소년인 모양이군.)

알려줘서 고마워. 겔다 양.

(아무튼 과자점 헨젤과 그레텔로 가봐야겠다.)

 

 

 

 

냉철한 푸른머리 소년 : 선생님, 지금 하신 말씀은 이웨리드 에타의 여섯 번째 권을 찾는 작업을 중단하라는 것인지요?

 

남자 :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건 빨리 포기하는 게 신상에 좋지. 안 그런가? 효율이 떨어진단 말일세.

 

냉철한 푸른머리 소년 : 가능성…. 애초에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건 인정하겠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중단할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들에게는 그 을 손에 넣거나 아니면 적어도 소재와 실체를 파악해 두어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남자 : 아, 그 힘에 관해 알아보는 걸 중단하라는 소리가 아니야.

 

냉철한 푸른머리 소년 : …아직 완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군요. 지금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웨리드 에타의 잃어버린 여섯 번째 권에 관해 자료를 모아 봤지만, 아시는 바와 같이 불완전한 편린밖에는 얻지 못했습니다.

제각기 정확한 사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나 근거는 아무 데도 없습니다. 어차피 진짜가 아니라면 다른 모든 건 헛된 그림자에 불과한 법이지요.

 

남자 : 물론, 진짜를 손에 넣지 않는 한 진위를 판단할 방법이 없으니까.

 

냉철한 푸른머리 소년 :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그 여섯 번째 에타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말씀하시려는 겁니까?

 

남자 : 후후후… 이웨리드 에타의 여섯 번째 권은 없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에타의 여섯 번째 권은 틀림없이 존재한다, 이 말이야.

우리 조언자께서는 머리가 좋으니까 입 아프게 오래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해를 하실 테지? 


냉철한 푸른머리 소년 : 이웨리드 에타란 에타라는 고대 예언을 적합한 언어로 옮긴, 이른바 번역서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지금, 번역서가 아니라 원서를 추적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하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남자 : 원서라… 글쎄, 원래 에타는 석판에 쓰여 있다는 말도 있지. 이웨리드가 번역본과 함께 석판을 내밀었다고.

하지만 그 석판이 원서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는 거 아닌가?

말하자면 애초에 책의 형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책이 반드시 책장에 나란히 꽂혀 있으리라는 건 착각이지. 안 그런가?

 

냉철한 푸른머리 소년 : 성립하지 않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아무래도 갑작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자 : 낱장이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걸세. 한 장씩… 한 장씩… 아주 깊숙히 말일세.

아름다운 여성이 품은 악의처럼. 인자한 미소 뒤에 숨은 칼날처럼… 비밀스럽게.

 

 

 

냉철한 푸른머리 소년 : …그래서 엘티보까지 온 건 좋았는데…. 지나치게 서두른 건 아닐까. 일을 급히 진행할 필요는 없어. 어차피 시간은 아주 많으니까….

그렇다고 연회 전의 유희를 즐기듯 적당히 일할 생각은 아니지만.

….

자, 그럼… 만나러 가볼까…? 환영할 리가 없는 사람을.

 

 



 

에리히 : 어서오세요! 헨젤과 그레텔, 달콤한 과자 가게로~! 저는 에리히. 제가 만드는 과자만큼 달콤한 남자랍니다. 후후후.

 

앙케, 요한나 : 꺄악~ 에리히 님~ 너무너무 멋있어예~!

 

에리히 : 밀피유처럼 귀여운 아가씨께서 방문해주셨군요? 후후. 자아, 어떤 과자를 찾으시나요?

 

아나벨 : 에헤헷. 안녕하세요? 아나벨, 달콤한 과자 좋아해요!
(밀피유처럼 귀여운 아가씨? 훗… 바보 아냐? 순진한 파티시에로군.)

 

이자크 듀카스텔 : 아나벨, 그렇게 멋대로 달려가 버리면 어떡해? …그나저나 알록달록하고, 엄청 맛있는 냄새가 나는군?! 

 

앙케 : 우리 에리히 님의 과자는 뭐든지 전~부! 전~부! 맛있다 아입니꺼~ 맛보시면 놀랄 거라예.

 

요한나 : 우리 에리히 님의 과자는 세상 최고라 아입니꺼! 최고라예!!

 

아나벨 : 아나벨, 배고파서 쓰러질 것 같아요. 아나벨, 이거 먹어도 되죠?

여기여기 폭식폭신해 보이는 과자요!

 

에리히 : 물론지요. 돈만 낸다면요, 귀여운 아가씨.

 

아나벨 : (칫…. 순진하게 생겼는데 안 넘어오네. 째째하게.)

 

이자크 듀카스텔 : 아나벨. 우리 돈이 없으니까 과자는 다음에 먹자. 그리고 말이지, 우린 이럴 때가 아니라….

 

아나벨 : 몰라!! 아나벨, 먹을래!!

 

이자크 듀카스텔 : 헉! 자… 잠깐! 아나벨!! 

 

요한나 : 보소!!! 먹어버린 과자는 어떻게 배상할 건가예? 입 싹 닦고 도망칠 생각은 아니겠지예?! 

 

앙케 : 내 참 어이가 없다 아이가? 우리 에리히 님이 귀한 시간 들여가면서 만들어 놓은 과자를… 돈도 없이 집어 먹다니! 

 

에리히 : 앙케 양, 요한나 양, 그래도 제 과자를 맛있게 먹어주신 손님이니까 그렇게 화를 내지 마세요.

 

앙케, 요한나 : 어쩜~ 말 한마디 한마디 저렇게 멋지신지! 꺄아~ 에리히 님~!!

 

아나벨 : 흥! 아나벨은 그냥 맛있는 과자를 먹었을 뿐이야!! 오빠가 돈이 없는 게 나빠!! 

 

이자크 듀카스텔 : 아나벨!! …어휴.

어쨌든 폐를 끼쳐서 정말 죄송합니다. 이거 지금은 저도 돈이 없는데… 어떻게 갚을 방법이 없을까요?

 

에리히 : 아, 그러시다면 여기에서 일을 해주시고 돈을 갚는 건 어떨까요? 마침 저도 일손이 부족하던 참이거든요. 후후.

 

이자크 듀카스텔 : 아!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좋죠! 맡겨만 주십시오.

(어차피 마을을 돌면서 초록머리 소녀를 찾아야 하니까…. 정보를 모을 겸 잘된 일일지도 몰라.)

 

에리히 : 그쪽의 귀여운 아가씨도, 협조해 주시겠죠? 제 과자를 그렇게나 맛있게 드셔 주셨으니까 저도 이걸로 봐 드릴게요.

 

아나벨 : 그럼 그러지 뭐. 어차피 일은 여기 우리 아저씨가 다~ 할테니까~!

 

앙케, 요한나 : …짜증나는 꼬맹이네예!!

 

에리히 : 자… 잠깐 잠깐. 제 과자점에서 더는 다투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요. 두 분 모두 진정해 주시고….

그래서 부탁드릴 것은, 제가 특별한 과자를 만들기 위해 필요로 하는 재료들이랍니다. 좀 많은 양이 필요하거든요.

천량향스위트 소스, 해피 소스버터각각 10개씩이 필요한데…. 이만큼 부탁드려도 될까요? 요리 레벨이 높으시다면 문제 없을 겁니다. 아참, 음식의 조리법은 제 상점에서 팔고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이자크 듀카스텔 : 음… 네,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까다롭군요... 저는 음식만들기에 영 취미가 없는데 말이죠. 우선 요리 스킬부터 배우고, 음식 재료도 구하고, 조리법까지 익히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겠는데…

 

아나벨 : 서커스 괴력 아저씨~ 뭘 그렇게 걱정해? 요리 잘하는 사람한테 부탁하면 되잖아. 어서 슝~ 하고 가자! 

 

이자크 듀카스텔 : 아… 아나벨!! 그렇게 멋대로 뛰지 말라니까!

 

앙케, 요한나 : 믿어도 괜찮을까예? 어째 수상한 사람들이다 아입니꺼?

 

에리히 : 후후후. 약한 마음이 녹아 내릴 만큼 달콤한 제 과자를 실컷 먹어 주신 손님들이, 어떻게 악한일 수 있겠어요?

전 제 과자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만큼이나 제 손님들을 신뢰하고 있답니다.

 

앙케, 요한나 : 과연!! 에리히 님은 한마디 한마디 과자처럼 달콤하시네예~ 꺄아~ 에리히 님!!

 

 

 

에리히 : 와아~ 이렇게 빠른 시간에 질 좋은 재료를 전부 구해 오시다니, 대단하네요. 정식으로 이 일을 해볼 생각은 없으신가요?

 

아나벨 : 돈만 많이 주면 여기 힘 좋은 아저씨가 다~ 해줄 거예요. 그렇지?

 

이자크 듀카스텔 : 우린 여기 취직하러 온 게 아니라고, 아나벨. 우린 여기에 초록머리 소녀를 찾으러…. 앗!

그렇지! 완전히 잊고 있었네! 저, 에리히 씨. 혹시 초록머리에 커다란 리본을 단 소녀를 못 보셨습니까?

 

에리히 : 그렇게 귀여운 소녀라면 본 것도 같고 못 본 것도 같고…. 후후후. 손님의 정보를 함부로 말씀드릴 수는 없거든요. 이해해 주세요.

귀여운 소녀가 저 때문에 혹여 위험에 처하게 된다면, 제 달콤한 과자들도 슬퍼할 테니까요.

 

앙케, 요한나 : 꺄아~ 에리히 님!! 역시 멋있어예~!!

 

아나벨 : 뭐라고?! 아나벨이 위험한 사람이란 거야? 아나벨, 천사처럼 착한 아이야!!

 

에리히 : 다만 한 가지.

 

이자크 듀카스텔 : …한 가지?

 

에리히 : 혹 그 소녀가 귀족가와 관련된 분이라면, 힌데미트 가문의 손님일 지도 모릅니다.

 

이자크 듀카스텔 : 힌데미트 가문이라면… 뭡니까?

 

요한나 : 뭐라예? 힌데미트 가문도 몰라예? 어휴, 완전 촌사람이구만예?!

 

앙케 : 힌데미트 자작님은 요 근처에서 제일 외국에 자주 나가는 분이라예. 그러니까 멀리서 온 귀족 손님이면 그 댁에 방문하실 가능성이 높은 거지예.

 

아나벨 : 그럼 거기로 갈거야? 이자크!! 

 

에리히 : 귀족가에 용건 없이 드나들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안주인이신 미레일르 님이 상당히 경계심이 많은 분이거든요.

 

이자크 듀카스텔 : 귀족가라면… 역시 그렇겠죠. 그 댁에 당장 가는 건 어렵겠군요. 일단 그럼 마을을 돌면서 다른 분들께 물어볼까…?

 

아나벨 : 치… 시시해! 저번부터 계속 귀족인지 뭔지 때문에 아나벨, 성가셔! 

 

이자크 듀카스텔 : 그래도 일단 마을을 좀 돌아 보자. 뭐 좋은 수가 생길 지도 모르고….

 

에리히 : 마을 안을 돌아보실 거라면… 음, 제가 한 가지 제안을 해도 될까요?

 

이자크 듀카스텔 : 그게 뭡니까?

 

에리히 : 마련해주신 재료를 가지고 특별한 파이를 만들 생각입니다. 평소 제 가게를 사랑해 주셨던 고객분들께 나눠 드리고 싶은데요. 배달을 맡아 주시겠어요?

보다시피 저는 무척이나 섬세한 손을 가지고 있어서, 부드럽고 달콤한 과자를 만드는 작업만으로도 지쳐 버리고 만답니다. 도저히 배달까지 하는 건 무리예요.

 

아나벨 : 배달을 해달라는 거지? 헤헤. 잘 됐네~ 아까 말했지만, 이 아저씨는 남는 게 힘밖에 없거든!!

 

이자크 듀카스텔 : …아나벨. 그거 칭찬이 아닌 거 같은데….

 

에리히 : 해주시는 거죠? 엘티보 분들은 모두 제가 만든 슈크림보다도 부드럽고 친절하니까 너무 걱정마세요. 후후후.

 

아나벨 : 그럼 빨리 가자!! 자, 빨리 배달할 걸 내놔 봐!

 

에리히 : 우선 과일파이를 구워야 하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이자크 듀카스텔 : 음… 정말 맛있는 냄새가 나는군요. 이거라면 단걸 싫어하는 사람도 탐을 낼 것 같은데요? 하하.

 

아나벨 : 아나벨도 먹고 싶어! 아나벨도!! 

 

이자크 듀카스텔 : (…아나벨의 손이 닿지 않게 높이 들고 있어야겠군.)

 

에리히 : 덕분에 한시름 덜었습니다. 배달은… 어디 보자….

목록을 쭉 일러드려도 기억하실 수 있으십니까? 한 사람씩 끝마치고 돌아오시는 편이 편하세요?

 

아나벨 : 우릴 바보로 아는 거야? 여기 서커스 괴력 아저씨는 몰라도, 아나벨은 머리 좋아!
그렇지~ 곰돌아? …봐. 곰돌이도 그렇다고 하잖아? 

 

에리히 : 후후. 그렇군요. 그러면 믿고, 한꺼번에 순서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우선 거리를 순찰하시는 게오르그 씨와 한스 씨. 그 다음으로는 주점 펭귄 삼형제의 단골인 휘버 씨.

마지막으로 잡화점카를라 씨와 항구 근처에 계시는 앙드레 씨에게 배달하면 됩니다.

 

아나벨 : 게오르그, 한스, 휘버… 카를라하고 앙드레!! 맞지? 우후후후. 아나벨, 천재 맞지?!

 

이자크 듀카스텔 : 우와! 그거 대단한데? 아나벨!! 

 

아나벨 : 어휴! 아저씨가 감탄하면 어쩌겠다는 거야? 아무튼 분위기 파악을 못해! 바보!!

 

이자크 듀카스텔 : 응? 아무튼 아나벨이 다 기억했으니까 어서 출발하자.

 

아나벨 : 아나벨, 출동!! 다녀오겠습니다~

 

요한나 : 손해를 엄청시레 봤을 것인데도 어쩜 그래 상냥하세예?

 

앙케 : 에리히 님께 주름이라도 늘까봐 지는 안절부절 못했어예~

 

에리히 : 후후. 제 과자를 그렇게나 맛있게 먹어 주신 손님들께 어떻게 돈 몇 푼 가지고 화를 낼 수 있겠어요?

 

앙케, 요한나 : 에리히 님은 참 마음도 넓으시지….

 

 

 

게오르그 : 충성!! 믿고 맡겨 주시오. 엘티보의 안전은 우리 손으로 지키는 거니까예~!

그런데 무슨 일… 얼레? 하이고, 마~ 쪼맨하니 간질간질하게 포장한 것이 딱 저짝 그 기생오래비… 흠흠, 아니, 제빵사 선생 작품이고만요?

헤헤. 기생오래비는 못 들은 걸로 해주이소. 헷헷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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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그 : 생긴 건 곱상하니 아무것도 못할 것마냥 생겨 가지고, 그 제빵사 선생도 참말 솜씨가 좋다니까예. 헷헷. 그만한 솜씨면 힌데미트 가문에라도 들어가서 그 집 건방진 도련님 간식만 만들어도 돈 억수로 벌 것인데….

안 그러는 걸 보면 과자 맹그는 게 재미나는 모양입니데이. 헷헷.

 

아나벨 : …?

 

게오르그 :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기회만 있으면 지도 그 힌데미트 부인하고는 쪼매 알고 지냈으면 싶다 아입니꺼. 뭐… 신분이 감히 갖다 댈 게 아니니께 딱 입 닫고 있지만서도….

아아~ 그, 그러니까~ 이상한 의미가 아니라… 취미가 비슷한 거 같다, 이 말입니더! 헷헤. 이거 큰일 날 소릴 했나 보네예. 헷헷헤….

 

아나벨 : 취미…?

 

게오르그 : 모르긴 몰라도 그 마나님, 귀족 출신이라 아는 게 꽤 많아 보입니더. 독에 관해서도 꽤나 잘 알고 있고, 마법에도 조예가 깊은 모양이더라고예?

왜, 어지간한 귀족 아가씨들을 오다가다 꽤 봤지만서도 대개는 안 그렇지 않습니꺼? 아니면, 오를란느 출신이라 그런가? 오를란느에서는 귀족가 딸내미… 흠흠, 아니, 아가씨들이 마법이랑 독 공부를 하는가 봐예?

 

아나벨 : 마법과… 독…?

 

게오르그 : 아무튼 그런 재미나는 귀족 마나님이 딸내미… 아니아니, 코제트 아가씨는 왜 그래 사교계의 꽃으로 못 만들어가 안달이 났는가 모르겠다니까예? 재미없게… 지금처럼 가둬 키우면 뭐 아무 것도 안 되지 않겠어예?

참 내…. 아무튼 가 보이소. 지도 순찰 제대로 돌아야지 안 그러면 야단 맞는다 아입니꺼. 헷헷.

과자는 잘 먹겠습니더~!

 

아나벨 : (다음은 한스라는 사람 차례!)

 

 

 

한스 : 충성!! 나쁜 놈들이 있으믄 주저말고 신고하시라예~!

아, 이거 젤리삐 경주 보러 오셨나 봐예? 아직 멀었는데 쪼매 일찍 오셨구만예~ 하핫.

 

아나벨 : (…젤리삐 경주?)

 

 

한스 : 헨젤과 그레텔에서 오셨구만예? 하이고 반가워라… 그렇잖아도 출출하던 참인데, 감사합니데이~

야~ 이거 맛도 냄새도 딱 좋네예! 이번에 있을 젤리삐 경주 때 한정상품으로 팔라고 만든 것일라나?

근무 중에 이거 사러 갔다가 들키면 혼나겠지예? 으음….

응? 아… 젤리삐 경주에 대해서 처음 들으시나 보네예?
험험. 그럼 제가 엘티보 사람으로서 알려드리겠구만예~ 헤헤. 곧 우리 엘티보에서 1년에 한 번 열리는 눈꽃 축제가 시작되지 말입니더.

눈의 향연이라고도 불리는데…. 젤리삐 경주가 특히 유명하지예! 하일라이트라예~

 

아나벨 : 젤리삐 경주…? 눈꽃 축제?! 아나벨도 볼래! 볼래! 볼래!

 

한스 : 아이고, 꼬마 아가씨께서 억수로 궁금하신 모양이네예. 볼만할 겁니더.

…아, 뭐 더 묻고 싶으신 게 있으세예? 

 

아나벨 : 초록마녀, 아니 초록머리에 리본 단 여자애 봤어?

 

한스 : 초록머리에 커다란 리본… 음…. 죄송합니데이. 못본 거 같구만예.

일행하고 헤어지셨나 봐예? 뭐 엘티보 사람들은 다 친절하니까 곧 만나실 겁니데이. 하핫.

자, 그럼 일하러 가야 겠네예. 과자, 잘 먹었어예. 에리히 선생한테도 고맙다고 전해 주이소~

 

아나벨 : (다음은 주점 펭귄 삼형제휘버 차례….)

 

 

 

휘버 : 으합!!! 음~ 자, 이 근육 보랑게, 근육!! 이걸 보고도 내가 뱃사람인 걸 안 믿을 테여? 이 근육 좀 똑똑히 보더라고!!!

뭐라는 거여? 내가 휘버냐고 물은 것이여?

아아니~ 이 휘버 님을 모르다니 이 친구 이거~ 뜨네기구먼!

 

 

휘버 : 오! 이거 과자 가게 선생이 보낸 거로구만? 안 그래도 출출했는데 횡재했당게! 껄껄.

…그래, 자넨 어디서 왔능가? 요즘 워낙 뜨내기가 많아야제? 얼마 전엔 웬 정신나가 보이는 안경잡이가 와 가지고는 글쎄! 펭귄 붙들고 대화를 하더랑게?!

 

아나벨 : 안경잡이…?

 

휘버 : 그렇당게!! 뻘건 머리에다가 얀경을 척 쓰구… 말씨는 멀쩡한 켈티카 말씨던디 젊은 양반이 참 안 됐제? 어쩌다 고로코롬 정신을 확 놔 버렸을까? 쯧쯧.

하여튼 뜨내기가 느니께 이상한 놈들도 하나 둘이 아니여. 예전엔 뭐 대마법산가? 하는 양반도 힌데미트 가문에서 나왔단 소문도 들었으니… 허 참.

 

아나벨 : 대마법사…?

 

휘버 : 왜?! 못 믿는 것이여? 시방 내 알통을 의심하듯 내 말을 못 믿고 그러는 것이여? 이거 섭하네~!!

내 술친구였당게? 아, 참말이여~! 왜 사람 말을 못 믿고 그려? 아니아니, 대마법사 말고 그 사람 봤다는 친구 말여.

그 사람이 내 친구였제. 흐흐…. 마셨다 하면 말술이었는디… 그립구먼. 쩝.

 

아나벨 : 그럼 그 사람은 어디있어?

 

휘버 : 배가 돌아와서 타고 갔당게. 떠나기 직전까지 외상값이 잔뜩이었는디 언제까지고 술만 마실 수는 없잖은가?

그 친구가 말여, 힌데미트 가문의 대문에서 나오는 걸 똑똑히 봤다고 나한테 맹세를 했당게! 요 보드카에 걸고 말여~!! 헷헷.

참말이랑게? 물어 봤냐고? 이 친구 보게~? 정말 뜨내기구먼? 허헛.

 

아나벨 : (일단 기억해 둘까…?)

 

휘버 : 그런데, 참말 내 근육 구경은 안 할 것이여?

 

아나벨 : (다음은… 잡화점에 있는 카를라! 후잉, 아직도 한참 남았네.)

 

휘버 : 엉? 내 근육은 안 보고 가는 것이여? 쳇… 아무튼 잘 가시고, 꼭 보러 다시 오시랑게~! 

 

 

 

카를라 : 뭐지? 용건이 없으면 어서 가. …흠, 묻고 싶은 게 있나?

…초록머리에 리본을 맨 여자애? 그런 애가 이런 칙칙한 가게에 무슨 볼일이 있어 오겠나?

못봤어. 그리고 뭐? 인형?

 

아나벨 : 천사의 인형, 혹시 알아?

 

카를라 : 인형은 이런 데서 찾으면 안 되지. 나중에 장난감 가게라도 가 봐. 거기 없으면 힌데미트 가의 꼬마 아가씨한테 물어보든가.

그럼 이제 용건은 더 없는 건가? 잘 가라고.

 

아나벨 : (이제 항구에 있는 앙드레만 남았다! 야호!)

 

 



 

앙드레 : 안녕들 하신가? 젊은 모험가 여러분.

항구에서 낭만을 즐기는 보잘 것 없는 뱃사람… 앙드레에게는 무슨 용건이신지?

 

 

 

앙드레 : 타향살이의 설움을 달래주는 달콤한 향기… 으음, 내 고향 오를란느의 맛이 느껴지는군. 모험가 여러분은 반가운 전령이었군.

 

이자크 듀카스텔 : 오를란느…? 아, 오를란느 출신이십니까?

 

앙드레 : 그렇소. 나는 오를란느 출신이라오. 렘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 아닐 것이오.

하지만 저 힌데미트 자작 부인도 오를란느 출신인 건 유명한 사실이지 않소? 실상 오를란느는 7년여 전의 불미스러운 사건 이후 대단히 폐쇄적인 나라가 되어버린 것 같소만 그래도 오래된 우방인 렘므와는 아직 교류를 계속하고 있지.

본래 오를란느 공국은 학문의 나라답게 타 국가에 대해서 개방적인 태도를 보여왔는데, 어쩌다 그런 슬픈 사건이 일어났는지… 일개 뱃사람에 불과한 나도 통탄을 금치 못하겠소. 후….

 

이자크 듀카스텔 : 아아… 오를란느의 대공 후계자가 실종되었다던가? 뭐 그런 이야기가 있었군요.

 

앙드레 : 모국이 그러니 힌데미트 자작 부인도 우울하겠지. 뭐 높은 분이라 뵐 일은 없지만 얼핏 뱃사람들 말로는… 뭐라더라… 로렌(Lorraine)…? 아마, 처녀적 성(姓)이 로렌이라고 했던 것 같네.

 

아나벨 : 치!! 재미없는 이야기 그만해!! 아나벨도 실종되어 버릴테야!!

 

이자크 듀카스텔 : 아나벨… 무서운 말 하지마. 이런 곳에서 정말 실종되면 어쩌려고 그래?

 

아나벨 : 아나벨이 사라지면 이자크, 무서워? 찾으러 오면 되잖아. 천사의 인형도 찾고, 파란 마녀도 찾고, 아나벨도 찾고~

 

이자크 듀카스텔 : …찾을 게 너무 많잖아….

 

아나벨 : 몇 개는 같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에헤헤.

 

앙드레 : 그것 참 특이한 페어로군. 어쩐지 요즘 엘티보에는 특이한 손님들이 부쩍 는 것 같소. 이 무슨 장엄한 운명의 장난인가… 불어오는 바람에 나의 고향 소식이…

…아. 저기도 한 분 오시는군.

 

 

 

랑켄 : 중얼중얼… 그러므로 좌표 X와 Y에 더하여 시간을 또 하나의 축으로 둔다면, 평면에 불과했던 세계의 구도는 완전히 달라지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차원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으로서… 중얼중얼….

 

이자크 듀카스텔 : …항구에다 저주라도 거나…?

아나벨, 위험하니까 가까이 가지마.

 

아나벨 : 앗!!! 생각났다!!

아저씨!! 맥주 아저씨가 봤다던 빨간머리 안경!! 그게 아저씨 맞지? 그렇지?! 

 

랑켄 : 호오~ 분홍색 실험체가 갑자기 나타나 실험조건을 어지럽히는군. 이 랑켄 멜카르트가 빨간머리를 가지고 있고 안경을 썼다는 사실은 물론 명확하네. 그러나 분홍색 실험체는 시각에만 의존해 상대를 파악하는 오류를 저지르고 있…

 

아나벨 : 아저씨 켈티카에서 왔지!!!

 

랑켄 : 호오?! 출신에 의한 분류를 추가했군!! 아주 학습력이 뛰어난 실험체야! 흥미로워!

 

이자크 듀카스텔 : 자… 잠깐!! 어린애를 눈 앞에서 유괴할 생각입니까?

 

랑켄 : 유괴? …이 위대한 과학자 랑켄은 다만 실험체를 관찰하는 중이었네만?

 

이자크 듀카스텔 : 과… 관찰?

 

아나벨 : 이자크, 이 안경 아저씨도 켈티카에서 왔대!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몰라. 그치?

 

이자크 듀카스텔 : 그거야 그렇지만, 위험하니까 아무한테나 막 말을 걸고 그러면 안 돼. 아나벨. 세상엔 나쁜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고.

 

아나벨 : 아무나가 아니라 빨간머리에 안경에, 음… 켈티카에서 온 아저씨야!!

 

랑켄 : 거기 눈 작은 실험체와 분홍색 실험체, 모두 이 랑켄을 관찰하고 싶은 건가? 뭐, 지금은 잠시 한가하니 어울려 주겠네. 새로운 가설이 떠오를 지도 모르고 말이야.

내 특별한 실험실로 안내해 주지. 자, 가자고! 

 

이자크 듀카스텔 : 실험실? 그게 어딥니까?

 

랑켄 : 응? …어딜까? 좌표로는 동으로 654, 서로….

위치란 상대적인 거라네. 시간도 공간도, 결국은 상대적이지. 그러므로 데이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준을 정하는 일이지. 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가치있는 발견도 때로 무가치해 보일 수도 있고 말이야.

 

아나벨 : 우웅~ 아나벨, 지루한 이야기 싫어!!! 자기 실험실도 모르고, 아저씨 바보!!

 

랑켄 : 바… 바보!!! 바보라니… 이 랑켄 님이 말인가?!
중얼중얼… 그렇지. 두뇌의 능력도 역시 상대적인 것이지. 때로 천재는 범인들의 눈에는 바보처럼 보이기도 하는 법. 이것이야말로 극과

 

아나벨 : 아저씨 어디 가는데!!

 

앙드레 : 아마 힌데미트 저택 근처일 거요. 그 인근의 빈 집에서 밤마다 폭발음이 들린다는 소문을 들었으니 말이오.

 

이자크 듀카스텔 :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앙드레 : 별 말씀을. 그럼 잘 가시오.

 

 



 

랑켄 : 역시 이 천재 과학자 랑켄의 관찰을 받고 싶었던 거로군!! 어서 오게 소중한 실험체들이여!

 

이자크 듀카스텔 : 안녕하십니까. 늦었지만 전 일단 이자크 듀카스텔이라고 합니다.

 

아나벨 : 난 아나벨!! 빨간머리 아저씨, 아나벨을 관찰할 거야?

 

랑켄 : 그렇다네! 어떻게 이 천재 과학자 랑켄 님이 켈티카에서 왔다는 걸 알아낸 건가? 인간은 시각과 청각 등 오감을 이용한 정보 외에는 대개 알아내지 못하는 법이거늘!
어떤 정보로부터 그러한 귀중하고 충격적인 정보를 도출해낸 것인가? 분홍색 실험체 양.

 

이자크 듀카스텔 : (으음… 자기소개 같은 건 안 할 모양이군. 일단 이름은 랑켄인 모양이고, 말하는 걸 보니 무슨 학자 같은데?)

 

랑켄 : 내가 켈티카 출신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나? 분홍색 실험체 양. 어서 대답해 보게!! 

 

아나벨 : 어휴~ 안경 아저씬 그런 것도 몰라?! 그야~ 그 오를란느에서 온 아저씨가 알려줬으니까 그렇지!!

 

이자크 듀카스텔 : 아나벨. 이 분이 켈티카에서 왔다는 걸 먼저 알려준 건 여관에서 본 휘버 씨야.

 

아나벨 : 아! 맞다! 맥주 아저씨가 먼저다!!

 

랑켄 : 그렇군! 이럴수가, 완전히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었네! 그래, 인간은 타인으로부터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고등생물이었지! 아아… 이 천재 과학자 랑켄이 그런 사소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니! 

이자크 듀카스텔 : 아나벨, 바닥에 뭐가 많으니까 망가뜨리지 않게 조심해. 또 괜한 심부름을 하게 될 수도 있잖아.

 

아나벨 : 응!!
그런데 이건 뭐야? 여기 이 쪼그만 상자 같은 거!! 아나벨, 이거 만져볼래!!

 

이자크 듀카스텔 : …말이 끝나자 마자. 하아. 세상엔 나의 제니처럼 사랑스럽고 착한 아이가 있는가 하면 귀엽기만 하지 제멋대로인 아이도 있는 거로군.

제니… 아빠는 여행을 떠난 후 더욱 너를 사랑하게 되었단다…. 엄마 말 잘 듣고 착하게 아빠를 기다려 주고 있겠지? 제니에노르….

 

아나벨 : 이! 상자! 뭐냐니까~!!! 아저씨!!

 

랑켄 : 방금 전의 소음은 몇 데시벨이나 될 것인가? 사촌인 메이리오나가 플라스크 서른 아홉 개를 폭파시켰을 때와도 같은 거대한 소리를 인간이 낼 수 있다니, 이것은 새로운 발견!!

 

아나벨 : 빨간머리 안경 아저씨, 이 상자 만져도 돼? 만져도 되지?! 

 

랑켄 : 그것은 원거리 통신 장비라네. 이 랑켄 님이 만든 발명품이지.

공간 왜곡 현상에 관해 심각한 난제로 규정한 아노마라드 왕실 과학자 협회에서는, 일련의 괴사건을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 판단하였으며…. 그리아혀 이 천재 과학자 랑켄은 투철한 사명감으로 이 세계에 닥친 이상 현상을 반드시 과학적인 명제를 통해 증명해 보고자 끝없는 노력을 경주하였던 것이니….

…해서 공간 이동의 연구에 매진한 결과 그 부산물이자 실험 보조 도구로서 이 통신 장비가 만들어진 것이지!!

 

이자크 듀카스텔 : 공간 이동?! 랑켄 씨는 공간 이동에 대해 연구하고 계신가요? 

 

랑켄 : 그렇다네. 내 연구 테마라고 할 수 있지! …사실 이 방면에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남긴 사람은 역시 앨베리크 쥬스피앙이라고 할 수 있으나 그분의 행방이 묘연한 지금은 마낭한 권위자가 없을 걸세.

 

이자크 듀카스텔 : 앨베리크 쥬스피앙?
으음… 그러면 그 분을 찾아보면 혹시 천사의 인형에 대해서 뭔가 알고 계시지 않을까…?

 

아나벨 : 이자크, 또 찾을 게 늘어난 거야? 우웅~ 과연 찾을 것만 늘어나고 아무 것도 못 찾고!!
그러다가 영~원히 뭔가를 찾아서 여행만 하게 될 지도 몰라!! 아하하!! 재미있겠다! 영원한 여행자, 괴력의 이자크!!!

 

랑켄 : 인형?

 

이자크 듀카스텔 : 아… 네. 그렇지, 혹시 천사의 인형에 대해서 아십니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보물이라고 들었습니다만.

 

랑켄 : 천사의 인형? 흐음~ 이 천재 과학자도 들은 적 없는 물건이라면…. 그렇지! 아마 그건 마법사들이 아는 물건일지도 모르네.

아니면 가나폴리의 전설 같은 게 아닐까? 옛날에 사라진 마법왕국 가나폴리는 살아 움직이는 인형을 만들 줄 알았다고 하니까 말일세.

 

이자크 듀카스텔 : (가나폴리? 어라, 그 베테랑 모험자 말로는 산스루리아의 보물이라고 했는데…. 뭐, 가나폴리에서 선물로 준 걸지도 모르고…. 찾아봐야 아는 거지 뭐.)

 

아나벨 : 그리고 아저씨, 혹시 파란 마녀 알아?! 아나벨처럼 큰 리본을 달고 있는 여잔데 엄청 사나워!!

아나벨한테 귀엽다는 말도 안 했다니까? 흥! 그치만 그 여자한테 이자크가 줄 게 있거든! 못 봤어?

 

랑켄 : 리본? 음…. 어디서 본 적이 있는 실험체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중얼중얼….

 

아나벨 : 이자크, 역시 이번에도 아무 소득이 없었네? 천사의 인형도, 파란 마녀도, 어디 있는지 모르잖아.

 

이자크 듀카스텔 : 하지만 대마법사 앨베리크 쥬스피앙이라는 사람이 공간 이동의 권위자라는 걸 알았잖아. 내 생각엔, 그 사람을 만나면….

 

아나벨 : 아하하하하하! 그것 봐! 역시 찾아야 할 게 늘어났잖아? 아하하하~ 바보~ 이자크!!
찾아야 하는 게 계속 늘어만 난대요~ 하나도 찾지 못했대요~ 아하하~ 그러다 영원히 쫓아다니면 어떡해?

 

이자크 듀카스텔 : 윽! 불길한 소리 그만 해, 아나벨.

 

랑켄 : 아차, 그러고보니 나의 소중한 실험체들을 불러놓고 잊고 있었군!
아~ 아! 여보게나~ 나의 소중한 실험체들은 현재 술집이라는 장소에 있는 건가…?

 

시벨린 우 : 랑켄 씨?

 

랑켄 : 응? 실험체군?

 

밀라 네브라스카 : 랑켄 씨가 여기로 오라고 했으면서!! 도대체 지금 어디야?

 

아나벨 : 우와! 이자크, 저거 봐! 상자가 말을 하고 있어!

 

이자크 듀카스텔 : 원거리 통신 장치라고 했던 게 정말이었나? 그것 참 신기하군! 저게 있다면 나도 우리 사랑하는 제니와 우리 부인과 대화를 할 수 있을 지도 몰라.

 

아나벨 : 이자크 바보야? 이자크 딸한테도 저 상자가 있어야 되는 거 같은데?

 

랑켄 : 아… 거기서 기다리고 있었나. 나도 그 쪽으로 막 가려고 하였으나, 갑자기 과학적 영감이 떠올라… 떠오른 영감을 무시한다는 것은 과학자로서의 사명을 다 하지 못하는 무책임한 태도로….

 

밀라 네브라스카 : 됐고, 그래서 어딘데?

 

랑켄 : 이 곳은… 이 곳이 어디지?

 

밀라 네브라스카 : 그걸 댁이 알지, 누가 알아?

 

랑켄 : 으음… 음… 그렇군, 이곳은 붉은 드레스를 입은 부인이 살고 있는 아래쪽에 위치한 집이라네. 흠…. 그렇게 오면 될 거라네.

 

이자크 듀카스텔 : 누가 올 모양이네. 아나벨, 우린 이만 돌아가자.

 

아나벨 : 맞다!! 그러고보니까 과자점 헨젤과 그레텔에 가야 되잖아? 아나벨이 착하게 일 했으니까 과자라도 줄 지도 몰라. 아니, 분명히 줄 거야!
아나벨은 귀여우니까~ 아하하! 신난다, 얼른 가야지~!!

 

이자크 듀카스텔 : 헉!! 아나벨!! …같이 가.

 

랑켄 : 호오… 방금 전까지 여기 존재하던 두 종류의 색다른 실험체가 사라졌군. 이거이거 실험 환경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어. 흠흠.

 

 



 

에리히 : 아, 다녀오셨군요. 정말 빠른데요? 믿음직스러워요.

 

아나벨 : 당연하지! 이렇게 귀여운 여자애가 특별히 배달해 주는 건데, 맛 없어도 맛있을 거야! 후후후.

 

이자크 듀카스텔 : 아나벨….

 

에리히 : 아무튼 여러가지로 힘든 일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 작지만 보답이니까 받아 주세요. 수고 많았으니까, 약간의 수고비도 넣어 두었답니다.

 

 

이자크 듀카스텔 : 좋은 냄새가 나는군요. 특별히 만들어 주신 겁니까?

 

에리히 : 여러분이 가져다 주신 재료에 가지고 있던 재료를 더해서 만들어 봤어요. 후후. 귀여운 아가씨의 미소만큼이나 달콤하답니다. 제 비장의 레시피니까, 믿어도 좋아요.

 

아나벨 : 아나벨, 먹을래!! 지금 먹을래~!!

 

에리히 : 아… 저기, 참고로 말씀드리는 건데 그건 힌데미트 가문의 어린 도련님이 특히 좋아하신답니다. 적어도 사흘에 한 번은 제게 케익을 구워 달라고 조르곤 하지요.

 

이자크 듀카스텔 : (힌데미트 가문에 갈 핑계를 만들어 준 건가…. 이거, 빚을 졌는데?)

 

아나벨 : 아나벨~ 먹을 거라니까~ 바보 아저씨, 아나벨 줘! 케익 달라고!!!

 

이자크 듀카스텔 : 미안하지만 지금은 안 돼. 우리, 이걸 가지고 힌데미트 가문으로 갈 거니까.

 

아나벨 : 힌… 몰라! 알 게 뭐야~ 아나벨이 먹을래! 먹을 거야! 

 

이자크 듀카스텔 : 안 된다니까. 어휴…

 

아나벨 : 앗! 치사하게!! 거기 서, 이자크! 

 

에리히 : 폭풍이 몰아쳤다가 구름이 걷힌 것 같네요. 후후.

 

요한나 : 뭐 저렇게 뻔뻔한데다 제멋대로인 애가 다 있답니꺼?

 

앙케 : 그러게나 말이다. 아무튼 얼굴 쪼매 귀엽다고 기고만장해서는… 참 내.

 

에리히 : 후후후. 너무 그러지 마세요. 달콤한 것을 좋아하는 어린 아가씨들은 모두들 천사랍니다.

요한나 씨도 앙케 씨도, 제게는 천사같으니까요.

 

앙케, 요한나 : 꺄아아~ 에리히 님! 에리히 님이 최고라예~!!!

 

 



 

병사 : …확실하지는 않지만 분명 오를란느 공녀서약서라고 했네. 그게 사실이라면 죽은 줄 알았던 공녀가 적어도 그때까지는 살아 있었다는 게 되지.

 

옅은 아마빛 머리의 청년 : 제길. 칼츠 상단이 그때 나르비크에 있었다는 건 미처 몰랐군. 젠장… 어떻게 된 거지?

거기다 오를란느 공녀의 서약서를 손에 넣었다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정신이 하나도 없군 그래.

 

병사 : 아무튼 조언자에게 알리는 게 좋겠네.

 

옅은 아마빛 머리의 청년 : 그래야지. 이건 틀림없이 가치 있는 정보야.

오를란느 쪽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으니까. 그리고 자네 말대로라면 칼츠 상단은 당장은 그 서약서를 공개할 생각이 없다는 거지?

 

병사 : 내가 들은 바로는 그렇네. 결정적인 이득이 보이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을 생각인 것 같아.

 

옅은 아마빛 머리의 청년 : 흠. 카디프를 틀어 쥐고 있는 자의 서약서라면 꽤나 큰 물건인데, 왜 곧장 움직이지 않는 거지?

 

병사 : 뭐, 말하자면 크게 한 방을 노리는 거겠지. 대상인 드메린 칼츠의 속마음까지 전부 읽을 수 있을 거 같으면 내가 여기서 이 꼬락서니를 하고 있겠나? 큭큭.

 

옅은 아마빛 머리의 청년 : 딴은 그렇군. …우려는 되지만 어쨌거나 알아 두면 어떤 식으로든 우리한테 도움이 될 것 같군.

매번 위험을 무릅쓰고 도와줘서 고맙네. 우리 조언자가 돌아오는 대로 전하도록 하겠네.

 

병사 : 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말고, 그 잘난 조언잔지 뭔지 나도 한 번 볼 수는 없는 건가? 이거 원…. 동지들 중에서도 얼굴 봤다는 사람이 드무니….

혹시 자네들,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밤고양이라도 앉혀 놓고 조언자 직함을 준 건 아닌가? 실존 인물이긴 한 거야?

 

옅은 아마빛 머리의 청년 : 큭큭. 실존 인물이냐니, 그거 재미있는 가설이로군. 밤고양이가 보고 싶으면 하나 잡아다 만나게 해주겠네.

일단 조언자에게  말은 전하겠지만,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 위험하다는 것. 는….

….

자, 어쨌든 슬슬 돌아가도록 하겠네. 자네도 얼른 상단으로 돌아가야지. 적당히 둘러대고 자릴 비워 놓고 이렇게 오랫동안 노닥거렸다간 의심 받을 지도 몰라.

 

병사 : 빚쟁이를 만나고 온다니까 다들 어찌나 동정 어린 눈으로 보던지 말야. 큭큭큭. 자~ 그럼!!

 

옅은 아마빛 머리의 청년 : …오를란느 공녀와 카디프 수장의 서약서라…? 흥미진진한 건지 모골이 송연한 건지 나도 내 감각을 모르겠군.

흐음…. 동방무역권에 눈독 들이고 있는 귀족 놈팽이들 귀에 이 정보가 들어가면 눈이 시뻘개서 달려들 테지. 언제까지 비밀이 새어나가지 않을까…?

 

 



 

카를 : 낯… 낯선 손님…. 지금은 어머님이 안 계셔. 그러니까 돌아가 줘….

 

아나벨 : 앗!! 곰돌이다!!

 

이자크 듀카스텔 : 아나벨, 초면에 인사도 안 하고 그러면 안 되지.

 

코제트 : 나… 나는 코제트야. 당신은 누구야? …인형을 가지러 온 거야?

 

카를 : 에헴!! 이 몸은 카를 폰 힌데미트! 너희들은 무슨 일인데 남의 집에 함부로 드나드는 거냐?

 

코제트 : 문을 열어준 건 카를 오빠잖아. …엄마도 안 계신데.

 

이자크 듀카스텔 : 그럼 어머님은…. 그러고보니 애들밖에 없구만. 위험하지 않아?

 

아나벨 : 낯선 사람들한테 막 문을 열어주고~ 위험하대요! 이렇게 꽈악~ 안아서 누가 데려가 버린대요~!! 

 

코제트 : 데… 데려가…?! 데려갈 거야?

 

이자크 듀카스텔 : 아… 아니야! 우린 낯선 사람이 아니고! 아니다, 낯선 사람은 맞지만… 헉!

우린 이 케익을 주려고 온 거야.

 

 

코제트 : 오빠가 좋아하는 거다! 오빠, 얼른 먹자. 응?

 

카를 : 이… 이런 거 누가 갖다 달라고 했냐? 비천한 것들이 어딜 감히… 어, 어흠!

흥~ 아무튼 이 카를 님은 바쁘다!! 너희 같은 미천한 것들을 친히 만나준 걸 평생의 영광으로 알라구! 

 

코제트 : …사실은 심심해서 문을 열어준 거면서.

 

카를 : 코, 코제트!! 넌 매번 그런 식으로 기품 없이 구니까 어머님이 화를 내시는 거야! 알겠냐?

 

이자크 듀카스텔 : 그런데 정말 너희밖에 없니? 이렇게 어린애들만 저택에 남아있다니, 하녀나 집사 같은 사람도 없어?

 

코제트 : 어머님이 다른 사람들을 보고 싶지 않다고 전부 쫓아내 버렸어. …유모까지도.

 

이자크 듀카스텔 : 헉! 전부?! …그거 굉장하네. 보통은 그렇게까지 안 하지 않나?

 

코제트 : 훌쩍…. 유모가 보고 싶어….

 

카를 : 그… 그런 사람들 필요 없어! 우린 지체 높은 귀족이니까 우리들끼리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구!! 흥!! 

 

코제트 : 난 혼자인 거 싫은데… 훌쩍…. 아버님이 빨리 돌아오셔서 다시 유모를 불러 오면 좋겠어… 훌쩍훌쩍.

 

카를 : 시, 시, 시끄러워! 에잇, 매일 징징 울기만 하고… 짜증나!! 

 

이자크 듀카스텔 : (잘은 몰라도, 힌데미트 부인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나? 갑자기 시종을 전부 내보내다니 말야. 걱정이네. 아이들이 많이 침울한 거 같은데….

아이들만 보면 제니가 떠올라서 못 본 척 못 하겠다니까? 이러다 정말 아나벨 말대로 평~생~ 뭘 찾아다니기만 하고 아무 소득도 없으면 어쩐담.)

 

아나벨 : 근데 왜 케익 안 먹어? 맛 없어?

 

카를 : 이 카를 폰 힌데미트 님은 이제 이런 과자에도 질렸다!! 너희 같은 미천한 것들처럼 과자라고 그저 좋아서 헤헤 웃진 않는단 말이다!! 

 

아나벨 : 뭐? 이렇게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질렸다고?! 어째서!!
그렇구나!! 너, 운동을 전~혀~ 안 하니까 배가 안 고픈거야! 훗. 내 곰돌이도 그렇다고 하잖아? 

 

카를 : 뭣이?! 이 카를 폰 힌데미트 님에게 그런 무엄한… 이몸은 미천한 놈들처럼 뛰어다니고 술래잡기하고 그러지 않는다! 흥!! 하나도 안 부럽단 말이다!!

 

아나벨 : (후후후. 센 척하기는. 후후후… 사실은 부러워하고 있으면서 말야.)

 

이자크 듀카스텔 : 자, 자. 아무튼 우린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았지? 과자를 주러 온 것뿐이니까. …아 그리고 뭘 좀 물어보려고.

꼬마 아가씨, 여기 혹시 초록머리에 리본을 단 여자아이가 오지 않았니? 아저씨가 그 소녀에게 뭘 줄게 좀 있거든.

 

코제트 : 으음~ 미안하지만, 온 적 없어. 그런 손님은.

 

이자크 듀카스텔 : 그, 그래? 역시 또 틀렸나… 이것 참.

 

아나벨 : 이자크!! 우리, 얘들 데리고 나가서 놀자!! 응? 그러자!
그러고 싶어졌어~ 아나벨의 말대로 해! 응?

 

이자크 듀카스텔 : 그건 또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 아나벨. 부모 허락도 없이 애들을 데리고 나가다니 그러면 안 되지.

 

아나벨 : 계속 집에만 있는 게 불쌍하지도 않아? 이자크도 딸을 밖에 못 나가게 해?

그렇게 안 봤는데~ 이자크 무서운 사람이네~ 서커스 괴력 무서운 악당 아저씨!!

 

이자크 듀카스텔 : (…하긴 아이들끼리 저렇게 있는 걸 보니 제니 생각이 나서 마음이 아프군.

잠깐이라면 밖에서 운동을 하는 편이 건강에 좋을 거야.)

 

아나벨 : 너희들은 어때? 아나벨이랑 같이 놀고 싶지? 그렇지?! 

 

코제트 : 하… 하지만… 어머님이… 저어….

 

카를 : 흥! 이 카를 님은 그런 쓸데 없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아나벨 : 후후후후… 아나벨에게 질까 봐 그러는 거구나? 훗… 겁쟁이로군? 후후후….

 

카를 : 누… 누가 겁쟁이라는 거냐!! 너같은 여자아이에겐 저… 절대 얕보일 수 없다!!
좋아! 얼마든지 상대를 해 주마! 영광으로 알도록! 

 

코제트 : …나가서 놀아도 되는 거야? 에헤헤.

 

이자크 듀카스텔 : 자, 잠깐! 아나벨! 이 아이들 어머니가 돌아와서 집이 비어 있으면 걱정할 거 아냐? 안 그래?

 

코제트 : …어차피 어머님은 저녁 늦게까지 안 돌아오실 거야. 치료를 받으러 멀리 가셨거든.

훌쩍… 어머님은 언제쯤 다시 웃어 주실까…. 히잉.

 

이자크 듀카스텔 : (어머니가 아프신가 보군. 저런저런. 안쓰럽네. 아나벨이 좀 제멋대로긴 해도 이 애들과 놀아주겠다는 건 좋은 일 같은데.

아나벨… 알고 보면 역시 착한 아이야. 조금 제멋대로지만.)

 

아나벨 : (후후후후… 감히 이 아나벨 님이 가져온 과자를 안 먹었겠다? 건방진 꼬맹이… 후후후후…. 뜨거운 맛을 보여주지!! 두고 봐라! 후후후후….)

에헤헷~ 그럼 결정된 거지~? 어서 하얀 숲 (1) 쪽으로 가자!! 아나벨이 그쪽의 공터를 봐 뒀거든!!

 

이자크 듀카스텔 : (…아니? 도대체 언제 본 거지! 그런 곳을!! 우린 같이 왔는데….)

 

코제트 : 나… 놀러 나가는 거 처음이야. 두근거려….

 

 

 

아나벨 : 음… 이 길 끝까지 가려면…. 몬스터들을 해치워버릴 거야!

그리고 코제트와 카를이 다치지 않게 해야 하고. 꼬맹이들은 힘이 없으니까 아나벨이 좀 도와주는 수밖에~ 후후~ 두 아이가 잘 따라오는지 봐야겠네.

두 꼬맹이를 길 끝까지 데리고 가면 안심할 수 있겠지…? 자, 가볼까? 


 

 

 

 

아나벨 : 요 꼬맹이들이 어디 숨었지? 후후, 아나벨이 금방 찾아 주겠어!

세 번 안에 못 찾으면 장난감 병정들이 잔뜩 튀어나오니까 조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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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크 듀카스텔 : 음! 역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은 언제 봐도 참 훈훈하다니까. 하하하! 어때, 코제트 양. 재미있었니?

 

코제트 : 재… 재미있었어요. 헤헤.

 

카를 : 흠흠…. 새… 새… 생각보다… 흠흠….

 

이자크 듀카스텔 : 생각보다 재미있었지?

 

카를 : 응! 생각보다 재… 헉!! 흠흠. 새, 생각보다 괘… 괜찮았다는 거 뿐이다! 어흠!

 

아나벨 : …솔직하지 못하네~ 재미있으면 재미있다고 말하면 될텐데 말이야. 흥.

 

코제트 : ….

 

이자크 듀카스텔 : 왜 그러니? 코제트 양.

 

코제트 : 인형 리본이….

 

이자크 듀카스텔 : 인형 리본?

 

아나벨 : 앗!! 곰돌이 리본이 찢어졌어!! 배 옆에도 구멍이 날 거 같아!! 큰일 났대요~ 큰일 났대요~ 

 

코제트 : 우우… 훌쩍…. 미안해 곰돌아…

 

이자크 듀카스텔 : 저런! 자, 코제트 양. 울지 마.

 

아나벨 : 아나벨 곰돌이는 멀쩡한데~ 후후~ 

 

이자크 듀카스텔 : 아나벨, 코제트 양이 울겠어. 으음… 그, 그렇지!
내가 고쳐줄게. 코제트 양, 그러면 되지?

 

코제트 : 저… 정말…?

 

이자크 듀카스텔 : 그럼그럼! 꽃잎 머리핀하고 석영파편 5개, 반디 수정 5개… 그리고 카니보레의 꽃잎 50개 정도면 튼튼한 리본을 다시 만들 수 있을 거야!

꽃잎 머리핀은 저기.. 어디 마을이더라.. 잡화점 주인이 정정한 할아버지였는데, 거기서 팔았던 걸로 기억해!

석영파편반디수정해저동굴에서 모두 구할 수 있고, 마지막으로 카니보레의 꽃잎평원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으니까 양이 많아도 금세 구하겠는걸?

 

아나벨 : 뭘 그렇게 많이 구해? 곰돌이 리본을 열 개는 만들겠다!!

 

이자크 듀카스텔 : 이왕이면 혹시 실수했을 때를 대비해서 많이 구해 오는 게 좋잖아. 하하. 아무튼 출발하자, 아나벨! 

 

아나벨 : 그걸 구해서 힌데미트 가(家)로 가는 거야? 어휴, 별 수 없지! 아나벨은 착하니까 이자크랑 같이 가 줄게.

 

 



 

아나벨 : 자, 여기 재료!! 그럼 얼른 리본 만들어! 곰돌이 배도 다시 꿰매고!!

 

코제트 : 저기… 나… 바느질 못하는데… 훌쩍….

 

아나벨 : 바느질도 못해? 이런, 그동안 뭘 배운거야? 그렇지~ 곰돌아?

 

코제트 : 흑… 우우… 훌쩍….

 

이자크 듀카스텔 : 어이쿠! 울지 마, 코제트 양. 이 아저씨가 꿰매 줄테니까.

 

코제트 : 저… 정말?

 

 

이자크 듀카스텔 : 으음~ 전투 중에 다친 상처를 급한 대로 꿰맨 적밖에 없지만, 역시 기본은 비슷했군! 그런대로 잘 된 거 같은데?

마음에 드니, 코제트?

 

코제트 : 응. 내 인형도 기분이 좋대….

 

이자크 듀카스텔 : 다행이네! 핫핫.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제니의 옷 리본도 내가 꿰매야지.

 

 

이자크 듀카스텔 : 엉? 이건 뭐지?

 

카를 : 흠, 흠!! 평민들에게 무료로 도움을 받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자크 듀카스텔 : 아니, 곰돌이 고쳐준 거 가지고 이렇게 큰 돈을 받을 순 없어. 아저씨가 그냥 해준 거라고.

 

카를 : 아… 안 된다!! 우리 힌데미트 가문을 우습게 보는 거냐?! 받아 둬!!
흥!

 

아나벨 : 돈이 엄~~~청 많나봐.

 

이자크 듀카스텔 : 나름대로 보답한 거겠지? 너무 어린 아이에게 돈을 받기가 좀 민망하지만… 뭐 일단 받아 두자. 그럼… 아나벨, 우린 다시 나가서 다른 곳을 좀 찾아 볼까?

 

아나벨 : 또 나가? 아나벨, 다리 아파!! 이제 뭐 찾아 다니는 거 싫어~ 안 할래~ 우와아앙~~!!

 

이자크 듀카스텔 : 어휴, 이번엔 아나벨이 울기 시작했잖아? 나 이거 참….

 

코제트 : ….

저기….

 

이자크 듀카스텔 : 뭔가 더 할 말이 있니?

 

코제트 : 저… 내 토끼 인형… 저기….

 

이자크 듀카스텔 : 토끼 인형?

 

코제트 : …내 부탁, 들어줄 수 있어?

 

아나벨 : 또 뭔가 심부름 시키려는 거지!! 이자크, 안 한다고 해!

 

이자크 듀카스텔 : 무슨 일인데? 우선 이야기를 해 봐.

 

아나벨 : 이자크 바보! 

 

코제트 : 그러면… 저기, 이따가 밤에 등대 쪽에서 기다릴게.

 

이자크 듀카스텔 : 등대…? 아, 항구 쪽에 앙드레 씨 근처의 거기 말이구나?

 

코제트 : 응. 지금은 텅 비어 있지만…. 나, 거기에서 에 기다릴게. 꼭 와야해?

 

이자크 듀카스텔 : 그럼그럼. 이 아저씨는 한 번 약속한 건 꼭 지킨다고. 이따 보자, 코제트.

(무슨 일인지 몰라도 제니처럼 어린 여자아이의 부탁인데…. 들어나 보자고.

어차피 당장 할만한 일도 없고 하니까.)

 

코제트 : 기다릴게. 밤에 만나, 아저씨.

 

아나벨 : 천사의 인형에, 파란 마녀에, 대마법사에… 이번엔 애들 심부름으로 오락가락하고! 이자크는 바보야, 진짜 바보! 

 

이자크 듀카스텔 : 이 녀석, 아나벨! 나 참…. 또 멋대로 혼자 움직이네?





 

코제트 : 있잖아, 나는 인형을 많이 많이 가지고 있거든. 인형들은 혼자 두면 가엾으니까, 모두모두 같이 있을 수 있게 내 방에 계속 모으고 있어.

난… 난 집에서 나갈 수 없는데, 가끔 이렇게 몰래 나와. 그런데 지난 번, 눈이 많이 오던 날에 이 버려진 등대 앞에서 그 인형을 만났어…. 아주 가엾은 아이였지.

 

이자크 듀카스텔 : 만났다고?

 

코제트 : 응. 만났어. 눈 때문에 푹 젖어서, 꼭 울고 있는 거 같았는걸. 그래서 내가 안아 줬어.

…가엾은 애였어. 그 토끼….

 

아나벨 : 토끼? 곰돌이가 아니야?! 치… 곰돌이가 좋은데!!

 

이자크 듀카스텔 : 네 취향을 주장할 때가 아니잖아, 아나벨.

 

코제트 : 응… 토끼 인형이었어. 그런데 마법사 아저씨가 와서, 그 애를 보고는 가져가 버렸어.

 

이자크 듀카스텔 : 마법사…아저씨…? 코제트 양, 그 마법사 아저씨가 누군지 아니?

(혹시, 그게 바로 앨베리크 쥬스피앙일지도 몰라. 이 저택을 방문한 걸 봤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코제트 : 아저씨는 그냥 아저씨야…. 코제트는 잘 몰라. 하지만 어머님은 마법사 아저씨를 무척 정중하게 대해 주셨어. 중요한 손님이라면서.

 

이자크 듀카스텔 : 그렇구나. 그런데 왜 그 아저씨가 코제트 양의 인형을 가져갔을까?

 

코제트 : 모르겠어. 그냥… 마법사 아저씨가 토끼 인형을 보고는 어두운 얼굴로 내게 이 아이랑은 헤어져야겠다. 미안하다면서…. 그냥 가져가셨어.

어머님은 마법사 아저씨가 그 애를 데리고 가는데도 아무 말씀도 안 하셨어… 다시는 그 애에 관해 말하지 말라고만 하시고…. 가엾게도, 그 애는 또 버려진 거야.

외톨이가 된 거야. 가엾게도…. 또 눈 속에 파묻혀서 혼자 울고 있을 것만 같아….

 

이자크 듀카스텔 : 저런, 정말 마음이 아팠겠구나.

코제트는 참 착한 아이야. 우리 제니도 장난감이 망가지면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나를 바라보는, 귀여운 아이였단다.

 

아나벨 : 우~ 누가 아저씨의 딸 이야기를 듣고 싶댔어?! 코제트가 이야기를 하고 있잖아!!

 

코제트 : 저기… 그런데 사실은… 말야….

사실은 마법사 아저씨가 그 날 밤에 토끼 인형이랑 몰래 하얀 숲 쪽으로 가는 걸 봤어. 그래서 나, 몰래 뒤를 따라갔었어.

 

 

이자크 듀카스텔 : 뒤를… 따라 갔다고?

위험한 일을 했구나. 어디까지 따라갔지?

 

코제트 : 웅… 너무 어둡고 추워서, 그건 잘 못봤어. 하얀 숲으로 들어간 다음에는 너무너무 무서웠거든.

우리 집 앞에 있는 수레 봤어? 그거, 우리 집 문장이 붙어 있는 건데, 하얀 숲 여기저기에는 그런 수레가 아주 많이 버려져 있어. 그렇게 버려진 수레들은, 잘은 모르지만 무슨 마법을 거는 데 쓰인대. 잔뜩잔뜩 걸어서 몬스터들이 엘티보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거래.

그래서… 한참 걸어가니까, 거기에도 부서진 울타리 뒤에 버려진 수레가 한 대 있었어. 거긴 몬스터들이 많이 있었는데… 마법사 아저씨 덕분인지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어.

그 수레는 왼쪽 아래 방향으로 막 달려나갈 것처럼 보였지…. 수레 뒤는 막혀 있었는데, 수레가 만약 그대로 달려온다면 바로 앞의 돌에 걸려 넘어질 것 같았어. 그것밖에는 기억이 안 나.

그 다음엔, 한참동안… 추워서 손 끝이 얼어 버릴 때까지 걸었어. 마법사 아저씨는 아주 걸음이 빨랐기 때문에 난 한눈을 팔 수 없었어.

그 다음엔… 경계를 하나 넘은 거 같은데… 음, 아마 하얀 숲(2)로 진입한 다음일 거야…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역시 버려진 수레가 한 대 서 있었어. 눈 앞에 얼어붙은 강이 있었던 거 같아…. 수레는 문이 내 쪽으로 열려 있어서, 올라타면 곧장 달려갈 것만 같았지.

수레 뒤에는 울타리가 있고, 나무가 두 그루 있었어. 한 구르는 밤인데도 눈 때문에 새하얗게 빛났지만 다른 한 그루는 시커멓게 보였어.

 

이자크 듀카스텔 : 아무래도 앨베리크 씨는 하얀숲(1)을 거쳐 하얀숲(2)로 가셨던 거 같군! 그런데 코제트, 정말 용감하구나. 몬스터가 아주 많았을 텐데….

 

아나벨 : 아나벨도 용감해!! 아나벨도 안 무서워! 칭찬 받을래! 

 

코제트 : 그리고 그 다음엔… 그 다음엔 한참한참 걸어 가니까, 몬스터가 없는 곳이 나왔거든.

거긴 조용했어. 강을 따라서 걸어갔던 것 같은데…잘 모르겠어. 너무 어두었거든. 그 날은 아주아주 깜깜했어.

조용하고… 강이 있었던 거 같은데, 얼음이 깨져 있었어.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거든.

그리고 그 강변에, 눈사람이 셋이나 있었어. 꼭 가족 같았는데… 눈사람이 참 슬퍼 보였어. 아버지는 없고, 어머니 눈사람 혼자 두 아이들과 함께 울상 짓고 있는 것처럼… 내게는 그렇게 보였어.

그 다음에 다시 몬스터들이 많은 곳으로 갔는데, 거기서도 수레를 봤어. 수레는 어디든지 있으니까….

그 수레는, 문이 열려 있었지만 아무 데로도 가지 못해. 버려졌기 때문이지. 이젠 다시는 달릴 수 없을 거야.

앞을 가로막은 울타리도 없고 가는 길을 방해할 돌멩이도 없는데…. 그런데도… 아무 데도 갈 수 없어….

뒤와 옆은 막혀 있는 곳이었는데, 거기서 마법사 아저씨를 놓쳐 버렸어.

 

이자크 듀카스텔 : 어디로 가셨는지는… 몰라?

 

코제트 : 응, 몰라.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어.

너무 무서워서 막 울었어. 계속 울고 있는데, 갑자기 이상하게 생긴 토끼가 나타났어.

 

 

이자크 듀카스텔 : 토끼…? 하얀 숲에 있는 스노피카… 말인가?

 

아나벨 : 또 토끼야. 곰돌이가 더 좋은데… 치.

 

코제트 : 그치만, 착한 토끼였어. 사납고 공격하고 그런 토끼가 아니었어.

난 토끼를 따라 갔어. 그 토끼들은 날 인형이 있는 곳까지 안내 하려는 거 같았거든.

거기서부터는 잘 모르는 곳이어서 혹시 돌아오지 못할까봐 주머니에 들어 있던 과자 조각을 조금씩 뿌려 놓았어. 결국에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을 것 같았지만….

그 다음에 토끼들이 아주아주 많은 곳을 지날 때에는 정말 무서웠어. 착한 토끼도 있지만 나쁜 토끼도 있잖아? 혹시 날 공격하면 어떡하나… 하고 가슴이 두근두근거렸어.

 

이자크 듀카스텔 : 그래서, 인형은 만났니?

 

코제트 : 아니…. 못 만났어. 한참 더 가야 하는 거 같았는데… 토끼들도 거기까진 못 가는지 머뭇거렸어.

그리고는 나를 계속 바라보고 있기만 했어. 내가 울고 있었더니 날 집에 데려다 줬지. 정말 착한 토끼들이었어.

 

이자크 듀카스텔 : 에구구… 그래도 안 다치고 돌아와서 다행이다.

 

코제트 : 응… 그치만, 내가 이런 이야기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카를 오빠는 내가 꿈을 꾼 것뿐이래. 헛소리라고 비웃으면서 들어 주지 않았어. 흑….

진짠데…. 난 너무 슬프고 속상해.

나 대신 토끼 인형을 만나러 가 줘. 혼자 다시 가는 건 무리야. 몬스터가 너무 많고… 어머님이 돌아오셔서 내가 집을 비운 걸 아시면 화 내실 테니까.

 

이자크 듀카스텔 : 이 아저씨만 믿으라고. 어린 소녀를 그런 위험한 곳에 혼자 보낼 순 없지!! 내가 다녀와 줄게.

 

아나벨 : 아나벨도 어린 소녀야! 아저씨 바보!

 

이자크 듀카스텔 : 그럼 아나벨도 여기에서 기다릴래? 코제트랑 같이 있으면 될 거 같은데.

 

아나벨 : 싫어!! 서커스 괴력 아저씨 혼자 보내면, 분명히 길을 잃어버릴걸? 아나벨이 같이 가 줘야 한다구~!!

 

코제트 : …당신은, 용감하고 자유롭구나. 코제트는 안 돼. 어머님이 슬퍼하실 지도 모르니까…. 그러니까 돌아가야 해.

 

이자크 듀카스텔 : 걱정마, 코제트. 우리가 가서 토끼 인형을 만나고 와 줄테니까. 하하.

 

코제트 : 응… 그치만, 실은 나도 꼭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냐. 나도 내가 세상 모든 인형을 구해줄 수 있다고는 생각 안 하니까.

다만… 끝까지 찾아 보고 싶은 것뿐이야. 부탁할게. 그 애가 만약, 내게 돌아오고 싶어 한다면… 그러면 꼭 내게 데리고 와 줘.

 

아나벨 : 아나벨은 토끼보다 곰돌이가 좋지만, 심심하니까 가 줄게! 헤헷. 자~ 이자크!! 어서 하얀 숲(1)로 가자!!

 

 



 

이자크 듀카스텔 : 안 그래도 뭔가 단서가 필요했는데… 어쩌면 그 인형이야말로 천사의 인형과 관련이 된 걸지도 몰라.

 

아나벨 : 왜 그렇게 되는데? 그냥 인형일 수도 있잖아. 코제트가 거짓말을 한 걸지도 모르고.

쯧쯧. 어린애 말을 전부 믿다니, 이자크 순진하구나? 그래서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려고 그래?

 

이자크 듀카스텔 : 어쨌든, 코제트의 인형을 가져갔다는 사람이 대마법사 앨베리크 쥬스피앙이라면…. 그 인형에 뭔가 있을지도 몰라.

내가 찾던 천사의 인형일지도 모르잖아. 하… 제발 그랬으면 좋겠는데….

 

아나벨 : 토끼 인형이라고 했잖아. 천사의 인형이 토끼야? 아하하~ 그거 너무 웃겨!!

 

이자크 듀카스텔 : 모양은 중요한 게 아니라구! 그 인형에 의미가 없다면 대체 대마법사가 그걸 왜 가져갔겠어? 안 그래?

 

아나벨 : 대마법사라고 정해진 것도 아니잖아. 마법사는 흔하다구. 인형도 흔하구!!

대마법사 앨베리크 쥬스피앙? 치~ 그게 뭐가 대단해?!
역시 대마법사하면 그림자의…. …그림자의? 어?!

 

아나이스 델 카릴 : …그림자의 이웨리드가 만든 인형은 더 대단했어. 그리고 가장 위대한 원형의 인형도, 나는 알고 있으니까….

 

이자크 듀카스텔 : 아나벨? 아나벨, 왜 그래? 으음… 또 배가 고픈 건 아니지?

 

아나벨 : 아나벨이 뭐라고 했어? 우웅…?

 

이자크 듀카스텔 : 역시 어린애라니까. 계속 걸어다녀서 지친 모양이야.

 

아나벨 : 아나벨은 어른이야!! 아나벨은 코제트처럼 겨우 인형 같은 거 없어졌다고 울고 그러지도 않아!!

봐!! 아나벨은 곰돌이가 없어져도, 괜찮아.

 

이자크 듀카스텔 : 정말 괜찮아?

 

아나벨 : ….

 

이자크 듀카스텔 : 아나벨.

 

아나벨 : 아나벨이 없어지면 이자크는 어떻게 할 거야?

 

이자크 듀카스텔 : …뭐? 갑자기 무슨 소리야?

 

아나벨 : 찾으러 올 거지?

 

이자크 듀카스텔 : 그야 당연히…. …어린아이가 없어지면 당연히 찾으러 가지. 걱정되잖아. 인사도 없이 사라지거나 하지 말라고.

 

아나벨 : 싫어! 아나벨 마음대로 할 거야! 우히힛! 

 

이자크 듀카스텔 : 그럴 줄 알았다. 알았어. …그런데 내가 사라지면? 그럼 아나벨은 찾으러 올 거니?

 

아나벨 : 풉! 아나벨이 왜 가? 아나벨은 안 가. 이자크가 오는 거야!! 알았지?

인형이 사라지면, 코제트가 울면서 찾으러 가잖아. 그런 거야. 아나벨이 사라지면, 이자크가 울면서 찾으러 와.

 

이자크 듀카스텔 : …굳이 울면서까지 찾아야만 하는 거야? 나 참…. 없어지지 않으면 되잖아, 없어지지 않으면.

 

 

이자크 듀카스텔 : 일단 등대에서 코제트 양이 했던 말을 다시 생각해 보면… 음…. 아나벨, 기억하고 있니?

 

아나벨 : 당연하지!! 부서진 울타리 뒤에 버려진 수레가 한 대 있었어. 거긴 몬스터들이 많이 있었는데… 마법사 아저씨 덕분인지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어. …라고 했잖아!!

 

이자크 듀카스텔 : 그리고?

 

아나벨 : 뭐야~ 하나도 기억 못하는 거야? 어쩔 수 없지~ 아나벨은 머리가 좋으니까, 가르쳐 줄게.

그리고 그 수레는 왼쪽 아래 방향으로 막 달려나갈 것처럼 보였지…. 수레 뒤는 막혀 있었는데, 수레가 만약 그대로 달려온다면 바로 앞의 돌에 걸려 넘어질 것 같았어. 그것밖에는 기억이 안 나. …라고 했어.

 

이자크 듀카스텔 : 꽤 상세한데? 그럼 그 말에 맞는 지역을 이 하얀 숲 (1)에서 찾아 보자!

 

아나벨 : 어휴~ 아무튼 이자크는 아무 것도 기억을 못 한다니까? 아나벨이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

그치, 곰돌아~?





 

아나벨 : 여기 맞지?

 

이자크 듀카스텔 : 코제트 말대로…. 정말 똑같네….

그럼 이 다음에는… 하얀 숲(2)로 가야겠지?

코제트가 했던 말을 기억해 보면….

 

아나벨 : 역시 버려진 수레가 한 대 서 있었어. 눈 앞에 얼어붙은 강이 있었던 거 같아…. 수레는 문이 내 쪽으로 열려 있어서, 올라타면 곧장 달려갈 것만 같았지. …라고 했어.

수레 뒤에는 울타리가 있고, 나무가 두 그루 있었어. 한 그루는 밤인데도 눈 때문에 새하얗게 빛났지만 다른 한 그루는 시커멓게 보였어. 아나벨이 기억하는 건 이게 끝이야.

 

이자크 듀카스텔 : 우와, 아나벨 똑똑한데! 그럼, 출발하자!

 

 



 

이자크 듀카스텔 : …이번에도 잘 찾은 것 같다. 코제트는 기억력이 좋구나….

이 다음에는 만년설 산장 쪽이 아닐까? 몬스터가 없는 곳은 그곳뿐이니까.

얼음이 깨져 있는 강 곁에, 눈사람이 셋 있었다고 했지…?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좋아, 가자.





 

이자크 듀카스텔 : 정말로 가족 같다. 코제트 눈에는 이게 자기 가족처럼 보였을 지도 몰라.

어쨌든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이 다음에는….

 

아나벨 : 코제트가 했던 말은… 그 수레는, 문이 열려 있었지만 아무 데로도 가지 못해. 버려졌기 때문이지. 이젠 다시는 달릴 수 없을 거야.

앞을 가로막은 울타리도 없고 가는 길을 방해할 돌멩이도 없는데…. 그런데도… 아무 데도 갈 수 없어….

 

이자크 듀카스텔 : 뒤와 옆이 막혀 있었다고도 했지. …하얀 숲(3)을 잘 뒤져 보면 코제트가 말한 장소를 찾을 수 있을 거야.

가자.

 

 

 

 

폰티나 공작 : 앨베리크 쥬스피앙…. 워낙 알려진 바가 없는 분이셨는데, 설마 엘티보에 계셨을 줄이야…. 어찌 되었던 아쉽게 되었군요.

 

힌데미트 자작 : …어차피 놓쳐 버린 이상, 신뢰 받지 못해도 항변할 말은 없습니다.

 

폰티나 공작 : 아, 아닙니다. 렘므의, 오랜 악연을 끊고 우의를 다지고자 하는 마음은 알고 있으니까요.

앨베리크 쥬스피앙이 있든 없든, 그건 외교에서 중요한 문제가 못 되지요.

렘므의 외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요즘 우방인 오를란느와는 어떻습니까? 여전히 오를란느는 어수선한 것 같던데….

 

힌데미트 자작 : 렘므는 현재 전쟁 중입니다. 애써 국경의 사소한 다툼으로 돌려버리기엔 유멍한 이야기니 터놓고 말해 그렇습니다.

 

폰티나 공작 : 호오. 여걸이신 지나파 공주께서 출정하셔서 엘티보의 아름다운 왕성에는 벌써 몇 년 째 돌아오지 않고 계시니, 머지 않아 평정하시지 않겠습니까? 듣자 하니 야만인들에게도 포외 받을 만큼 지략과 무예를 겸비한 분이라던데요.

 

힌데미트 자작 : 그야 지나파 공주님께서는 명장이십니다만.

허나 엘베에서도 한갓 야만인 한 명 때문에 고전하지 않았습니까? 장수의 자질 문제가 아닙니다. 변경의 소요는 이미 장기화 국면에 접어 든 것입니다. 이대로라면 몇 년의 세월이 더 필요할지….

간헐적으로 국지전이 벌어지고 있고, 덕분에 군을 완전히 철수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때 오를란느 문제까지 저희가 관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폰티나 공작 : 오를란느…. 좋은 곳이지요. 아름다운 시와 음악, 뛰어난 마법력을 자랑하던 곳인데 아무래도 대공의 후계자 자리가 불안정하니 염려가 되는 군요.

 

힌데미트 자작 : 대공제(大公弟)였던 크라레트 경은 실종된 공녀를 사망한 것으로 기정사실화 하려는 모양입니다만…. 현 오를란느 대공께서는 근 십년이 다 되도록 아노마라드의 공식 서한에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고 있는 걸로 압니다.

그러나 아노마라드로서는… 아무래도 크라레트 경이 대공이 되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 아닙니까? 그는 명분 없는 계승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오를란느의 왕국 복권을 주장하고 있는 모양이니까요.

 

폰티나 공작 : 핫핫. 이거 참…. 힌데미트 자작, 위험한 말씀입니다. 크라레트 경이 대공위를 받는 것도, 혹은 다른 누군가가 후계쟈가 되는 것도, 외국에서 관여할 바가 아니지요. 아노마라드가 외국의 정치에 직접 개입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보다 다시 앨베리크 쥬스피앙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가서….

자작 부인께서는 오를란느 출신이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부인께서는 자작께서 오를란느를 회의적으로 여기는 걸 아시면 서운해 하시지 않겠습니까? 하하.

 

힌데미트 자작 : 아아…. …글쎄요.

저는 사적인 문제에 얽매여 대의를 그르칠 만큼 어리석지 않습니다. 그건 어디의 누구라도 마찬가지겠지요.

 

하녀 : 공작님, 약속하신 시간이 되었습니다.

 

힌데미트 자작 :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요.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폰티나 공작 : 아닙니다. 그럼 자리를 옮겨서 다음 약속은….

 

 



 

이자크 듀카스텔 : 코제트 양이 말했던 데가 여기 맞지? …정말 코제트 양이 말한 그대로의 장소 같은걸? 흐음.

 

아나벨 : …추워. 아나벨, 배고파!! 후이잉~

집에 갈래~!!

 

이자크 듀카스텔 : 집? 드디어 집이 생각난 거야? 그게 어딘데?

 

아나벨 : 그것도 몰라? 아나벨 집은 말이지~ 인형이 엄청엄청 많이 있고, 그리고 그리고~

 

이자크 듀카스텔 : 인형? 음, 인형이 많이 있는 집이었다 이거지?

(나름대로 부잣집 딸일지도 모르겠어. 하긴 이렇게 제멋대로에 곱게 자란 걸 보면, 어디 상단의 막내딸 쯤은 되는 걸거야.)

 

아나벨 : 그리고~ 흥! 집같은 게 있을리 없잖아! 이자크 바보야! 어라!

꺄악!!

 

이자크 듀카스텔 : 왜 그래? 아나벨. 또 사고를 친 건 아니겠… 어? …어라?!

 

 

 

이자크 듀카스텔 : 우와… 정말 토끼잖아? 우릴 보고 있어. 아무래도 몬스터가 아닌 거 같지?

 

아나벨 : 저렇게 귀여운 토끼가 몬스터라니!! 잔인한 아저씨! 흉악해!!

 

이자크 듀카스텔 : 어딘가로 가는데? 아나벨, 토끼를 따라가 보자!



 

아나벨 : 코제트 꼬마가 말했던 대로라면, 어딘가에 과자 부스러기가 있을거야.

일단 발판을 밟아서 소리가 나는 곳을 기억해 놨다가 그 곳만 밟고 지나가야지~

 

 

 

아나벨 : 아나벨이 토끼 모습 변하면 쉽게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나벨은 역시 똑똑하니깐.

과자가 잔뜩 떨어져 있는데 토끼로 변신하게 해주는 과자가 있을 거야~ 후후, 아나벨이 하나씩 전부 먹어봐야지 우히히히!


 

동족 다굴을 당하는 기분이지만 개의치 않고 고고씽



 

아나벨 : …아무래도 길을 만들어 가면서 저쪽에 있는 토끼 인형에게 닿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길은… 역시 과자로 내야 하는 건가…?
토끼들을 잡아서 아이템을 얻어, 길을 만들면 저편으로 건너갈 수 있을 것 같으니까 해 보도록 할까…?

 


 

나의 종소리를 들어라!

 

 

 

????? : 고독… 버려진 것…. …흉하다 하며 그대들은 내던졌지… 먼 곳에… 유폐….

…유폐…. 유폐… 유… 폐….

 

 

이자크 듀카스텔 : 헉!! 사라져 버렸잖아?!

 

이자크 듀카스텔 : 그건 지난 본에 본… 그 이상한 책장이잖아? 그렇지? 비슷하지?!

 

아나벨 : 시시해.

 

이자크 듀카스텔 :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으음…. 물론 인형 속에 책장이 들어가 있으면 이상하지만. 음음.

어쩌면 말야, 그 마법사 아저씨라는 사람이 코제트 양에게서 인형을 뺏은 건…. 그 인형이 방금 전처럼 몬스터가 된다는 걸 미리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

 

아나벨 : 왜? 어떻게 아는데?

 

이자크 듀카스텔 : 그, 그건 나도 모르지….

 

아나벨 : 으이그~ 이자크는 힘만 세지 별로 아는 게 없어.

 

이자크 듀카스텔 : … 그럼 아나벨은 알아?

 

아나벨 : 아나벨? 아나벨은 알지! 아나벨은 다 알아! 그치만 말 안하는 거지롱~ 우히힛!

 

이자크 듀카스텔 : (…거짓말….)

 

아나벨 : 뭐야, 그 표정?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아나벨은 다 안다니까!! 

 

이자크 듀카스텔 : (그런 눈치는 되게 빠르다니까. 으윽.)

 

아나벨 : 아무튼~ 코제트한테 가자. 마법사 아저씨에 대해서도 물어봐야 되고, 토끼 인형이 저 하늘의 별이 되어 버렸다는 것도 말해 줘야 되잖아! 

 

이자크 듀카스텔 : 그렇지. 으음… 하지만 인형은 결국 사라져 버렸으니, 이걸 어떻게 이야기한다? 상처 받을텐데.

 

아나벨 : 뭘 인형 하나 없어졌다고 상처를 받아? 애들은 다 인형도 잃어버리고 망가지고 그러면서 크는 거야.

옛날에 누가 그랬다고.

 

이자크 듀카스텔 : 누가?

 

아나벨 : 그건…!!
응? …누구였지? 우웅… 에이, 몰라!

 

이자크 듀카스텔 : 아나벨, 기다려! 

 

 



 

코제트 : ….

그렇구나. 결국 토끼는 되찾을 수 없는 거구나….

 

이자크 듀카스텔 : 코제트 양, 토끼 인형을 되찾아 오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아나벨 : 우우~ 뭐가 미안해!! 토끼 인형한테 죽을 뻔한 아나벨한테 더 미안해야지!! 이자크!!

 

코제트 : …나도, 사실은 되찾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 마법사 아저씨가 토끼를 데리고 갈 때, 어쩐지 이걸로 영영 안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오빠가 내 말을 믿어 주지 않아서 우울했을 뿐이야.

하지만 당신들은 내 말을 믿어 주고, 토끼를 되찾으려고 열심히 노력해 줬어. 정말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다치지 않고 돌아와 주어서 기뻐….

 

이자크 듀카스텔 : 하지만 서운할 거 아니냐. 우리 딸 제니도 가지고 놀던 풀각시가 망가지면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묻어주곤 했거든.

 

코제트 : 응… 서운해. 토끼 인형을 무척 좋아했는데, 이제 만날 수 없어서 서운해.

서운하지만… 어머님이 항상 말씀 하셨어. 진정한 숙녀는 울지 않는다. 무언가를 잃었다고 해서 남들 앞에 눈물을 보이면 안 된다… 아무리 괴로워도 참아야 한다.

그러니까 난 안 울거야. 난 숙녀니까.

 

이자크 듀카스텔 : 아니야. 이럴 땐 울어도 돼, 코제트 양. 이 아저씨도 소중한 걸 잃어버리면 운단다.

눈물까지 아끼면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된 친구가 너무 가엾지 않니?

 

코제트 : 그…럴까? 나, 조금은 울어도 괜찮은 걸까…? 훌쩍….

 

카를 : 조금 전엔 뭐라고 했지? 코제트의 인형을 가져갔던 그 마법사 아저씨에 대해 알고 싶다는 것이냐?

흐음… 참으로 궁금한 것이 많은 자들이로다. 그러나 코제트를 도와주었으니 자비롭게 약간의 정보를 주겠노라. 흠흠.

 

이자크 듀카스텔 : 오, 이야기 해 주는 거냐? 고맙다, 카를 군!!

 

카를 : 흠흠. 너무 좋아하지는 마. …자, 코제트!! 이 오라버님은 피곤하니까 네가 이야기 하도록 해라.

 

코제트 : 그 마법사 아저씨는, 우리 아버님과 아는 사이인 것 같았어. 아버지는… 음, 이건 비밀이라고 했지만… 지금 켈티카에 가 계신데….

 

카를 : 이 바보 녀석이? 코제트! 그런 걸 말하면 어떡하냐?

아버님은 나라 일 때문에 바쁘고, 아버님께서 하시는 일은 아주아주 중요한 거니까 남한테 막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했잖냐!! 외교 때문에 아노마라드에서 아주 높은 사람이랑 만나고 오실 거라고~!!

 

아나벨 : 그런 소리 하면서 네가 방금 다 이야기 했지롱~ 아하핫~ 바보래요~!!

 

카를 : 헉! 이, 이몸이…! 으, 으음…. 방금 전의 이야기는 못 들은 걸로 해라….

 

코제트 : 아무튼 아저씨는 우리 집에 와서 그렇게 오래 머물지는 않으셨어. 아저씨가 찾아온 후에 어머님께서는 왠지 모르지만 아저씨를 지하실에 계시게 했지.

그리고 지하실 문을 꼭꼭 닫으셔서, 나중에 아버님이 돌아오신 후에 두 분이… 말다툼을 하셨어…. 훌쩍.

 

이자크 듀카스텔 : 지하실? 어느 지하실인데?

 

아나벨 : 아나벨, 가 볼래!! 가보고 싶어~ 갈거야!!!

 

카를 : 그, 그건… 으음….

 

코제트 : 안 돼. 어머님께서 집을 비우셨을 때는 지하실에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돼 있어.

 

이자크 듀카스텔 : 오오~ 그거 대단하군! 꼭 마법 같은데? 하핫.

 

카를 : 그야 당연히 마법이지!! 하여튼 천한 것들은 뭘 모른다니까. 에헴.

척 보면 마법인 걸 모른단 말이냐?

 

코제트 : 이제 어머님이 오실 때가 됐으니까, 이따가 다시 와. 아무 이유 없이 외부인이 와 있으면 이상하게 생각하실 테니까.

음… 유모랑 하인들을 쫓아낸 뒤로는, 과자 심부름을 시키기 위해 자주 모험가를 부르곤 하니까 뭐라도 하지 않을래? 우리 심부름이었다고 하면, 남이 들어와도 별로 신경 쓰지 않으실 거야.

 

이자크 듀카스텔 : ( 뭐 도움 받는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이렇게 어린애들만 있는데 외부인이 막 드나들어도 괜찮은 건가? 나 참 걱정스럽군 그래.)

 

아나벨 : 또 심부름?! 무슨 심부름?

 

카를 : 헨젤과 그레텔의 젤리크림 케익이면 된다. 흠흠. 자비롭게 먹어 주도록 하지!

 

이자크 듀카스텔 : 그 정도라면야 간단하지. 그럼 아나벨, 헨젤과 그레텔로 갈까?

 

 



 

이자크 듀카스텔 : 간단한 일이니까 금방 다녀올 수 있겠다. 그런데 지하실에 가 보는 게 도움이 될까?

 

아나벨 : ….

 

이자크 듀카스텔 : 아나벨? 듣고 있니, 아나벨?

 

아나벨 : …이 느낌은….

 

이자크 듀카스텔 : 아나벨?!

 

아나벨 : 까, 깜짝이야! 이자크, 아나벨 애 떨어질 뻔 했잖아!

 

이자크 듀카스텔 : 네가 애가 어딨냐….

 

아나벨 : 흥! 그럼… 우웅….

아무튼! 곰돌이 떨어뜨릴 뻔 했잖아, 곰돌이!!

 

이자크 듀카스텔 : 갑자기 넋을 빼놓고 있어서 놀랐잖아. 또 배고프다면서 푹 쓰러질까 봐 말이지.

이제 괜찮으면 어서 헨젤과 그레텔로… 아나벨?

 

아나벨 : 이자크! 아나벨은 장난감 가게에 갈 거야!

그러니까 이자크 혼자서 헨젤과 그레텔에 가. 아나벨, 얼른 갔다가 힌데미트 가(家)로 돌아갈게!!

 

이자크 듀카스텔 : …장난감 가게? 그런 게 있었나?

아나벨은 대체 그런 걸 언제 안 거야? 신기한 녀석 같으니라고.

에이. 빨리 헨젤과 그레텔에나 가 봐야지.

 

 

 

아나벨 : 우와~ 예쁘다~

얼래! 이것도 예쁘네~

 

 

신출귀몰 마법사 : 하나, 둘, 셋을 외치는 순간 무대의 막은 오르지. 안녕, 꼬맹이~

 

아나벨 : 지금 아나벨한테 꼬맹이라고 한 거야? 아나벨, 꼬맹이 아니야!

 

신출귀몰 마법사 : 연극 배우 중에서는 당신처럼 어린 아이들도 있지. 당신도 한 가지 얼굴은 아닌 것 같군.

좋은 배우가 되겠어. 그러고보면 너도 나와 비슷한 배역을 맡고 있군.

 

아나벨 : 아나벨이 어디가 아저씨랑 비슷하다는 거야? 아나벨은 예쁜 치마도 입었고, 아저씨처럼 검은 옷을 좋아하지도 않아.

 

 

아나벨 : 우와! 이거 안에 뭐 들었어?

끄응! 안 열리잖아!! 아나벨은 이거 열고 싶어!!

 

신출귀몰 마법사 : (저게.. 보인다는 건가… 설마..)

아무리 능력있는 주인공이라도 아리아를 단독으로 쟁취한다는 일은 힘든 일이지.

 

아나벨 :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지금 손님을 무시하는 거야?

 

신출귀몰 마법사 : 주인공은 상대방을 소중히 다루곤해. 사랑하지 않아도 진짜 사랑하듯이 말이야.

 

아나벨 : 아.. 이 아저씨 정말 재미없네. 다른 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아.

(끄응.. 아나벨은 저 상자 안에 든 게 궁금한데...)

가면 안에서 살면 좋아?

 

신출귀몰 마법사 : 때로는.

 

아나벨 : 아나벨은 답답할 것 같은데. 그치 곰돌아?

 

신출귀몰 마법사 : (귀여운 주인공이야. 아주 인기가 많겠어.)

 

아나벨 : 난 이제 갈 거야.

 

신출귀몰 마법사 : 잘가라구, 소녀여~ 저 물건을 사고 싶거든 제대로 된 주인공이 되어서 오도록.

 

아나벨 : 흥, 아나벨은 이제 관심없거든.

아차! 여기 너무 오래 있었네. 이자크가 기다리고 있겠어!

 

신출귀몰 마법사 : (이자크라…)

 

 



 

아나벨 : 얼레~ 이자크 없잖아? 어디갔지?

 

에리히 : 어서오세요~ 앗! 귀여운 꼬마 아가씨군요~

 

아나벨 : 여기 아까 아나벨이랑 같이 왔던 덩치 큰 아저씨 어디갔어요?

 

에리히 : 아아, 힌데미트 도련님께서 젤리크림케익을 더 드시고 싶다기에 조금 드렸어요. 지금쯤 그 댁으로 갔을 것 같은데요?

 

아나벨 : 아참! 거기서 만나기로 했는데!

이자크랑 같이 다니다보니까 나도 닮아가는 건가, 쳇.

 

에리히 : 하하하, 귀여운 꼬마아가씨네요. 어서 가보세요.

 

아나벨 : 그런데.. 아나벨도 젤리크림케익이 먹고 싶은데… 우웅…

 

에리히 : 마침 딱 하나 남았는데 선물로 드릴게요.

 

 

아나벨 : 신난다!

 

앙케 : 역시 에리히 님은~ 꺄앗!

 

요한나 : 꺄앗! 마음도 넓으셔~

 

앙케, 요한나 : 꺄앗!

 

아나벨 : 안녕~ 아나벨은 가볼게~

 

에리히 : 잘가요~ 달콤한 빵이 필요하면 언제든 또 들러요~

 

 



 

코제트 : 기다리고 있었어.

 

미레일르 : 누구지?

…허락 없이 귀족가에 발을 들이다니, 이런 경우 없는 일이 어디 있는가? 무슨 일이지?

 

카를 : 흠흠. 그… 과자가 먹고 싶어서 저 자들에게 심부름을 시켰습니다, 어머님. 항상 있는 일이지요. 에헴.

 

 

미레일르 : 카를, 간식을 줄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몇 번이고 지적했는데도 아직 고치지 못한 거니?

 

아나벨 : 간식 말고 장난감도 있어!

 

코제트 : 저기…

나하고 카를 오빠가 어머님의 시선을 뺏는 동안에 저쪽으로 들어가도록 해.

 

이자크 듀카스텔 : 저쪽?

 

코제트 : 응. 저쪽…. 저기 지하실로 가는 방향 말야.

 

이자크 듀카스텔 : 도와줘서 고마워, 코제트 양. 이 아저씨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주다니.

아저씨, 감동했어! 역시 꼬마 아가씨들은 착하구나! 크흑!

 

아나벨 : 날 새겠어. 얼른 가자!

 

코제트 : 어머님, 아버님께서는 언제쯤 돌아오시나요?

 

카를 : 코제트. 어른들의 일에 참견하는 건 숙녀답지 못한 태도야. 하아… 언제쯤 우아한 숙녀가 되려고 그러니?

 

코제트 :저, 저는… 저는… 그저….

 

 

코제트 : ….

(...마법사 아저씨에 관해 남게에 말한 걸 알면 어머님도 아버님도 화를 내실까…?

그래도… 나, 이렇게 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들었는걸.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고, 토끼 인형을 열심히 찾으려고 해준 사람들이니까….)

 

 

 

아나벨 : 카드가 잔뜩 떨어져 있는데…. 어떤 단어를 만들어야 하는 걸까?

 

 

 

이자크 듀카스텔 : 그게 정답이었구나! 티치엘 쥬스피앙. 그 머릿글자는 T와 J…!

크흑… 아버지로서 너무나 잘 이해가 되는 암호야! 역시 사랑스러운 딸의 이름을 항상 간직하며 살아왔던 거겠지. 응! 응!

 

아나벨 : 뭘 혼자서 감동하고 있어? 바보 아저씨!!

꺄!! 빛이 나오고 있어!! …반짝반짝해!

이자크 듀카스텔 : 무슨… 빛이지?

책장이… 빛으로 변해서 흘러 나오고 있어…. 뭔가가… 뭔가가 보여!!

 

 



 

미레일르 : …말 없이 이국(異國)에라도 가신 모양이구나. 왜 아직 아니 오시지?

 

앨베리크 쥬스피앙 : 부군께서 늦으시니 염려가 되시는 모양이군요. 날씨가 험해 걱정입니다.

 

미레일르 : 역시 그 사람은 당신을 팔아 넘길 생각인 거예요. …아노마라드에….

 

앨베리크 쥬스피앙 : ….

괜찮아요. 적어도 인간의 나라에 머무를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미레일르 : 나는 괜찮지 않아요! 그 사람이 당신을 아노마라드에 넘긴다면 나는… 내 조국은…!

내…. 내 조국 오를란느는…!

 

앨베리크 쥬스피앙 : ….

인간의 나라는 언제고 변하지 않는 군요. 내가 인간을 등졌을 때도, 지금도, 젼혀 변하지 않았어요.

 

미레일르 : 마법사들은 감춰진 지혜를 탐구하시기에 그리도 평온하실 수 있는 건가요? 배신에도, 탐욕에도, 그렇게나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실 수 있는 건가요?

하지만 나는 아닙니다. 나는 평범한 인간이니까요. 내 남편도… 아마 평범한 인간이기에 은인인 당신을 아무렇지도 않게 팔아 넘길 수 있는 거겠지만.

 

앨베리크 쥬스피앙 : 자작 부인…?

 

미레일르 : 아아… 시집을 오는 게 아니었어…. 조국의 안녕에 기여한다는 자긍심마저 모조리 나의 착각에 불과했다니….

…그 사람이에요.

나도 오를란느의 마법을 배운 여성입니다. 한 사람 정도를 감출 만한 결계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아요.

 

앨베리크 쥬스피앙 : 괜찮습니다. 에르하르트 군에게 붙잡혀 오랜만에 켈티카 구경을 한다면 그것도 괜찮겠지요.

 

미레일르 : 지하실 쪽으로 몸을 숨기세요. 오래 전에 배웠던 결계 마법이 도움이 될 줄은 몰랐군요.

 

앨베리크 쥬스피앙 : …자작 부인.

 



 

에르하르트 : 부인. 대마법사를 어디다 감추셨습니까?

 

미레일르 : 글쎄요, 평범한 아녀자가 뭘 알겠습니까? 직접 찾아 보시지요.

저는 모르는 일이니까요.

 

에르하르트 : 허… 이것 참. 부인께서는 귀족 출신이라 그래도 현실을 잘 알고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참으로 실망입니다.

 

미레일르 : 그건 제가 할 말입니다! 당신이… 설마 당신이 아노마라드의 개가 되신 줄은 미처 몰랐군요.

당신이 이리하시면 내 조국은… 오를란느는…! 이리하시면 저는 왜 이 멀고 추운 땅까지 시집을 왔단 말입니까?

 

미레일르 : 안 돼!

 

에르하르트 : 부인, 제발 현실을 똑바로 보십시오! 렘므로 오를란느도 자국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할 뿐입니다.

이러한 때 우방(友邦)이라는 허울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렘므도 오를란느도, 이제는 손을 놓고 더 이익이 되는 쪽으로 행하지 않으면…!

 

미레일르 : …마법사는 이미 여기에 없어요. 절대로… 절대로 당신 뜻대로는 안 될겁니다.

마음대로 되지 않을 거예요….

 

에르하르트 : …뭘 하고 있나? 어서 결계를 부숴!

 

 

의문의 목소리 : 도터..

 

아나이스 델 카릴 : 마..더?

 

의문의 목소리 : 보일거야. 네 눈에는.

 

의문의 목소리 : 기억해내야 돼.

 

의문의 목소리 : 이대로는 곤란해. 모습을 드러낼 수 없어.

 

아나이스 델 카릴 : 마더.

 

마더 : 잊지 않았구나.

 

아나이스 델 카릴 : 마더, 잘 지내는 거야?

 

마더 : 이곳은 고요해. 웃음소리도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아. 그저 먹먹한 고요함만이 지배할 뿐.

도터, 그 사람은 네게 도움을 줄 수 없어. 네가 도와야 할 사람이지.

스스로 깨닫지 않는 이상, 육체 안에 갇혀버리고 말거야.

 

아나이스 델 카릴 : 은폐되지 않는 기억이 그들을 괴롭히고 있어. 마더도 느껴져?

 

마더 : 느껴져. 스스로 해내야 해. 타인의 도움없이 자의적으로.

그들이 부르고 있어.

 

아나이스 델 카릴 : 안 돼. 날 두고 가지마! 제발…

 

마더 : 도터, 그 아이의 운명을 받아들여.

 

아나이스 델 카릴 : 마더, 안 돼!

 

아나이스 델 카릴 : 마더..

 



 

이자크 듀카스텔 : …방금 전에, 우리들이 지하실에서 본 거…. 사실일까?

 

아나이스 델 카릴 : ….

 

이자크 듀카스텔 : 아나벨? …어이, 아나벨!

이런, 아나벨이 또 이상해졌잖아? 큰일이군.

 

미레일르 : …아직 내 집에서 머물고 있었던 건가? 참으로 예의없는 방문객이로군….

뭐, 아무래도 좋으니 이만 돌아가도록 해. 시간이 늦었으니까.

 

이자크 듀카스텔 : 이거 실례했습니다. 지금 돌아갈테니 너무 노여워 마십시오.

아나벨, 어서 가자. …아나벨?

 

아나이스 델 카릴 : ….

…나는.

나 역시…… 니까. 이야기되어야만 하는……을……에게.

 

 

목소리 : 아아 어째서… 어째서 모든 것에는 끝이 닥치는 것일까? 어찌하여 전해야 할 것들마저 풍상에 쓸려…….

그러나 부디 당신만은 긴 세월에 빛 바래지 않고………………………하기를.

 

아나이스 델 카릴 : …….

 

이자크 듀카스텔 : 아나벨!!

 

미레일르 : 뭐… 뭐야? 끝까지 참으로 예의없는 방문객들이로군!

코제트, 저런 무뢰배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예절 공부를 착실하게 해야 된다. 알았니?

 

코제트 : …네, 어머님.

 

 

 

 

이자크 듀카스텔 : 아나벨!!

…아나벨!! 어딨어, 아나벨!

장난 그만치고 나와!

…어디로 가버린 거야? 이 말썽쟁이 꼬마.

 

 



 

안리체 다 아노마라드 : ….

에타라면 이웨리드 에타를 말하는 건가?

 

안토니오 다 폰티나 : 이웨리드가 세상을 떠난 후, 장손 카흐린(Kahuline)이 에타 석판과 이웨리드가 번역했다는 엘트(ELT)로 옮긴 책을 당시 국왕에게 헌상했다는 이야기는 익히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워낙 암시적인 문장으로만 이루어져 있는데다 세월이 흐르는 사이 대부분 유실되고 말아서, 어딘가 있으리라는 기대로 찾아 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까?

거기다, 예전부터 이웨리드 에타 중 6번째 문서는 사라진 게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소문도 있었잖습니까? 이웨리드가 6번째 석판은 애초에 해석하지 않았다는 가설이죠.

 

안리체 다 아노마라드 : 묻는 말에만 답하면 되네. 폰티나 경.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이곳까지 나를 불러 들였단 말인가?

더이상 나는 자네의 누이, 안리체 다 폰티나가 아니네. 나는 옛날 이야기를 들으러 친정 나들이 할 만큼 한가하지 않아.

 

안토니오 다 폰티나 : 물론입니다. 제가 왕비 전하께 사뢰려는 건, 우선 에타가 실재하는 지식으로서 아노마라드에 도움이 되리라는 전제 위에 서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에타하면 흔히 이웨리드 에타를 떠올립니다만, 어디까지나 그건 번역서에 불과하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시엔(Xien)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읽을 수 없다고는 해도 아무튼 에타는 에타인 것이지요.

그간 많은 사람이 이웨리드 에타의 6번째 권을 찾아 헤맸습니다만… 만약 그 가설이 진실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정말로 이웨리드 드 롤란드가 6번째 석판은 해석한 적이 없다면 말입니다.

 

안리체 다 아노마라드 : …그래서 뭘 말하려는 건가? 만약 폰티나 경의 말대로 여섯 번째 이웨리드 에타가 없다면 탐색을 중단해야겠지.

막대한 자금을 탕진하는 꼴이 될테니 말이네.

 

안토니오 다 폰티나 : 대신.

 

안리체 다 아노마라드 : 대신?

 

안토니오 다 폰티나 : 대신 바로 그 여섯 번째 에타의 원본 일부가 어딘가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안리체 다 아노마라드 : ….

그거 흥미롭군. 하지만 해석할 수 없는 석판이야. 찾는다고 해서 쉽사리 손에 들어올 리도 없거니와 손에 넣어도 완전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할 테지.

 

안토니오 다 폰티나 : 그걸 쓴 사람이 있었으니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 않습니까? 시엔(Xien) 전승자는 맥이 끊겼다고들 말하지만, 그것도 누가 확인한 적이 있던가요? 누가 알겠습니까? 실은 어딘가에 살아 있을지.

게다가 요즘은 각지에서 기이한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몬스터가 출몰해 마을마다 결계를 쳐아할 만큼 불안정한 시기 아닙니까. 이런 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놀랍지 않겠지요.

 

안리체 다 아노마라드 : 경이 사재(私財)를 털어 지원하고 있다는 그 연구는 어떤가? 좋은 소식이라도 있는가?

 

안토니오 다 폰티나 : 랑켄 멜카르트의 연구로 몬스터 출몰 현상과, 가나폴리의 유실된 마법에 관해 알 수 있다면 그 이상 좋을 수 없겠지요. …그러나 그것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 만약 에타 원본이… 다른 누군가의 손에 들어간다면…?

대공 작위를 놓고 긍지마저 진흙탕에 묻어 버린 저 오를란느, 야만족과의 분쟁이 끊이지 않는 렘므…. 어느 쪽이든 말입니다.

혹은 당장이라도 천 갈래 만 갈래의 파벌로 동강나도 이상하지 않은 트라바체스는 어떨까요? 바보 같은 선제후와 의원들, 그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든 보나마나 별 것 아닌 사욕을 위해 기꺼이 모험을 감행할 것입니다.

아니면 저 바닷가에 줄줄이 늘어선 연방? 각자 자국의 발언력이 약해진다며 신경을 곤두세운 채 도토리 키재기나 하고 있는 그들의 손에 들어간다면….

 

안리체 다 아노마라드 : ….

 

 

안리체 다 아노마라드 : 그것이, 정녕 가나폴리의 위협적인 힘과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다면…. 그렇다면 그 힘을 손에 넣지 않는 한 을 사방에 두고 있는 우리들은 마음을 놓을 수가 없겠지.

그것이 어느 국가, 어느 개인, 어느 집단의 손에 들어간다면…. …그야말로 재앙이 되고 말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니까.

그러니 반드시 그 힘의 실체를 확인해야만 해.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들의 눈으로….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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