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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로드]]나르실리온 외전 - 잃어버린 기억의 꽃

작성자エメロ-ド♡|작성시간08.07.20|조회수151 목록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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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08[1].김유경-空無愛天(Piano).mp3

 

 

“알고 있어? 남오미자꽃의 꽃말 말이야.”

“에? 남오미자꽃? 그게 뭐야? 꽃 이름 되-게 이상하다.”


내 이름은 로아 루베르. 성에서 마차로 2-3일 거리의 농촌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14세의 소녀이다. 내 앞에서 나에게 말을 걸고 있는 이 에메랄드 머리카락의 소녀는 레아. 나와 나이가 같은 이 소녀는 옛날부터 친하게 지내온 소꿉친구이다.

레아는 내가 정령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부모님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믿어주는 고마운 친구다. 그녀는 조제사인 어머니를 두어 옛날부터 조제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는데 그 때문에 나는 레아와 함께 항상 뒷산에서 약초를 캐곤 했다.

이번에도 레아가 무언가 꽃을 하나 찾아낸 모양이다. 하지만 남오미자꽃이라. 이름이 뭔가 촌스럽잖아.

나는 레아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그 자그마한 꽃을 바라봤다.

이름은 굉장히 촌스러운데 뭐랄까, 생김새는 굉장히 앙증맞고 귀엽다. 매우 수수해 보이는 흰 꽃잎. 하지만 내부는 산딸기처럼 붉은 열매 같은 것이 달려있다. 평소 산딸기를 꽤나 좋아하던 나는 그 꽃을 보고는 한눈에 반해 눈을 반짝였다.


“이름치곤 엄청 귀엽게 생겼네.”

“그렇지? 이 꽃의 꽃말은 ‘재회’래.”

“재회?”

“응, 꼭 재회할 거라는 확신을 상징한데.”

“헤에-.”


이 자그마한 꽃에 그런 꽃말이 있단 거지.

나는 마음에 든 그 꽃이 더욱 더 마음에 들었다. 재회란 거 무척이나 매력적인 단어라고 생각하니까. 이별이라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단어를 견뎌낼 수 있게 해 주는 유일한 단어일지도.

나는 그날 이후로 항상 이곳으로 와 남오미자꽃을 바라봤다. 이슬이 젖어 촉촉한 모습도 무척이나 앙증맞고 귀엽다. 레아가 가끔가다 아침에 깨워 뒷산에 가자 할 때마다 정말 귀찮았었는데 이렇게 내가 직접 원해 꽃을 보러 오게 될 줄은 몰랐네.


“…… 어?”


그리고 나는 남오미자꽃의 옆에서 웃고 떠드는 허공의 바람의 정령들을-다른 사람들은 이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나 역시 보고자 하는 의지가 없으면 볼 수 없다- 바라보던 중, 갑자기 바람의 정령들이 나의 뒤를 보며 눈을 크게 뜨자 뭔가 이상함을 느껴 뒤를 돌아봤다.


[크릉….]


“!!”


늑대?! 뭐, 뭐야, 뒷산에 이런 거 없는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게 왜 여기 있는 거야!!

나는 너무 놀라 다리가 굳어 움직이지 않아 그대로 주저앉은 채 덜덜 떨며 뒤로 몸을 밀었다. 그러자 늑대는 매서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사냥감을 노리듯 천천히,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고 나는 너무 무서워 눈물이 흐르는 것을 닦지 못하고 덜덜 떨기만 하고 있었다.


‘어떡해!! 싫어, 죽는 거 싫다고……!! 엄마, 아빠!!’


“저, 저리가…!!”


[크와앙!!]


“꺄아악!!”


늑대가 나의 외침을 들어줄 리는 없었다. 그리고 나는 늑대가 나에게 달려들자 무서워 소리 지르며 얼굴을 가렸다.


“……?”


늑대가 달려든 지 꽤 지났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나는 뭔가 이상함을 느껴 조심스레 손을 살짝 내려 늑대를 봤다.


“히익?”


그런데 늑대는 나를 덮치려는 자세 그대로 꽁꽁 얼어있었고 나는 너무 놀라 소리를 지르며 몸을 뒤로 뺐다. 이,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얼어버리다니? 이거 설마 마법?


[파앗-]


그리고 그 때, 꽁꽁 얼어있던 늑대는 순식간에 빛과 함께 사라져버렸고 나는 ‘마법’이란 것을 처음 봐 놀란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처음은 아니다. 예전에 레아의 어머니가 회복마법을 사용하는 걸 본 적이 있으니까. 하지만 이런 공격형 마법은 처음 본다. 설마 늑대를 소멸시킨 건가? 우리 마을에 이 정도의 마법을 사용할 만한 사람은 없는데?


“…….”


그런데 그 빛기둥 뒤에 서 있는 건, 차가운 흑발에 차분한 검은 눈동자를 가진, 복면을 쓴 남자였다. 긴 흑발을 흘러내릴 듯 말듯 묶은 그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나는 그에게 감사인사를 해야 하는 것도 잊고 그가 무서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벌벌 떨고만 있었다. 그러자 그는 나를 힐끔 보더니 곧 아무런 말없이 나에게 다가왔고, 나는 늑대가 덮칠 때처럼 무서워 눈을 꼭 감았다. 너무나도 검은 그가 두렵고 무섭다…….


[파앗]


“……?”


그런데 그 때 나는 무릎이 시원해짐을 느껴 살짝 눈을 떴다.

어느새 다가온 그가 나의 무릎 쪽에 손을 올리고 푸르스름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는데 그 빛의 느낌은 예전 레아의 어머니가 사용했던 회복마법과 거의 비슷했다. 나도 예전에 레아와 놀다가 넘어져 무릎이 까져서 레아의 어머니가 치유해준 적이 있으니까. 그러고 보니 나, 어느새 무릎이 긁혀서 피가 좀 나고 있었네? 그렇다면 이 남자는 나를 치료해주려고…….


“…….”

“아, 저기, 잠시 만요!”


그리고 치료가 끝나자 그는 빛을 거두며 말없이 일어나 가려고 했고 잠시 멍해졌던 나는 그가 일어나자 정신이 번쩍 들어 얼른 그를 붙잡았다. 그러자 그는 차갑게 얼어버린 듯한 검은 눈으로 나를 바라봤고 나는 그 눈빛이 무서웠으나 용기를 내어 조심스레 말했다.


“저기,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성함이라도…….”

“그런 것 없습니다. 큭.”


차가운 목소리. 이름이 없다고? 그럴 리가 없잖아, 이름이란 건 누구에게나 있는 건데….

그런데 나는 그가 살짝 눈을 감자 놀라 무슨 일인지 물으려다 그의 팔을 잡고 있는 나의 손에 피가 흥건히 묻어있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아?!”


이 남자의 팔에 상처가 있었는데 내가 그걸 잡은 모양이다.


“죄, 죄송해요. 잠시 만요!”


나는 레아의 어머니가 하던 대로 그의 상처에서 나오는 피를 지압하기 위해 우선 평소에 들고 다니던 손수건을 그 남자의 팔에 꽉 감아 주었고 그는 고통스러운 듯 눈을 살짝 감았다. 엄마가 여자는 항상 그런 걸 들고 다녀야 한 대서 그냥 들고 다녔던 건데 이렇게 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자, 여기서 내가 치료마법을 사용해 준다면 더없이 좋을 텐데 아쉽게도 나는 치료마법을 사용할 줄 모르니까. 나는 괜히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죄송해요. 마법을 쓸 줄 몰라서 이렇게까지 밖에 못해드리네요.”

“…… 감사합니다.”


아. 그가 살짝 웃었다?

나는 남자가 보일 듯 말듯, 살짝 미소를 짓자 나 역시 기분이 좋아져 배시시 웃었고 그런 나를 본 그 역시 살짝 미소를 지었다. 복면을 써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아무튼 이 남자, 무척이나 차가워 무서워 보이지만, 나쁜 사람 같진 않아.



***



“아까 그거, 늑대를 얼려 버린 거, 마법이죠?”


나는 이 남자와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은 꽤나 전망이 좋으니까. 나의 말에 남자는 쓸쓸한, 매우 그리운 듯한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우리 마을을 내려다보며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겠네요. 저도 그런 마법 좀 사용할 수 있었다면.”

“…….”


뭔가 멋질 것 같아. 마법을 사용하는 것! 나에게 마력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자유자재로 마법을 사용하여 누군가를 치유한다거나, 위험할 때 나 자신을 보호한다거나 하는 것. 상상만 해도 무척 멋진 일이다.

하지만 그는 나의 들뜬 질문에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마치 자신은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듯. 왜? 강하다는 거 좋은 거 아닌가? 내가 이 남자처럼 강했더라면 아까 늑대가 나타났어도 순식간에 이길 수 있었을 거 아냐.


“으음,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으니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애매하네요. 아무튼, 그럼 제 이름도 비밀이에요! 다음에 당신의 이름을 가르쳐줄 때, 저의 이름도 가르쳐 줄게요.”


나는 분위기가 매우 어색해지자 무슨 말을 할 지 몰라 그냥 밝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고 그는 가만히 나를 돌아보며 천천히 물었다.


“당신은… 당신의 이름이 소중합니까.”

“그럼요!”

“어째서입니까.”


이름이 왜 소중하냐고? 글쎄, 잘 모르겠는데. 너무나도 당연하다 생각해왔던 거니까. 한참을 생각하던 난 결국 그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너무 당연한 거라 생각해 딱히 따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자기의 가족을 사랑하는 데 이유가 없는 것처럼, 자신의 이름을 소중히 하는 데에도 딱히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당연한 거라…….”


나의 말에 그는 무언가를 생각하듯 시선을 다시 마을 쪽으로 돌렸고 나는 너무나도 쓸쓸한 그의 눈빛을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저기… 당신은 가족이 없나요?”

“!”


차갑게 초점 없이 얼어버렸던 그의 눈빛이 한순간이지만 잔잔한 물결의 파동처럼 흔들렸다. 그렇구나. 이 사람은 가족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이름의 소중함도, 가족의 소중함도… 모두 잊어버린 걸지도 몰라.


“그러면 음, 친구라 하기엔 나이차이가 좀 있어 보이니 ‘오빠동생’ 어때요?”


적어도 나랑 이 사람, 네 살 정도 차이 나 보이는 걸.

갑작스런 나의 말에 그는 놀랐는지 눈을 살짝 크게 뜨며 나를 바라봤다.


“……?”

“그러니까 제가 당신에게 오빠라 부르고 당신은 저를 동생처럼 대하면 되요.”

“저에게 그럴 자격 따윈…….”

“쉬잇- 동생에게 존댓말 쓰는 오빠가 어디 있어요!”


나는 그가 또 뭐라 하려하자 손가락을 살짝 그의 입에 대어 그의 말을 막았고 그는 살짝 당황한 듯 보였으나 곧 어쩔 수 없다는 듯 풉 웃었다. 그러자 나는 그런 그의 웃음을 보자 기분이 좋아졌으나 일부로 입을 삐쭉 내밀었다.


“뭐야- 왜 비웃어!”

“…… 재미있는 아이구나. 내가 누군 줄 안다면 당장이라도 도망갈 텐데.”


아아, 말을 놨다! 그렇다는 거, 오빠동생으로 지내는 거 찬성한단 거지? 그의 말에 나는 밝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 거 상관없잖아, 오빠는 좋은 사람이니까.”

“…….”

“정말이야. 아.”


그런데 살짝 땅을 짚던 나는 옆에 피어 있는 남오미자꽃을 발견했고 내가 그 꽃을 내려다보자 그 역시 남오미자꽃을 바라봤다. 그러자 나는 몸을 낮춰 꽃을 보며 말했다.


“작은 꽃이지만 뭔가 생명이 느껴지지 않아?”

“생명……?”

“응. 이렇게 작은 꽃이지만, 이렇게 높은 산이지만, 열심히 살아가고 있잖아. 겉으로만 보면 혼자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 꽃은 혼자가 아니니까 더욱 열심히 살고 있는 걸지도 몰라. 이 꽃의 주위엔 바람의 정령들과 작은 풀들도, 심지어 작은 돌멩이들도 있잖아.”

“…….”


나의 말에 그는 아까에 비해 많이 따뜻해 진 눈빛으로, 아니, 오히려 부럽다는 눈빛으로 남오미자꽃을 바라봤고 나는 가만히 남오미자꽃의 흰 꽃잎을 톡 치며 그를 바라봤다.


“친구에게 들은 건데 이 꽃의 이름은 남오미자꽃. 이름은 굉장히 촌스럽지만 꽃말은 ‘재회’래. 재회는 ‘이별’이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슬플지도 모르는 단어를 이기는 유일한 단어일지도 몰라. 오빠도… 만약 소중한 누구와 떨어졌다면 꼭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 별로 안 믿기는데.”

“어어! 못 믿는단 거지! 그럼 봐!”


나는 그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꽃이 다치지 않도록 살-짝 두 손으로 부여잡은 채 눈을 감으며 말했다.


“자애로우신 주신 엘리아나님. 오빠가 소중한 사람과 이별한다면 꼭 다시 재회할 수 있게 해 주세요!”

“…….”

“자, 됐지? 꼭 이루어 질 거야!”


짤막한 기도를 마친 내가 눈을 뜨며 밝게 미소를 짓자 그는 잠시, 알 수 없는, 그리움이 가득 묻어 있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자신 역시 다가와 꽃을 살짝 부여잡고 있는 나의 손을 살짝 감싸며 기도하듯 눈을 감았고 나는 그 모습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왜, 왜지. 왜 가슴이 이렇게 두근거리는 거야……! 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이거 단지 기도하느라… 내가 꽃에 손을 대고 있으니까 그냥 내 손 위에 손을 올린 것뿐이라고. 진정해, 로아 루베르!’


내가 속으로 이러는 것도 모르고 잠시 짤막한 기도를 마친 그는 가만히 피곤한 듯 스르르 눈을 떴고 나는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키며 그에게 말했다.


“오빠, 피곤해?”

“…… 조금.”

“잠을 못 잤구나? 자자, 누워! 여기서 자면 엄-청 시원하고 기분이 좋아.”

“그럴까.”


나는 그를 남오미자꽃 옆에 살짝 눕혀 주었다. 그러자 그는 정말 피곤한 듯 순순히 누워 피곤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봤고 나는 남오미자꽃을 사이에 두고 그의 옆에 누워 나 역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넌지시 물었다.


“아까 기도한 거지?”

“…… 응, 아마도.”

“무슨 소원 빌었는지 물어보면 안 가르쳐 줄 거지?”

“응.”

“에엑! 나빴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네!”


나는 그가 바로 대꾸하자 몸을 살짝 옆으로 틀어 그를 보며 삐진 듯 소리쳤고 그는 고개를 살짝 돌려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럼 네 소원도 비밀로 하면 되잖아.”

“에이, 그래도 소원은 여러 사람이 같이 빌어주면 더 잘 이루어질 수도 있잖아.”

“…… 그런가. 그럼, 네가 내 소원도… 같이 빌어줄래?”

“오, 뭔데, 뭔데?”


그의 소원. 그의 차갑고도 쓸쓸한 눈빛에 가득 묻어있는 그 소원. 대체 무엇일까.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를 바라봤고 그는 다시 시선을 하늘로 옮기며 중얼거렸다.


“비밀.”

“에엑! 날 속였어, 속였어!”

“…… 쿡.”

“엇, 오빠가 웃었다.”


그의 말에 내가 항의하듯 소리치자 그는 그제야 보일 정도로 웃었고 나는 어느새 토라졌던 마음이 풀어져 밝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나의 말에 그는 눈을 살짝 크게 떠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웃었다는 사실이 신기한 건가? 하지만 웃음이 없는 거, 그거 정말 슬픈 일 일 텐데. 나는 가만히 일어나 그의 머리 쪽으로 다가가 앉았고 그는 나를 올려다봤다.


“……?”

“아까 내가 재회에 관해 기도하자 오빠도 기도했었지? 그렇다면 재회에 관련된 소원이겠네. 그럼 이건 어때!”

“무, 무슨 짓을…….”


그리고 이렇게 말을 한 내가 손으로 그의 양쪽 눈을 휙 가리자 그는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고 나는 그를 일으켜 세우며 나를 똑바로 볼 수 있게끔 얼굴을 나의 앞에 향하게 한 뒤 손을 내리며 밝게 미소를 지었다.


“짠- 오빠와 동생이 만난 날이야! 헤헷.”

“…… 쿡, 뭐야. 이건 재회가 아니라 그냥 만남이잖아.”

“그런가? 아, 아냐! 이것도 만나는 건 만나는 거잖아!”


나는 그가 웃으며 말하자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 나도 웃으며 소리쳤고 그는 계속 웃었다. 뭘까, 이 기분은. 레아와 항상 웃으며 말할 때와 기분이 전혀 달라. 너무나도 행복하고, 정말 기뻐.


“그런데 오빠, 정말 이름 안 가르쳐 줄 거야?”

“…… 음.”


그리고 한참을 웃은 뒤 나는 너무 웃어 어느새 살짝 새어나온 눈물을 살짝 훔쳐내며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곧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은 이만 가 봐야 하니까 내일 모레, 다시 이곳에 왔을 때 말해 줄게. 그때… 네 이름도 말해줄래?”

“와아! 응, 응! 그럼 그땐 그 복면도 벗어야 해! 내 얼굴만 일방적으로 아는 건 치사하잖아.”


그의 이름을 알 수 있다니. 나는 기분이 좋아져 또 다른 것을 요구하며 밝게 웃었다. 그러자 그는 고개를 한번 끄덕인 뒤 가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는 나 역시 얼른 일어나 그에게 말했다.


“꼭이다? 꼭 오는 거야, 지금 이 시간에, 남오미자꽃이 피어있는 이곳으로! 나 기다릴 거야!”

“…… 그래. 반드시 올게. 이것도 돌려줘야 하니까.”


아, 그렇지. 내가 그의 팔에 손수건을 메어 주었으니까. 그는 반드시 올 거야. 나는 저 멀리 가는 그의 뒷모습만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내일 모레면 이름을, 그리고 얼굴을 알 수 있게 된단 거지? 나, 계속 기다릴 거야. 그러니까… 꼭 와줘.



***



“로아야, 집에 있어?”

“아, 레아!”


그리고 다음 날, 밭에 나가 있는 부모님에게 식사를 가져다 준 뒤 쉬고 있는 찰나 레아가 우리 집에 찾아왔고 나는 사과를 깎아 식탁에 올려둔 뒤 레아와 그것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새 통 보기 힘들더라! 혼자 산에 간 거야?”

“아? 응, 남오미자꽃이 마음에 들어서 보러 갔었어.”

“헤에, 역시 딸기를 좋아하는 로아라면 그럴 줄 알았어.”

“근데 레아야, 나… 나 거기서 어떤 남자를 만났거든?”

“에?”


나의 말에 레아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고 나는 누가 들을 새라 레아에게 고개를 가까이하며 조용히 속닥이듯 말했다.


“이름은 안 가르쳐줘서 모르는데 내일 가르쳐 주기로 했어.”

“허억, 정말이야? 어떻게 생겼는데? 어쩌다 만난 거야?”

“뒷산에서 늑대가 덮치려는 걸 구해줬어. 아, 어른들에게 뒷산에 늑대가 나온 걸 말해야 하는데 까먹고 있었네. 아무튼 검은 복면을 쓴,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을 가진 남자인데 우리보다 네 살? 정도 더 많아 보였어. 어른은 아닌 듯 했으니.”

“와아, 연상이잖아! 로아, 너 제법인데?”


나의 말을 들은 레아는 내 어깨를 살짝 치며 웃었고 나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저었다.


“엥, 아냐, 그런 거.”

“뭐가 아니야, 얼굴에 다 쓰여 있구먼!”

“히익!”


나는 레아의 말에 얼굴이 더욱 화끈거려 고개를 휙 돌렸고 레아는 그런 나를 짓궂게 놀렸다. 그러자 나는 겉으론 계속해서 손을 내젓고 있었으나 속으론 내 마음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있었다.


‘너는 진짜… 그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


하지만 나의 마음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한참 놀리던 레아는 사과를 한 개 집어 먹으며 말했다.


“그런데 그렇게 강해 보이는 마법을 사용할 정도의 남자라면 평범한 사람은 아닐 텐데. 마법사야?”

“응? 마법사 같진 않았어. 오히려 검사라고 했으면 믿을 정도의 차림새였는걸. 처음엔 온통 검은색이라 얼마나 무서웠는데. 피부만 굉장히 하얗고.”

“헤에, 검은 눈과 머리, 피부는 새하얗다고? 은근히 내 취향이잖아. 로아, 너 정말 아무런 흑심도 없는 거라면- 내가 그 약속장소 나가서 확 낚아 챌 거다?”

“웨, 웬 흑심! 그, 그리고 낚아 챌 거라니!”

“꺄하하, 얘 발끈하는 것 좀 봐.”

“이이익!”


레아, 나 놀리는 거에 재미 들렸나 보네! 나는 레아에게 뭐라 하고 싶었으나 나의 마음이 나의 질문에 대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대답해 봐. 나는… 그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 진짜?



***



그리고 그 다음 날, 나는 약속시간이 되기 한참 전부터 그곳으로 달려갔다. 남오미자꽃이 오늘따라 더 아름답고 수줍게 보인다. 이 꽃도…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벌써 올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무척 벅차고 설렌다. 정말로 올까? 나 같은 건 벌써 잊어버린 게 아닐까?


[저벅저벅]


“오빠 왔어? 엇.”


그런데 잠시 후 나는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져 반갑게 소리치며 뒤를 돌아봤다. 그러나 나의 앞에 서 있는 건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고 나는 짧게나마 기대한 나 자신을 질책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벌써 올 리가 없잖아. 아직 약속시간이 좀 남았는걸.


“카인 블랙과 접촉했던 여자가 너인가?”

“……?”


카인 블랙? 그건 누구지……?

나는 나의 앞에 서 있는 갈색 머리 남자의 물음에 고개를 살짝 갸웃 거렸고 그는 갑자기 품에서 날이 시퍼렇게 선 칼을 뽑으며 사악한, 너무나도 무서운 미소를 지었다.


“뭐, 누구든 상관없지.”

“무, 무슨 짓이에요!!”


나는 그 남자에게서 굉장히 무서운 느낌을 받아 몸이 굳어 말을 더듬거리며 소리쳤고 그 남자는 내 대답 따윈 필요 없다는 듯 나에게 달려들었다.


“꺄아악!!”


나는 냅다 달렸다. 뒤에서 그 남자가 따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어떡해, 어떡해! 오빠, 도와줘……!!’


“!!”


그리고 꽤 달리던 나는 숨이 차 헐떡이며 멈춰 섰다. 아니,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이 앞이 절벽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경악으로 눈을 크게 뜨며 뒤를 돌아보자 나를 따라온 남자는 숨을 헐떡이며 짜증난다는 듯 침을 뱉으며 말했다.


“젠장, 시골 촌년이라 걸음 하난 잽싸구먼. 하지만 여기서 끝이다.”

“시, 싫어, 다가오지 마!!”


나는 남자가 천천히 다가오자 계속해서 뒷걸음질 치던 중 절벽 끝에 다다르자 멈춰 섰고 그는 햇빛에 반짝이는 검을 들며 웃었다.


“자아, 지옥에 가서 실컷 울라고! 크핫핫!”

“!!”


싫어,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아!! 난 더 살고 싶단 말이야, 더 살아서 그 남자도 다시 만나고 또 부모님께 효도도 해야 한단 말이야!!

나는 남자가 검을 내리치기도 전, 뒤를 돌아 얼굴을 가리며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


“아, 아닛?!”


‘오빠, 기다리지 못해서 미안해. 나, 기다리려고 했는데…….’



***



“로아야, 로아야!! 정신 좀 차려 봐!!”

“로아, 우리 로아는 괜찮은 겁니까!!”


아우성 거리는 소리. 나는 주변이 시끄러워 눈을 살짝 떴다. 그러자 부모님과 레아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눈을 크게 떴다. 왜지, 왜 모두 울고 있던 거지.


“아야….”

“로아야!!”

“쉬어, 몸 절대 일으키려 하지 마!!”


그런데 몸을 일으키려던 나는 머리를 포함해 몸 전체가 너무 아파 신음소리를 내었고 엄마는 나를 다시 편하게 눕혀주며 소리쳤다. 그러자 레아의 어머니는 나를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어. 하지만 당분간 일어나는 건 무리야. 대체 어쩌다가 절벽에서 굴러 떨어진 거야?”

“…… 절벽?”

“응?”


나의 말에 모두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제일 황당한 사람은 나다. 절벽이라니? 내가 그런 곳에 갔던가. 내가 영문을 알 수 없단 표정을 짓자 레아는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나의 귀에 조용히 속닥였다.


“로, 로아야. 네가 어제 그 남자를 만나러 간 댔잖아.”

“그 남자라니. 누구?”


점점 모를 레아의 말에 나는 고개를 살짝 갸웃 거리려다 머리가 아파 그냥 입만 움직였다. 그런데 나의 대답을 들은 레아는 뒤를 돌아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로아가 이상해요.”

“절벽에서 떨어지면서 머리를 다친 거야…. 부분 기억 상실증일지도 모르겠다.”

“부분 기억 상실증?”

“그래. 어제랑 그저께 있었던 일이 기억나니?”

“…….”


레아의 어머니의 물음에 나는 머리가 아픈 걸 꾹 참고 어제와 그저께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뭐야… 온통 백지야. 분명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무슨 일이 있었지? 그리고 나는 왜 이렇게 다친 거지? 내가 다친 건 어제와 그저께 일과 관련이 있는 건가? 레아가 말하던 그 남자는 대체 누구고……. 가슴이 너무 답답해, 머리가 아파.


“으윽.”

“무리하지 마렴. 부분 기억 상실이라면 언젠간 기억이 돌아올 수도 있으니까. 일단은 치료에만 전념하렴.”

“…… 네.”


레아의 어머니의 말에 나는 가만히 천장을 바라봤다.

가슴이 답답하다.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 누구를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레아가 말했던 그 남자? 하지만 그 남자에 대해선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 걸. 답답해. 무언가 엄청 중요한 걸 잃어버린 듯한 찝찝한 기분이야…….



***



“처리했습니다, 라곤님.”

“수고했다.”


호화로운 장식으로 가득한 방.

테이블에 느긋이 앉아 책을 읽고 있던 검은 머리카락의 남자, 라곤은 부하인 듯한 갈색머리의 남자의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 있어서 한낱 소녀의 목숨 따윈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전혀 상관없는 하찮은 것이었으니까.


[쾅-]


“흐응, 카인인가.”


그런데 잠시 후 닫혀있던 방의 문이 거칠게 열렸고 라곤은 읽고 있던 책을 덮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그 문 쪽을 바라봤다.


“왜 그 소녀를 죽인 겁니까!!”


그리고 문이 열리고 들어온 검은 머리카락의 열여덟 남짓 되어 보이는 남자, 카인은 차가운 분노로 가득 찬 검은 눈으로 매섭게 라곤을 바라보며 소리쳤고 그는 픽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오, 천하의 암살자 ‘데스’께서 겨우 그깟 일로 나에게 화를 내고 있는 건가?”

“그깟 일이라니…. 그것 때문에 저에게 갑작스레 임무를 주신 겁니까! 대체 왜!! 그 소녀는 당신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지 않습니까! 대체 왜 죽인 겁니까!!”


자신을 위협적으로 노려보는 카인의 물음에 라곤은 턱을 쓰다듬으며 비열한- 너무나도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헛된 망상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헛된… 망상?”

“그렇다. 너는 나와 계약한 계약악마란 사실을 잊은 건가?”


라곤의 말이 끝나자 카인은 검은 기운에 몸이 옥죄여 힘없이 자리에 주저앉았고 라곤은 품에서 짧은, 매우 날카로운 단검을 꺼내 너무나도 태연히 그것을 카인의 어깨에 찔러 넣었다.


“크흑!”

“명심해라. 너는 결코 이 세계에서 나갈 수 없다. 그 목숨이 끊어지지 않는 한……. 넌 똑똑하니 알아듣겠지? 처음이자 마지막 경고다.”



***



“…….”


차가운 이슬로 촉촉이 젖어 있는, 새벽안개로 가득 찬 숲.

카인은 그 소녀가 좋아하던 남오미자꽃이 피어있는, 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작은 소녀의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 소녀의 시신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그는 할 수 없이 빈 무덤을 만들 수밖에 없었으나 그에게 있어 이 무덤은 그 이름 모를 소녀가 잠들어 있는 무덤이었다.


“…… 미안하다.”


그는 그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는 자신의 눈앞에 아직도 생생하게 어른거리는 소녀의 밝은 미소에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는 자신 역시 놀랐다는 듯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눈물을 가만히 손가락으로 훔쳐내어 흐려진 시야로 그것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망연히 중얼 거렸다.


“내가 지금 울고 있는… 건가?”


그의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불과 이틀 전의 일인데. 이틀 전만 해도 그 이름 모를 소녀와 웃으며 이야기 했었는데.

그는 의뢰에 따라 수많은 사람들의 피를 손에 묻히는 암살자. 그리고 그 암살자 중에서도 톱클래스로 이름이 올라가 있는 ‘데스(death)’. 그런 그에게 웃음, 그리고 눈물이란 이미 오래 전 스스로 버린 것이었다. 아니, 버릴 수밖에 없었다. 살아남으려면 감정을 죽이고 오로지 강해져야만 했으니까.

하지만 소녀는 그에게 너무나도 오래 전에 버렸던 웃음을, 그리고 그 동시에 눈물을 주었다. 그것을 깨달은 카인은 무덤가에 기대어 하염없이 울었다. 그리고 그는 가만히 복면을 벗은 뒤 무덤을 바라보며 망연히 말했다.


“이름… 가르쳐 준다 했었지. 내 이름은, 절대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내 이름은… 카인 블랙. 미안하다. 내가 헛된 생각을 하는 바람에 너를 죽게 만들었어. 어리석었어. 내가… 이런 내가 감히 행복해질 생각을 하다니……. 미안해, 미안해. 크흑.”


소리 없는 푸른 바람이 카인의 지쳐버린 검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넘긴다.

그러나 무덤가에 기대어 울던 카인은 알지 못했다. 무덤의 근처에 핀 희고 작은 남오미자꽃이 자신을 스쳐 지나간 바람에 의해 자신을 향한 채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단 사실을…….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길면서도 짧은....

단편소설입니다 <

대략 나이로 보자면,

로아양이 14살때,

카인군이 18살때로군요.

 

따지고보면 카인군이 암살자가 된게

14살때인데 .....

지금 로아와 비교하면 너무 차이가[....]

아무튼 참 허접한소설입네다 ㅠㅠㅠ

죄송죄송 .... 공부땜에 제대로못썼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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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エメロ-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7.21 그, 글쎄요[....] 언제돌아올까요...<어이
  • 답댓글 작성자[하칸]미나에 | 작성시간 08.07.21 이.. 이런 [...]
  • 작성자[트라]딸기밀크o | 작성시간 08.07.24 와아 < .......... 외전을 지금 읽은 ㅠ .... 여튼 재밌게 읽었어요 /ㅅ / !!
  • 답댓글 작성자エメロ-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7.24 아하 ㄷ 외전은 쪽지를 따로 안보냈는데[...] 감사합네다<!
  • 답댓글 작성자[트라]딸기밀크o | 작성시간 08.07.25 100화하고 외전하고 올렷다는 쪽지 왔었는데 ! 그떄 외전 올라왔던걸 못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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