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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로드]]나르실리온-태양과달의노래#101

작성자エメロ-ド♡|작성시간08.07.23|조회수80 목록 댓글 17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당신이 이베르 백작님이셨군요.”

“…….”


나는 카인과 함께 춤을 추는 홀로 걸어 나와 그에게 조용히 말했다. 많은 남녀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음악이 바뀌길 기다리고 있다. 어제 교사에게 들은 바론 처음엔 대기곡이 나온다고 한다. 그 때 동안엔 파트너를 구하거나 할 수 있는데, 그 뒤에 음악이 바뀌면 춤을 추는 중간에 낄 수 없다고 한다. 아무튼 음악이 바뀌면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이다. 그리고 음악이 마치고 또 대기 음악으로 바뀌면 다른 파트너를 구하거나 아까 춘 사람과 또 준비를 한다거나하면서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지금은 아직 대기 음악이다.


“왜 이곳에 있는 건가요?”

“…… 임무 때문입니다.”


나의 물음에 카인은 무겁게 입을 열었고, 나는 조용히 목소리를 낮췄다.


“…… 암살인가요.”

“아니요. 이번은 단지 정찰입니다.”

“정말이요! 그럼 계속 여기에 있으셔야 하는 거죠?”

“…… 예.”


나는 카인의 말에 너무 기뻐 밝게 웃으며 물었고,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살짝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사실대로 털어 놓았다.


“저 사실, 페릴 때에도 잠-깐 춤을 배운 적이 있지만 그 외엔 춤을 춰본 적이 없어요. 헤헤헤. 어제도 배우긴 했는데요, 그래도 아직 엄-청 서투르거든요. 당신은 잘 추시나요?”


암살자니까 잘 출 리가 없나?


“…… 저도 아카데미에 다닐 때 배웠던 것이 전부입니다.”


뭐, 뭐야. 우리 둘 다 초보자였던 거야? 그런데 그 때 음악이 경쾌한 분위기로 바뀌었고 나는 당황해하며 말했다.


“저, 저기, 저, 그럼 우리 이제 어떡하죠?! 지금이라도 나갈…….”

“…….”


그러나 엄청 당황한 나와 달리 카인은 능숙하게 나의 오른손을 살짝 잡아 올리더니 나의 허리를 오른손으로 둘러 자신에게 살짝 끌었고 나는 당혹스러웠으나 나 역시 얼른 그의 허리를 둘렀다.

엄-청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이렇게 그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보는 거, 전에 그 사고 이후로 처음인데. 힉, 가슴이 뛰어. 그런데 카인, 처음엔 조-금 어색했지만 조금 추고 나니까 엄청나게 잘 추는데? 아카데미에서도 엄청 잘 추었었던 모양이네.


“허억, 죄, 죄송해요.”

“아니요.”


그런데 조금 추던 나는 실수로 그의 발을 살짝 밟는 바람에 얼굴을 확 붉혔다. 그러나 카인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했고 우리는 다시 춤을 추었다. 하아, 가슴이 너무나도 벅차다. 음악 소리도 들리지 않고 이 홀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아. 오히려 이 홀 안에 나와 카인만 있는 것 같아…….


“…… 많이 익숙해지셨군요.”


그리고 조금을 추던 중 카인이 나에게 조용히 말했고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이 저를 잘 리드하고 있잖아요. 아카데미에서 배운 게 전부였다면서 진짜 잘 추시네요.”

“…….”


나의 말에 그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으나 살-짝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얼핏 엿보였다. 이렇게 시간이 멈췄으면. 이렇게 그의 손을 잡고 계속해서 춤을 출 수만 있다면. 그러나 그 행복이 채 가시기도 전, 음악이 대기 음악으로 바뀌었고 나는 나의 손을 놓으려는 카인의 손을 살짝 붙잡으며 말했다.


“춤 좀 가르쳐 주세요.”

“예?”

“저… 실루이스에 참가해야 해요. 그 때 당신과 추고 싶어요.”


역시나 거절당하려나? 임무 때문에 와 있는 건데. 게다가 우리… 따지고 보면 적인데.


“…… 영광입니다.”


그런데 나의 예상과 달리 카인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나는 처음 본 그의 미소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어? 당신이 웃는 것 처음 봐요!”

“아.”


나의 말에 그는 당황한 듯 시선을 돌리며 다시 표정을 굳혔고 나는 빙긋 웃었다.


“뭐야, 웃으니까 훨씬 인물이 살잖아요.”

“아니, 이건….”

“하하하.”


나는 당황해하는 그를 보며 웃었다. 너무나도 기뻐.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벅차고 즐거워. 카인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행복해. 나 정말 이 남자를… 사랑하는 건가? 아무튼 우리는 또다시 음악이 바뀌자 춤을 추었다. 그의 춤 실력은 정말 끝내줬다. 어제 춤을 가르쳐 줬던 교사가 나를 리드하던 것만큼의 수준이다. 다만 그의 춤은 굉장히 부드럽고 기품 있으면서도 어딘가가 차가웠다. 카인과 함께라면 진짜 어쩌면, 실루이스에서 우승할 수 있을지도 몰라. 이 정도라면 아카데미에서도 1,2등 했겠는데.

그런데 왜일까. 왜 이렇게 그와 웃는 것이 낯익은 거지? 그와 이렇게 웃는 건 처음인데 왜 이런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걸까.


“있잖아요, 카인.”

“……?”


그리고 말없이 춤에 몰두하던 나는 조용히 카인에게 말했고 그는 가만히 나의 눈을 바라봤다. 그러자 나는 수줍어 고개를 살짝 내리며 조용히, 아주 나지막하게 말했다.


“기뻐요. 당신과 추게 되어서.”

“…….”


차마 이 기분 상태를 모두 적난하게 표현하긴 좀 부끄러워서….

그러나 나의 말에 카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단지, 단지 나의 눈을 바라보던 시선을 살짝 돌렸을 뿐이었다. 나 아무래도 말을 잘못한 건가?

그리고 음악이 바뀌자 우리는 살짝 피곤해짐을 느껴 성 밖으로 나가 정원 쪽으로 걸어갔다. 구지 아까 춤을 추던 홀에서 쉬어도 되지만 거기서 있다간 또 다른 사람이 댄스 신청을 할 수도 있으니까. 아버지는 많은 사람과 춰 보라는 듯한 기색이지만, 지금 내 옆엔 카인이 있으니까. 오직 카인과만 춤을 추고 싶다.


“아.”


정원을 살짝 걷던 나는 굽이 있는 구두가 아직 익숙하지 않아 발바닥이 아픔을 느껴 나도 모르게 아주 작은 신음소리를 냈고 그 소리를 들은 카인은 가만히 나를 바라봤다. 아, 이런, 아까 말을 잘못한 뒤로는 한 마디도 없었는데. 으아, 이거 정말 이러다가 그냥 가버리겠어. 나는 그가 나를 바라보자 애써 웃으며 말했다.


“아하하, 아니에요.”

“…… 저쪽에 벤치가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웃으며 말하자 카인은 이렇게 말한 뒤 나를 휙 안아 올렸고 나는 너무 놀라 그에게 소리치듯 말했다.


“저, 저기요! 저 엄청 무거운데요! 저 걸어갈 수 있어요! 저기, 저기!”

“…….”


그러나 그는 나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기어이 벤치까지 걸어가 나를 그 위에 살짝 놓아 주었고 나는 가슴이 무척 뛰었으나  그것을 내색하기 싫어 고개를 푹 숙였다. 얼굴이 붉어진 건 어떻게 숨길 수 없으니….


“가, 감사합니다.”


나는 이렇게 말한 뒤 구두를 벗어 어느새 빨갛게 부은 발을 살짝 주물러 주었다. 그러자 카인은 나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더니 나의 발쪽에 자신의 손을 댔고,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 그의 손바닥엔 푸르스름한 기운이 모아지더니 그 기운은 이내 물처럼 나의 발에 스며들었다. 꽤나 시원한 기운이다. 옛날 레아의 어머니가 내가 무릎이 까졌을 때 치유해줬던 것과 비슷한 기운.

그런데 또다시 그리운 듯한, 묘한 기분이 든다. 왜 이러지, 왜 이러는 거야.


“어?”

“…… 발의 통증을 줄였습니다.”


굉장해. 굉장히 깔끔한 치료마법! 이 남자, 정말 못하는 게 뭐야. 게다가 시동어도 외치지 않다니!


“치, 치료마법도 할 줄 아세요?”

“…… 조금이요.”

“굉장하네요!”


조금이라니. 당신, 정말 굉장해. 당신보다 강한 인간은 없을 거야.

그런데 그 때 카인은 또다시 의식이 흐릿한지 눈을 꽉 감으며 한 손으로 머리를 살짝 잡았고 나는 놀라 그에게 말했다.


“괘, 괜찮아요? 또다시….”

“나약한 자신이 싫군요. 용납될 수 없는 걸 알면서도 또다시 행복해지고 싶단 생각을 하는 나약한 제 자신이…….”

“네?”


나는 갑작스런 카인의 말에 눈을 살짝 크게 떴고 카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너무나도 쓸쓸하게 가라앉은 보라색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 안 돼는 걸 아는데. 그렇게나 뼈저리게 깨달았으면서도.”

“……?”

“하지만 이런 욕구는 오늘로 끝. 절대로 마지막입니다.”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카인은 가만히 꽃이 많이 핀 정원 쪽으로 걸어갔고 나는 구두를 다시 신고 그를 따라갔다.


‘행복해지고 싶단 건 누구나 갖고 있는 자연적인 생각이에요. 당신은 과거의 업보에 의해 계속해서 자신을 행복에서부터 밀어내고 있는 건가요……?’


그리고 정원에 도착한 그는 누가 있는지 보려는 듯 살짝 주위를 둘러보다가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자 정원에서 복숭아 색의 무척 예쁜 장미꽃을 얼른 꺾어 나에게 건네며 옅고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 저의 실루이스 파트너가 되어 주시겠습니까.”

“!!”


기뻐. 이거 진짜, 이거 진짜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뻐, 벅차….

카인의 말에 나는 눈물이 살짝 새어나오는 것을 느끼며 그가 내민 꽃을 수줍게 받아들었다.


“영광이에요.”

“…….”


너무나도 밝아 보여, 이 주변 모두가. 물론 아직 해가 지기 전이라 밝은 건 맞지만 뭐랄까, 모든 게 빛으로 가득해 보여. 행복해. 진짜야, 진짜 난 너무 행복해. 이렇게 행복한 순간은 없었어. 라곤, 이번만큼은 당신에게 감사하지. 카인을 여기에 보내줘서 고마워. 계속 계속 이렇게 함께 있었으면…….



***



그리고 순식간에 시간은 흘러 저녁시간이 되었다. 해가 지고나자 성에 갖가지 조명이 밝혀져 훨씬 화려하고 멋진 광경이 연출되었다. 브루누의 윈터하트의 밤의 정경이 고요한 아름다움이었다면 필리스의 밤의 정경은 화려한 아름다움이다.

아무튼 나는 카인과 함께 열심히 춤 연습을 했었다. 물론, 홀이 아닌 성 바깥의 사람이 적은 곳에서. 그리고 실루이스 신청도 했다. 아아, 설렌다. 실루이스의 결과보다 카인과 춤을 추게 됐단 사실이 너무나도 꿈같다.


[꼬르륵]


“헉.”

“…….”


그런데 열심히 춤을 추다 보니 저녁시간도 잊고 있었나 보다. 춤을 열심히 추고 있던 우리는 나의 배에서 주책없이 세어 나오는 소리에 춤을 멈추었고, 곧 웃기 시작했다.


“…… 그러고 보니 저녁시간이네요. 있다가 실루이스에서 우승하려면 밥부터 먹죠.”

“네!!”


나는 카인의 말에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그 때, 우리의 앞을 막아서는 자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버터를 잔뜩 바른 듯한 미르카엘이었다.


“이거, 이거 이베르 백작님 아니십니까? 당신 같은 분께서 귀하신 윈더프 공작영애와 뭘 하고 계신 건지?”

“…….”

“아, 저, 춤을 배우고 있었는데요.”


그러나 미르카엘은 나의 말은 듣지도 않고 계속해서 카인을 노려봤고, 카인 역시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이 둘, 묘하게 서로 알고 있단 생각이 드는데.


“…… 어둠 주제에 빛을 탐하면 그 결과는 파멸뿐이죠. 이미 경험이 있어서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경험? 레이첼을 말하는 건가?’


그런데 잠시의 눈싸움 후, 미르카엘은 카인에게 거의 ‘협박’조로 말했고 카인은 무섭게 표정을 굳히며 차갑게 말했다.


“…… 마음만 먹으면 당신을 벨 수도 있습니다만.”


카인의 말에 여유 만만하던 미르카엘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었다. 그러자 카인은 그와 마주하기 싫다는 듯 뒤돌아서며 날이 선 날카로운 칼 같은 한 마디를 툭 던졌다.


“…… 당신이 뭘 하든 전혀 신경 쓰지 않지만 주제 넘는 짓은 용서 못합니다.”

“웃기는군요. 살인마인 당신이 감히 내게 그딴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요?”


뭐, 뭐야 미르카엘 이 사람, 카인의 정체에 대해 알고 있는 거야?! 대체 어떻게?

미르카엘의 말에 카인은 순간 멈칫했으나 곧 어두운 밤을 은은하게 비추는 달빛만큼이나 차갑고도 깊은 보랏빛 눈으로 살짝 고개를 돌려 미르카엘을 경멸하듯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 나의 죄는 나의 손으로 끝냅니다. 하지만 당신의 죄는 어떻게 씻으실 생각인지.”

“나에겐 아무런 죄도 없습니다. 아주 깨끗하다고요, 그 분이 존재하시는 한. 하하하. 그리고 뭔가 잊고 있는 모양이군요.”


뭐야, 이거. 내가 어떻게 끼어들 수도 없어. 둘과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쳐 있는 것 같아. 그런데 대-충 대화하는 거 들어보니 미르카엘이란 저 사람, 라곤과 관련이 있는 사람인 건가? 맞아, 아버지가 말했었지. 라곤은 주도면밀한 자니까 분명 각국 마다 스파이를 심어두었을 거라고. 미르카엘도 그 중 한명인 건가?

그런데 그 때, 카인에게서 라곤의 검은 기운이 뿜어지기 시작하더니 곧 그 어둠의 기운은 날카로운 사슬 형태로 변해 카인을 옥죄기 시작했고 카인이 괴로움으로 표정을 굳히자 미르카엘은 카인을 비웃으며 비꼬듯 말했다.


“나에겐 그분의 힘이 있습니다. 당신이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계약주인 그분의 힘만 있으면 꼼짝도 하지 못하죠.”

“…….”

“그만둬요, 엔그리나 백작님!!”


나는 카인의 괴로워하는 표정을 보고는 화가나 그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미르카엘은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다가왔다.


“이 상태로 이 자를 죽일 수도 있답니다.”

“무, 무슨 말을 하는 거 에요?!”


분위기 정말 좋았는데, 왜 갑자기 이런 상황이 되는 거냐고! 이 남자 진짜 언제 한번 봐, 기회가 오면 아주 작살을 내 줄 테니까! 아이린과 라곤을 상대하는 것도 골 아픈데 왜 또 이런 남자가 튀어 나온 거야!

그런데 그 때, 미르카엘은 교활한 미소를 유지한 채 가만히 손을 올려 나의 뺨을 살짝 만졌고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 그의 손을 확 쳐내며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이지요?!”

“흐응, 역시 높으신 영애는 잘 튕기신다니까. 하지만 저 미르카엘 엔그리나는 꽤나 관대한 성품을 가졌답니다. 저와 저쪽에 가서 잠-깐 대화나 나누어 주시면 이 분은 털끝 하나도 건들이지 않고 풀어드리지요.”

“…….”


잠깐 대화를 나누자고? 하지만 뭐지, 이 꺼림칙한 기분은.


“주제 넘는 짓은 하지 말라 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카인에게서 푸르스름한 차가운 기운이 뿜어지더니 곧 그 기운은 순식간에 카인을 옥죄고 있던 라곤의 기운을 먼지 쓸 듯 쓸어내 버렸고 미르카엘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무, 무슨 짓… 컥!”


그러나 미르카엘은 말을 채 끝내지 못했다. 그 이유는 라곤의 기운을 걷어버린 카인이 그가 뭐라 하기도 전에 매서운 눈빛으로 그의 목을 옥죄어 나무로 확 밀어붙였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버둥버둥 거리기 시작했고, 카인은 낮은 목소리로 또렷하게 말했다.


“마지막 경고입니다. 또다시 이런 짓을 하면… 반드시 당신을 죽이겠습니다.”


그리고 말을 마친 그는 미르카엘을 옆으로 확 쓰러뜨렸고 그는 형편없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후아, 후련하네!! 그러나 내가 카인에게 말을 걸기도 전, 그는 괴로운 듯 왼쪽 가슴을 옥죄며 주저앉았고 나는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어, 어떻게 된 거에요?!”

“…… 별 거 아닙니다.”

“어디, 어디 아픈 거 에요……?”


슈렌도 이랬는데…. 나라면 아프면 재깍재깍 말할 텐데 왜 슈렌도 그렇고 카인도 그렇고 모두 말없이 숨기려고만 하는 거지? 그게 오히려 더 걱정시키는 것이란 걸 왜 모르는 거야…….


“흥, 어리석군요. 감히 계약주의 기운을 깨버리니 그런 대가가 오는 겁니다.”


그러자 미르카엘은 자리에서 일어나 살짝 옷을 털며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말했고 나는 그제야 카인이 나를 지키려 라곤의 기운을 깨는 바람에 이렇게 됐단 것을 알게 되어 카인에게는 너무나도 미안한 마음이, 그리고 미르카엘에겐 분노가 치밀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 괜찮습니다.”

“그리고 엔그리나 백작님.”


나는 카인을 부축한 채로 조용히 미르카엘을 불렀고, 그는 목이 조였던 것 때문에 기침을 하며 나를 바라봤다. 그러자 나는 그를 바라보며 차갑고 낮은 목소리로, 분명하게 말했다.


“오늘 빚은 반드시 갚겠습니다.”

“…….”


정말이다. 저 남자, 언젠간 카인을 아프게 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주겠어. 반드시…….

그러자 미르카엘은 처음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으나 곧 팔짱을 끼며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기대하죠. 하지만 영애께서도 몸조심하시길, 과거의 그 소녀처럼 처참하게 처리되지 않도록.”

“…….”


과거의 소녀?

미르카엘의 말에 카인은 눈빛을 흐리며 시선을 내렸고 나는 과거의 그녀가 아까 그가 말하던 ‘경험’과 관련이 있단 것을 눈치 챘다. 역시 레이첼에 관련된 이야기일까.

나는 그가 일단 잠시라도 쉴 수 있도록 아까 앉았던 벤치에 카인을 부축해 데려가 앉혔다. 미르카엘의 말 때문일까. 가만히 정원의 꽃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눈빛은 평소에 비해 몇 배는 지쳐 보였다.


“…… 괜찮아요?”


나는 그에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나는 한숨을 살짝 내쉰 뒤 나 역시 정원의 꽃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아까 과거의 그녀란 건… 역시 레이첼님을 뜻하는 거겠죠?”

“…… 틀립니다.”

“에?”


레이첼이 아니라고?

내가 놀라 눈을 크게 뜨며 그를 바라보자 그는 어떤 것을 발견했는지 가만히 일어나 다시 정원 쪽으로 걸어갔고 나는 그를 얼른 따라갔다. 그러자 그는 한 작은 꽃을 가만히 쓰다듬으며 조용히 물었다.


“이 꽃을 아십니까?”

“아, 이 꽃! 남오미자꽃이죠!”

“…… 아시는군요.”

“네! 친구에게 들어 알고 있어요.”

“친구에게… 들으셨다고요?”

“에? 네.”


나의 말에 그는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봤고 나는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 거렸다.

친구라 함은 레아를 뜻한다. 생각해 보니 이 꽃, 별의 일치가 있던 밤에 봤었어. 카인이 무덤가에 서서 울고 있었는데 그 무덤가에 피어 있었지. 그럼 그 무덤, 레이첼의 무덤이 아니었던 거야? 그럼 카인은 대체 누구를 위해 울고 있었던 거지?

나는 그가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자 괜히 머쓱해져 애써 밝게 웃으며 말했다.


“이 꽃, 우리 마을 뒷산에 피던 거거든요. 꽃말은 재회 라더라고요. 재회는 ‘이별’이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슬플지도 모르는 단어를 이기는 유일한 말일지도 몰라요. 당신도… 만약 소중한 누구와 떨어졌다면 꼭 만날 수 있을 거 에요.”

“!!”


나의 말에 카인은 더욱 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고 나는 그의 초점없이 흐린 눈동자가 맑아지는 것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그의 손을 꼭 잡고는 그 꽃잎을, 꽃잎이 다치지 않도록 살짝 부여잡으며 눈을 감았다.


“자애로우신 주신 엘리아나님. 카인님이 소중한 사람과 이별한다면 꼭 다시 재회할 수 있게 해 주세요.”

“…….”


나의 말에 카인은 아무 말 없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남은 한 손으로 나의 손을 감싸 꽃잎에 살짝 손을 대 기도하듯 눈을 감았다.


‘왜, 왜지. 왜 가슴이 이렇게 두근거리는 거야……! 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이거 단지 기도하느라… 내가 꽃에 손을 대고 있으니까 그냥 내 손 위에 손을 올린 것뿐이라고. 진정해, 로실리아!’


그의 손이 무척이나 따뜻하다. 그는 무엇을 기도하고 있는 걸까? 그런데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도 두근거리는 거지만 왜 이렇게 계속 쓸쓸하고도 그리운 기분이 드는 걸까.

답답해. 무언가 엄청 중요한 걸 잃어버린 듯한 찝찝한 기분이야…….

 

 

 

 

 

감기땜에 죽겠습니다 ㅠ.ㅠ

아휴 ... 감기조심하세요 ㅠ..이번감기가 독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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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리스트
  • 작성자[레코]은빛카린 | 작성시간 08.07.23 하아... 노엘은 로아랑 반대입장인 걸요... 아, 참고로 저도 Three Night에 연회에 하나 나오는데 고민중이에요. 시작부터 Feel이 안 와요.ㅜ
  • 답댓글 작성자エメロ-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7.23 저도 연회몰라서 .... -ㄱ- ....................................[무책임] 여러가지 지식인에 검색해봤는데 ... 몇개만 캐취해내고 나머진...........[먼산]
  • 답댓글 작성자[레코]은빛카린 | 작성시간 08.07.24 그저 본인은 애니에 나왔던 연회를 떠올리고 약간 변형할 뿐...
  • 작성자[트라]딸기밀크o | 작성시간 08.07.23 저도 감기걸려서 고생햇었어요 ㅠㅠㅠㅠㅠ 힘내시고 얼릉 나으세요 ! 그리고 이번편도 잘봤어요 ~! 근데 레이첼이 누구였지 /....아무래도 다시 첨부터 다시 봐야겟다는 ..............................
  • 답댓글 작성자エメロ-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7.23 어어억, 레이첼이 잘 언급되지 않으니까[...] 카인이 죽을뻔했을 때 카인에게 눈을 주고, 정화의 증표< 란 것을 심장에 이식해준 뒤 죽은 성녀에요 ㅇㅅㅇ.. (카인을 짝사랑했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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