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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로드]]나르실리온-태양과달의노래#100

작성자エメロ-ド♡|작성시간08.07.20|조회수118 목록 댓글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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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ED5WV022.MP3

 

 

 

차갑다.

식어버린 뺨. 굳게 닫힌 채 열릴 줄 모르는 지쳐버린 눈과 입.

나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는 이 자는 대체 누구……? 바로 앞에 있는데도 시야가 흐려 잘 보이지 않아.


-이번에도 네가 죽인거야.

“!!”


그 때, 그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를 향한 증오로 가득 찬 파멸의 목소리. 나는 공포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소리쳤다.


“무슨 말이야! 내가 누구를 죽였다는 거야?!”

-네가 사랑하는 자- 네 무릎을 베고 누워있는 자.

“!!”


나는 고개를 내려 그 누군가를 바라봤다. 아까까지 시야가 흐려 잘 보이지 않았는데, 갑자기 안개가 걷힌 듯 그 누군가가 선명히 드러났다.

새하얀 피부, 그리고 그 피부를 덮고 있는 새하얀 머리카락…….


“카인……?!”


이윽고 나의 무릎을 베고 쓰러져있는 것이 카인이란 걸 깨달은 나는 놀라 그를 흔들었다. 그러나 이미 나의 주변엔 그의 피가 흥건했고 그를 잡은 나의 손에도 그의 피가 가득 묻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카인, 정신 차려요!!”



***



“아악!”

“악!!”


뭐야. 꿈이었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피로해져서 아버지 침대에 살짝 누워서 잠깐 잤었는데. 그런데 내가 일어남과 동시에 내 옆에서 자던 루이엘 역시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고, 우리는 서로를 이상하게 바라봤다.


“루이엘. 너도 혹시 꿈을 꾼 거야?”

“어, 언니도 꾸셨어요?”


루이엘도 나와 비슷한 꿈을? 그래, 루이엘도 나와 같은 사명을 갖고 있으니까! 어쩌면, 어쩌면 나처럼 꿈에서 그 아이를 자주 봤을지도!


“루이엘. 너 혹시, 꿈에서 그런 애 본 적 없어? 금발에 푸른 눈을 갖고 있는 어린 여자아이인데, 귀가 뾰족하고 오른쪽엔 흰 날개, 왼쪽엔 검은 날개를 갖고 있어. 그리고 목소리가 도저히 어린아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차갑게 갈라지고 증오로 가득 차 있어.”

“…… 언니의 꿈에서도 나왔어요? 제 꿈에선 항상 저를 증오한다고, 자신을 만들어 낸 저를 증오한다고. 아, ‘너희들’이란 단어를 쓴 걸 보아 혹시 그 너희들이란 저와 언니를 말하는 걸까요?”

“그래, 그런 것 같아. 하지만 그 아이 키메라야. 그런데 나는 키메라를 만들어낸 적이 없는데.”

“저도 마찬가지에요.”


루이엘도 항상 그런 꿈을 꿨었구나. 카인, 괜찮은 걸까? 너무 걱정 되. 물론 그는 강하니까 괜찮겠지만, 아직도 기억에 선명해, 피로 물들어 있던 그의 흰 얼굴이….

나는 너무 걱정되어 두 손을 꼭 잡은 채 눈을 감았다. 제발 그에게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나는…….


“로실리아, 루이엘! 깼구나. 슬슬 깨우려 했는데. 자아, 슬슬 내려가야지. 점심식사를 하면서 많은 귀족들을 만나봐야 하니 마음 단단히 먹고.”

“…… 네.”


그런데 그 때 아버지가 방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고 나는 개운치 않은 기분으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카인, 잘 지내고 있나요? 당신이 너무 걱정 돼. 당신은 강하니까 누가 지켜줄 필요 없이 혼자 지내니까 더 걱정 되요.’



***



“공작각하, 나오셨습니까.”

“이쪽에 앉으시지요.”


그리고 1층의 테이블들이 많은 거대한 홀로 우리가 들어서자 아까 성에 처음 왔을 때처럼 많은 귀족들이 달려와 아버지를 맞아주었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카인에 대한 걱정 때문에 불안하기만 했다. 아무튼 우리가 안내받은 자리는 다른 테이블들 보다 훨씬 화려했다. 귀족들의 서열마다 테이블이 정해져 있는 모양이다.

우리가 자리에 앉자 성의 하인들은 얼른 우리에게 다가 와 테이블에 푸짐하게 음식을 차려 주었고 아버지는 우리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오후부터 밤까지 쭉 댄스파티니, 체력을 보충해야겠지? 특히 로실리아, 네가 제일 많이 먹어 두어라.”

“네.”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무거운 마음으로 스테이크를 한 조각 썰어 입에 넣었다. 하아. 한숨만 푹푹 나온다.


“아이고, 공작각하. 안녕하셨습니까?”

“아, 엔그리나 백작. 상당히 오랜만이군.”

“부인께서도 여전히 눈부십니다.”

“호호, 별 말씀을. 엔그리나 백작께서도 여전하시군요.”


그런데 그 때 웬 금발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꽤나 반반하게 생긴 남자가 우리에게 다가왔고 그는 굉장히 싹싹하게 굴며 아버지와 어머니의 잔에 와인을 따라 주었다. 저 남자, 꽤나 반반하게 생겼지만 세뉴렌에 비해선 떨어지는걸. 게다가… 저런 ‘바람둥이’는 내 스타일이 아냐.


“당신이 그 유명한 윈더프 공작영애시로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미르카엘 엔그리나라고 합니다.”

“예? 아, 로실리아 드 윈더프라 합니다.”


나는 그가 갑작스레 나에게 말을 거는 바람에 놀랐으나 침착하게 인사했다. 그런데 미르카엘 엔그리나라면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어디서 들었더라. 아무튼 그는 내가 인사하자 엄-청 느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굉장히 아름다우시군요.”

“감사합니다.”


뭐야 이 남자. 내가 싫어하는 전형적인 타입이잖아.


“잠시 후 당신과 한 곡을 출 수 있는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이 남자, 내가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한다고 크게 착각하고 있는 거 아냐? 나는 그의 말에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그냥 적당히 얼버무렸다.


“일단 식사 좀 하고 생각할게요.”

“예. 아, 당신이 윈더프 가의 둘째 영애님이시군요. 무척 기품 있으시고 아름답습니다.”

“…… 감사해요.”


그런데 이 남자는 내가 식사를 하려 하자 이번엔 루이엘에게 접근했고 루이엘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잘은 모르지만 루이엘도 나와 비슷한 심정인 모양이다.


“엔그리나 백작, 식사는 하셨소?”

“아아, 이제 막 하려던 참입니다. 그러고 보니 여기 있을 때가 아니었군요.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네.”


나는 그 남자가 가자 그제야 가슴이 막힌 것이 뚫려 한숨을 푸욱 내쉬었고 아버지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더냐?”

“네. 제가 싫어하는 대표적인 스타일이에요.”

“흐음, 아무리 그래도 재상이 되려면 많은 사람들을 알고 또 그 사람들을 자기 사람으로 끌어 들여야 해. 특히 저 엔그리나 백작은 폐하의 사촌으로 백작이긴 하지만 꽤나 직위가 높아.”

“…… 네.”


여왕의 사촌이라고? 진짜 어디서 들어봤는데. 어디서 들었지, 어디서 들었지.


「“아차, 성에 가셨을 때 주의해야 할 인물이 한 명 있어요.”

“네?”

“미르카엘 엔그리나 백작이라고… 귀부인들이나 귀족가의 딸들, 심지어 성녀까지도 범하는 자입니다.”

“버, 범하다니요? 그런 사람이 왜 성에 있는 거죠?”

“교묘하게 증거를 남기지도 않고 세력이 약한 집안만 노리니까. 게다가 여왕폐하의 가까운 사촌이기도 합니다.”」


아!! 기억났다, 세뉴렌이 성에 갔을 때 주의하라 했던 그 사람! 그 저질 변태! 말이, 아니 생각이 심했나. 아우, 어쩐지 얼굴에 느끼함이 가득하다 했어!


“오, 프란로드 백작. 오랜만이군.”

“예, 오랜만입니다. 공작각하.”

“식사 전이겠지? 어서 앉게. 프란로드 백작의 것도 부탁하네.”



그런데 그 때 세뉴렌이 우리에게 다가왔고 아버지는 세뉴렌이 인사도 하기 전 먼저 반갑게 맞이해주며 그를 우리 테이블에 앉히더니 대기하고 있던 하인을 불러 음식을 더 가져오도록 시켰다. 이야, 굉장히 아끼시는 모양이야. 하기야, 세뉴렌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도 해.


“세뉴렌님, 오랜만이에요!”


나는 세뉴렌에게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 세뉴렌은 나에게 있어서 정말 고마운 사람이니까. 세뉴렌이 없었더라면 아버지가 나를 찾고 계시단 것도 몰랐을 거야. 아니 어쩌면 아마테라스에서 이미 죽었을지도 몰라.


“예. 굉장히 아름다우시네요.”

“가, 감사합니다.”


이 말은 아까 미르카엘에게도 들었던 건데. 확실히 같은 말이라도 사람에 따라 듣는 기분이 이렇게나 확 달라질 수 있구나.


“음, 로실리아님도 실루이스에 참가하시겠죠?”

“네? 실루이스?”


그런데 그 때 세뉴렌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물었고 나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실루이스? 그게 뭐지. 그러자 어머니는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아아, 로실리아는 모르겠구나. 댄스파티가 끝나기 전엔 항상 ‘실루이스’라는 특별 순서가 있는데, 이것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따로 신청을 하면 된단다. 쉽게 말하면 ‘마지막 댄스’인 셈이야. 가장 춤을 잘 춘 두 사람에겐 폐하께서 친히 선물을 주시지.”

“우와아, 그런 것도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어제 하루 춤을 배운 거라 잘 못할걸요.”


춤은 페릴 때에도 정말 잠깐 배운 적이 있었지. 내가 어릴 때 돌아가신 전의 어머니는 춤을 굉장히 잘 췄었는데, 어머니께선 나에게 잠깐이지만 춤을 가르쳐 줬었다. 강인한 붉은 장미를 상징하는 아버지와는 달리 어머니는 한 송이의 백합과도 같은 희고 여성스런 분이셨는데. 나는 금기의 아이였던지라 희었던 어머니를 하나도 닮지 못했다.


“페릴께선 춤을 굉장히 잘 추셨다더군요.”


그런데 나의 말에 세뉴렌은 조용히 중얼 거렸고, 나는 놀라 그를 바라봤다. 아, 그렇지! 그는 내 일기장을 봤었다고 했지! 생각해보니 내 일기장이잖아! 내 일기장을 봤단 거야?!

나는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얼굴이 화끈거림을 느꼈고, 어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로실리아야, 실루이스엔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어. 바로 함께 춤을 춘 사람과 사랑을 이루게 된단 거지.”

“에엑?!”

“그러니 윈더프 가의 장녀인 너는 파트너를 신중히 골라야 해. 알았지?”

“…… 네.”


뭐야, 정말? 아니 물론 그냥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일 뿐이겠지만 이렇게 부담 되서야 원. 이거 꼭 해야 하나.


“이베르 백작님을 찾아보십시오.”


그런데 그 때 세뉴렌이 나에게 다가와 조용히 말했고 나는 고개를 갸웃 거리며 그를 바라봤다.


“이베르 백작?”

“그 분이라면, 당신의 실루이스 상대로 가장 어울릴 겁니다.”


이베르 백작이라니. 처음 듣는 사람인데, 나와 잘 어울릴 거라고? 아니 뭐 세뉴렌이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정말 그러겠지만 대체 누굴까?


“여왕폐하께서 나오십니다-!!”


그런데 그 때, 목소리 증폭 마법으로 크게 증폭시킨 목소리가 들려왔고, 일제히 식당 안에 있던 귀족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홀의 가장 앞에 있는 높은 보좌를 향했다. 그러자 잠시 후, 꽤나 호화로운 호위를 받으며 여왕이 보좌 앞으로 걸어 나왔고 이윽고 보좌 앞으로 걸어 온 여왕은 귀족들, 즉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올해에도 이렇게 무사히 댄스파티를 진행하게 되어 무척 기쁘오. 모쪼록 오늘 만큼은 직무를 잊고 즐겨주시길 바라오. 그리고 모두에게 알릴 것이 있소. 로실리아 드 윈더프 공작 영애와 윈더프 공작께선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아무래도 목소리 확장 마법을 쓴 모양이다, 저렇게까지 목소리가 크게 울리는걸 보아. 그런데 나는 갑자기 여왕이 부르자 살짝 놀랐고 아버지는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나의 손을 잡아 다른 귀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여왕이 있는 보좌로 끌었다.

으아아, 모두가 쳐다보고 있으니 엄청 부끄럽잖아. 그래도 성녀 임명식 때는 뭔가 당당한 이유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조금…….

그리고 나와 아버지가 걸어 나가자 여왕은 사람을 시켜 흰 옥함을 가져오게끔 했고 나는 잔뜩 긴장하며 그 옥함을 바라봤다.

저거 내가 성녀 때 그 옥함과 조-금 비슷하네. 그런데 그 옥함 속에서 나온 건 다름 아닌 보석이 잔뜩 달린 화려한 브로치였는데 나는 너무 놀라 그 브로치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자 여왕은 그 브로치를 나의 손에 쥐어주더니 시선을 놀랜 눈을 하고 있는 귀족들에게 돌리며 브로치를 든 나의 손을 잡아 올렸다.


“경들도 모두 알 것이오. 로실리아 드 윈더프 공작영애는 과거 ‘로아 루베르’라는 이름으로 성녀가 되었었소. 그러나 죄를 지어 성에서 추방당했었지요. 허나 공작영애는 저에 대한 충성심으로 제가 위험에 빠지자 몸을 던져 저를 구했습니다. 이에 저는 그 충성심을 믿어 의심치 않으므로 공작영애의 죄를 모두 사해줌을 이 자리에서 선포하고, 그 증거로 이 브로치를 증정하겠습니다. 이는 대신관의 뜻이자 주신 엘리아나님의 뜻이기도 합니다. 이후, 공작영애의 과거에 대해 거론하는 자는 저와 대신관, 주신 엘리아나님에 대한 모독이라 판단하여 극형에 처할 것이니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뭐, 뭔가 엄청나게 부풀려지고 과장된 것 같지만… 이거 그래도 잘 된 거지?

여왕의 말이 끝나자 굉장히 활기찼던 댄스파티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물을 끼얹은 듯 싸해졌고 여왕은 다시 손짓을 하여 악사들에게 음악을 연주하게끔 한 뒤, 나와 아버지에게 조용히 말했다.


“이만 들어가도 좋습니다.”

“폐하의 관대하심에 크게 감격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와 아버지는 다시 자리로 걸어 들어왔다. 음악이 다시 연주되자 차가워졌던 분위기가 다시 밝게 된 느낌이다. 역시 음악이란 건 정말 신기하다니까.


“그럼 예전부터 쭉 했던 것처럼 밤 10시에 진행될 실루이스에 참가할 분들께선 성의 입구 쪽에서 신청해주십시오. 그 전까진 자신이 원하는 분과 춤을 추며 마음껏 즐기십시오!”


여왕은 이렇게 말한 뒤 다시 호위를 받으며 걸어 들어갔다. 아무래도 보좌에 앉는 것은 조금 날이 어두워진 후일까? 하긴 계속 앉아있는 건 힘들 테니까. 아무튼 여왕이 들어가자 음악은 굉장히 경쾌한 음으로 연주되기 시작했고, 갑자기 많은 남자들이 나에게 몰려왔다.


“공작영애. 부디 저에게 당신과 춤출 수 있는 영광을 주십시오.”

“아닙니다, 부디 저와 추어주십시오!”

“아, 저…….”


뭐, 뭐야 이 사람들. 나보고 뭐 어쩌라고, 한 번에 이렇게 많이 몰려오면. 나 춤도 못 추는데!!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으로 보냈으나 아버지는 다른 귀족들과 와인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겠다며 가버렸고 어머니 역시 다른 귀부인들과 수다를 떤다며 가버렸다. 결국 나는 루이엘을 바라봤으나 루이엘 역시 많은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으아아, 살려줘어-. 아, 그렇지 세뉴렌은!


“…….”


하지만 세뉴렌 역시 많은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으아, 인기가 많은 모양이네. 세레니카도 보이잖아. 아악, 어쩌지, 난 어쩜 좋지.


“공작영애, 저와 추시는 것이 첫 경험으로썬 좋을 겁니다. 후후.”


그런데 그 때 혀에 버터를 잔뜩 바른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미르카엘이 나타났음을 느껴 엄청 기분이 나빠졌다. 아버지의 말대로라면 저 자와도 인맥을 만들어야 한단 건데… 그래도 이거 첫 경험이란 말이야! 저 남자와 추고 싶진 않다고!


“아, 저, 저, 실루이스 참가 좀 하고 올게요!!”


결국 나는 대충 이렇게 얼버무린 후 남자들의 사이를 빠져나와 실루이스 참가 신청을 한다는 성문 쪽으로 달려 나왔다. 으아, 정말 적응 되지 않아. 이런 건 심장에 좋지 않다고. 성문 쪽엔 몇 쌍의 남녀들이 실루이스 참가 신청을 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 수가 예상 외로 적은 것이 이상해 참가 신청 쪽으로 걸어갔다.


“앗, 윈더프 공작영애님.”


그리고 내가 다가가자 참가 신청을 받던 사람들과 신청을 하던 사람들은 일제히 내게 고개를 숙였고 나는 뭔가 부담을 느껴 웃으며 말했다.


“아, 저, 딱딱하게 하지 않아도 좋아요. 그런데 예상 외로 참가 신청자 수가 적군요?”


나의 말에 참가 신청을 받던 남자는 쓰고 있던 안경을 살짝 잡으며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원래 지금은 사람이 적을 시간이랍니다. 보통은 서로 춤을 춰본 뒤 맞는 상대와 신청을 하러 오거든요.”

“아아, 그렇군요. 이 분들은 그럼 많이 춰본 분들이시겠네요.”


설명을 들은 나는 신청을 하고 있는 남녀들을 살짝 바라봤고 그들은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윈더프 공작영애의 실력과 견주었을 때 미흡한 실력입니다.”

“에에엑, 절대로, 절-대로 아니에요. 하하, 그럼 저는 이만.”


뭔가 내가 참가 신청에 방해를 주고 있는 느낌이다. 나는 얼른 그 자리를 빠져나와 성의 정원 쪽으로 걸어갔다. 아, 아일라나다. 나는 아일라나를 반가운 느낌이 들어 그 꽃을 바라봤다. 언제 봐도 정말 신비스런 꽃이야. 꽃잎도 보기 드문 하늘색인데다 꽃가루가 은색이라니. 페릴로즈도 꽤나 독특하지만 이 꽃도 굉장히 독특하다.

하지만 아이린의 이름이 이 꽃에서 따온 거라니. 조-금 기분이 나빠지는 걸. 그런데 이 꽃의 꽃말, 비밀스런 그림자의 여인 이라했지? 어쩌면 아이린과 딱 맞는 꽃말일지도 모르겠는데.


「“…… 이베르 백작님을 찾아보십시오.”」

「“그 분이라면, 당신의 실루이스 상대로 가장 어울릴 겁니다.”」


이베르 백작이라, 대체 누구지? 정말 처음 들어보는 사람인데. 이베르라. 아버지에게 물어볼 걸 그랬나. 아, 그러고 보니 아리스는 자신의 육체와 잘 만났을까?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훌쩍 떠나버렸는데 심하게 찔린다. 내가 이곳에 정착해버리는 바람에 떠나버린 거야. 내가 계속 찾아줬어야 했는데… 미안해요, 아리스. 설마 중간에 라곤에게 잡혀버리거나 하진 않았겠지…….


“어머, 윈더프 공작영애님.”

“앗, 안녕하세요, 카멜라 공작부인!”


그런데 그 때 나는 꽤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려 얼른 그 목소리의 주인공에게 인사했다. 그러자 검붉은 색의 무척이나 아름다운 기품을 가진 카멜라 공작부인, 아란 이스크라 역시 나에게 밝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맞아, 장차 아버지의 자리에 물려받으려면 이런 귀족들과도 많이 어울려야 할 거야. 그래, 카멜라 공작부인과 친해지자. 아니, 꼭 ‘일’ 뿐만 아니라 정말 친해지고 싶어. 무척이나 좋은 사람 같아.


“놀랐어요. 명예기사이신 줄 알았는데 윈더프 공작영애셨다니. 저의 대접이 너무 소홀했던 점 용서해주세요.”

“에엑, 별말씀을요. 정말 잘 먹었는걸요. 다음엔 저희 집에 초대할게요.”


‘벌써부터 초대한단 말을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건진 모르겠습니다만.’


“윈더프 공작각하의 저택에요? 기대되네요, 영광입니다.”

“우움. 아, 부인께서도 실루이스에 참가하시나요?”

“예. 나이가 더 들면 참가하기도 힘들어지니 그 전에 참가해야지요.”


하긴 나이가 들면 춤을 추기가 꽤나 힘들어 질 거야. 게다가 카멜라 공작부인은 아직 아이도 낳지 않았으니까 훨씬 수월하겠지. 이거, 왠지 강적을 만난 느낌인데.


“왠지 부인께선 춤을 굉장히 잘 추실 것 같아요. 저도 실루이스에 참가하라는데 누구와 나갈지 모르겠네요.”

“음 폰 드리엘 가의 공자께선 너무 어리시고 저희 쪽에는 아직 자녀가 없고. 디가르트 공작가의 공자께서 영애와 비슷한 나이이실 거 에요.”

“으으음.”


디가르트 공작가도 4대 공작 중 한명이었지. 아직 만나보지도 못했네. 어떻게 생겼을까. 아무튼 씁쓸하다.


“아!! 저기, 혹시 이베르 백작이 누구신지 아시나요?”

“이베르 백작?”


그런데 그 때, 나는 아차하는 생각에 얼른 카멜라 공작부인에게 물었고 그녀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눈을 크게 떴다.


“기억났어요! 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분인데. 그 분은 왜요?”

“예? 아, 아 그냥이요.”


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니. 정보가 그것뿐인가. 이거야 원 알카디온과 비슷하잖아. 아? 설마 알카디온은 아니겠지? 설마??


“흰 머리카락을 가지신, 매우 차가운 분이세요.”

“!!”


뭐, 뭐야 알카디온도 흰 머리카락에 매우 차가운 사람인데? 아니, 아니 계약악마인데?! 설마, 설마 진짜 알카디온?


“호, 혹시 이베르 백작님도 이번에 오셨나요?”

“예? 아마도 오셨을 거 에요. 이건 귀족들의 필수 행사니까.”

“그럼 저 잠시 실례할게요! 감사했어요, 부인!”

“예,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대화해요.”


나는 카멜라 공작부인에게 인사 후, 조심스레 성 안으로 들어왔다. 괜히 대놓고 들어왔다간 또 남자들이 춤을 추자고 몰려들 수도 있으니까 안 들키도록 숨어서 들어가야겠다. 다른 남자들과는 꾹 참고 출 수 있지만 미르카엘, 그 사람과는 절.대. 사절이라고!!


“로실리아님.”

“힉!!”


그런데 그 때, 나는 누가 내 뒤에서 살짝 치는 바람에 너무 놀라 뒤를 돌아봤다.


“엑, 세뉴렌님. 아까 여자 분들에게 둘러싸여 계시던데…??”

“아아 도망쳤죠. 그러는 로실리아님이야 말로 남자 분들에게 둘러싸여 계시던데.”

“헤헤, 저도 도망쳤죠. 저, 세뉴렌님 이베르 백작님이 누군가요? 아니, 이곳에 오셨나요?”


나의 물음에 세뉴렌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분은 저쪽에서 와인을 드시고 계시던걸요. 얼른 가 보세요.”

“감사합니다!”


나는 세뉴렌에게 인사한 뒤 얼른, 그리고 조심스레 와인이 있는 테이블을 찾아다녔다. 아니, 와인이 놓여 있는 테이블이야 많지만 흰 머리카락에 차가운 인상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그 때, 엄-청 듣기 싫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이런 공작영애, 어디에 다녀오셨습니까? 한참을 기다렸답니다.”

“헉, 에, 엔그리나 백작님.”


아악, 왜 하필이면 또 이 사람이야!!


“자, 한 잔 받으시지요.”

“……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 남자는 내가 자신을 싫어한단 걸 전혀 눈치를 못 챘는지 느끼하게 웃으며 나에게 와인을 한 잔 따라주었고 나는 왠지 와인에서 버터냄새가 나는 것 같아 마시기 싫었지만 억지로 눈을 꼭 감고 한 모금 마시려 했다.


[쨍그랑-]


“윽!”


그리고 와인이 나의 입에 닿기 전, 나의 뒤에 서 있던 누군가가 나를 건드리는 바람에 나는 와인을 확 엎지름과 동시에 긴 드레스 자락이 구두에 밟혀 앞으로 넘어졌다. 아니, 넘어질 뻔했다.


“세, 세상에, 죄, 죄송합니다!!”

“허억, 너 어쩔 거야, 윈더프 공작영애시잖아!!”

“어떡해…!!”

“괜찮아요.”


그들이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자 나는 한숨을 푸욱 내쉬며 말한 뒤 내가 넘어지지 않도록 잡아 준 자에게 감사하기 위해 고개를 올렸다. 이 남자, 키가 꽤 크니까.


“엥?”


그런데 그 남자를 본 나는 놀라 입을 크게 벌렸다. 야, 양복을 입고 있는데. 넥타이도 하고 있는데. 그, 그 이 남자, 이 남자……!!


“…… 괜찮으십니까.”


눈부시게 흰 머리카락을 한 갈래로 단정하게 묶고, 깊고도 얼어있는 보라색 눈을 갖고 있는 이 남자… 카인?!


“이베르 백작, 공작영애께 이 무슨 무례요!!”


그런데 그 때 미르카엘이 카인에게 소리쳤고 나는 카인이 뭐라 답하기도 전에 미르카엘에게 당당히 말했다.


“제가 넘어지는 걸 막아줬는데 왜 뭐라고 하는 거죠? 감사합니다, 이베르 백작님.”


그리고 나는 그에게 반론을 주지 않기 위해 말을 마치자마자 카인에게 말했고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뒤 가려고 했다. 그러나 나는 그를 홱 붙잡았고, 나를 놀란 눈으로 보는 그에게 웃으며 말했다.


“저와 한 곡 추시겠어요?”

 

 

 

 

 

 

 

 

이번화는 쪼금 길었습니다 ㅇㅅㅇ

100회특집?!<막이래

위에 단편도 재밌게 봐주시길 바랄게요 ㅠ....

(100회 특집이라 썼으면서도 허접한거 머리숙여 사과....굽신굽신)

더운데 냉방병조심하세요~~~(저는 고생하고있답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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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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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트라]딸기밀크o | 작성시간 08.07.22 와 이번편도 잘봤어요 >_ < !! 에메로드씨 100화 축하드리고 다음편도 기대하꺠요 ~!!
  • 답댓글 작성자エメロ-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7.22 매번 감사합니다>_<!!![어째 식당주인말투..]
  • 답댓글 작성자J.Roa | 작성시간 08.07.23 100화 기념 이벤트는 아직도 시행되지 않았답니다. 그냥 8월 1일에... [씨익]
  • 작성자로벨리안 | 작성시간 08.07.24 100화 축화드려요 !! 에메로도 언니@@ [<- 그만해라..] 본인의 귀차니즘과 인터넷이 안되는 관계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겠군요... [테러랄까? 으흠흠..] 아무튼 건필!
  • 답댓글 작성자エメロ-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7.24 ㅇㅅㅇ!!!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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